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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방향타 : 3호_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노동계급운동의 투쟁방향
 정책위  | 2009·07·27 01:02 | HIT : 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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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노련에서 발행한 <사회주의자> 3호에 실린 글입니다.)

    [투쟁과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노동계급운동의 투쟁방향

    오민규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전 세계 경제위기는 이미 세계대공황의 초입부에 들어서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7천선이 무너지고 코스피 지수가 1천선이 붕괴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00원대를 넘보고 있고 원-엔 환율도 100엔당 1,600원을 넘나든다. 환율과 주가가 이토록 요동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기자본들이 일제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투자금을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있으며, 일본의 투기자본이 동아시아를 피해 자국으로 되돌아가는 현상 때문에 엔화 가치도 덩달아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달러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달러화 가치가 실제 평가치보다 훨씬 높게 계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재무성에서는 구제금융에 들어갈 돈이 부족해서 24시간 풀가동을 해가며 달러화를 찍어내고 있는데, 오히려 달러화 가치는 올라가고 있다면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처럼 달러화와 엔화의 거품이 만들어질 경우 미국과 일본 시장으로 수출되는 상품의 단가가 내려가게 되어 미국과 일본에서 소비가 진작되도록 만들어주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IT 버블과 부동산 거품이 그러했듯이, 이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달러화 수량이 그 거품을 걷어내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달러화 거품이 폭삭 가라앉는 순간, 전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대공황의 수렁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세계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의 정부와 자본가들이 그렇게 하듯이, 공황과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도 제조업/건설업/금융업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제조업의 3,4,5차 하청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하청공단에서는 가장 먼저 이주노동자들이 쫓겨나는 것을 필두로, 물량과 일감이 떨어진 중소영세업체의 부도로 하청노동자들이 집단해고 당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와 조선사들 역시 부도와 집단해고의 비명소리들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구조조정의 흐름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제조업의 ‘꽃’이자 노조운동의 주력업종이기도 한 자동차산업에도 비정규직 우선해고와 감산·휴업이라는 형태로 번지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에쿠스 단종, 수출물량 축소·감산 등으로 지난해 11~12월 두 달 사이에만 비정규직 노동자들 수백 명이 해고되었다. 쌍용자동차에서는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강제로 희망퇴직이란 방식의 정리해고를 당했다. ‘먹튀자본’ 상하이차가 사실상 철수하며 파산상태에 직면한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단기계약직, 한시하청, 아르바이트 등 더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의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가장 먼저 쫓겨났다. 올해 생산계획에서 25~30% 감산을 계획 중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상반기에만 무려 2천명의 사내하청이 해고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GM대우차는 미국 ‘빅 3’의 운명에 따라 공장의 향배가 정해질 상황에서, 장기휴업이 이어지는 부평과 창원의 몇몇 조립공장에서 비정규직 집단해고가 예상되고 있다.

    이 글은 한국의 자동차산업 현황이나 전망에 대한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가들조차 현황과 전망을 예측하지 못하여 운영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과욕이라 하겠다.

    대신 한국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방식, 정권과 자본이 경제위기와 대공황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가하고 있는가 하는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노동계급운동이 공황기에 맞서 어떻게 노동자살리기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가 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

    1. 한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온 순서

    -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부터 공격하기 시작하여 차츰 상층부 노동자들 쪽으로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대량해고 현황 (도표생략)

    (1) 노조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생존권 공격

    아직 자동차산업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등 눈에 보이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보고되고 있지는 않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에서도 이러저러한 소문은 많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이 공표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아 보고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구조조정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이라는 공격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먼저 들어왔는데, 완성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3·4·5차 하청업체들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부터 쫓겨났다. 그 다음으로 부품사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점차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있다.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이 공격을 하는 특징은,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가장 약한 부위, 즉 미조직 부문을 먼저 내쫓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내하청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곳에서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공격도 미루고 있다. 맨 먼저 쫓겨나기 시작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한시하청·단기계약직·산재대체직·아르바이트생 등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을 비롯,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이 대부분이다.

    1998년 IMF 위기 당시에는 현대자동차라고 하는 한국 최대·최강의 노동조합과 일전을 불사하며 정리해고를 밀어붙였던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의 공격양상이 분명히 달라진 것이다. 자본 측이 흘리는 소문 중에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이 말 앞에 “당분간은”이라는 단서가 생략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대적으로 이뤄졌는데,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고 보고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짤려나가도 비명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 노동조합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앞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대량해고 현황’에 나와 있는 표의 수치들은, 모두 현장 활동가들이 직접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한 자료인데, 따라서 활동가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부분을 감안하면 대량해고 현황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중에서 현재까지 해고된 35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비조합원들이었다.

    GM대우차 부평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각각 100여 명, 300여 명이 쫓겨났는데 그 형식은 모두 희망퇴직이었다. 그런데 희망퇴직이 공고되면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그에 응하지 않고 현장을 사수하려 했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그만두는 쪽은 거의 대부분 비조합원들이었다.

    (2)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노조활동 탄압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양상이 미조직 부문에 대한 고용과 생존권 공격이었다면, 2월 중순부터 자본의 공격 양상은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그동안 미뤄두었던 조직된 부문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신호탄은 2월 중순에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벌어진 대공장 사내하청노조들에 대한 탄압이었다.

    2월 19일 오전 7시 40분경, GM대우창원비정규지회 해고자가 정기적으로 제작해 배포해온 ‘노동자의 목소리’ 35호를 출근시간에 배포하던 중, 원청 노무관리자 4명이 와서 선전전을 강제로 제지하고 선전물을 강탈하여 공장 앞 하천에 뿌리는 탄압을 자행했다. 정규직 조합원이 출근하다 탄압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노무관리자들은 이에 아랑곳않고 선전물을 탈취해갔다. 이전에도 민감한 시기(정규직 임단투 등)에는 사측 관리자들이 나와서 협박을 하고 가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막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이번 탄압에는 창원공장 노무관리 총책임자인 팀장이 직접 나섰다.

    같은 날 오후 3시경,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트럭부의 예진기업이라는 업체에 소속된 조합원 6명에게, 사측이 징계위 회부 통지서를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그 사유가 참으로 기가 막힌데, 2월 11일 금속노조의 양재동 상경투쟁집회에 참여한 것 때문이란다. 당시 조합원들이 사측의 연월차 휴가 불허 방침을 어기고 연월차를 쓰고 상경투쟁에 갔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2월 20일 중식시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엔진 물량부족을 이유로 엔진부 비정규직 전원(130명)에 대한 정리해고 음모에 맞서 엔진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차체식당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원청 노무팀 수십 명이 출동하여 피켓을 빼앗으려 하는 등 물리적으로 선전전을 가로막았다. 정규직 노조간부들이 달려 나와 충돌은 확대되지 않았지만, 해고자인 아산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이 선전전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빌미로 사측은 해고자에 대해 ‘출입금지’ 통보를 했다.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리해고·권고사직·희망퇴직이라는 형식으로 생존권을 직접 공격했다면, 조직된 부문에 대한 첫 번째 공격대상이 된 사내하청노조들에 대해서는 노조활동 탄압이라는 형식으로 노동기본권을 공격한 것이다. 곧바로 생존권 공격으로 돌입할 경우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조직된 노동자들은 대대적인 저항을 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우선 노조활동·노동기본권 탄압의 칼을 들이민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업종은 아니지만, 얼마 전 자본가들의 요청으로 노동부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소속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문제 삼으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조에서 내보내라”고 자율시정명령을 내린 점, 만일 시정하지 않으면 노조 설립필증을 회수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해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비정규직노조들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제압하기 위해 노동기본권을 공격하는 것이다.

    (3) 마침내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생존권 공격으로!

    2월말과 3월초가 되면서 자본가들의 공격은 이제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공격의 형태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물론 조직노동자 전반에 대한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공세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동안 고용에 대한 공격은 매우 자제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미묘한 변화라 하더라도 중요하게 다뤄보아야 한다.

