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한 혼다 자동차 파업
중국 광둥성 포산에 있는 혼다자동차 엔진, 변속기공장 노동자 1900명이 5월 17일부터 보름 넘게 전면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으로 혼다자동차 중국공장 4곳 모두가 줄곧 멈춰 섰다. 이는 중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직적 파업이며, 개혁개방 이후 최대 파업이라고 한다.
혼다 노동자들은 “기존 1500위안에서 2000~2500위안으로 월급 인상(약 50% 인상)”, “연공서열에 따라 매년 100위안씩 인상”, “파업 참가자 불이익 금지”, “노조위원장 재선출”을 4가지 핵심요구로 대담하게 내걸었다.
어정쩡한 중국정부
과거 같으면 하루 이틀 만에 개입했을 중국정부가 이번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정부 스스로 ‘빈부격차 해소’를 중요 과제로 설정할 만큼 중국 안에서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게다가 세계경제위기 이후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결과 물가가 상승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살인적 저임금에 시달려온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탄압으로 악명 높은’ 중국정부조차도 힘으로 계속 억누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금 세계경제 전반이 계속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어 ‘수출시장’이 위태롭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내수를 살려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임금인상을 어느 정도는 용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의 시혜가 아닌 노동자투쟁으로 임금이 오르고, 임금인상투쟁이 여기저기로 확산되는 것은 중국정부도 결코 원치 않는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초기에는 관변언론이 이 투쟁을 보도할 수 있게 허용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철저히 보도를 통제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다.
혼다자동차 노동자들은 중국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로 열린 정치공간을 맘껏 활용해 파업투쟁을 보름 넘게 꿋꿋하게 밀고나갔다.
혼다 사측의 당근과 채찍
혼다 사측은 5월 31일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강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24% 임금인상안을 내놓으며 파업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려 했다. 상당수의 파업노동자들이 작업에 복귀하자, 사측은 어용노조를 앞세워 끝까지 투쟁을 사수하려는 파업노동자들과 여러 차례 물리적으로 충돌하게 만들었다.
중국 노동자파업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
현대차 베이징공장에 범퍼를 공급하는 성우하이텍 베이징공장에서도 지난 28~29일 파업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 베이징공장도 일시적으로 생산이 멈췄다. 성우하이텍 사측이 임금 15% 인상에 합의해 이 파업은 마무리됐다.
혼다자동차 파업노동자들은 주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태어나 평등과 존엄에 대한 요구가 강한 반면, 89년 천안문 학살 전후의 야만적 탄압을 겪지 않아 탄압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노동자들이다. 이 젊은 노동자들의 당찬 파업투쟁은 중국의 무서운 초고속성장을 위해 무자비하게 피땀을 쥐어 짜여 왔던 중국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투쟁에 나서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김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