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노동자연합
연합소개 문서고 주장과 쟁점 투쟁의 현장
 
항목별 검색
자본주의는 어디로
투쟁의 방향타
혁명당을 건설하자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문화도 투쟁이다
한국노동자운동
세계노동자운동
기타

Category
자본주의는 어디로 : 노해연-53호] 부동산 폭등 - 발광하는 자본주의 암세포
 정책위  | 2008·05·11 22:04 | HIT : 2,330
 FILE 
  • 노해연_53호]_부동산_폭등___발광하는_자본주의_암세포.hwp (26.0 KB), Down : 272
  • 부동산 폭등 - 발광하는 자본주의 암세포




    1월 11일,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아홉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정부 정책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노무현 정부는 한나라당과 건설자본가들, 이들과 한 패거리인 교수 및 언론인으로부터 ‘반(反)시장적 정책’이라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시장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을 단순히 ‘규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규제를 없애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본가계급 내 여당의 주장이든 야당의 주장이든, 그들의 정책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은폐하거나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시장 규제에서 답을 찾으려는 정부 정책

    우선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지배계급 정부와 여당의 기본 관점을 알아야 한다. 2005년 8·31일 한덕수 부총리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그들의 관점을 잘 보여주었다. 요컨대 “생산적 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인적 물적 자원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돼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기업들이 고용근로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높은 임금을 지불하게 돼 기업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서민의 고통을 경감’시킨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화폐자본(돈)을 생산 기업들에 집중함으로써 자본가들의 수중에 더 많은 부를 안겨주려는 것이다.

    이는 자본가들의 이윤이 오로지 노동자를 생산과정에서 착취함으로써만 발생한다는 점을 반영한다. 부동산 가격인상은 이렇게 형성된 부를 ‘한 부분에서 다른 한 부분으로 이전’시킬 뿐, 창조하지는 못한다. 가령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어떤 기업가의 공장 부지가격이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이 경우 이 기업가는 100억 원의 개인적 부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이 100억 원은 이후 이 부지를 구매해서 공장을 세우고자 하는 다른 자본가들의 호주머니를 강탈해서 발생한 것이다. 전체 자본가계급의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창출된 이윤’은 하나도 없다. 아파트 가격 인상도 마찬가지다. 한 개인은 이것으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후 이 아파트를 구입한 다른 한 개인이 지불해야 할 수억 원의 추가비용 덕분에 얻어지는 것이다. 전체 사회의 입장에서는 단 한 푼의 부도 증대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정부 정책은 모순에 처하게 된다.

    정부의 표현대로, 부동산으로 몰려든 자본은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사용된다. 즉 아무리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수입이 발생하더라도, 거기에서는 아무런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한 번 매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화폐로 표현되는 자산 가격은 껑충 뛰어오르지만, 그것은 환상적인 가공의 가치일 뿐이다. 집값, 토지가격이 두 배로 뛴다고 해도 집이나 토지 자체가 두 배로 커지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의 전체 규모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데도, 눈앞에서 요술처럼 불어난 화폐를 손에 쥔 사람들만이 기뻐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대개 자본가들이거나 중간계급이며, 아주 예외적으로는 자금 여력을 갖고 있는 극소수 노동자들이다. 반면 다수 노동자들,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게 된다. 똑같은 집을 구하더라도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며, 집값 폭등 탓에 전월세 가격까지 덩달아 폭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실물경제와 화폐 흐름의 괴리가 심해지고 거품이 부풀어 오르면, 그것은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역할을 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게 된다. 이른바 ‘부동산 거품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이미 확인되었듯이, 장기적 경제 침체와 직결되는 시한폭탄이다. 부동산,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이익을 본 사람들은 소비를 확대한다. 개인들은 은행에서 빚을 내서 부동산, 아파트 구입에 나선다. 그러나 거품이 터지면서 부동산,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어떻게 되는가? 수많은 개인이 지고 있는 엄청난 은행 빚은 소비를 억제하는 브레이크가 된다. 부동산,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미래의 수입을 예상하고 과소비에 나섰던 사람들은 이제 소비를 급속도로 줄이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장기 경제 불황으로 이어지는 다리들이다. 이 때문에 자본가 정부는 시장을 강력하게 규제해서라도 거품이 더 부풀어 오르는 것을 중단시키려 애쓴다. 거품이 더 커지면 커질수록, 터지는 시점도 더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이대려는 시장에는 다름 아니라 자기 계급 구성원들, 즉 자본가들이 있다. 가령 건설부문 자본가들은 이에 저항한다. 더욱 근본적으로, 자본가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를 절대 건드릴 수 없다. 이윤을 위한 투자행위를 보호하고, 화폐를 자본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이렇게 외친다. “내 돈 갖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웬 간섭인가!” 결국 정부의 손에 들린 시장 규제라는 칼은 종이칼에 불과하다.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한 생산을 건드릴 수 없고, 오히려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현 정부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전반에 수술 칼을 들이대야만 하는데, 자본가 정부의 역할은 그것과 정반대의 역할인 것이다.  

