‘진보대연합’은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반MB’를 기치로 내걸었던 야4당 연합(민주대연합) 시도는 자연스럽게 물거품으로 끝났다. 야4당 연합 마차의 네 바퀴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려는 상황에서 마차가 공중 분해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자 이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진보대연합’ 논의가 흘러나온다. 야4당 연합과 달리 진보대연합은 과연 튼튼한 전투마차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진보대연합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를 둘러싸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열이 일어났지만, 그 자체가 본질에서 서로 다르지 않은 의회주의·개량주의 파벌들의 대립에 불과했기 때문에 언제든 재결합은 가능한 것이었다. 민노당 이수호 위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게 없다”며 두 당의 통합을 주문했다(12월 2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YTN과의 인터뷰에서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이제 진보진영이 분열된 모습에서 벗어나서 힘을 모으고 …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는 당론을 밝혔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역시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심각한 장애는 없다”고 말했다(11월 17일자 ≪위클리경향≫).
진보대연합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선거에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대표는 진작부터 “반MB전선 구축을 통해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자며 선거일정을 챙겼고, 진보신당 대표도 “민노당뿐만 아니라 여러 진보정치 세력들의, 선거를 위한 진보대연합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고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11월 30일자 평화방송 인터뷰).
‘선거를 위한 진보대연합’
개량정당들은 진보대연합 구성에 대해 정치적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치적 대안이 제대로 세워지려면 최소한 두 가지 기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정치적으로 자본가정당들과 미련 없이 단절하고 완전히 다른 지향을 갖는 것이다. 지금 그것은 결국 자본주의 질서를 침해하는 사회주의 전망일 수밖에 없다. 어중간한 개량적 전망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조직적으로 철저하게 노동자계급 대중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행동 즉 투쟁 속에서 정치활동을 해나갈 때에만(따라서 선거활동 역시 그런 투쟁을 전면적으로 선동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만) 새로운 대안이 계급적 힘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진보대연합 시도는 정치 전망에서 개량주의적 모호함으로 뒤덮여 있고,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투쟁력 강화를 투표행위로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는 모두의 희망이 될 만한 새로운 대안을 건설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자들의 수동성을 조장하게 된다.
새로운 정치적 대안과 지도력을 건설하는 것은 지금 노동자들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면, 경계선이 불분명한 숫자 불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주의 전망의 중요성을 잊고, 독립적 노동자투쟁정당 건설의 과제를 팽개치며 개량주의와 뒤섞이는 방식의 숫자 불리기는 당장에는 무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환상은 환멸로 변하게 마련이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는 대신, 어렵더라도 끈기를 갖고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의 결집을 추진하는 것, 즉 현장노동자들에 기반한 독립적 혁명정당 건설을 향한 정치투쟁에 나서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