    자동차업종은 아니지만 김치냉장고를 생산하는 충남의 위니아만도가 조합원 440명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22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2월 25일 노동부에 신고했으며, 법정시한 30일 후인 3월 25일 정리해고를 강행할 태세다. CVC라는 해외투기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위니아만도 역시 쌍용자동차 사태와 유사하게 이윤만 쏙 뽑아먹고 되팔아먹는 자본의 투기놀음에 노동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완성차 사내하청에서도 동일하게 시작되었는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델타엔진 생산부서가 물량의 현격한 축소로 인해 거의 생산라인이 가동되지 않게 되자, 그 부서의 사내하청업체인 유진기업 측에서 3월말 폐업설을 유포하고 있다. 델타엔진 생산이 중단될 경우 생존권 위협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총 130여 명이며, 특히 유진기업 노동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조합원들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변속기 부서 일부가 장기휴업이 시작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난해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는데,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조합원들이 사측의 무급휴직 방침을 거부하고 투쟁을 전개하자 “무급휴직을 거부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실상 정리해고 협박을 시작했다.

    3월 6일에는 쌍용자동차 6개 사내하청업체가 35명의 장기휴업자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본래 지난해 말 쌍용자동차는 비정규직을 우선해고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이러한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 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되었으며 조합원들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투쟁했다. 그러자 희망퇴직을 거부한 핵심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장기휴업조치를 단행했다. 따라서 장기휴업자에 대한 정리해고 통보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핵심 간부와 조합원들에 대한 집단해고 조치에 다름 아니다.

    쌍용자동차와 위니아만도 사례는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자본가들의 공격변화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서 주목해 보아야 한다.

    위니아만도 사례는 좀 돌출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3월 초가 되면서 자동차산업 부품사들에서 일제히 희망퇴직·인원축소·정리해고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완성차에 불어닥친 감산·휴업이 부품사에 미친 여파는 ―조직된 부문에 한해서이겠지만― 순환휴가 또는 순환교육 형태였다. 어쨌건 고용은 유지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제 공격 양상이 고용을 직접 공격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례 역시 상하이차의 철수 협박이 벌어지던 시점까지도 강제휴업된 조합원들에게는 70%의 휴업급여가 지급되는 등 고용유지가 이뤄지고 있었으나, 그 시기가 3개월 가까이 지속되다가 끝내 정리해고의 칼을 들이밀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완성차 사내하청에 대한 공격은 항상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이제 공격의 칼끝이 점차 대기업 정규직으로 옮겨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 조직된 부문에 대한 노동기본권과 생존권 탄압의 결합 사례

    한가지 더 사례를 들어보자면, 자동차산업과 연관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비정규직 단위가 있는데, 바로 완성차를 실어나르는 카캐리어 부문으로 현재 화물연대로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투쟁은 유가폭등으로 인한 생활고가 기폭제가 된 것이기는 하지만, 대중투쟁이 파고를 높이면서 화물운송 분야의 다단계 알선, 다단계 하청구조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올라온 바 있다. 특히 카캐리어 부문은 최근 몇 년간 분쟁의 핵심에 서 있었고 지난해의 경우 화물연대의 파업에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와 화물연대가 정면충돌 일보직전까지 치달은 바도 있다.

    각 재벌들별로 자신들이 세운 대형 물류회사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현대기아차그룹은 글로비스, 삼성그룹은 삼성로지스틱스, LG그룹은 하이로직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파업 당시 정부가 파업을 무마시키기 위해 대형 물류회사들에게 자차 비율을 높이라는 요구를 한 적이 있으며, 대표적으로 글로비스 측에 자차 비율을 대략 50% 수준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는데, 글로비스는 이를 일부 수용하여 30% 선으로 자차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중요한 개혁요구이기도 했던 이 문제가 공황기가 되면서 자본가들의 손에 닿자마자 자본의 공격수단으로 돌변했다. 글로비스가 자차 비율을 높이려면 결국 지입차주들의 차량을 사서 차주를 직접고용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당연히 비조합원들의 차량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게 된다.

    그러다가 공황기가 오면서 자동차 생산이 급속하게 줄어들게되자 물동량도 따라서 줄어들게 되었고, 글로비스는 우선적으로 자차에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일감이 팍팍 줄어들면서 고용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글로비스를 상대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불만이 차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에 투쟁이 벌어진다면 글로비스를 상대로 하는 싸움이면서도 실제로는 현대기아차를 상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싸움이 될 것이며, 자동차산업과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비정규직 부문 중 하나이므로 주목해봐야 할 부문이 될 것이다.

    이 사례는 노동기본권 탄압과 생존권 탄압이 교묘하게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현재 미조직 비정규직 부문은 생존권 탄압, 조직된 비정규직 부문은 노동기본권 탄압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글로비스 사례는 조직된 비정규직 부문에도 노동기본권 탄압에서 생존권 공격으로 옮겨붙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2. 자본의 공격은 왜 아직 대기업 정규직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이 경제위기와 공황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어떤 순서로 전가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았다. 우선 그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비열하게도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인 미조직 부문, 중소영세 부문과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해 2월 중순부터는 조직된 부문을 건드리기 시작했는데 그 공격의 형태는 직접적인 생존권 공격이 아니라 노동기본권에 대한 공격이었다. 그러한 흐름은 3월이 되면서 서서히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공격으로 옮겨붙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공격의 양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문인 대기업 정규직, 즉 자동차산업의 완성차 정규직을 향한 생존권 공격은 잔업·특근 축소, 작업시간 단축, 일시 휴업 등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질 뿐 아직 전면적으로 시작되고 있지는 않다. 사실, 현장에서도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우리들은 안전하겠지” 하는 의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비정규직을 안전판이라 생각하는 중후진적인 의식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자본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아직 그러한 노림수를 읽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자본가들은 대기업 정규직 부문이 아니라 미조직 부문과 비정규직 부문에 대한 공세에 상대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비정규직 부문에서도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아주 늦게 시작된 편에 속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선 현재의 시점이 공황기 초입부에 들어섰다는 점, 따라서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에 대해서 먼저 서술하고, 자본가들이 어떠한 이유로 공격의 순서를 이렇게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 : 강한 전염성

    공황기 노동자투쟁의 특징을 일반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모순이 최고도로 달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정세는 분명한 혁명적 위기상황으로 치닫지만, 노동계급운동의 주체적 준비 정도에 따라 공황기 노동자투쟁의 양상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공황기 초입부의 노동자투쟁 특징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자본주의 모순이 옷을 벗고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 시기는 엄청난 사회적 변화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식이 비상식이 되고, 평화로운 시기에는 우연적인 것들이 이제는 필연이 되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정도의 사회적 변화가 벌어지는 시기에는 노동자투쟁에도 많은 변화가 벌어지게 된다. 노동계급을 상대하는 자본가들의 대응양상, 국가권력의 행동양식에도 변화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양상이 어떠한가, 변화의 방향이 바람직한 것인가 여부를 떠나서, 이 정도의 사회적 격변은 자연스럽게 노동자투쟁 전반의 변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양상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공황이 깊어질수록 노동자투쟁은 깊은 침체와 수렁에 빠지기도 하고, 반대로 혁명적인 분출과 역동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공황이 깊어졌을 때 노동자투쟁의 변화를 기대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기 마련이지만, 공황기 초입부에는 투쟁양상의 상당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계급운동의 주체적 준비정도와 역량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된다.

    그렇다면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 중에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 무엇일까? 그것은 앞서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의 공격양상이 과거와 많이 다르다고 설명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자본가들이 노동계급의 대중투쟁을 조절하고 관리하려는 데에는, 그들 역시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이 시기 “어느 한 부문에서의 작은 대중투쟁의 불꽃이라도 다른 부문으로 쉽게 옮겨 붙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하나의 노동자투쟁이라 할지라도 주변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평상시보다 커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공황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노동자투쟁은 주변부 노동자들에게 이러저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공황기의 초입부에는 공황이 시작되기 직전과 비교했을 때 모든 것이 변화하며 속도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 사회적 격변만 살펴보아도 물가·유가·금리·주가지수·부동산경기 등 주요한 경제지표들의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뀐 것 때문에, 정권교체가 가져온 변화처럼 착시현상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이른바 ‘MB악법’으로 불리는 법·제도적 변화 또한 공황기에 자본가권력이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행하는 조치들이다.

