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4>
시장경제냐 계획경제냐?
월가의 파산, 예고되는 대공황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대규모 회오리가 노동자들을 향해 몰아치고 있다. 쌍용차, 대우차 등에서 휴업이 시작되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해고가 덮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일거리가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들에서는 임금동결,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휘감기 시작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사유화 공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정규직, 비정규직, 사적부문, 공공부문, 취업자, 예비노동자를 막론하고 노동자 전체에게 던져지고 있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세계자본주의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의 삶과 세계자본주의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의 질문으로 향하는 소중하고도 불가피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만약 이 불안한 삶을 극복하려 한다면, 우리는 세계자본주의의 모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문제는 바로 세계자본주의 자체다!”
끝 모르게 격화되는 위기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인 미국경제가 쿵하고 쓰러져가고 있다. 거대 투자은행들이 추풍낙엽처럼 파산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조만간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허풍을 떨던 사람들은 돌연 자취를 감췄다. 미 의회는 황급히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도입했다.
그러나 위기는 조금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우선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위기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흡사 도미노 게임을 보는 듯 하다.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제조업 지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9월에만 15만9천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이제는 지엠,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산업 빅3의 파산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도미노 행렬은 세계적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의 성장엔진이었던 중국 자본주의는 차갑게 식고 있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등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빈사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8% 경제성장을 약속하며 등장했던 이명박 정부는 이제 마이너스 성장마저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개되는 데는 불과 2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의 2개월은 무엇으로 채워질 것인가?
무엇 때문인가?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들과 젊은이들은 길거리에 널려 있다. 원료와 기계는 멀쩡하다. 아니 기계와 라인 성능은 계속 개선되어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더 충분한 집과 자동차, 옷이 필요하다. 그러나 라인은 놀고 있고 기계는 녹슬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와 재고 자동차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도록 강요받는다. 이런 상황은 불황, 공황이라고 불린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더 자주, 더 크게 생기는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져본다면 그 이유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본가들의 이윤에 따라 작동한다. 조종간을 쥐고 있는 자본가들의 계산은 “이윤율”에 의해 작동한다. 평균적 이윤율이 높다면 생산은 확대된다. 그러면 호황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평균이윤율이 급속히 떨어지면 생산은 대폭 감축된다. 불황기, 심지어는 공황기가 찾아온다.
그런데 평균이윤율은 장기적으로 볼 때 낮아진다. 이윤은 오직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착취로부터만 생긴다. 반면 기계나 원료는 노동자 착취의 “조건”으로만 가치가 있을 뿐, 그 자체로는 이윤을 갖다 주지 않는다. 500만 원짜리 원료와 기계의 마모분은 상품가격에 500만원으로 반영될 뿐이다. 이윤은 이 원료를 기계로 가공하는 데 투입된 노동자의 노동에서 자본가들이 공짜로 빼앗아가는 ‘잉여노동’에 의해 생겨난다. 가령 노동자들이 투입한 노동이 300만원이라면 원료 가격, 기계 마모분 500만원 + 노동자의 노동 300만원으로 상품가격은 800만원이 된다. 그러나 이 300만원 가치의 노동 중 200만원만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돌아간다면, 100만원의 이윤이 생긴다. 자본가의 이윤율은 100만원(이윤) / 700만원(자본가의 투자비용)으로 14.3%가 된다.
그런데 이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보자면 하락한다. 개별 자본가는 시장에서의 경쟁구도 속에서 작동한다. 이 경쟁은 노동자들의 수를 줄이도록 강요하고, 생산수단을 확대하도록 만든다. 이것은 이윤을 만들어내는 부분, 즉 노동자 부분을 줄이는 반면, 이윤을 만들 수 없는 기계, 원료 등의 생산수단 부분의 비중을 높인다. 마치 달걀을 낳는 닭의 비중은 줄어드는데, 양계장 시설비는 계속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전개된다. 이렇게 되면 이윤율이 줄어든다. 이윤의 총량은 늘어나도 투자액 대비 이윤율은 감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100년 사이에 자본가들의 이윤율은 세계적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이윤율이 줄어들면, 자본가들은 생산자본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투기에 뛰어든다. 주식거품이나 부동산거품을 일으켜 이윤율 저하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려 덤벼든다.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거품을 만든다. 실제 이윤은 생산자본(실물자본) 분야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가공의 가짜 이윤은 사기로 드러난다. 거품이 터지는 것이다. 실물자본의 이윤율 저하 → 금융, 부동산 거품 → 거품의 붕괴 → 금융투기자본의 파산 → 실물자본의 위기 본격화 → 금융자본의 격화되는 위기 → 공황으로 이어지는 붕괴의 시나리오가 가동된다. 불황과 공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덮치는 주기적인 파산선고다.
자본가들의 대응
노동자들의 비중을 높이면 이윤율 저하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불가능하다. 개별 자본가의 입장에서 그것은 비용을 늘려 이윤율을 더욱 저하시키며, 게다가 불황 공황기의 격화되는 경쟁 - 가격 인하 경쟁 - 의 압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불황 공황기에 자본가의 대응은 오히려 노동자의 비중을 더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모순은 더 격화된다.
불황과 공황기가 되면 시장에는 팔리지 않는 상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이것들을 처리한다면 불황, 공황의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듯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불가능하다. 위기의 시기에 자본가들은 파산을 피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노동자의 임금은 낮아지므로 팔리지 않는 상품들은 오히려 증가한다.
결국 노동자 착취와 시장경쟁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는 불황, 공황을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그 재앙을 증폭시킬 뿐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통만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노동자에 대한 공격 확대 →☞ 불황, 공황 격화 → 노동자에 대한 더 강화된 공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
자본가들이 마지막으로 채택하는 방법은 국가의 힘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구제금융 7,000억 달러, 유로존 15개국의 국제공조와 구제금융 2조3,000억 달러, 은행 간 자금조달에 대한 정부의 보증, 은행들에 대한 부분적 국유화 조치, 지급보증, 유동성 확대를 위한 추가조치. 공기업 매각 등이 바로 그 항목들이다. 이 조치들은 노동자 민중이 낸 세금들과 앞으로 내야할 세금을 담보로 자본가들을 구제하는 조치들이다. 반면 자본가들에게는 법인세 인하와 같은 세금 면제 조치를 선물한다.
이 국가개입 조치들은 자본가들의 자존심에 거대한 파열구를 낸다. “완벽하다고 선전했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파산했음을!” 실제로 그렇다. 국가개입과 규제를 없애고 모든 것을 자본주의 시장에 맡겨두라는 요구는 자본가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자본가들은 스스로는 파산과 붕괴를 막을 길이 없으니 국가가 구세주처럼 개입해달라고 싹싹 빌고 있다.
그렇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파산했다.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문제는 자본가들의 이윤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경제 체제를 노동자와 민중의 필요와 생존에 기반한 공동체적 협동 체제로 바꾸는 데 있다. 노동자 민중의 생활 개선과 필요에 맞게,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생산능력 정도에 맞게 생산을 계획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 아울러 문제는 이렇다. “시장은 파산했다. 이제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국가다. 그래서 모순을 해결하기는커녕 노동자 민중의 혈세를 자본가들에게 퍼주고, 노동자 민중을 더 공격함으로써 위기와 파산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다.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는 정부를 노동자계급을 대변하는 사회주의 정부로 반드시 바꿔내야 한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