    거품 붕괴의 위협

    만약 시장을 규제하려는 정부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게 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흐름에 큰 타격을 미치게 될 것이다.

    가령 정부가 내건 분양원가 공개가 아주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건설자본가들이 얼마나 막대한 이윤을 챙겨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이 얼마나 착취당하는지도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거대한 착취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면 그것은 곧 대규모의 노동자 투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화성 물질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전면적으로 할 수 없다. 이번 1·11 부동산 대책 역시 아주 제한적인 방식으로, 시장의 기본원리와 건설자본가들의 이윤에 절대 타격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질 계획이다. 그것조차도 한나라당과 건설자본가들은 극력 반대하고 있다. 그것이 단지 기만적인 생색내기용 정책에 불과할지라도, 착취체제를 폭로하면서 자본가들의 자유로운 투자를 방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금리인상이나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의 금융정책은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다. 부동산 대책을 고심하던 정부는 한동안 ‘금융권’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 97년 공황 이후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높은 이자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적절한 기업들을 찾지 못해 고심에 빠진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 개인대출에만 몰두해 부동산 투기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개인대출에 몰두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근 몇 년간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렸다. 2005년 6월 27일 ≪중앙일보≫에 실린 사례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지난 20일 ‘A은행이 35평형에 대해 최고 2억 1,000만 원을 빌려주겠다.’는 주택담보대출 전단이 나붙었다. 이틀 뒤 이 전단은 같은 평형의 대출 가능액을 2억 4,800만 원으로 올린 B생명보험사의 전단으로 교체됐다. 또 하루가 지나자 은행이 100% 출자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한 상호저축은행이 2억 8,700만 원까지 대출해주겠다고 나섰다. 이 아파트 주민 김모(40)씨는 ‘아파트 값은 뛰고 금리는 낮아지는 데다 사방에서 서로 많이 빌려주겠다고 하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더 큰 아파트를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주장은 금융권이 무분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한 결과 집값 폭등 사태가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시 금융권의 돈줄을 조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조치가 지금 취해지고 있다. 지난 해 말에는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조치가 이루어졌다. 지급준비율(예금자의 지급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은행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예금총액의 비율)을 높이면 은행들이 추가로 한국은행에 돈을 넣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셈이다. 이 조치에 뒤이어 시중 은행의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1월 정부는 공식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제한을 가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은행들은 서서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돈줄 조이기’ 정책이 계속 강화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친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규제를 통해 급격하게 돈줄이 막히면, 부동산 거래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진다. 이렇게 되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왕창 쏠리면서 일어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재미를 봤던 환상적 자아도취의 시절은 끝나고, 집값 폭락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전면이 떠오른다. 최악의 경우, 주택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개인들은 집을 팔더라도 은행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점은 단지 ‘투기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 영향력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미친다. 현재 부동산 투기 물결에 쓸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자기 집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하루를 멀다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의 압력에 떠밀려 은행 빚을 낸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560조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IMF 사태 직전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중 개인들이 집을 구하기 위해 빌려다 쓴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가계부채의 근 60% 수준이다. 통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살 집 하나를 구하기 위해 적어도 수천만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이 파산의 물결에 휩쓸리면, 그 파장은 다시 금융권으로 들이닥친다. 소비는 급격하게 얼어붙는다. 융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은행들이 차례대로 쓰러진다. 은행들이 쓰러지면 그것은 산업 전체에 타격을 미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거품경제를 조성하며 주식 및 부동산 투기의 단꿈을 즐기던 일본자본주의는 갑작스럽게 거품 붕괴라는 현실에 직면한 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바로 위에서 묘사한 길을 거쳐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을 두려워해서 은행대출을 줄이면 이는 금리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연결된다. 이것은 은행빚을 내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을 압박한다. 은행이자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거나 잡히는 상황 앞에서 이들은 결국 아파트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연결되고, 결국 대규모의 파산 행렬을 낳게 된다. ‘거품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지금의 부동산 거품을 내버려두어도 파국적인 결말을 피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갑작스런 금융 규제를 가하면 그 파국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오늘 일어날 일을 내일로 연기시키는 정도의 미봉책에 만족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졸렬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1·1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던 권오규 부총리의 표정은 이것을 반영하는 희화적 표현이다.