    작업장에서의 변화 또한 임금과 노동조건만이 아니라 노동시간·노동강도에도 큰 변화가 오고, 무엇보다 고용 자체에 심각한 변화가 몰려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주위에서 벌어지는 노동자투쟁 하나하나에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얼마 전 신정과 구정을 앞두고 다수의 투쟁사업장이 속속 타결을 했던 것도 연관이 있다. 신정을 전후하여 코스콤비정규지부와 신용보증기금비정규지부가 타결되었고, 구정을 앞두고 현대미포조선·강남성모병원비정규직투쟁·철도비정규직투쟁에서 자본가들은 거의 동시에 (타결을 목표로) 교섭안을 제시했다. “거의 동시에” 던져졌다는 것은, 투쟁사업장 전반에 대한 정리가 개별 자본가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기보다 총자본, 혹은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교섭안 또는 타결안의 수준은 애초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많이 모자라는 것이었지만,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일정한 양보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록 투쟁사업장의 조직력과 파괴력은 크지 않았지만, 그들의 투쟁이 지속될 경우 불씨가 미조직 부문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이 두려웠기에 정리 수순을 밟으려 했던 것이다.

    투쟁사업장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투쟁사업장의 ‘근처에서’ 새로운 투쟁사업장들이 조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정과 구정을 거치면서 주요 비정규투쟁사업장들이 정리되면서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세우는 동력”은 많이 유실되었다. 대신 새로운 비정규투쟁사업장들이 조직되어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명지대 행정조교들에 대한 계약해지가 2월 28일로 다가오면서 대학노조 명지대지부가 조직되었고, 결국 집단해고 당했으나 그에 맞서 천막농성이 지속되고 있다. 법원의 외주화 계획에 따라 속기사들이 조직되었으며, 오페라하우스에서 ‘연습생’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합창단 노동자들이 싸움을 시작했다.

    그런데 새로운 투쟁사업장들에는 공통점들이 있다. 속기사들이 조직된 법원은 강남성모병원에서 불과 3~4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또한 법원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양재동 예술의 전당이 위치하는데, 그곳에서 오페라하우스 합창단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명지대는 작년에 청소용역·경비·시설관리 노동자 등 비정규직투쟁이 상당한 파고를 올리며 전개되었던 연세대의 인근에 위치해 있다.

    오페라 합창단은 공공서비스노조, 법원 속기사는 법원공무원노조, 명지대 행정조교는 대학노조 등 속해 있는 산별은 다르지만, 이들 사업장 모두가 지난해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주요한 비정규 투쟁사업장의 근처에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곳이 타오르면 곧바로 주변부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과 관련하여 자동차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 중요한 사례 중 하나가 경주 외동공단 인지컨트롤스지회 투쟁이다.

    지난해 여름 경주에서 다스(DAS) 노동자들이 18년 어용노조 굴레를 벗고 파업투쟁으로 어용노조를 민주화시키며 당당하게 금속노조 가입을 쟁취한 바 있다. 다스가 위치한 경주 외동지역은 미조직 사업장들, 특히 울산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부품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사업장(약 600명)인 다스에서 처음으로 민주노조가 들어선 것이다.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는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경주 외동공단에서 인지컨트롤스(11월)와 청우(12월)라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금속노조로 조직된 것이다. 최근 인지컨트롤스지회가 사측의 물량 빼돌리기와 노조탄압에 맞서 2월 5일부터 파업을 시작했고, 사측은 2월 9일부로 직장폐쇄를 단행했지만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었다. 청우지회에서도 유사한 탄압이 벌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이러한 탄압이 부품사업장 전면 공격으로 나아가는 전초전이라 인식하고, 12일과 17일 확대간부 4시간 파업과 함께 18일 경주지부 전 사업장 4시간 파업, 19~20일 경주지부 전면파업을 결의했다.

    교섭국면을 여는 조건으로 파업이 유보되면서 끝내 경주지부 총파업이 결행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정권에서는 이 투쟁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한편으로는 공권력 투입과 대대적 체포영장 발부 등의 협박을 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지컨트롤스 자본이 타협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자본가들 역시 총력전이었는데 경주지부 몇몇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총파업에 동참할거면 폐업을 각오하라”는 식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본가들은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이 강한 전염성을 갖고 퍼져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다. 만일 경주지부 총파업이 단행되었다면 대대적 탄압으로 인한 노조 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총파업으로 인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완성차 라인이 중단되는 등 투쟁의 파급효과 또한 대규모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투쟁의 파고가 올라감으로 하여 총파업의 결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면, 근처의 미조직 부품사들 곳곳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등 전형적인 87년 대투쟁의 외동공단판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자본가들도 총론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미조직 단위부터 공격하며 대중투쟁을 통제하려 한다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을 이렇게 규정한다면, 자본가들이 어째서 조직노동자, 특히 대기업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미루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아래에서 몇 가지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너무 일찍 단행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감산과 휴업, 복지축소와 임금삭감 등의 공격이 진행되고 있지만 조직노동자들의 저항이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현장은 얼어붙어 있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노동자들이 분명히 간직하고 있는 의식, 마지막까지 잃지 않고 있는 의식이 하나 있다. 만일 고용에 대한 공격이 단행될 경우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와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사태를 겪었던 조직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합의 지침을 끝까지 사수해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비록 2~3년 고통스런 과정을 겪었지만 투쟁을 통해 다시 현장으로 복직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오히려 노조 지침을 어기고 희망퇴직으로 나갔던 노동자들은 ‘노란봉투 복직투쟁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오랫동안 복직투쟁을 벌였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따라서 복직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무리 미덥지 못하더라도 그나마 노동조합을 믿고 싸우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점을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내하청노조로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 바로 옆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지난 6년여 노조활동과 투쟁의 경험 속에서, 그들 또한 고용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이들의 고용을 투쟁으로 지킬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끝내 투쟁에 패배한다 할지라도 이들이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자본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부터 밀어낸다”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등,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단순히 화폐로 환산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만들 것이다.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또한 경제위기와 공황을 틈타 법·제도적으로 노동유연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노동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법 개악안을 입법예고하며 4월 국회 강행통과를 주문하고 있는데, 정부와 자본은 특히 파견허용업종 확대를 통해 자본가들이 언제든지 노동자를 짤라내고 파견노동·임시노동을 모집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려는 목적으로 법 개악을 밀어붙이려 한다. 또한 노동유연화에 저항하는 노동조합들의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둘째, 이것은 첫째 이유와 긴밀히 연관된 것인데, 만일 어느 한 부문에서라도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이 솟구칠 경우, 자본가들은 그것이 더 큰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자본가들이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전을 미루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수많은 연관과 연쇄사슬을 갖고 있어서 대중투쟁이 쉽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산업은 부품사 하나가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도산하여 생산이 중단되면 곧바로 완성차 생산라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한 연쇄사슬을 갖고 있다.

    여기에 어느 한 부문에서라도 대중투쟁이 솟구치게 되면, 그 투쟁을 바라보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이야 현장이 너무 얼어붙어 있어서 활동가들조차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어느 부문의 노동자들이 대중투쟁을 전개하게 되면 얼어붙은 현장의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울산 효문공단의 자동차 부품사인 덕양산업에서 정규직에 대한 50명 희망퇴직을 공고하고, 인원이 차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공격이 들어왔지만, 자본이 공언한 것과 달리 목표인원의 절반도 안되는 인원(23명)이 희망퇴직에 응했을 뿐임에도 끝내 정리해고를 강행하지는 못했다. 당시 덕양산업 지회는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있었는데, 만일 정리해고가 단행되어 파업이 현실화되었다면 곧바로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될 상황이었다. 생산라인이 중단되면 완성차 노동자들은 당연히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관심을 표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덕양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소식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고, “우리도 다시 팔을 걷어붙여 보자”라고 용기를 내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지난 연말 강남성모병원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식권 색깔을 분리하는 차별, 통근버스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좌석을 분리하는 차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야식시간 비정규직에게 빵을 지급하지 않는 차별 등의 비정규직 차별사례가 폭로된 적이 있는데, 언론사들은 과거 미국에서의 ‘흑백인종 분리’를 보는 것 같다는 상상력까지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지난 10여 년 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극심한 비정규직화·사회양극화로 말미암아, 어느 하나의 불씨라도 강한 사회적 폭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본가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심지어 조·중·동은 연일 경제위기가 심해지면 밑바닥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떠들어대기까지 한다.

