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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어디로 : 노해연-22호] 시장개방문제에 대한 노동자의 태도
 정책위  | 2008·05·12 17:42 | HIT :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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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개방문제에 대한 노동자의 태도

      스크린쿼터제, 농수산물 수입개방, 교육시장개방 등 최근 국내시장개방을 둘러싼 반대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들도 대개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노동자의 입장인가?
      이런 문제제기는 상당히 도전적으로 들릴 것이다. 자본가들이 주로 시장개방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시장개방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민중들이므로 시장개방 반대는 당연히 옳다고 믿는 편견과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가들이 시장을 개방하려는 이유는 전적으로 그들의 이윤을 위해서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 개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을 주로 겨냥하는 대자본가들은 시장개방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하에서 시장개방은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데, 그 사람들의 상당수는 농민이나 어민들처럼 가난한 민중이다.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자본주의적 시장개방에 대해 단순히 찬성할 수 없으며, 시장개방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공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노동자가 단순히 시장개방에 반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항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시장개방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국내자본이냐 해외자본이냐를 막론한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춰져야 하며, 노동자의 대안은 폐쇄적인 민족경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생산체제를 확대하되 이 체제가 노동자들 자신을 위한 생산체제가 되도록 전진하는 것이다. 이상의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스크린쿼터제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국내영화를 살린다는 이유로 스크린쿼터제 사수를 외치고 있다. 교육노동자들 또한 교육시장개방은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의 눈으로 이 문제를 검토해보면 아주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영국의 진보적 감독인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은 몇 해 전에 극장에서 상영되고, TV에서도 방영된 바 있다. 이 영화는 스페인내전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무장투쟁과 국제적으로 이를 지지하면서 전선에 합류한 투사들의 연대투쟁을 그리고 있다. 또한 노동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는 노동자투쟁을 다룬 여러 감동적인 외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것과 한국영화 ≪친구≫나 ≪광복절 특사≫를 비교해보자. 이 영화들은 조폭들의 의리를 미화하고, 탈주범들의 해괴망칙한 소동을 다루고 있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아니 영화의 예술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우리는 위의 두 부류의 영화 중 어떤 것을 살려야 할까? 당연히 진보적인 외국영화다. 물론 외국영화만 좋은 것은 아니다. 외국영화 중에도 ≪람보≫처럼 미제국주의를 찬미하는 반동 헐리우드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영화 중에도 ≪파업전야≫나 ≪밥․꽃․양≫처럼 노동자에게 유익한 좋은 영화가 있다.
      여기서 문제는 분명해진다. 스크린쿼터제를 사수해 한국영화를 보호하자는 주장은 우리 노동자의 관점이 될 수 없다. 노동자의 관점은 “외국영화든 한국 영화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영화가 노동자를 위한 진보적 영화인가 아니면 자본가를 위한 반동적 영화인가, 이 점이 진정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는 스크린쿼터제를 사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업전야≫나 ≪밥․꽃․양≫ 같은 노동자를 위한 진보적 영화들을 제작하고 보급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며, 조폭 영화 따위를 통해 대중을 현혹시키는 자본주의적 영화에 반대해야 한다. 나아가서 영화산업은 거대한 자본주의 기업들에 의해 운영된다. 따라서 영화제작소나 극장 등의 영화산업을 사회적으로 운영되도록 재편하고, 노동자들이 운영하고 통제하게 만드는 것을 노동자의 근본대안으로 추구해야 한다.

    교육시장개방
      교육시장개방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에게 문제되는 것은 학교를 한국이사장이 운영하느냐 아니면 외국이사장이 운영하느냐에 있지 않다. 현재의 학교제도는 전적으로 자본가들을 위해 기능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대적이며 거의 전적으로 자본주의 지배질서를 찬미하고 옹호하는데 복무하고 있다. 또한 학교운영도 교육관료들에 의해 관료적으로 통제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자주적 참여와 통제권은 사실상 봉쇄되어있다. 이에 비해 외국학교 중 작은 일부는 더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교육내용에서도 그 나라 노동운동의 성과를 반영해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하지는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의 태도가 단순히 교육시장개방에 반대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노동자의 관점은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교육 내용 반대, 그리고 교육기구의 사회화와 학생, 학부모, 평교사들, 지역주민의 위원회를 통한 학교운영에 정확히 맞춰져야 한다.

