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공투단의 여섯 가지 기본 원칙을 풀어쓴다 (2)
지난 호에 이어서, 사회주의공투단이 가져가야 할 여섯 가지 기본 원칙이 담고 있는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도록 하겠다. (제37호 4면 참조)
무지개 좌파연합당을 거부하는 사회주의 혁명정당
노동자혁명이 성공하려면 압도적 다수 노동자들이 노동자평의회를 출현시키며 거대한 혁명적 기세로 떨쳐 일어서는 것과 함께 혁명정당이라는 노동자계급 선진투사들의 준비된 지도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난 100여 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수많은 혁명적 노동자투쟁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교훈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소비에트로 떨쳐 일어섰던 노동자대중의 힘은 혁명정당 볼셰비키의 지도력과 결합되었기 때문에 노동자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1918~1923년 독일에서, 1936년 스페인에서, 1968년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은 1917년 러시아 못지않은 혁명적 기세로 떨쳐 일어섰지만 혁명정당이라는 준비된 지도력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노동자혁명을 성공시킬 수 없었다.
혁명정당의 지도력은 노동자평의회가 출현하는 혁명적 시기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상적 시기에 장차 노동자평의회가 힘차게 출현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역량을 고양시켜 나가는 과정에서도 혁명정당의 지도력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러한 일상적 시기의 고군분투를 통해서만 혁명정당은 혁명적 시기의 결정적 전투를 이끌고 나갈 지도력을 준비해 나갈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아래서 겪는 착취와 억압을 일소하고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하여 자본가계급에 맞서 투쟁하고 승리하는 노동자혁명의 길, 즉 사회주의 혁명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정당은 곧 ‘사회주의 혁명정당’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아래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사회주의 혁명정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 시기에는 개량주의 노동자당이 노동자대중 속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개량주의는 한마디로 노동자혁명을 부정한다.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개선하여 사회주의를 이룰 수 있다거나 심지어 자본주의를 개선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말한다. 개량주의는 자본주의 아래서 막강한 힘을 갖는 자본가 이데올로기에 굴복한 사상이다. 일상적 시기에 개량주의가 노동자들 속에서 힘을 갖는 것 또한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일상 속에서 자본가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량주의는 노동자계급을 패배와 굴욕으로 이끌며, 잘해 봐야 일부 노동자들에게 자기 계급을 배신한 대가로 배부른 노예가 될 기회를 줄 뿐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혁명정당은 개량주의 노동자당과 경계를 명확히 할 뿐만 아니라 개량주의 노동자당이 노동자대중에 미치는 잘못된 영향력을 차단하고 스스로 노동자대중에게 대안 지도력으로 서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사회주의공투단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한국의 개량주의 노동자당들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잘못된 영향력을 타격하면서 스스로 노동자 계급투쟁의 거침없는 발전을 이끌고 나아가는 대안 지도력으로 서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정당은 이러저러한 ‘좌파연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혁명적 강령·전술·조직노선의 정립과 그에 입각한 통일된 실천’을 기치로 분산된 역량을 결집시킴으로써 건설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오늘날 몇몇 나라에서는 사회주의운동이 여성운동·소수자운동·생태운동 같은 사회운동의 급진좌파들과 연합하여 ‘반(反)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을 건설하는 흐름들이 있다. 이러한 ‘무지개 좌파연합당’은 새로운 시도인 것 같지만,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전망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또 하나의 개량주의 정당을 낳는 실험으로 귀결될 것이다.
노동해방은 곧 인간해방이어야 하며, 따라서 여성해방이자 소수자해방이고 생태사회 실현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 운동은 여성·소수자·생태 영역까지 마땅히 문제의식과 실천을 확장해 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소수자 차별과 환경 파괴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자체에 있다. 계급투쟁을 통한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 없이는 자본주의를 철폐할 수도 없고 따라서 여성해방도 소수자해방도 생태사회 실현도 있을 수 없다. ‘남성 대 여성’, ‘인간 대 환경’이라는 허구적 대립구도로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의 본질적 대립을 감추고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맞선 노동자계급과 가난한 민중의 일치단결이라는 관점에서 여성·소수자·생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사회주의공투단은 ‘무지개 좌파연합당’이 아니라, 여성·소수자·생태 영역을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펼치는 계급투쟁의 한 접점으로 포괄해 내는 ‘사회주의 혁명정당’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 점을 분명히 한다면, 여성·소수자·생태 영역에 관한 다양한 문제의식들은 열어놓고 이후 충분한 토론과 실천 속에서 다듬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이나 현장조직으로 해소되지 않는 사회주의 현장분회와 사회주의 현장정치활동
개량주의 정당은 의회주의 노선에 따라 부르주아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선거구 단위로 지역 주민을 조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그러나 노동자혁명을 목표로 노동자평의회(소비에트) 노선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혁명정당은 노동자계급이 에트)힘을 최대로 결집하고 발현할 수 있는 현장에서 노동자들 스스로가 계급투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띝나 끄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전국의 수많은 현장에 노동자계급 선진투사들을 결집시킨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구축하여 동자계급 이 혁명적 가능성을 제대로 발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띝나사회주의 현장정치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쳐 나간다.