    앞에서 소개한 경주 외동공단 인지컨트롤스지회의 투쟁 역시, 자본가들이 총공세로 짓밟겠다고 마음먹고 공격을 진행하기보다 마지막 순간에 타협안을 제시해 무마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물론 타협안은 결코 노동자들의 애초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앞서 강남성모병원·철도비정규직·현대미포조선 투쟁사업장의 사례처럼 이 타협안에는 자본의 양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경주지부 총파업까지 단행되는 상황을 맞이할 경우, 대중투쟁의 여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렇듯 자본가들은 대중투쟁·계급투쟁이 역동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관리·통제하고 억누르려 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정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대중투쟁이 터져 나오면 공권력을 동원한 야수적인 탄압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공격할 수단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대중투쟁이 삽시간에 더 큰 부문의 노동자투쟁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직 공격의 속도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이 강한 전염성과 휘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가장 두려워한다.

    마지막으로, 자본가들 역시 경제위기와 공황의 심연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서, 스스로의 총론을 완전히 세우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이면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다음해의 생산계획·운영계획을 발표하기 마련인데, 한국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생산계획 발표를 하지 못했다. 올해 1월 9일에서야 노사협의를 통해 생산계획·운영계획을 얘기했지만, 그나마도 올해 전반적인 계획이 아니라 1/4분기 운영계획만을 내놓았을 뿐이다. 지난 1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현대차 2009년 경영환경전망’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이 즉시 대응체제, 단기생존능력, 유연성 제고를 강조한 바 있다.

    ○ 이번 경기 침체의 폭과 기간이 예상보다 심각, 특히 올해 상반기 최악의 상황 전개 → ‘단기적인 생존능력 확보’가 절실

    ○ 생존능력 제고 : 시장 상황변화에 즉시 대응 체제 구축 → 유연성 제고

    그래서 자본가들은 1차적으로 짤라내도 ‘악’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먼저 감행했다. 아울러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또한 곧바로 고용에 대한 공격으로 전면전을 걸기보다 감산·휴업 등 고용불안 이데올로기를 현장에 조성하고 위기의식을 조장함으로써, 그동안 노동조합의 반대로 밀어붙이지 못했던 다양한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배치전환의 자유,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개의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생산 도입, 임금과 복지에 대한 삭감 등 ….

    이런 양상은 현대기아차만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이나 거대 공기업들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나 삼성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특히 현대차가 1/4분기 운영계획만을 내놓은 배경에는, 아마도 미국의 ‘빅 3’ 운명이 결정되는 3월 말을 지켜봐야 한다는 심리로 읽힌다.

    한국 자본가들도 현재 진행되는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견적’을 아직 구체적으로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1/4분기까지는 자본가들의 대응 양상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그 시간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을 모조리 짤라내고 정규직의 임금·복지·단협을 일부 축소하고 노동유연화를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다가올 공황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본가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초부터 조직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조직노동에 대한 공격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신년사에서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자본가를 대표하는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에게 경제위기와 공황의 고통을 전담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자신이 보기에 자본가들의 구조조정과 공격이 얼마나 미온적이었다고 생각했으면 “대기업들도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까지 했겠는가! 청와대는 연일 자본가들을 향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3) 조직노동자에 대한 공격 유보는 두려움의 표현이면서도 완성차 정규직을 포위하여 제압하려는 자본가들의 장기적 계획을 담고 있는 것!

    자본가들의 공격양상 변화는 한편으로 그들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장기적인 계획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를 분열시켜 분할통치를 시도하는 것이다. 저항능력이 부족한 미조직노동자들을 먼저 공격함으로써, 그들의 분노가 정권과 자본이 아니라 조직노동자를 향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만일 조직노동자들이 당장 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조직 부문에 대한 방어를 하지 않고 조합원 고용에만 치중한다면, 길거리로 내몰린 미조직노동자들의 분노는 실제로 조직노동자를 향하게 될 것이다.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그나마 노동조합의 힘으로 일자리를 유지하는 취업노동자들로부터 실업노동자들이 분리되고 말 것이다.

    그 다음 수순은 뻔하다. 자본가들은 아마도 지금쯤 조직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조합원 고용에만 치중하는 천박한 조합주의와 미조직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공격이 결합되면, 노동조합과 조직노동자들은 집단이기주의로 몰리며 고립을 면치 못할 것임에 틀림없다. 자본가들이 조직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늦추며 준비하고 있는 공세가 바로 이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조직된 사내하청 비정규직노조들조차 미조직 비정규직들이 쫓겨나갈 때 큰 저항을 만들어오지 않았다. 조합원 고용 방어에 치중한 나머지, 미조직 비정규직의 공격에 맞서 함께 싸우지 못했던 것이다. 2월 중순경부터 자본이 조직된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비정규노조에 대한 탄압을 가하더라도 미조직 비정규직 부문이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는 얘기이다.

    만약 미조직 비정규직 집단해고에 맞서 비정규노조들이 제대로 저항을 만들어내고 싸웠다면, 비정규노조에 대한 탄압에 맞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에 동참하고 연대함으로써 조직노동자/미조직노동자의 단결을 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비정규노조들에 대한 탄압의 칼끝이 종국적으로 노리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자본은 비정규노조에 대한 탄압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만일 비정규노조 탄압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싸움에 나선다면, 자본가들은 비정규노조에 대한 탄압을 잠시 미뤄두려 할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이 조직된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정규직 노동자들이 뒷짐을 지고 있다면, 자본은 자신있게 비정규노조를 탄압하는 한편,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시작할 것이다. “제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 “바로 옆의 비정규직도 지켜주지 않는 이들” - 이렇게 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을 포위공격 함으로써 노동조합으로 뭉치려는 힘을 없애려 할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해고가 꾸준히 벌어지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노조(대의원회)가 이러한 사태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합의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규직노동자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비정규직 공정을 차지해서 고용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여과없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수렴되고 있다. 즉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짜르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정규직노조(대의원회)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혀 가고 있는 것이다.

    하청업체 자본가들 또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해고를 정규직노조(대의원회)의 합의 탓으로 의식적으로 돌리고 있다. 정규직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정규직노조(대의원회)에 해고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미조직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노조가 일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해고라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면 저항보다는 희망퇴직이라는 형태로 해고를 받아들이고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정규직노조(대의원회)가 고용을 지켜줄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어찌 해볼 수 있겠느냐’는 체념이 해고에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원청과 하청 자본가들을 향해 표출되어야 할 분노가 정규직노조(대의원회)와 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원망으로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공황기에 해고를 당한다는 것은 곧 생존권을 박탈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그럭저럭 돌아가는 상황에서의 해고는 다른 일터로 자리를 옮기는 문제였지만 공황기에는 지속적인 실업상태를 의미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변속기3부 6속 공사로 무급휴가 중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상황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교육까지 받고 배치됐다가 곧바로 해고당하는가 하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아내 대신 집에서 육아를 담당하기도 하고, 2개월 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하기도 한다. 경제위기 아래서 일자리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해고당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앞으로 6~8개월은 실업급여로 근근이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다. 기본생활조차 유지할 수 없는 최하층의 지위로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다. 이때 이들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다. 그 분노가 자본가들을 향할 것인지 정규직노동자들을 향할 것인지 속단할 수 없는 상태다. 그들의 분노가 자본가들을 향하다면 사회변혁의 힘으로 작용하겠지만 정규직노동자들을 향한다면 그것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파괴하고 야만의 시대를 여는 자본가계급의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상록, 2월 21일 울산 4단체 공동토론회 발제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분노,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중에서)

