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인 위장술
내각이 개편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이른바 중도실용 노선을 하나씩 구체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운찬이 총리로 선택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한국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이끌며 친서민적인 정책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광고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 희망은 그 첫 관문인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모든 후보들이 저마다 저지른 치졸한 비리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약속하는 중도실용 노선이 강부자 내각이란 실체를 감추기 위한 위장막임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청문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이다. 민주당 등 야당들이 합작하여 새로운 내각의 비리를 들춰내는 것 또한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지금은 정운찬의 비리를 들춰내면서 도덕성 시비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사실 얼마전까지 정운찬을 자신들의 대선후보 주자로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의 작은 소란이 밝혀주지 못한 것을 노동자 민중들은 이미 꿰뚫어보기 시작하고 있다. 정운찬 내각이 소리 높여 강조하고 있는 중도실용이 무엇인지를 노동자 민중들은 삶 속에서 따져 묻고 있기 때문이다. 투쟁과 삶의 경험이 바로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고, 또 이 정권 하에서 변할 것도 없다! 이것은 다만 쑈일 뿐이다.”
진정한 실체
“비정규직을 꼭 2년 뒤에 정규직으로 바꿔야 되는 법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 “청년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단체행동과 정치활동 많이 하는 민주노총 가입은 권장할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해법과 청년실업문제 등에 대해서 총리내정자라는 자가 한 말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적개심과 모든 책임을 노동자 자신에게 돌리려는 비열한 발상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서민행보를 운운하는 자들이 내세우는 중도실용 노선은 노동자들에게서 임금을 양보하라고 윽박지르고, 좀 더 고통을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을 막고, 투쟁을 자제하라고 핏대를 세우는 것이다. 서민들, 즉 노동자 민중에게는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른바 중도실용 내각이란 ‘노동자 죽이기 내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에 대한 화답으로써 노동자민중들은 외쳐야 한다.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중도실용 따위는 아무짝에도 필요없다!”
결국 이 정부와 이 정부의 내각 따위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들 모두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투쟁, 그것말고는 다른 답이 없는 것이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