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선거 이후 선진노동자들은 어디에 주목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지자체 선거 이후 정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윤곽을 그려보자. 정권의 숱한 탄압과 자본가들의 책임전가 공세에 시달려온 조직노동자들 속에서 당장 확실한 자신감과 투쟁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조직노동자의 근처에 있는 미조직노동자들 일부는, 선거 결과를 보고 비록 환상(‘우리가 이겼다’는 식의 환상)에 기초한 자신감 때문일지라도 진출의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조직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투쟁을 보면서 싸우는 법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노동자들이 겪었던 패배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사기저하에 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조직노동자들의 새로운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향후 계급투쟁에서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롭게 단결하고 투쟁으로 조직될 미조직노동자 층은 아직 충분히 단련된 지도부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존의 개량주의 노동자당과 관료적 지도부 및 ‘힘이 있어 보이는’ 야권 연대에 기대려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야권 연대가 본질을 드러낼수록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정세 전망을 직시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세력만이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로부터 선진노동자의 과제를 끌어내야 한다.
계급적 단결투쟁을 위한 선진노동자의 지도력
미조직노동자들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조직노동자운동 내의 선진노동자들이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 등 조직노동자운동의 상층 지도부는 사실상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이뤄내고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이끌기보다는, 당장 조직된 조합원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심지어는 그조차도 방어하지 못하면서 자본가들에게 양보하는 노사 협조주의 정책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그나마 단결과 투쟁의 초점이 되어야 할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어떤 미조직노동자들도 자신감 있게 스스로 단결투쟁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쟁에 나선 경우에도, 조직노동자운동의 성심어린 연대와 지지를 못 받는 경우 그런 투쟁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명백하다.
반대로 이미 조직된 조합원들의 당장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조합주의적 관점과 과감하게 단절하고,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공동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행동에 나서려는 선진노동자들의 앞장 선 노력이 가시화될 때, 미조직노동자의 일부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한층 더 확고한 자신감을 느끼며 투쟁의 길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새롭게 진출할 가능성이 큰 미조직노동자 층에 주목하면서, 그들의 진출이 벌어졌을 때 조직노동자운동의 역량을 그 투쟁에 대한 계급적 연대로 모아내는 것, 그들의 투쟁 소식을 자기 현장으로 퍼나르는 것, 그러한 방식으로 미조직노동자 진출의 기운을 조직노동자들으로 옮겨오는 것,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자본의 탄압과 공격 속에서 기운을 잃어온 조직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개량주의 노동자당이 아니라 진짜 노동자당, 노동자계급을 옥죄는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 도전하는 혁명적 노동자당 건설이라는 전망을 세우는 것은 사활적인 과제이다.(아래 기사 참조) ‘야권 연대’가 아니라 새롭게 진출하게 될 미조직노동자들과 계급적으로 굳건히 연대하는 것, 그러한 투쟁 속에서 개량주의, 관료주의 지도력을 대체할 혁명적 대안 지도력을 세우는 것, 이것이 바로 혁명정당 건설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오민규/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