    최근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태에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비도덕적 행태들이 폭로되고 있다.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간부들이 도박사건에 연루되어 3월 12일 총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3월 10일 울산신문을 비롯한 각종 보수언론들이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수배생활을 하다 잡힌 현대차지부 모 임원에 대한 성매매 의혹을 제기했으며,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권용목 뉴라이트노동연합 지도위원의 죽음을 계기로 그의 글을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라는 이름으로 3월 11일 펴내면서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물론 민주노조운동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알려진 일이 아니다. 폭로되고 있는 내용 중 적지 않은 부분은 사실왜곡에 근거해 있지만, 뼈아프게도 사실인 부분 또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추된 도덕성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 작업이 필요하다는 제기 또한 수년 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보아야 할 게 있다.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러한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폭로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자본가들과 정부가 조직된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직전에, 이러한 도덕성 시비를 통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터뜨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2004~2005년 비정규악법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이 결의되고 집행되기 일보 직전 시점에 항상 현대기아차 노조 간부들의 입사비리 사건이 폭로되었던 점만 기억해도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생존권 공격 ⇨ 비정규노조 노동기본권 공격 ⇨ 조직된 비정규직과 중소부품사업장 부문에 대한 생존권 공격 ⇨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

    자본의 공격이 위와 같은 순서대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완성차를 비롯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서서히 중심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4) 감산·휴업을 반복하며 심리전을 통한 완성차 정규직 포위작전

    앞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 자본은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전면전을 먼저 걸기보다 우선 감산과 휴업 등으로 ‘심리전’을 시작했다. 일자리와 물량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노동자 사이에 단결투쟁의 기운이 아니라 분열과 고용불안 심리를 조장하여, 먼저 이데올로기적인 무장해제를 실시하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무너진 노동자들은 저항의지 자체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본가들은 ‘심리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노조운동의 지도부들(완성차 사업장 대표자, 사업부대표, 대의원들)이 납작 엎드리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감산·휴업에 선선히 합의해주고, 비정규직 우선 해고에 대한 방어망을 치지 않으며, 전환배치·혼류생산을 비롯한 생산 유연화에 동의해주고 있기까지 하다. 고용불안 심리로 완성차 사업장 대부분이 바짝 얼어붙은 냉동고가 되어 있다.

    올해 구정 연휴가 지난 첫 출근일인 1월 30일,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사측이 ‘8+0’ 시스템을 밀어붙이는데 성공했다. 사업부 대의원들이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고 만 것이다. ‘8+0’ 시스템은 공장을 주간만 돌리고 야간조는 휴업을 실시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순환휴직’을 받아들인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생산하는 데 한개 조만 운영하면 된다. 즉 한개 조는 여유인력이다”라는 고용불안 이데올로기를 현장에 확산시키게 된다.

    여기에는 완성차 정규직 사이에 퍼지는 고용불안 이데올로기보다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부품사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완성차 내부에서의 감산과 휴업은 곧바로 부품사와 사내하청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완성차 안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당분간 순환휴직이 벌어지지만, 부품사와 사내하청 쪽으로는 “한개 조가 필요 없으니 절반은 회사를 나가라. 나중에 생산이 정상화되면 다시 부르겠다”고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노조 사업장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현대차 울산 2공장에 모듈을 납품하는 대표적인 부품사는 덕양산업과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한라공조 울산공장인데, 아니나 다를까 울산 2공장의 ‘8+0’ 합의에 따라 곧바로 사측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모조리 ‘8+0’ 시스템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한 개 조의 집단휴가를 밀어붙인 것이다.

    다행히 덕양산업은 노동강도를 낮추는 투쟁을 전개하여 일자리를 지켜냈고, 한라공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다른 공정에 여유인력으로 남는 인원을 배치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등 부품사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당장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동차산업의 강한 연쇄효과 때문에 완성차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부품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덕양산업 투쟁사례는 별첨한 [보론] 참조)

    이렇듯 감산과 휴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포위공세의 수단을 제공한다. 하나는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서, 물량과 일자리가 없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면서 심리적인 무장해제를 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감산과 휴업이 상당한 파급효과를 갖는 것을 활용하여, 자본가들이 부품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완성차 정규직노동자들이 제 살 궁리만 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현재 상황의 책임이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처럼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이미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휴업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휴업 중인 정규직 노동자들이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일용직 노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 지역의 일용직 노동자들로부터 정규직 노동자들이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자본가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손쉽게 포위하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계급에 속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통해서 말이다!

    3.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어떤 싸움에서도 위태롭지 아니한 법! (知彼知己 百戰不殆)

    지금까지 공황과 경제위기의 전개양상과 함께 자본가들이 노동자에게 어떻게 위기를 전가시키고 있는가 하는 동향을 살펴보았다. 상대방의 계획과 상태를 파악해야만 제대로 된 대응방법과 방책이 나오는 법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항목은, 앞에서 분석한 자본의 동향에 입각해보면 아주 쉽게 공식화할 수 있다.

    (1) 대중투쟁의 조직화라는 영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분석한 것처럼, 자본은 대중투쟁이 솟구쳐 나오는 것, 그리고 하나의 대중투쟁이 불씨가 되어 더 큰 투쟁으로 확산되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이 강한 전염성과 휘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조직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최대한 늦추면서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함께 현장에 고용불안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며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옆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허무하게 쫓겨나는 것을 보면서 조직노동자들로 하여금 “내 고용은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며 움츠리게 만들어 심리적으로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물론 현장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정규직 노동자들 일부는 “임금의 일부 삭감, 복지·단협 후퇴, 비정규직 우선 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물량이 생산라인마다 달라서 고용불안에 휩싸이는데 차라리 혼류생산을 받아들여서 물량을 공평하게 나누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말미암아 자신감을 잃고 투쟁의 전망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바로 현장 노동자들이 심리적으로 무너져있는 상태를 극복해주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함으로써 투쟁의 전망,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해 총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엄청난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일자리를 지킬 뿐만 아니라 늘리자! 얇아진 월급봉투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되니 물량에 관계없이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주거를 실현하여 생계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자! ……

    대중투쟁 조직화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아주 중요한 대중투쟁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자본가들이 폐업이냐 양보냐 하는 협박을 해오는 상황에서도 “뭉쳐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의식으로 똘똘 뭉쳐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의외로 승리하는 사례도 많다는 사실이다. (작지만 승리를 만들어낸 투쟁사례들을 [보론]으로 묶어 별첨하였음)

    이 점 역시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투쟁의 특징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데, 개별 단사에서의 노동자투쟁이 대중적으로 터져 나올 경우 그것이 주변부로 전파될 것을 우려한 자본가들이, 대중투쟁의 파고가 높아지기 전에 지금 시점에서는 일단 양보를 통해 서둘러 무마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승리는 매우 잠정적인 것일 뿐이며, 따라서 공황의 심연이 깊어질수록 자본가들은 다시 공세를 취해올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중투쟁을 통해 승리를 거머쥔 노동자들의 계급적 자신감 또한 고취되기 마련이다.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서서히 자본의 공세를 체감하며 위기에 맞서 싸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쌍용자동차가 일방적으로 휴업에 돌입하자 노조는 월·화 전 조합원 출근지침을 내리고 공장 내 집회를 개최했는데, 많은 때에는 무려 2천여 명의 조합원이 멈춰선 공장에 출근하여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사측이 버스부 2교대를 사실상 1교대로 돌려야 한다고 얘기하고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 합의마저 번복하려 하자, 지난 1월 16일 퇴근시간에 집회가 열렸는데 여기에도 무려 2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기아자동차가 잔업시간 임금을 주지 못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조기퇴근을 유도하자,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는 잔업시간 현장을 지키며 수많은 조합원들이 집회를 진행했다. (위에 열거한 집회들에는 당연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동참했다.)