    지배계급 야당의 공급강화론

    노무현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배계급 야당은 정부 정책에 부지런히 훈수를 두면서 자신들이 더 효과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는 척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보유세와 양도세 완화, 공급확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세금과 규제만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필요한 공급을 해주는 것이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박근혜 전 대표)

    “다른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정책도 시장의 원리를 따라야 하는데 정부는 조세정책으로 풀려고 한 게 문제다. 가격이 올라가니까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만 억제하려는 정책[으로는 안 된다].”(이명박 전 서울시장)

    “세금으로 때려잡으면 안 되고 시장에 좀 맡겨주어야 한다.”(손학규 전 지사)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분석이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근본적’으로 틀려먹었는데, 수요-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공급 확대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절대로 거론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미 이 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초과했다는 점이다. 2005년 8월의 주택보급률이 105.9%였다.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미 초과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도 외관상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이유가 있다. 지난 15년간 근 600만 호의 주택이 보급되었다. 그러나 그중 거의 50%가 다주택 소유자(즉 엄청난 돈을 동원할 수 있는 화폐자본가들)의 투기대상이 되었다.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가장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1,083채, 2위는 819채, 3위는 577채였다. 상위 100명이 1인당 평균 155채의 집을 갖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이들 투기꾼들은 대부분 사장이나 국회의원, 정부관료, 교수, 변호사, 의사 등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이렇게 실토했다. “같은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도 집값 폭등에 표정 관리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없다.” 이 때문에 박근혜든 이명박이든 손학규든 어느 누구도 ‘공급 자체는 이미 충분하다’는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객관적으로 주택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한나라당은 집요하게 ‘공급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자신들이 주범으로 포함되어 있는 부동산 투기꾼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간악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공급은 이미 흘러넘치고 있다. 문제는 이 흘러넘치는 집들이 결코 진정한 수요자(바로 집 없는 노동자, 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돈을 동원해 집을 사고, 이 집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더 많은 집을 사면서 돈을 벌고 있는 투기꾼들(바로 자본주의 체제의 주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그 결과는 자명하다. 단지 소수 투기꾼들만이 더 많은 주택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어떤 결과가 이어질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힌트를 한 복부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40대의 복부인은 ≪경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등 수도권에는 소위 돈을 굴릴 수 있는 여유자금은 많이 있으나 투자처가 없어 돈만 된다면 창원이 아니라 무인도라도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2005년 6월 15일자 ≪프레시안≫)

    국내 부동자금(浮動資金 : 투자할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돈)의 규모는 2003년에 460조 원, 2006년에는 500조 원을 넘어섰다.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공급을 확대하면, ‘무인도라도 갈 준비’를 하며 투자처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던 이 돈은 쓰나미처럼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것이다. 당연히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고, 그러면 한나라당은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을 더욱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결론내릴 것이다. 부동자금을 움켜쥐고 있던 투기꾼들은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투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하에서 전개된 부동산 폭등사태가 더욱 확대된 범위에서 재현될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 하에서 새롭게 공급된 주택 물량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많은 사상 최고치였다.

    결국 한나라당이 외치는 ‘공급확대 정책’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들은 현실에서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이 입증된 낡아빠진 정책을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지배계급 정당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이런 형편없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자본주의 경제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즉 산업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며 충분히 이윤율을 회복하면 그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부동산 시장으로만 몰리던 눈먼 돈들이 생산적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인상되고, 은행들은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할 것이다. 돈은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와 은행이나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은 잠시 진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사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본가계급 정당들의 정책이 거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한계가 여기에 있다. 97년 공황을 거치면서 한국자본주의의 성장곡선이 꺾인 이래 ‘산업에 대한 투자’는 많은 화폐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부르주아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끌어낼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하는 것이 기본 원칙인 부르주아들로서는,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제조업보다는 당장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매력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자본주의를 성장시키는 유일한 동력인 제조업 전반이 더욱더 쪼그라든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활력을 약화시킨다. 이렇게 자본가들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더욱 깊게 파 들어간다. 역사적 의미에서 ‘살아있는 시체’들인 자본가들이 자신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킬 수 있는 길은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것이다. 착취율을 높여서 생산자본의 이윤율을 높이는 것, 그래서 돈의 흐름을 이 생산자본을 향해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부분에서 확인된다.

