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콘 - 자살공장
일자리를 찾는 2억의 농민공들
최근 13명의 연쇄 자살 때문에 ‘자살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팍스콘 공장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델, 노키아, HP, 삼성전자 등의 전자제품을 OEM방식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팍스콘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45만 명 거의 대부분이 농민공들이다. 이 농민공들은 농촌호구로 편입돼 있어, 도시에 나와 일하면서도 도시 호구를 부여받지 못한 채 최저임금과 악랄한 노동조건 속에 무방비로 내동댕이쳐졌다.
“닭보다 먼저 일어나고, 고양이보다 늦게 자며, 당나귀보다 힘들게 일하고, 돼지보다 안 좋은 걸 먹는다.” 농민공들이 신세를 한탄하며 사용하는 말이다. 중국 농민공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대우가 얼마나 심각한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해 준다.
우린 기계가 아니다
중국 자본주의의 빠른 성장은 이 농민공들에 대한 수탈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 동시에 발전하는 중국 자본주의는 더욱 많은 농촌의 젊은 노동자들을 빠르게 도시로 유인했다. 팍스콘에서 일하고 있는 10대, 20대의 젊은 노동자들은 감시카메라와 회사 관리자들의 감시 하에 10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 동료들과 얘기조자 나눌 수 없었고,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어떠한 불만 표출도 못하도록 강제적으로 억압당해왔던 젊은 노동자들은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에겐 삶은 없고 오직 작업만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자본가들은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찬양하며, 역시 자본주의가 번영하고 회사가 성장해야 노동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떠벌인다. 그러나 저들의 ‘번영’을 위해 노동자들은 도살장 같은 공장에서 삶도 희망도 없이 기계로 전락해야만 했다.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자살이 이어지자 공안당국은 노동자들의 추가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현지 공장에 공안요원 300명을 급파했다. 건물 주변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동료들이 있으면 빠르게 신고할 것을 노동자들에게 주문했지만,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조치는 언론들의 혹평을 불러왔을 뿐이다.
결국 팍스콘 측은 30% 임금인상을 결정했다. 그래봤자 잔업과 특근을 포함해 겨우 최저임금을 넘기는 정도다. 그런데도, 이렇게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막대한 부를 거둬들이고 있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팍스콘이 “노동착취업체가 아니다”라는 망발을 했다. 이와 함께 팍스콘 대변인은 생색을 내듯 말했다.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생명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외친다 “이 말은 당신들 자본가들이 주의 깊게 들어야할 말이다. 노동자의 삶과 생명을 무시해온 자들은 바로 당신들이다.” “자본가 당신들은 노동자의 자살행렬을 막을 수 없다. 오직 노동자의 희생 위에 쌓여가는 돈보따리에 욕심을 내고 있을 뿐, 그나마 올려준 쥐꼬리만한 임금인상분조차 아까워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 노동자의 단결
노동자를 죽여 자본가의 돈보따리를 채우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진실 앞에, 팍스콘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항거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식을 넘어, 단결과 투쟁, 파업과 시위라는 노동자의 전통적인 무기 역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중국 혼다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이 그 주목할 만한 사례다. 지금 이 시대가 나날이 흉포해지는 착취와 야만의 시대일 뿐만 아니라, 그런 시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전 세계적인 투쟁의 시대임을 동서양 모든 나라 노동자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