    농수산물 수입개방
      외국 농수산물 수입은 광범위한 농민과 어민들에게 대단히 위협적이다. 이들이 수입개방에 반대하여 투쟁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자동차의 일부 부품을, 선박의 엔진을, 철강원료인 철광석을 해외로부터 수입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또한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선박, 반도체에 대해 외국노동자들이 자국 산업 위협을 이유로 수입반대투쟁을 전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미 생산이 국제적 차원에서 조직되는 상황에서, 수입개방 반대는 생산의 발전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수입개방 반대는 세계노동자들을 서로 분열시키는 요구로 전락할 수 있으며, 노동자투쟁의 내용을 자본가에게 맞추는 대신 국내산업 보호로, 따라서 국내자본가들의 이윤보호와 이를 위한 노동자의 권리 반납으로 변질시킬 위험성이 있다. 어떤 경우든 노동자의 입장이 자국산업 보호나 수입개방 반대로 맞춰질 수는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경우 노동자는 그 의도가 선하더라도 사회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며, 국적과 무관하게 자신을 하나로 단결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농수산물 수입개방은 어떨까? 만일 농수산물 수입개방으로 노동자가 더 값싸게 쌀과 어패류를 구입할 수 있다면 노동자로서는 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이미 우리 노동자들이 싼값으로 즐겨 먹은 많은 농수산물이 외국에서 수입된 것들이다. 가령 바나나나 오렌지가 그 예가 될 것이다. 농민과 어민들에게는 물론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수입개방을 막는 것에 그들의 생존을 위한 탈출구가 있을까? 그것은 절대 아니다. 수입개방과 무관하게, 그들의 파산은 지속적이다. 이는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가난한 농민과 어민들이 계속 도태된 결과다.
      한번 생각해보자. 작은 논밭을 일구면서 하루 종일 일하지만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그치는 농민들의 처지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것은 한편으로는 분산된 상태의 소규모 영세농업의 결과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정부주의적 경쟁에 따른 과잉생산의 결과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운명으로부터 가난한 농어민들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수입개방은 단지 경쟁을 세계적 차원으로까지 확대시켜 파산 속도를 높일 뿐이다. 그것은 파산의 가속기이지 원인이 아니다. 결국 해결책은 농업과 어업에서도 생산을 과학이 적용되는 집단적 대규모생산으로 이동시키고, 세계적 차원에서 계획적인 생산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해방을 통해서만 그들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자의 대안
      노동자는 협소한 개인적 생산이나 일국의 폐쇄적인 생산체제를 통해서는 결코 해방될 수 없다. 노동자는 자본주의가 그 착취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탄생시킨 세계적이고 집단적인 생산체제를 확대하고 계획적으로 운영하며 노동자 자신의 수중에 장악함으로써만 해방될 수 있다. 한마디로 노동자는 사회를 더 멀리 전진시킴으로써만 해방될 수 있고, 세상의 주인공이 될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노동자는, 수공업적이고 분산된 낡은 생산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대공업적이고 세계적인 생산방식에 의해 끊임없이 파괴당하고 축출당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농어민들까지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보다 더 낡은 생산방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은 오직 자본주의보다 더 고도한 새로운 생산방식을 통해서만 해방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세계적 생산으로부터 비롯되는 세계적 교환,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연장선에 있는 시장개방에 단순히 반대할 수 없다. 물론 노동자는 자본가들을 위한 자본주의 시장개방을 옹호하고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는다.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은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전세계적인 생산의 계획화와 세계 노동자의 협동생산 및 분배체제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노동해방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노동자는 세계노동자 생산공동체에 의한 전세계 노동자의 협동과 노동의 세계적인 계획적 조직화라는 단 하나의 전망을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 과거로 사회를 후퇴시킴으로써가 아니라 사회를 앞으로 밀어나감으로써만 해방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진보세력인 노동자계급의 운명이다. 그리고 이 운명은 세계노동자의 투쟁 속의 단결이라는 단 하나의 실천을 통해서만 개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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