    물론 투쟁의지가 후끈 달아올라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집회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 조합원들은 “왜 노동조합이 이렇게 늦게 나선 거냐”며 불만과 비판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아직까지 노동조합이 투쟁을 선언하고 지침을 내보내면 그 지침에 성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자본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인데, 아직 혼자서 나서기는 겁이 나지만 그래도 노동조합이 나서서 싸운다면 동참하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한 것이다.

    (2) 아울러 그러한 대중투쟁을 더 넓은 부문으로 확산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는 다양한 투쟁들의 분위기와 양상을 전국의 모든 공장 노동자들이 알 수 있도록 소식을 전하고, 이제 서서히 노동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일어서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이미 쌍용자동차와 현대차 사내하청 부문은 대중투쟁이 예고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한 불씨들을 소중히 사수하면서 점차 넓히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쌍용자동차는 사실상 파산 상태지만 노동자들은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개최하고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려 한다. 어쩌면 거의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미국 ‘빅 3’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는 GM대우차 노동자들이다. 그렇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수십, 수백 명이 GM대우차 공장 앞에서 “자본이 파산한다고 노동자도 함께 파산하라는 법은 없다. 뭉쳐서 싸우면 희망이 있다”는 출퇴근 선전전과 집회를 갖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움츠려있는 GM대우차 노동자들도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씩 키우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공동투쟁의 길을 선택해갈 것이다. 어차피 멈춰선 공장에서 파업 전술이 힘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오히려 이 투쟁의 확산을 위해 나서는 기획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사측이 벌이는 탄압 역시 조만간 울산과 아산공장으로 확산될 것이기에, 전주공장 노동자들이 울산과 아산공장 앞에서 출퇴근 선전전과 집회를 갖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주공장 2교대를 1교대로 바꾼다는 것은, 곧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몰아내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전환배치 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전국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주공장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GM대우 부평공장에서도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한다는 소문, 그러면서 비정규직 전원을 내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만큼, 전주공장 사례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접근해야 한다.

    (3) 다음으로 가장 낮은 곳부터 고통을 전담시키는 자본의 공격에 분명한 반대의지를 천명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하며 “조합원 고용만 지키면 된다”는 천박한 조합주의와 절연해야 한다

    지금 자본이 첫 번째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조직 부문, 즉 아르바이트생·산재대체·단기계약직(한시하청)을 비롯한 비조합원들에 대한 해고부터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앞에서는 미조직 부문이 가장 먼저 쫓겨나고 있다는 얘기를 매우 건조하게 했지만, 사실 이 얼마나 비열하고 비겁한 짓인가! 가장 열악한 처지에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노동자들,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부터 공격하고 있다니 말이다!

    물론 이 부문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기 매우 어려운 부문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회사가 나가라고 하면 순순히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설득과 조직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 부문을 방치하고서 어떻게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을 외칠 수 있겠는가! 끝내 조직화와 투쟁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싸움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 속에 투쟁의 전망을 모색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들도 수많은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특히 노동자들이 가진 역량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경우에 많은 실수가 벌어진다. 미조직 부문에 대한 공격이 얼마나 파렴치한 짓인가 하는 점을 분명한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내고, 항의·폭로·규탄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자본가들이 이 부문을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조합원 고용만 지키면 된다”는 천박한 조합주의와 절연해야 한다. 미조직 부문에 대한 공격을 방치한다면, 결국 그 후과는 반드시 조직노동자들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미 공황의 전개양상은 조합원 고용조차 지킬 수 없는 수준과 속도로 치고 들어오는 중이다. 전체 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으면, 조합원 고용조차 지켜낼 수 없다.

    물론 당분간이긴 하지만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미루고 있는 지금이 바로 “노동조합으로 굳게 단결하면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선전을 강화할 때이다. 그 기간은 결코 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또한 아주 작은 투쟁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승리로 이끌려고 노력함으로써 전체 노동자대중에게 투쟁의 전망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4) 대공황의 책임은 자본가들의 탐욕과 무정부성을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노동자에 대한 책임전가·고통전담에 단호히 맞서 싸운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사례에서 우리는 분명히 확인했다. 이 사태의 책임은 분명히 노동자에게 있지 않으며 정권과 자본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노동자들은 분명히 상하이차 자본의 ‘먹튀’ 가능성을 경고하며 싸운 죄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노동자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사례에서도 똑같이 확인할 수 있다.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본래 주간근무만 하던 공장이었으나, 2년 전 현대차 자본은 버스부 생산시스템을 주야맞교대로 전환할 것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야간근무 도입을 막아야 된다”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반대하며 싸웠지만, 자본가들은 온갖 언론을 동원하여 현대차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 세력인양 몰아붙이며 야간노동과 2교대제 도입을 관철시켰다. 야간노동 도입에 전북 도지사를 비롯한 보수정치세력까지 나서서 자본가들의 이윤놀음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버스가 팔리지 않으니 다시 주간근무로 돌려야 한다며 인원감축을 기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피해자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공황과 경제위기의 책임은 분명 자본가들의 탐욕, 그리고 노동자의 저항을 찍어누르며 자본가들의 이윤추구를 보호하고 있는 정부에게 있다.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사실에 대해 쌍용차 국내경영진도 고백하고 있는 정도인데, 그렇다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행정관료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까?

    쌍용자동차 사태의 책임은 산업은행과 정부가 져야 한다! 따라서 쌍용자동차를 즉각 몰수·국유화하여 쌍용자동차 원·하청 노동자 모두의 고용을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는 요구는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대공황과 경제위기로 인해 파산하는 기업 전반에 대한 국유화를 요구하고, 국유화한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통제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위기를 불러온 자본가들에게 다시 그 기업의 통제권을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5) 고용형태를 넘어선 자동차산업 노동자 전체의 단결, 사업장을 넘어선 더 큰 단결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공황과 경제위기 아래서 임금·고용에 대한 방어적 수준의 대응조차 사업장 단위의 대응, 일상적 임단투로는 가능하지 않다. 물론 우리는 사업장 단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지만, 사업장을 넘어선 더 큰 단결과 연대로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런 전망도 열어낼 수 없다.

    사업장을 넘어선 투쟁의 전망을 반드시 열어내야 한다. 물론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여러 계기들을 통해, 수많은 전투의 경험들을 통해서만 주어질 것이다. 작은 전투 하나가 전국 노동자들의 마음을 달궈올릴 투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하나하나의 전투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그 투쟁의 추이를 하나부터 열까지 추적하며 분명한 평가를 통해 다음 전투에 노동자들의 집단적 경험을 녹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 정규직과 사내하청·부품사 노동자 모두가 단결해야 한다. 자본의 고용형태 분할을 넘어서는 단결만이 노동자들의 저항에 역동성을 부여할 것이다. 이미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 단위의 공동투쟁뿐만 아니라, 활동가들과 평조합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경제위기와 공황의 진짜 책임자들인 자본가들의 적반하장 공세! 물러설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두 가지 길밖에 없는 상황에 서 있는 지금! 노동자들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할 때만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6) 자본의 공격 양상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기록을 통해 다음 투쟁에서의 교훈을 추출하고 적용해보는 자기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자본가들의 공격은 처음에는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공격으로, 다음에는 조직된 부문 특히 비정규노조 부문의 노동기본권·노조활동 탄압으로 이어지다가, 3월에 들어서면서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공격으로까지 옮겨 붙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속도를 보여주는 부문은 자동차산업은 물론이고 전체 산업에서 일부일 뿐이다. 이러한 속도가 전면적으로 모든 부문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과 부문에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공격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으며, 어떤 부문에서는 이제야 노동기본권·노조활동 탄압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자본의 공격이 그런 방향으로 옮아가고 있으며, 위니아만도와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에 대한 공격은 그 신호탄이라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일부에게 가해지는 공격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재 그 일부가 전선의 최선두에 서있다는 점, 그래서 자본의 공격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안을 그저 쌍용자동차비정규지회, 혹은 위니아만도에 쏟아진 공격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본가들이 조직된 비정규직 부문에 이러한 공격의 양태를 응용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퍼부어올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공격들의 양태를 파헤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컨트롤스에 가해진 탄압, 덕양산업에 가해진 탄압, 현대차 사내하청,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쌍용차비정규지회에 가해진 탄압 양상 등을 각각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자본가들이 신이 아닌 이상에야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하지는 못할 것이며, 앞서 진행된 다양한 탄압들을 분석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가면서 자신의 공격기법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 열거된 탄압들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하든지 아니면 몇 가지 탄압사례를 조합하든지 하는 방식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가장 빠르게 진행된 자본의 공격양상을 유형별로 상황별로 분석해 둘 필요가 있다.

