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 어마어마한 참상 - 자본주의가 불러오다!
지난 1월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짓눌러온 초라한 집과 일터에서 건물더미에 깔려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티 적십자사는 사망자수가 35만 명에 달하고 약 3백만 명의 사람들이 다치거나 집을 잃었다고 추정한다. 이번 지진은 많은 여진을 동반한 강력한 지진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처해있는 최악의 빈곤이 그 충격을 훨씬 더 증폭시켰다.
제국주의 약탈의 역사
1804년에 아이티가 탄생한 이후, 처음에는 프랑스가 그리고 미국이 아이티의 부를 빨아먹어왔다. 미국은 1915년부터 1934년까지 아이티를 점령했고, 그 이후 줄곧 부패한 독재자들을 지지해왔다. 이들 독재자들은 아이티의 가난한 노동자들로부터 거대한 이익을 미국 기업들이 뽑아내도록 허락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급할 수 있었던 쌀시장마저 개방되어 쌀농사가 사라졌지만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해 온 농민들에게는 그나마 초저임금 일자리라도 감지덕지일 뿐이었다.
그 결과 인구의 70퍼센트는 현재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진흙에 소금과 마가린을 조금 섞어 햇볕에 말린 진흙쿠키가 시장에서 팔린다. 지진 전 이미 정부의 공공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 결과 1만개가 넘는 비정부기구들, 구호기구들이 활동을 펴고 있었다.
빈곤과 재앙
아이티의 건물들은 이러한 빈곤을 반영하여 허술하게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약간의 지진에도 견딜 수 없게 설계되었다. 지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1950년대 이후 자료들을 토대로 기술의 발전이 건축에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한 지진피해가 부자나라에 비해 전반적으로 100배가 높다고 보고한다. 19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규모 7.0의 지진으로 단 63명이 사망했고, 1995년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고베대지진으로 6,300여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아이티의 대재앙이 어떤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언론들은 아이티의 주민들, 노동자들을 구호하기 위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구호물자가 얼마나 많은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나라 기반시설의 붕괴는 주민들을 지원하는데서 심각한 어려움을 낳고 있다.
도로, 전기공급, 물공급 등 아이티의 공공서비스는 지독히도 열악한 상황이고, 의사, 병원, 의료품, 희생자들을 파내기 위한 굴착기는 처음부터 부족했다. 그리고 현재는 공항과 항만뿐만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도로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들은 초기 지진에서 생존했던 사람들마저 이제 와서 음식, 식수, 병원치료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의 결핍 때문에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자본주의’라는 재앙
그러나 언론은 파렴치하게도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분노의 폭발에 대해 “약탈의 위험”이라며 비난했다. 소위 약탈 말고는 그들은 살 길이 없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친 제국주의자들과 식민주의자들의 약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 프랑스 지배자 등 이 제국주의자들은 아이티에 대한 수백년 동안의 약탈로 지금의 상황을 조장해온 자들이 아닌가?
미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들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도 20년 이상 수명이 짧은 대다수 아이티인들은 매일 매일을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재앙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자연재해를 사회적 재앙으로 변형시키고, 재앙의 규모와 위력을 100배로 증폭시킨 것도 바로 그 자본주의였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