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3>
노동의 소외 - 왜 노동자는 월요일을 싫어하는가
만약 우리가 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냥 행복할까? 며칠, 몇 달은 행복할지 모르겠다. 특히 오랜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아무리 사소해도 일할 거리를 스스로 찾는다. 이런 사례 속에는 일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 즉 노동이란 인간이 자기를 실현하고 참된 행복을 누리는 데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인간의 수준과 가치는 그가 무슨 일을 해왔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실제로 그렇다. 일은 인간에게 나름의 철학과 지식을 가져다준다. 뿐만 아니다. 일, 즉 노동은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 있는 일을 담당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긍지를 갖는다. 이것은 노동의 권리를 강제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장기 실업자들이나 노숙자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윤리성, 사회성, 자긍심, 즉 인간성을 박탈당한다.
이처럼 노동이란 참으로 가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사회가 필요한 것들을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의 주인공들인 노동자들은 월요일 아침만 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터에 출근한다. 반면 작업이 종료되면 멍에를 벗어던진 소처럼 홀가분해진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의 소외 현상”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월요일 아침을 공포감 없이 우리는 맞이할 수 있을까?
착취
노동의 참된 가치가 왜곡된 것, 그래서 노동이 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고 인간성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자기완성의 수단이 되기는커녕 고통스런 강제 노동으로 둔갑하게 된 것은 자본주의가 매일 같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요인들 때문이다.
우선 자본주의 착취를 들 수 있다. 아무리 수입이 높지 않더라도, 스스로 노동한 결과물이 자신에게 정당하게 돌아온다면 노동과정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자기 노동의 결과물들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제네시스나 벤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는 이것을 타지 못한다.
열심히 일해도 고작 돌아오는 것은 약간의 임금뿐일 때, 반면 대부분의 것들은 자본가들에게 돌아갈 때 노동자들이 보일 정당한 반응은 하나뿐이다. “사장 좋은 일 시켜줄 이유가 어디 있느냐?” 노동은 남 좋은 일 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며, 다만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강제적 의무일 뿐이다.
경쟁, 명령과 통제
자본가들의 착취강화 시도는 ‘경쟁’을 동반한다. 성과급, 인사고과 등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극대화한다. 작업 과정에서 느끼는 동료애는 노동을 통해 얻는 소중한 소득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의 뿌리다. 경쟁은 이것들을 앗아간다. 그 대신 고립감, 열등감을 불어넣는다.
똑같은 일이라도 강요된 일과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그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 가령 취미생활은 자기실현과 욕구 충족의 소중한 수단이지만, 자본가들의 강요에 의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게다가 경쟁의 압력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하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 수명과 에너지를 갉아 먹히는 고통이 된다.
노동자들이 노동을 신명나게 자발적으로 할 리는 없다. 고로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의 결과물을 수확하기 위해서 강제력을 동원해야 한다. 관리와 통제, 평가, 작업지시를 전담하는 방대한 관리자 체계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소외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솜씨 있게 진압하고 싹을 잘라낼’ 노무관리체계도 절실해진다.
이런 지시 명령 통제 체계는 노동의 소외를 부채질한다. 노동자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대신, 관리자들의 지시 명령에 의존한다. 그래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는 자기가 하는 일이 전체 생산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감각조차 상실해버린다. 작업능률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뻔히 보이더라도 말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극단화된다. ‘제안제도’를 통한 결과가 결국 인력감축이나 노동강도 증대인 상황에서 누가 ‘비밀’을 발설할 것인가? 노동의 중요한 요소인 “창조성”은 강제로 매장된다.
착취와 경쟁의 제거 - 노동의 소외 극복을 위한 제 일보
노동의 참된 가치를 되살리는 출발점은 아주 간단하다. 자본주의 착취체제로부터 노동을 탈출시키는 것이다. 노동의 결과물이 노동하는 당사자인 노동자의 수중에 돌아와야 한다. 이것은 생산수단을 사회 전체의 공동소유로 전환시켜, 노동한 만큼 대가를 지급받도록 하는 사회주의 조치로 간단히 해결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자주관리 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누구보다도 생산과정을 잘 안다. 작업하는 사람들은 바로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산의 관점에서 볼 때 쓸데없이 넘쳐나는 관리자들과 경영진들을 없애고 생산분야로 돌려 생산량 증대를 통한 풍요와 노동시간 단축을 만들어낼 것이다. 동시에 이 자주관리는 경쟁이 야기하는 분열과 고립감을 없애고, 그 자리에 노동자의 집단성의 발전을 통한 안정감과 긍지를 채워낼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자본가들은 외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조금이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그런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고 작업장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경영기밀이라는 이유로 감추어왔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자주관리에 돌입하는 그 순간, 이것들은 산산조각날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위한 노동, 즉 노동의 결과물이 정당하게 돌아오고 작업개선제안이 노동시간 단축과 위해작업 추방, 노동강도 완화로 연결된다면 작업장은 창조적 제안으로 넘쳐날 것이다. 노동과정은 노동자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영리하게도’ 창조성 발휘를 거부해왔던 노동자들은 창조적 제안이 자신과 노동자 전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느끼자마자 숨겨두었던 창조적 능력을 마음껏 발산할 것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회주의 조치만으로도 노동의 소외는 즉각 극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조치는 ‘싫어하는 월요일’을 ‘기쁜 월요일’로 바꿔내는 소중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출발점일 뿐 종착역은 아직 아니다.
다면적 노동
착취와 경쟁이 없어지더라도 수십년 동안 볼트만 조이고, 용접봉만 다루는 노동이 취미생활처럼 기쁨의 원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분업을 통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단절시켜버렸다. 또한 생산공정을 수없이 많은 파편화된 단조로운 작업들로 쪼개 놓아버렸다. 이것을 극복해야 노동은 행복의 진정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도자기를 만들던 과거 장인들의 노동처럼 다면적인 노동이 더 높은 사회적 수준에서 복원되어야 한다.
이것은 훨씬 오래 걸리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하루 3시간은 작업장에서 일하고, 2시간은 생산과 연결된 연구와 교육을 받으며, 1시간은 공장운영 및 제안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3시간의 작업장 일도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로테이션제도 -- 이것은 작업장 내부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진행된다 -- 가 작동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해 작업장 자주관리 회의에 1시간 참여하고, 3시간 렌치와 스패너를 잡은 뒤, 나머지 2시간 과학을 배우고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시스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교육제도의 전면적인 혁신, 연구와 생산활동의 유기적 결합, 자주관리제도의 안착 등을 필요로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노동의 결과물이 노동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을 보면서 노동자가 느끼는 확신이 자리 잡아야 한다. 심지어는 과거의 단조로운 노동에 집착하려는 노동자 자신의 관성과 타성을 극복하는 과정까지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이것을 실현해낼 것이다.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노동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남은 길은 단 하나,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그것을 해내야 할 필요성과 해낼 수 있는 능력 모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