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 노동자 투쟁의 교훈
혁명의 중심에 선 여성 노동자
1917년 국제 여성의 날(신력 3월 8일) 터져나온 러시아 2월 혁명은 노동자계급 가운데 가장 억압받고 짓밟힌 부분인 여성 방직 노동자들이 주도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혁명의 선두에 선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다. 당시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여성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남성 대 여성이 아닌 자본 대 노동! 여성의 단결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단결!
혁명의 성공은 러시아 여성노동자들과 남성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이 거두어낸 성과물이었다. 이 둘의 목표는 모두 자본가 권력을 전복하고 노동자 권력을 세워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계급적 단결은 사회주의 정당의 노력으로 인해 촉진되었다.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본가계급 여성과의 단결이 아닌 노동자계급 남성과 여성 사이의 단결이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표준 노동일과 휴일 등의 문제를 포함한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조직해갔다. 여성 노동자들은 당연히 이를 적극 환영했다.
뿐만 아니다. 당시에 일어난 파업의 요구 사항은 거의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여성을 고용한 산업에서 일어난 파업 기록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유급 출산휴가, 수유시간 제공, 공장 내 보육시설 설치 등의 요구 사항을 언급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우리도 그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노동조합으로조차 조직되어있지 않다. 이는 이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노동하고 있다는 점과 직결되어 있다. 때문에 우리는 비정규직, 해고, 최저임금 등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가장 근본적으로 결정짓는 문제들에서부터 투쟁을 만들어가면서 여성 노동자들을 계급적으로 조직해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여성 노동자들을 사회주의 운동의 주체로 세우고, 나아가 여성해방으로 전진하는 핵심적인 길이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요구안들 - 특히 여성들만이 온전하게 감지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 이 운동에 포함되어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안에 철저하게 뿌리박고 있는 인습적 전통 - 여성차별의 전통 - 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모든 노동자들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