이러한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조직노선과 활동노선은 현 시기 당 건설투쟁에서부터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길은, 오로지 현장의 선진투사들을 사회주의자로 육성하고 현장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조직을 세워내며 그 사회주의 현장투사들이 현장에서 왕성하게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연장선에서만 찾을 수 있다.
사회주의 공투단은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조직의 골간으로 세워야 할 것이다. 중앙을 비롯해서 대다수 성원들이 사회주의 현장분회에 직접 포괄되거나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현장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개척하고 전면화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투적인 선진노동자들을 사회주의 현장분회와 사회주의 현장활동의 주체로 조직해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전투적인 노동조합 또는 현장조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대신할 수는 없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대중 속에서 활동해야 하며, 노동조합이나 현장조직 같은 대중조직을 올바로 이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조직 자체가 ‘노동해방’이라는 추상적 지향을 넘어 사회주의 노동자혁명을 명확한 목표로 세우고 그에 입각한 활동을 결의하고 실천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만일 현장에서 가장 뛰어난 선진투사들이 사회주의 현장활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노동조합이나 현장조직의 전투파 수준에 갇혀 버리면, 현장에서 사회주의운동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노동조합운동 또한 점점 후퇴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치열한 학습과 훈련을 통해 사회주의자로서 확고한 관점을 세우고 필요한 능력들을 갖출 때에만, 끊임없이 조합원들 속에 자본가 사상을 불어넣으려 하는 자본가들에 맞서 노동자 사상을 더욱 더 곧추세워 가는 싸움을 제대로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운동에 결합하지 못한 채 노동조합운동의 전투파에 머무는 선진투사들은 자본가들의 파상공세로 노동조합운동이 후퇴할 때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지난 10여 년 현장의 전투파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운동의 끝없는 후퇴를 막아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전투파 활동가들 자신마저 점점 해체되고 심지어 그 일부는 노동조합 관료세력으로까지 타락하게 되었던 이유다.
사회주의 현장분회로 결집하는 사회주의 현장투사들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스스로 노동자계급의 선진투사다운 사상과 실천을 확고히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현장신문과 정치신문 같은 수단들을 활용하여 사회주의 관점에서 노동자들에게 현실을 분석하고 설명하며 노동자투쟁이 나아갈 방향을 선전·선동해야 한다. 나아가 아래로부터 전투적인 평조합원 운동을 건설하여 상층 노조관료들의 배신과 전횡을 비판하고 제압하면서 노동조합을 계급투쟁의 무기로 재편·강화해 나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주의 현장투사들의 모든 활동은 자기 현장에 갇힌 편협한 전망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이 나아갈 전망에 입각해서 자기 현장의 운동이 전체 노동자계급 운동의 발전에 유기적으로 복무하도록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이행기 요구에 입각한 노동자 정치투쟁 조직화
현실의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존과 부분적인 권리를 위해 당면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다. 종종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게 선처를 바라는 소심한 자세를 갖고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저버리는 방식으로 당면 요구를 내건다. 그처럼 소심하고 배신적인 요구를 내건 투쟁은 결과를 떠나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역량을 오히려 후퇴시킨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갇히지 않는 가장 공세적인 자세를 갖고 노동자계급의 전면적인 단결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당면 요구를 내걸 수도 있다. 그렇게 공세적인 계급단결 요구를 내건 투쟁은 설령 패배하더라도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역량을 크게 강화한다.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된 오늘날, 공세적인 계급단결 요구를 내건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급투쟁의 첨예한 발전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수 노동자들의 날카로운 계급의식 성장으로 이어지며, 그렇게 해서 현실의 노동자투쟁이 노동자혁명을 향한 투쟁으로 나아갈 다리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현실의 노동자투쟁에 결합하는 사회주의자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8시간 적정노동으로 생활임금 보장’과 같은 당면 투쟁요구와 함께 ‘영업비밀 철폐’, ‘(기간산업) 몰수·국유화와 노동자의 산업통제’, ‘폭력경찰·용역깡패 해체와 노동자 정당방위대 건설’, ‘자본가정부 퇴진과 노동자정부 수립’ 같은 이행기 요구들을 투쟁하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요구로 내걸고 싸울 수 있도록 선전·선동하고 조직하는 데 있다.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