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 책동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독도 문제는 특별한 상징성 때문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애국주의에 빠지고, 그래서 쉽게 이명박 정부 같은 반동정부를 지지해버릴 수 있다. 이번 독도 영유권 파동에서도 어김없이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중등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자, 한·일 어업협정 파기에서부터 해병대 파견 주장까지, 전쟁불사론부터 대마도 영유권 주장까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런 ‘독도 열풍’은 미국 정부의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한국령’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하자 계속 이어졌다.
전쟁불사 같은 극단적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해도, 노동자들이 보수 세력, 더 나악 이명박 정부와 함께 ‘한마음’으로 ‘독도 사수’를 외치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일본 정부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조금이라도 지지해야 할까?
일본이 집요하게 독도분쟁을 일으키는 속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군국주의 강화 책동의 일환이다. 도요타, 소니 같은 일본의 수많은 자본들이 세계 곳곳에 나가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1970년대 초반부터 최대 투자자가 됐다. 이런 자본의 이윤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후의 보루로서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본은 군사비로 작년에만 436억 달러(약 40조)나 쏟아 부었다(세계 5위).
하지만 일본은 2차 대전의 패전국이라 공식적으로는 ‘평화헌법’에 묶여 전쟁을 할 수 없고, 군대도 보유할 수 없다. 이미 일본은 사실상 군대인 막강 자위대를 가지고 있고, 이라크에 파병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일본은 오래 전부터 군사력을 늘리고, 평화헌법을 바꿔 ‘살육전쟁을 일삼는 보통국가’가 되려고 발버둥을 쳐왔다.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국민투표법을 작년에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군사력 보유 금지’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에 대해 아직까지는 일본인의 62%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지배자들은 독도 문제 등으로 민족주의 정서를 고조시켜 군국주의를 강화할 사회심리적 조건을 만들려고 끊임없이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20년 넘게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군국주의 강화 책동은 불황의 늪에 빠져 고통 받고 있는 일본 노동자 민중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미일 자본가들의 피의 동맹
이윤율의 전반적 하락, 만성적 불황, 점점 더 몰려오는 대공황의 먹구름은 각국 자본가정부로 하여금 위기에 따른 고통을 떠넘기기 위해 노동자착취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자본가정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끈끈한 동맹관계를 맺어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 견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의 영토분쟁, 역사교과서 왜곡 등 군국주의 책동을 모두 묵인, 방조, 지원해왔다.
한국도 미일 제국주의 동맹에 하위파트너로 참가해 왔다. 한국의 독점자본 ․ 금융자본은 미일 제국주의 동맹에 끼이는 것으로 세계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자기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 그래서 자본가 정부로서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도 일본의 군국주의 책동에 타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명박은 지난 4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주일대사는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속박당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아”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가슴에 묻어두고” 대사관 웹사이트에서 이 문제들을 지우기도 했다. 이런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 독도 문제로 대두된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책동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타협의 길을 찾으려다 보니 일본 총리한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는 언질을 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군국주의에 일관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세력 - 사회주의 노동자계급
그런데 일본의 군국주의에 타협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특별히 ‘친일적’이거나 ‘매국적’인 정부라서가 아니라, 위에서 말한 독점자본 ․ 금융자본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한국 자본주의가 일본에서 돈과 기계를 들여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일본의 투자가 한국 자본주의 성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일 자본주의가 깊은 형제적 유대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모든 한국 정부가 일본에 협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 책동, 더 나아가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에 철저히 반대하고 싸울 수 있는 세력은 오직 혁명적 노동자계급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정확히 무엇을 내걸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한국 노동자들은 정부나 우익세력들과 함께 ‘독도 사수’를 외칠 게 아니라 일본, 미국, 전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 반대’를 외쳐야 한다.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일관되게 싸우기 위해서는 미일 제국주의와 피의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자본가계급을 타도해야만 한다. 반동 자본가권력을 박살내고 노동자국가를 세워 군국주의의 근본 뿌리인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세상을 건설해야 한다. 그때에만 군국주의와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