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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어디로 : 노해연_중국이 보여주는 자본주의와 노동운동의 장래
 정책위  | 2008·02·25 16:41 | HIT : 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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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보여주는 자본주의와 노동운동의 장래


    중국자본주의의 성장과 이전투구

    최근 중국자본주의는 전 세계 자본가들에게 위협적인 경쟁자로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 그대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열강들은 중국의 성장이 이후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면밀히 계산하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다. 한국자본가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면서도 자기 뒤를 바짝 따라온 중국자본가들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여러 나라의 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상표가 다른 물건들을 밀쳐내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본가들 사이의 이전투구 역시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자본가들이 세계시장으로 파고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의 자본가들 역시 중국시장의 거대한 가능성에 눈독을 들이며 자본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자본가들이 장차 가장 막강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감지한 미국자본가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 시장개방 확대의 문제, 지적재산권 도용의 문제 등 가능한 모든 사안들을 통해 시비를 걸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내에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 역시 중국자본가들의 부당한 불공정 무역 탓으로 돌리면서도 거대한 중국시장이 갖는 매력 때문에 신중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자본가들은 이러한 시비걸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받아치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시험 따위를 통해 암암리에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이들이 서로 경쟁하며 으르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가들끼리의 이전투구일 뿐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이와 같은 이전투구 뒤에 감춰진 이 세계의 근원적인 모순과 장래의 운명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에는 중국의 가파른 성장이 세계자본주의의 영원한 생명력과 발전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결국 또 다른 파국을 준비해나가는 준비과정에 불과하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증대하는 실업

    미국은 중국 등 몇몇 나라들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아주 낮은 수준에 억누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본가들이 중국의 저임금을 노리고 공장을 이전하거나 중국에서 값싸게 만들어진 상품이 미국에 수출됨으로써 미국 내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불평해왔다. 물론 어느 나라의 자본가들이건 중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탐나는 먹잇감일 것이다. 그들은 보다 싼 값에 상품을 만들어 팔아치우기 위해 항상 '더 낮은 임금'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 점은 한국자본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지속적인 생존권 투쟁을 통해 임금인상을 쟁취해나가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 세계시장의 틈새로 파고들어갔던 한국자본가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자들을 찾아 나섰다. 최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노동자들이 완전한 무권리 상태에 있으며 마음껏 부려먹고 착취할 수 있는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이 아주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오직 이 측면만을 본다면 중국 같은 나라 때문에 자기 나라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미국자본가들의 불평(사실은 중국자본가들을 압박하여 중국시장의 개방의 폭을 더 넓히기 위한 미국자본가들의 시위)은 그럴듯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얼마 전 발표된 미국 얼라이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불평과 압박 뒤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을 끄는 핵심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1995년에서 2002년에 이르기까지 7년 동안, 20개 주요 국가의 제조업 부문에서 2천 2백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전체 제조업 일자리의 1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11.3%의 일자리가 이 기간 동안 사라졌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미국노동자들을 부추기면서 미국자본가들은 중국자본가들의 '불공정 무역'을 비난해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미국보다 더 큰 비율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그들은 말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15.3%의 제조업 일자리가 중국에서 사라진 것이다.

    얼핏 보면 이러한 보고 내용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자본주의'라는 이미지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 더욱이 세계 도처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 제품들의 규모를 볼 때 중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더욱더 팽창해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얼핏 이해되지 않는 이 모순적인 현상의 비밀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자본의 위기, 가중되는 노동자들의 고통