    작년에 자본가들은 개악된 노동법과 자칭 비정규직보호법을 통과시키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나날이 높여나갔다. 올해 초 경총 회장은 ‘한국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며, 그간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조건을 다시 악화시키기 위해 칼을 뽑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철도공사의 승무업무 외주화 강행 시도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지로 몰아가는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싸움을 걸면서 조직된 노동운동을 무너뜨리려는 책략을 노골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조직된 노동운동을 해체시키고, 노동자계급의 저항력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자본가들은 노동자에 대한 무한착취의 엔진을 더욱 강하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무한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자본가들의 정당이 집권하는 이상 그들의 정책은 노동자계급에게 더욱 흉포한 공격을 가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파국을 막는 길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두통이나 불면, 불안 등 부동산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가 평범한 노동자계급 가족들에서도 나타났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조사대상의 79.8%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도 부동산 투기에 못 미친다는 생각 때문에 일할 맛이 안 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1,400만 노동자의 1년 임금을 다 모아도(342조 원), 부동산 폭등에서 발생한 불로소득(346조 원)보다 더 적다. 집값 폭등 때문에, 투기와 거리가 먼 노동자들까지도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자본가들의 체제는 나날이 거품 붕괴와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하루빨리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은 가난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일하지 않는 자들은 하루에도 몇 천만 원씩 불로소득을 올리는 이 체제가 과연 정당한가? 죽어라고 일하고, 허리띠를 조이면서 저축해도, 올라가는 집값을 따라잡기가 힘들어 집 하나를 장만하기 위해 거의 반평생을 바쳐야 하는 이 체제가 과연 정상적인 체제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곧 자본가계급 정당들과는 완전히 다른 대안을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본가 당들의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모든 사람이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여당과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정책을 취한다. 야당은 ‘시장의 수요-공급 질서에 맡길 것’을 주장한다. 유산자계급인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을 주택 소유자로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일 것이다. “모두가 ‘유산자’가 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가?”가 그들이 꿈꾸는 이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의 삶의 터전인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을 유산자와 무산자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찢어놓는다. 유산자인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산자인 노동자들에게 모든 고통이 전가되어야 한다. 이 노동자들은 유산자로 상승하기는커녕 더욱 더 피할 수 없는 무산자의 지위로 굴러 떨어진다. 게다가 이 무산자의 숫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유산자의 숫자는 한줌으로 줄어든다.

    이것은 생산수단이 아닌 주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무주택자가 되고, 자본가들은 수십, 수백 채의 집을 거느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장 좋은 경우에도, 노동자들은 일 억짜리 20평대 아파트에서 산다면, 유산자들은 80억대의 80평 아파트에서 살고, 쾌적한 전원에 수백 평의 초호화 전원빌라를 소유하는 상황 이상이 발생할 수 없다.

    결국 자본가들의 이상은 현실에서는 파산을 선고받는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곳’에서 발생한 부동산 문제를 ‘저곳’으로 옮기고, ‘오늘’의 문제를 ‘내일’로 늦추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택에 대한 ‘사적 소유’에 집착할 이유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 이미 충분히 공급된 주택’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만이 과제로 남는다. 투기를 목적으로 수십 채, 수백 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잉여주택을 몰수하여 가난한 무주택 노동자들에게 분배하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노동자들이 권력이 쥐어야 한다. 노동자는 자본가들과는 다른 배를 타야 한다. 주택을 사적 소유와 매매,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체제를 거부하는 것이 그 배의 목적지다. 주택은 단지 쉬고 가족들과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저렴한 사용비만을 내고 가족 수에 비례하는 적절한 주택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서, 우리는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시장체제를 정당화하는 모든 통념과 과감하게 결별할 수 있어야 한다.■
    35 자본주의는 어디로  조돈문_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계급 계급의식 08·02·09
    34 자본주의는 어디로  미상_북한 국가자본주의의 역사와 전망 08·02·11
    33 자본주의는 어디로  정성진_케인스주의 비판 및 한국경제 관련 자료 08·02·25
    32 자본주의는 어디로  경제민생점검회의_2006년 경제 운용방향 08·02·25
    31 자본주의는 어디로  장석준_신자유주의와 사민주의, 케인스주의 간의 관계 08·02·25
    30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_중국이 보여주는 자본주의와 노동운동의 장래 08·02·25
    29 자본주의는 어디로  샤이크_복지국가에서 누가 "복지"를 지불하는가? (영문) 08·02·25
    28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_왜 노동자와 자본가는 끊임없이 대립하는가 08·02·27
    27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_임금 투쟁 일반론 08·03·19
    26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54호] (교육자료) 임금의 비밀과 임금투쟁의 원칙 08·05·11
    25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53호] 자본주의와 고용불안 08·05·11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53호] 부동산 폭등 - 발광하는 자본주의 암세포 08·05·11
    23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47호] 자본주의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대재앙 08·05·12
    22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47호] 황우석 사기의 진짜 주범은 자본의주다 08·05·12
    21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22호] 시장개방문제에 대한 노동자의 태도 08·05·12
    123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41번지 2층ㅣ전화 02-794-1917ㅣ이메일 swl@jinbo.net
    No copyright, Just copyleft!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든 자료는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