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신뉴딜정책 - 자본주의를 연명시키기 위한 무망한 시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을 위시로 한 전 세계 자본가들은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및 실물경기 침체라는 ‘세기적 공포’ 아래 살아남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에 전 세계 자본가들의 부는 절반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리먼사태 직전 1만1,422포인트였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6,926포인트로 반토막 났으며 여타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최대의 투자은행들이었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구제금융을 통해 상업은행의 우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씨티ㆍAIG 등도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통해서 연명하고 있다.
실물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광범위했다. 자금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파산위기에 처한 자본가들은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대규모 감원에 나섰으며 공장 폐쇄, 기업 매각 등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쳤다. 미국 자동차산업을 상징하던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빅3’는 전례 없는 인력감축과 가동중단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향후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헝가리ㆍ우크라이나ㆍ라트비아ㆍ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을 국가부도위기 상황으로 내모는 전 세계적인 것으로 확산되었다.
1929년 대공황에 필적할 만한 -6%의 가파른 경기침체, 기업 파산, 현재 8.1%이며 연말에는 10%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이는 높은 실업률, 그에 따른 경제 및 사회불안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각국정부는 오래된 처방전을 다시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다. 대공황 상황에서 완전히 마비된 자본주의를 인위적으로 연명시키고자 루즈벨트가 꺼내든 뉴딜정책이 그것이다.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상 초유의 ‘제로(0) 금리’와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투입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바마의 뉴딜정책은 마비된 자본주의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7천억 달러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월가에 투입되었지만, 금융불안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자본가들은 그 돈으로 빚잔치와 보너스잔치에 여념이 없을 뿐 어떤 대안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다.
AIG는 작년 9월 이후 지원받은 1,730억 달러의 공적자금 가운데 500억 달러를 빚을 갚는데 사용했음이 비공개로 알려졌을 뿐 구체적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1억6,500만 달러를 73명의 경영진에게 한 사람당 최소 100만 달러의 보너스로 지불하는 데 사용했다. 시티그룹의 최고경영자 팬디트도 이전 연봉보다 4배 많은 3,28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월가 전체로 보면 보너스 잔치에 사용된 돈은 무려 184억 달러(약25조 원)에 달한다. 결국 구제금융은 경제위기를 불러온 장본인들인 탐욕스런 자본가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것이며, 투기화된 자본주의를 연명시키는 것일 뿐이다.
오바마 정부는 친환경 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녹색산업 육성 등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7,870억 달러를 사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세계경제위기를 만들어낸 근본원인인 자본가들의 무정부적 생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투기경제와 파산의 반복은 막을 수 없다. 세계대전을 통해 거대한 규모로 생산시설을 파괴하고 나서야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세계경제의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세계적 이윤추구 경쟁이 원인인 전쟁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대선 공약이었던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유예하고 5만 명을 계속 주둔시키는 한편, 아프가니스탄 증파를 결정한 것은 오바마에 대한 평화주의적 기대가 현실 앞에서 얼마나 무망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