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담배공사 노동자투쟁
정리해고·임금삭감에 맞서 파업과 도심시위로 정부 압박!
2009년 12월 14일, 전국 27개 지역 40개 사업소에서 터키 술담배공사(Tekel, 테켈) 노동자들을 태운 106대의 버스가 수도 앙카라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5,000~6,000명의 테켈 노동자들은 매일 민영화에 따른 공장폐쇄,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을 규탄하며 한 달 가량 대정부 도심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 한복판에서 자본가정부를 압박하다
민영화에 따른 공장폐쇄로 12,000명의 테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노동법 4/C 조항에 따라 1년 중 10개월간만 다른 공공기관에서 임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두 달 동안은 아예 수입이 없다. 임시직이라 임금은 기존 163만 원에서 59만 원 수준으로 대폭 줄고, 사회복지도 사라지며, 노조로 단결할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그래서 테켈 노동자들은 “우리의 미래를 갖고 장난치지 말라”, “우리는 민영화에 따른 어떤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도 받아들일 수 없다”, “빵이 없으면 타협도 없다”고 소리 높여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터키 자본가정부의 답변은 최루탄과 물대포, 곤봉을 앞세운 잔인한 폭력진압이었다. 터키 수상은 테켈 노동자들한테 “정부를 향해 도발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며 노동자들을 모욕했다.
1시간 전국파업으로까지 번지다
이런 폭력진압과 모욕은 노동자민중의 불만을 부채질했고, 노동자투쟁을 확산시켰다. 1992년 이후 민영화로 공기업 노동자 2만여 명이 지금 실업자 상태로 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도 고용과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심지어는 소방서까지 외주화해 소방일을 상품화하려는 정부에 맞서 소방노동자들까지 싸우고 있던 상태였다.
소방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도권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학생, 언론사, 시민들까지 테켈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테켈 노동자 100여 명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대교 위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터키노총은 12월 25일, 1월 8일 1시간 전국파업(1시간 늦게 작업장에 들어가기)을 벌였고, 1월 15일, 25일에도 비슷하게 투쟁하겠다고 선포했다. 수도권 지역 노동자 일부는 파업시간을 활용해 테켈 노동자들을 지지방문하기도 했다.
정부의 알량한 양보를 단호하게 거부하다
정부는 더 이상 폭력탄압, 무시로 일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잘것없는 양보지만, 어쨌든 한 발 물러섰다. 테켈 노동자들이 임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중 10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고, 임금을 약간 올려주겠다고 했다.
1월 6일 테켈 노동자들은 앙카라 도심시위를 계속할지를 놓고 투표했다. 전국 각지에서 가족을 놔두고 수도 앙카라로 모여 시위한 지 24일째였다. 강추위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테켈 노동자들은 9,683명 가운데 9,628명이 찬성해(99.4% 찬성률)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다.
공황기에 노동자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다
테켈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잘 싸웠던 것은 아니다. 노동조건은 열악했다. “담배 냄새가 지독했지만, 제품(담배)에 해로울까봐 창문도 열지 못한 채, 아침 7시부터 하루 종일 일했다. 여성노동자도 60kg의 담배뭉치를 등에 지고 날라야 했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고용이 안정적이었기에 참고 견뎠으며 여당에도 표를 찍곤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이런 노동자들을 민영화, 공장폐쇄, 정리해고, 임금·복지 삭감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대정부투쟁의 불꽃을 지펴 올렸다. 테켈 노동자들은 지금 터키 노동자들에게는 ‘희망’을, 터키 자본가들과 정부한테는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테켈 노동자투쟁은 노동자계급 속에 꿈틀거리고 있고, 이후 더 크게 폭발할 잠재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