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거품열차에 타다!
이명박은 “현재의 상황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많이 다르다”며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누구도 안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1997년보다 더 격심한 파국을 예감하는 공포감이 휩쓸고 있다.
그들은 ‘선제적 대응’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선제적 대응’은 이미 미국에서 오래전에 진행되었고, 결국 거대한 파국으로 이어진 썩은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파산의 급행열차를 운전하고 있을 뿐이다.
위기의 뿌리 - 이윤율 저하
이미 개별 나라 경제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자본주의는 세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의 뿌리에는 세계 자본주의의 파국적 위기가 놓여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세계 자본주의와 한 몸이 된 한국 자본주의의 경우, 더욱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 위기의 근원에는 ‘이윤율 저하’라는 근본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호황기와 불경기, 공황기, 경기상승과 하강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이윤율이다. 왜냐면 자본가들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느냐 축소하느냐는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서가 아니라 투자자본에 대비해 얼마나 이윤을 많이 가져다주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단지 김영삼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이윤율 저하가 원인이었다. 1990년대에 한국 경제의 이윤율은 1970년대의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였다. 외국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달러를 들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은행대출을 매개로 대규모 외화차입에 의존하던 여러 대기업들이 파산했다. 이것은 대형 은행 부실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했다.
이 IMF 사태의 배후에는 세계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있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992년에서 1996년까지 미국 생산자본(실물자본)은 60년대 초반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국면을 통과했다. 그러나 96년말부터 급전직하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미국 금융자본의 위기로까지 연결되었고, 미국 금융자본은 안정성을 위해 해외로부터 달러를 급히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대규모 외채에 의존해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던 한국 기업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한편으로 92년에서 96년까지 이어진 상승국면에서 수출이 호조세를 띠자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 시장은 96년말부터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것은 수출을 제약했고, 결국 94-96년까지 급격히 이뤄진 대규모 투자들이 과잉 투자였음이 입증되었다. 신규 공장들과 새로운 설비들은 다 짓기도 전에 멈춰야 했다. 이윤율은 곤두박질쳤다. 주식은 폭락했다. 주식 폭락은 내수를 위축시켰고, 결국 한국 자본주의는 위기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갔다. 결국 근본에는 세계 자본주의의 이윤율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97년과 2007년
97년 IMF 사태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 경제는 당시로 되돌아간 듯 보인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단순히 되돌아간 것이 아니다. 그 사이에 모순은 몇 배로 증폭되어 왔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 전례없는 경기하락을 경험한 미국 자본주의는 탈출구를 찾아 발버둥쳤다. 두 개의 문이 등장했다. 우선 은행대출을 통해 부동산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이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인위적인 소비를 창출했다. 집값이 50%, 100% 폭등하는 상황에서 소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또한 이 가공의 재산은 당분간 금융자본의 미래의 이윤을 보장해주었다. 그러나 실제 가치가 1억인 주택이 3억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터졌고, 대량의 가계파산, 수요감축과 함께 금융자본의 거대한 파산행렬이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 중국 자본의 투자가 있었다. 미국 경제가 거품을 통해 창출한 시장은 중국 자본의 수출을 촉진했다. 이렇게 얻어진 막대한 달러를 중국 자본가들은 미국 은행에 투자했다. 중국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다. 이 투자는 대출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부동산 거품은 중국의 수출을 확대시켜주었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모든 것이 망가졌다. 중국의 수출은 브레이크가 걸렸고, 중국 자본가들이 투자한 금융상품은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성장엔진인 중국 자본주의는 향후 몇 년간 30% 이상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결국 다음이 분명해진다. 97년 당시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 위기는 미국, 일본 등 중심부로부터 발생했지만 한국, 태국, 브라질 등 말단부에서 터졌다. 그리고 중심부는 IMF와 같은 긴급처방전을 이용해 말단부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만큼은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2007년은 다르다.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 위기는 너무나 엄청나서 이제 중심부를 심장마비 상태로 내몰고 있다. 이것은 말단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이 타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 10년 - 한국 자본주의의 대응
IMF 사태 덕분에 집권하게 된 김대중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쥐어짜서 위기를 타개하려 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등은 저하되는 이윤율을 만회하기 위한 발악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이윤율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부터 신용카드 규제 대폭 완화로 소비 확대를 꾀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호황은 기껏해야 가구당 1000만원 정도의 가공 수요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는 수요 축소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결국 2년 뒤 거품이 꺼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뉴타운 사업, 인천 경제자유지역 등을 꺼내들었다. 1백조 원이 넘는 토지보상금도 풀었다. 대략 가구당 1억원에 달하는 가공의 재산이 창출되었고, 이것은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막는 방파제가 되었다. 여기에 부동산 거품정책을 통해 창출된 미국 시장의 확대, 그리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자본주의 시장이 가세했다.
그러나 세계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 모두가 겪고 있는 질병의 깊이는 너무나 거대했다. 이런 인위적인 거품정책이 대내적으로, 대외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순간에도 이윤율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4년을 고비로 정체되기 시작했고, 경제의 혈관은 막히기 시작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의 발밑을 허물어뜨렸다.
이명박 정부 - 행운과 몰락
실업률의 증대, 특히 어마어마한 비정규직 확대로부터 노동자들은 고통받았다. 그들은 탈출구를 원했다. 경제의 혈관이 막힘으로써 위기감을 느낀 자본가들, 중산층들 또한 변화를 원했다. 이 모든 것들은 소위 경제대통령 이명박을 탄생시켰다.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의 최대 수혜자가 이명박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를 밀어올린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그의 취임과 동시에 그를 끝간 데 없이 추락시키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청산!’의 깃발을 든 이명박이지만, 이 정부의 정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길을 더 철저히 가는 것이다. 이미 파산한 부시의 길을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가는 것이다.
‘선제적 대응’이란 터져버리고 있는 부동산 거품을 수천가지 방법으로 때우면서 더 키우는 것이다. 갖가지 편법으로 부동산 담보 은행대출 비율을 높이는 것은 서브프라임모기지 폭탄을 흉내내는 것이다. ‘선제적 대응’이란 수요 축소를 야기하고 있는 해고와 비정규직 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선제적 대응’이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고, 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여 자본가들의 추락하는 이윤율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것의 대가는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며, 국영기업과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결론은 자명하다. 노동자 목을 더욱 세게 조르는 것이며, 미래의 위기를 더욱 격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조치들은 결국 다음을 분명히 할 것이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한줌 자본가의 이윤의 논리, 즉 이윤율에 의해 좌우되는 자본주의에 기대할 것은 없다. 자본주의의 이윤율은 널뛰기 속에서 점차적으로 하강할 수밖에 없다. (<그림 1> 참조) 이것은 몰락은 저지하기 위한 갖가지 거품을 낳지만, 이 거품들은 경제 붕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할 뿐이다. 동시에 노동자계급을 희생양으로 삼는 야만적 공격을 강화할 뿐이다. 우리에게 다른 길은 없다! 세계자본주의를 철폐하는 전면적인 과업에 전세계 노동자계급과 단결해 진군해야 한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