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리스 노동자들
27일 그리스 신용등급이 ‘정크본드’(쓰레기채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포르투갈 신용등급도 2단계 하락했다. 그 결과 서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증폭돼 유로화가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세계 증시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그리스에 올해 최대 3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하고, IMF(국제통화기금)가 그와 별도로 150억 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에서 터졌다. 이것은 그리스가 국가채무를 갚으려면 향후 2~3년 안에 900억 유로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450억 유로를 유로존과 IMF로부터 긴급수혈 받더라도 언제든 부도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걸 보여준다. 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22일 그리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13.6%나 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최고치다. 그동안 그리스 정부가 발표해온 12.9%보다도 훨씬 높다.
정부 재정적자, 부도위기가 심각한 만큼 그리스 자본가정부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더욱 더 맹공을 퍼부으려 할 것이다. 마치 열심히 일만 해온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인 양 말이다.
배부른 돼지, 자본가들의 비열한 책임 떠넘기기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금융계는 포르투갈(P), 아일랜드(I), 그리스(G), 스페인(S)을 “돼지들”(PIGS)이라고 냉소적으로 부른다. “게으르고, 도둑질 잘하는 지중해인들이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며 오래된 인종주의 악선동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투기가 이 나라들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게다가 이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관광에 더 많이 의존해 왔는데, 관광산업이 붕괴했다. 왜냐면 다른 나라(가령 가까운 유럽) 노동자들이 휴가 때 지중해로 여행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에서도 가장 낮은 임금을 받아왔다. 경제위기 전에도 수십만 노동자들이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일을 2개씩 해야 했다. 따라서 그리스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위기에 대해 책임질 이유가 전혀 없다.
4번째 총파업을 벌이다
2월 10일, 2월 24일, 3월 24일 세 번에 걸쳐 하루총파업을 벌였던 그리스 노동자들이 4월 22일 다시 4번째 총파업을 벌였다. 공공노조연맹 소속 교사와 공립병원 노동자 50만 명이 재정긴축안에 항의하며 하루총파업을 벌였다. 공산당 산하 전국노동자전선도 48시간 총파업을 했다. 의사, 배우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다시 총파업을 벌이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스 등 남유럽을 비롯해 자본주의 경제가 세계 곳곳에서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수렁 속에서 자신들만 빠져나오기 위해 자본가들과 그 정부들은 모든 곳에서 노동자들을 수렁으로 더 깊이 몰아넣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지금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본가들과 그 정부에 맞서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그리스 노동자파업은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싸울 수 있고, 또 대차게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명환
프랑스 비스테온 파업이 성과를 얻다
[이 기사는 프랑스 LO의 주간정치신문 <노동자투쟁> 4월 2일자, 미국 <스파크> 신문 4월 12일자에 실린 것이다.]
북부 프랑스의 세 현장에서 비스테온 노동자들이 3월 22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떤 트럭도 이 현장들에서 부품을 실어 나를 수 없었다. 공장 문 앞에는 “최저임금 5% 인상!”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경영진은 겨우 1.8%만 인상하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자들은 일자리 감축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
프랑스 비스테온 사측은 위기 상황에서도 약 1,408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래도 사측은 “비용 절감”을 멈추지 않았다.
공드꾸흐 공장, 까르뱅 공장, 아르네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규찰을 서면서 파업을 4일째 벌이자, 르노, 볼보, 푸조 자동차 생산이 부품 부족으로 타격받았다. 그래서 비스테온 사측이 물러나 결국 4.9% 임금인상에 동의했다.
자동차 조립공장의 생산이 멈춘 뒤, 일부 노동자들은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했다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수는 공장을 멈춰 세우고, 함께 싸운 것을 기뻐했다. 자본가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런 연대가 중요하다.
번역 : 김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