    지금 자신의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서는 안 된다. 가장 최선봉에서 싸우다 당하고 있는 동지들은, 뒤에 싸울 동지들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해가면서 중요한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하지 않고 있는 부문은 약간의 시간차만 있을 뿐 조만간 공격이 닥쳐올 것이다. 따라서 최선봉에 있는 동지들에게 아낌없는 연대와 지원의 손길을 내미는 한편, 그 투쟁의 양상과 추이를 빠짐없이 보고 배우면서 향후 스스로의 싸움을 위한 교훈과 지혜를 추출해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공격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노동자들이 매우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무급휴직 상태에서 싸움을 시작한 현대차 울산 사내하청 부성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엔진부 정리해고와 폐업 협박을 받고 있는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 유진기업 노동자들의 경우가 다음 순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겠는가? 그리고 부품사에서 교육과 순환휴직이 벌어지고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현재 탄압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을 놓치게 되면 자신들에게 공격이 닥쳤을 때 참조할만한 어떤 교훈도, 원칙도 놓치게 되고 말 것이다.

    4. 마치며 : 계급적 단결과 대중투쟁 돌파, 관료주의 혁파

    (1) 대중투쟁을 통해 노조 관료의 투항적 지도력 무력화시키며 대안 지도력을 구축해야

    지금까지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는가, 그에 맞서 공황과 경제위기의 책임을 자본과 정권에게 지우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얘기해 보았다. 그러나 대중투쟁으로 쳐올릴 주체세력의 문제를 깊이 다루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현재 이러한 투쟁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등 대중운동 지도부의 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너무나도 관료화되어 있어서, 아래로부터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흐름이 올라오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억눌러 버린다. 지금 거의 모든 산별 공식기구들이 그러한 ‘대중투쟁 통제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중투쟁이 솟구쳐 나오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에 맞선 투쟁이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산별 공식기구들뿐이 아니라 완성차 정규직노조 지도부들 다수 역시 마찬가지 상태에 빠져 있다.

    금속노조는 사실상 올해 중앙교섭 성사를 위한 대중투쟁 돌파를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으며, 공세적인 요구를 내거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 심지어 지도부 일각에서는 ‘공생협약’ 운운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양보를 통한 총고용 보장 논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일자리 나누기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양보교섭의 논리가 지도부를 휘감고 있다.

    심지어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사항조차 집행되지 않는다. 2월 16일 대의원대회에서 현장발의로 올라온 투쟁계획 제안 중 “금속노조 각 투본(사업장투본, 지역투본 불문)은 요구안 발송과 동시에 일제히 현장 거점 천막농성에 돌입한다”는 결의가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결의되었지만, 공동요구안 발송일인 2월 26일 천막농성에 돌입한 사업장투본이나 지역투본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노동자투쟁이 솟구쳐 오르기 위해서는, 공세적인 요구를 대담하게 내걸고 계급적 단결을 실현하는 노동자투쟁들이 몇 차례 극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광범한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던져주어야 한다. 경주의 인지컨트롤스, 충남의 위니아만도 투쟁을 지역 연대총파업과 계급적 단결투쟁으로 상승시키기 위한 노력, 지역의 투쟁사업장들이 공동교육·공동선전에 기반한 공동투쟁을 조직하려는 시도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대중투쟁의 촉발은 그 투쟁의 근처에 있는 주변부 노동자들, 특히 미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동참을 끌어낼 것이다. 공황기 노동자투쟁의 중요한 특징은, 아주 작은 대중투쟁의 불씨조차도 주변으로 쉽게 옮겨 붙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가 계급적으로 단결하도록 만들어주는 매개가 대중투쟁이며, 자본가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투쟁들을 주도하는 노동자투사들이 개량주의 노동자당과 노동조합 관료들의 투항적인 지도력을 무력화시키며 광범한 노동자들에게 대안 지도력으로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계급의 나아갈 전망이 현실의 힘으로 뚜렷하게 드러날 때, 광범한 노동자들이 강렬한 자신감과 투쟁의지를 갖고 떨쳐 일어서는 방식으로 새로운 계급투쟁 고양의 물결은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양보교섭 불가”라는 원칙과 함께 “대중투쟁으로 돌파”라는 분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어떤 동지들은 “자본의 공세가 우리의 힘을 넘어서는데 계속 공자님 말씀처럼 투쟁으로 돌파하자는 얘기를 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한다. 물론 당장 우리의 힘이 자본을 넘지 못하는 명백한 계급적 역관계 때문에, 지금은 힘에 부쳐 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힘이 부친다는 이유로 양보교섭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양보교섭을 통해 일정한 합의안이 도출된다 한들, 그 합의안이 지켜진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는가? 자본가들은 심지어 몇 달 전에 ‘완전고용 합의서’를 써주고 나서도 정리해고 공격을 감행하기도 한다.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바로 그러한 경험이 아니었던가!

    힘에 부쳐서 자본이 노동자를 무시하고 일방통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그것을 합의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면, 자본이 일방통행을 통해 밀어붙인 구조조정은 언제든지 다시 노동자들의 단결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양보교섭을 통해 일정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만다면, 그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수고가 곁들여져야 한다. 그 경우에, 구조조정을 받아들인 지도부와 노동자 대중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대중투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대중투쟁을 통해 쟁취한다는 원칙을 세워야만 한다. 그 경우에 자본가들이 합의안을 뒤집으려 하면, 자본가들 역시 다시 한 번 노동자들의 단결된 대중투쟁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 비정규직을 쫓아낸 자리에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자본의 새로운 공세 : 계급적 단결로 돌파해야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조직노동자 공격을 향한 다음 국면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앞에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 이후에 3월 초부터 조직노동자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아직은 부품사와 사내하청 등 상대적으로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한 곳부터 공격하고 있다.

    그러면서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포위공격 전략을 사용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자본가들은 이제 이 두 가지 공격방식이 결합된 다음 수순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것은 “비정규직을 쫓아낸 자리에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구조조정”이다. 자본가들이 이러한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먼저 GM대우에서는 사측이 오히려 짭수(jph) 다운을 제시하면서 공정의 통폐합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 결과로 상당수의 잉여인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평공장에서만 대략 700~1000명에 달하는 잉여인력을 만들어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상황은 결국 현재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이 대신하는 대규모 전환배치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신차 투입, 모듈화, 차량 단종 등의 소규모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상당수의 정규직 잉여인력을 쌓아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 공세를 삼가고 있기 때문에, 쌓여진 잉여인력에 대한 별도의 조치 없이 휴업이란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비정규직 상당수를 밀어낸 후에 정규직 잉여인력을 그 자리에 배치하는 공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자본가들은 현재 공황과 위기가 가져올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의 구조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이 수립되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목표치가 결정되는 순간, 비정규직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해고·희망퇴직과 함께 비정규직 일자리에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계획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위기를 감내할 수 있는 개별 기업의 재무상태, 비정규직의 규모 등에 따라 이러한 구조조정은 때로 정규직에 대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수반할 것이다. 이를테면 쌍용자동차의 경우 현재 남아있는 비정규직이 채 300명에도 미치지 못해서, 비정규직을 전원 해고한다 하더라도 잉여인력이 더 남는다고 판단할 것이기에 정규직에 대한 희망퇴직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황의 위기가 더 깊어지면 반드시 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감행하겠지만, 지금 국면에서 당장 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따를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이 국면을 최대한 활용하여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생산성 향상에 나서려 할 것인데,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라는 방식을 빼고 나면 정규직에 대한 자유로운 전환배치와 이에 따른 비정규직 집단해고가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조건에 따라 정규직에 대한 희망퇴직이 수반될 수도 있다.