    한국에서는 근래 각종 공기업이 '비효율'의 상징으로 낙인찍히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자 도입, 민영화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모든 나라의 자본가들은 오직 자본주의적 효율성 즉,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방식으로 경제가 운영되는가 하는 단 하나의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 이 점에서는 중국자본가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얼라이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은, 중국자본가들이 자본의 생산성 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영기업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자본가들은 중국노동자들에게 혹독한 저임금을 강요하고 노동조합을 비롯한 모든 기초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더욱더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점 역시 중국자본주의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인 것은 전혀 아니다.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발전과정 자체가 그렇거니와,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본가들 간의 경쟁이 격심해지면서 최고의 노동생산성을 끌어내기 위한 자본가들의 시도는 모든 주요한 자본주의 나라에서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은 기존의 장비가 노후화되기도 전에 서둘러 첨단장비를 도입하며, 최소한의 동작으로 효과적으로 일을 시키는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고, 그럼으로써 기존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만 투입해도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산성 증대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고, 도리어 노동강도를 높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원리가 노동자의 삶의 향상이 아니라 이윤 증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자본가들의 관점, 한마디로 착취자의 관점에서 '불필요'해진 노동자들은 원가절감이라는 명목 하에 공장에서 쫓겨난다. 이들은 실업자가 되며, 그만큼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전 세계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대체로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얼라이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조지프 카슨 조사담당 이사는 "기술 향상과 경쟁 심화로 회사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하지만 같은 기간 전 세계 산업생산성은 오히려 30%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자본가들이 무엇을 노리고 생산자동화를 밀어붙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들은 생산을 증대시키지만, 그 결과 노동자들을 잘라낸다. 생산을 증대시킨 주체인 노동자들은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생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반면 착취자들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생산한 것들의 대부분을 훔친 뒤, 노동자들에게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회사에서 떠나라!'고 강요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초기 발전단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한국자본주의 역시 한국전쟁 이후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발전궤도 위에 올리면서 극악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강요된바 있다. 풍부한 자연자원도, 충분한 자본도 갖고 있지 않았던 한국의 자본가들은 오직 노동자들에 대한 가장 악랄한 착취를 통해서만 세계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기술에서 밀린 한국자본가들은 가격 경쟁력 외에는 쓸만한 무기가 없었고, 값싸게 상품을 만들어 내다팔면서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장하고 조금씩 권리를 쟁취해나가자, 자본가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자동화설비를 늘려나갔고 이를 기초로 고용노동자의 숫자를 줄여갔으며 노동강도와 노동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여갔다. 한편으로 생산량이 계속 증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이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중국자본가들이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자마자, 더욱이 중국노동자들의 투쟁이 아직은 전면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이러한 현상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막 올라선 중국자본주의이지만, 이미 쇠퇴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경쟁 압력 속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자본주의는 본격적으로 자본축적과 세계경쟁에 나서자마자 노동자들에게 더욱 더 철저하게 착취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지구를 세계시장의 거미줄로 칭칭 동여맨 이래, 어느 한 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연관으로부터 벗어나 고립된 발전을 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뒤늦게 자본주의적 발전을 시작한 나라는, 먼저 출발한 자본주의 나라들과 경쟁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가장 발전한 최신의 성과물들을 빠르게 흡수해야만 했다. 19세기 미국에 영국자본주의의 최신 성과물들이 도입되고, 20세기 한국에 미국과 일본의 기계들이 수입되었던 것처럼, 중국자본가들 또한 세계시장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자본주의의 최신 성과물을 도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최신 성과물'은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고통을 배가시킴으로서 이윤을 확대하는 무기로만 사용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위해작업 축소,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야 할 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오히려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고 더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

    이와 같은 방식의 자본주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산업의 발전과 나란히 실업노동자들의 대열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가 이미 쇠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와 삶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쇠퇴하는 자본주의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삶이 해체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저항은 불가피하며, 부분적이고 은밀한 저항은 곧 공공연하고 대중적인 투쟁으로 자라나게 된다.

    중국에서 곧 펼쳐질 상황은 바로 이 공공연한 투쟁이다. 비록 지금은 중국정부의 극악한 탄압과 감시 속에서 노동자들이 쉽게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노동자들은 마치 한국노동자들이 군사정부의 폭압을 뚫고 민주노조운동의 깃발을 세워냈던 것처럼 자랑스럽게 국제노동운동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지난 해 3월 경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결집하여 해고 반대, 체불임금 지급, 구속노동자 석방 등의 요구를 외치며 투쟁에 나섰던 사례가 있다. 이들은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정부청사에까지 몰려가 항의시위를 전개했다. 결국 정부에 의한 계엄령 선포와 보잘것없는 '약속'에 의해 이 투쟁은 좌초되고 말았지만, 이 사건은 중국노동자들이 이후 얼마나 거대한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여러 나라 자본가들의 눈에 단지 '거대한 시장'으로만 보이던 중국은, 이후 '거대한 노동자 투쟁의 진앙지'로서 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중국에서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세계자본주의 전체가 위기와 경쟁의 격화라는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더욱 빨라지고 첨예해질 것이다. 이 점은 한국노동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한국노동운동이 최근 점차 부활하고 있는 국제적 투쟁의 물결로부터 한 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100만의 노동자들의 반전시위를 벌이는 것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을 덮치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의 파도가 한국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전 세계에 걸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 중국에서 일어날 일은 곧 한국에도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한국의 해외시장 의존도 1위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자본주의가 한국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장과 자본 투자, 수직 하청 계열화 등에서 중국자본주의는 한국자본주의의 운명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나갈 것이다. 그와 나란히 중국에서의 노동자 투쟁과 한국에서의 노동자 투쟁은 밀접하게 결합되어 나갈 것이다. 중국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는 실과 바늘처럼 하나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 중국노동자들의 투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함께 연대해 투쟁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그런 연대의 필요성은 현실 자체로부터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영세 중소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나 엘지전자 등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은 대량해고를 낳는 공장 해외이전 등에 맞선 투쟁에서 중국노동자들과 한국노동자들 사이의 긴밀한 연대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중국의 무자비한 억압체제 하에서 중국노동자들의 투쟁은 봉쇄되었고, 일어나더라도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중국노동자들은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투쟁에 주목하자. 그리고 함께 연대해 투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하자. 그들과 우리는 하나로 단결해야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형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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