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5>
착취의 폐지 - 노동자가 공장, 사무실, 철도를 소유 운영한다면?
생산에 필요한 수단들, 즉 토지, 노동도구, 기계, 작업장 등을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사회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그래서 생산의 결과물이 특정 개인들(특정 계급)에게 주로 독점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돌아오는 그런 세상은 불가능할까?
자본가 없이도 잘 작동할 수 있는 사회
역사는 그런 세상이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살아왔던 세상은 바로 그런 세상이었음을 보여준다. 원시공동체가 바로 그것이다. ‘원시공동체’는 생산수단을 공동소유했고, 공동분배했다. 지배계급과 지배당하는 계급으로, 부유한 계급과 가난한 계급으로 사회는 결코 분열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역할만이 달랐을 뿐이다. 누구는 추장이었고, 누구는 농부였으며, 누구는 대장장이였다. 그러나 이들은 평등했고, 지배와 대립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가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면서도 생산을 잘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지금도 존재한다. 바로 “국영기업”이다. 철도, 지하철, 발전소, 수도, 전기 등은 지금 공공부문 형태로 존재한다. 특정 개인이나 대주주들의 소유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공동 소유물이라는 것이다. ‘자본가가 소유하고 운영하지 않으면 효과적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자본가계급의 얘기와 달리, 철도와 지하철은 잘 운행되고 있다. 전기와 물, 가스는 가정과 기업에 잘 공급되고 있다.
자본가 소유의 한계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늘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자본가들이 소유 운영하는 분야다. IMF 때나 지금이나 수많은 민간 대기업들이 휘청대고 있다. 생산기술과 설비는 날로 고도화되지만,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본가들은 생산을 감축한다. 수시로 파산위험과 맞닥뜨린다. 그래서 노동자 민중의 재산인 국가재정을 헐값으로 퍼부어 겨우 구제하는데, 이렇게 살려놔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한다.
노동자에 대한 공격, 즉 해고, 비정규직 확대, 노동강도 증대 등을 통해 자본가들은 회생을 꾀하지만, 회생은 더욱 힘들어진다. 실업률 증대, 비정규직 확대로 더욱 악화되고 불안정해지는 노동자 민중의 삶은 나날이 확대되는 생산량에 비해 더 적은 비율로만 소비하도록 강요당한다. 이것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경쟁은 격화되어 민간기업들의 생존 확률은 계속 저하된다. 이것은 또 다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게 만든다. 이런 악순환이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자본가 권력 하에서는 왜곡되는 공공부문
“국영기업”(공공분야)도 이런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소유’는 형식적으로는 전체 국민의 공동 소유이지만, “운영과 통제권”은 자본가 권력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 정부는 공공분야를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 자본가들에게는 헐값으로 공장부지 사용권을 주는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비싼 공공아파트를 공급한다. 자본가들에게는 헐값으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는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비싼 가격으로 공급한다.
더 값싸게 자본가들에게 퍼주기 위해서, 그리고 국가재정의 더 많은 부분을 자본가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즉 임금감축, 해고, 비정규직화, 외주화, 노동강도 증대를 도입한다. 그것도 모자라, 전체 국민의 공동소유인 공공기업들을 자본가들에게 헐값으로 매각한 뒤, 이렇게 확보한 돈을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존하고 위기를 완화하는 데 집중 투입하고자 한다.
이런 짓거리를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산의 운영권을 조금도 갖지 못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자본가 정부가 임명한 공공부문 경영진은 이러한 통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이 통제권에 도전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억압한다. 그래서 “공동 소유와 공동 분배, 노동자 통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공분야일지라도 결코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며,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철저히 왜곡되어 버린다.
계급제도의 폐지 - 사회적 공동 소유
원시공동체 이후 사회는 계급사회로 이행했다. 특정한 개인들(노예주계급, 지주계급, 자본가계급)이 생산수단을 독점했고, 나머지 다수 사회구성원들(노예계급, 농노계급, 노동자계급)은 생산수단을 갖지 못한 무산자로 전락했다. 무산자들은 결코 잠자코 착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예들은 투쟁을 통해 노예제도를 제거했다. 농노들도 투쟁을 통해 봉건체제를 박살냈다. 다음은 노동자들의 차례다.
이런 의문이 든다. “무산자들의 투쟁은 있었지만, 계급 사회를 없애지 못했지 않느냐? 하나의 계급 사회는 다른 하나의 계급사회로 바뀌었을 뿐이지 않느냐?” 노예와 농노들의 경우는 그렇다. 농노들은 ‘토지를 농민에게!’란 요구를 내걸고 투쟁했다. 토지는 그들의 개인적 소유가 되었지만, 그들 사이의 경쟁 속에서 일부는 자본가가 되었고, 다수는 몰락해 노동자들이 되었다.
반면 노동자들은 공장 기계, 사무실의 일부분을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은 이미 “개인적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공동생산”으로 바뀌었다. 좁게는 작업장에서 수백, 수천, 수만의 노동자들이 함께 생산하고, 넓게는 분업을 통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수십억 노동자들이 함께 생산한다. 이러한 공동생산을 소규모 생산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산과 사회의 퇴보를 뜻할 것이다.
이 공동생산에 어울리는 사회적 공동소유만이 대안이다. 그것도 개별기업 차원에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해야만 한다. 그래야 기업별, 나라별 시장경쟁체제를 제거하면서, 해방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공동소유를 통해서만 계급제도를 철폐할 수 있기에 노동자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계급 제도의 완전한 폐지’가 가능해진다.
공동분배, 노동자 권력 하의 노동자 자주관리
기계, 작업장, 토지 등의 생산수단이 사회적 공동 소유물이 된다면, 생산의 결과물이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는 아주 분명하다. 전체 사회 차원에서 ‘공동분배’가 자리 잡을 것이다. 생산에 기여한 몫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각각에게 성과가 분배될 것이다. 단 교육, 의료, 연금 등의 분야를 사회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적정한 공동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가지고 “노동의 기여도”에 맞춰 공평하게 분배될 것이다. 자본가들이 수탈했던 거대한 부를 노동자들 자신의 생존수단으로 되찾음으로써, 그리고 군대, 경찰 등 비생산적 분야의 인력과 자원을 생산적 분야에 투입함으로써, 마지막으로 노동자의 잠재적 생산능력들이 마음껏 발휘됨으로써 노동자들은 더 적은 시간 일하면서도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분배받을 것이다. 노동자 생존권은 완벽하게 사수될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노동자 권력과 노동자 자주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공동소유물이 된 생산수단들은 직장별, 산업별 수준에서 노동자의 자주관리위원회에 의해 운영되고 통제해야 한다. 나아가서 노동자 정부에 의해 전국적, 전 세계적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운영 통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본주의 사회의 공공분야, 그리고 구 소련이나 중국, 북한 등의 국유산업처럼 “껍데기 공동 소유”가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 공동 소유가 될 수 있다.
“노동자 권력 하의 사회적 공동 소유, 분배”, 바로 이것이 “노동자계급 해방”의 근본 노선이다. 낮은 생산능력 때문에 가난의 평등을 넘어설 수 없었고, 부족이나 씨족 차원의 좁은 범위 내에서 존재했을 뿐인 원시공동체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도달한 높은 생산단계를 반영해 풍요의 평등, 그리고 전 세계적 차원의 노동자 공동체란 새로운 단계로 부활할 것이다. 인류는 한층 고양된 진정한 공동체 사회를 보게 될 것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