    그러고 난 후에 잠시나마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면 무조건 비정규직을 채용함으로써 고용유연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법 개악안을 밀어붙이며 파견허용업종의 확대, 즉 파견노동 고용을 법적으로 용이하도록 추진하여 조직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법·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에서 자본은 두 가지 노림수를 갖고 있다. 첫째, 비정규직과 정규직 일부를 정리함으로써 구조조정의 목표치를 채우는 것이다. 공황으로 인해 생산이 줄어드는 것을 노동자에게 책임 지우려는 것이다. 다음으로 ―어쩌면 이것이 훨씬 결정적인 이유인데―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꿰어차고 가는 방식을 강요함으로써 정규직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기 위함이다.

    게다가 이러한 구조조정이 강행될 경우,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실제로 꿰어차고 들어간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은 극도로 보수화되기 마련이다. 자신이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아야만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는 것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앞으로 노동조합의 말보다 자본가의 말을 더 신뢰하고 따를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이런 구조조정을 용인하게 될 경우 완성차 정규직노조의 계급적 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어, 노사협조주의와 어용이 득세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공격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자본가들은 올해 임단협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유로운 전환배치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심지어 일정하게 임금인상이라는 양보를 해서라도 자유로운 전환배치를 노조로부터 약속받음으로써, 비정규직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정규직 전환배치를 밀어붙일 것이다. 만일 이러한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공세는 임단협을 전후로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며 정규직에 대한 공세는 임단협이 끝난 후 노동조합이 투쟁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지 못할 때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내 고용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자본의 구조조정에 눈을 감는다 해도, 시간만 좀 늦어질 뿐 결국 완성차 정규직에게까지 공격은 이뤄지게 된다. 해답은 매우 단순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들이 계급적 단결로, 대중투쟁으로 돌파하는 길이다.

    [보론] 공황기 초입부, 노동자들의 단결과 대중투쟁으로 작은 승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례들

    ▲ 감산·휴업 공격에 맞서 노동강도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지킨 덕양산업 투쟁사례

    울산에 있는 덕양산업의 21라인에서는 베라크루즈(EN, 현자2공장), 그랜드 스타렉스(TQ, 현자4공장) 크라쉬패드를 혼류 생산한다. 사측은 현대자동차의 1/4분기 생산량 30% 감산과 노동시간 축소, 공장 간의 물량 차별화(현대자동차 2공장 8+0, 4공장 6+8)로 21라인에 대한 인원 감축(4명)을 시도하려 하였으나, 조합원의 단결로 이를 무력화 하였다. 2월 17일 10명 인원 감축(M/H축소)이라는 2차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라인 조합원들의 1차 저지 후 2월 18일 조합과의 협공으로 이를 저지하였다.

    현대자동차
    주간조 - 2공장 8시간, 4공장 6시간
    야간조 - 2공장 0시간, 4공장 8시간

    덕양산업 21라인
    주간조 - 8시간
    야간조 - 8시간

    ■ 현장노동자들의 일자리 지키기 대응

    - 점심시간 이용 UPH 및 M/H 조합원 교육 진행

    - 작업방법 변경 : 담배 한 대 피우기 위한 돈내기 식 작업에서 탈피하여 생산 물량에 맞추어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몸에 무리 없이 천천히 작업하는 방식으로 작업함으로 인해 일자리 늘리기에 나섰다.

    ■ 결과

    - 현대자동차 : 클릭 생산 감축으로 인해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 일부 휴가

    - 덕양산업 : 21라인의 영향으로 인원 감축이나 휴가인원 없이 8+8 유지

    (‘공황기에 맞서 노동자살리기 투쟁을 전개하는 금속노동자들(울산)’ 토론회 자료집에서 인용)

    ▲ 감산에 따른 휴업을 거부하고 출근투쟁을 전개함으로써 고용을 지켜낸 사내하청 투쟁 사례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에서 TB(클릭) 감산에 따른 휴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 눈여겨볼 만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저항사례가 있다. 성화산업 노동자들은 휴업을 거부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하청자본에게 지우는 투쟁을 전개했다.

    ‘수년 동안 뼈빠지게 부려먹고는 경제가 어렵다고 휴업하다니,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성화산업 노동자들의 주장이었다. 성화산업 노동자들은 하청사장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으며 휴업거부 항의방문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휴업 없이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지켜냈다. 비정규직노동자들 또한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는가!

    (‘공황기에 맞서 노동자살리기 투쟁을 전개하는 금속노동자들(울산)’ 토론회 자료집에서 인용)

    ▲ 물량 감소에 따른 책임전가에 맞서 파업투쟁을 통해 양보를 얻어낸 대구 하청업체 투쟁사례

    지난 2월 중순,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자동차 3차 하청업체 하나가 현대차 에쿠스 단종으로 인한 생산물량 부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파업으로 맞섰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회사가 영세한데 혹시 폐업이라도 하면 어쩌나?”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서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당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밖에 못 받으며 죽어라 일만 했는데, 내 발로 걸어서 나갈 수는 없다”며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노동자들의 단호한 행동에 놀란 하청업체 자본은, 결국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고, 향후 회사 어려움과 관련해서는 노사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주 작은 하청업체 자본을 상대로, 노동자들은 투쟁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경제위기와 공황의 대가를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지불하도록 만든 것이다.

    노동자 한 명의 힘은 보잘 것 없지만, 뭉쳐서 싸우면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올해 들어 이러한 사례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이 싸워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물러서면 자본은 공격을 끝간 데 없이 밀어붙이지만, 결사항전으로 일어서면 자본가들은 그 힘에 놀라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하고 있다.

    (‘공황기에 맞서 노동자살리기 투쟁을 전개하는 금속노동자들’ 유인물에서 옮겨옴)

    ▲ 무급휴직을 거부하고 노동자들의 단결로 고용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사내하청 투쟁사례

    현대차 울산공장 변속기3부 부성기업 23명의 노동자(조합원 20명)들은 6속 공장 공사로 2008년 9월부터 휴가 중이다. 2007년 7월 합의서에는 “비정규직은 지원(파견 등)으로 고용을 보장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파견 갈 자리가 안 나오자 부성 측은 노동자들에게 2주짜리 무급휴가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그리고 2주짜리로 시작된 무급휴가는 벌써 2개월을 넘기며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합의서 위반이며 ‘도발’이었다!

    이에 부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2월 15일부터 더 이상의 무급휴가를 거부하고 합의이행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24일에는 연말성과급미지급분(100%)에 대해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고발을 접수하고, 업체 측에 원하청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참고 기다리기만 했던 부성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2월 20일 변속기3부 부성기업(대표 문기만)이 무급휴가서에 더 이상 서명하기를 거부한 15명의 노동자들(조합원)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그 ‘특단의 조치’가 해고인가? “어디 한번 잘라봐라. 6년에서 9년 동안 쎄빠지게 일해 준 대가가 이거냐? 우리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아느냐?” 이것이 부성기업 노동자들의 의지다.

    하청노동자들이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할 것으로 착각했던 부성기업 측은 노동자들의 저항과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3월 13일자로 연말성과급 100%를 지급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용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없는 상태이며, 2월 15일부터 무급휴직을 거부한 상태니 휴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지급예정일인 3월 15일을 코앞에 두고도 일언반구조차 없다.

    부성기업 노동자들은 만일 휴업급여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일자리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단결의 머리띠를 매고 투쟁의 길을 선택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이지만, 절대로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성과급 지급을 쟁취한 것 자체가 현재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 것이며,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싸우면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소중한 성과를 딛고 전진해 갈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해고저지 공동현장조직위원회 현장 소자보들에서 발췌하여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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