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인 요구를 자신 있게 내걸 때 승리는 가능하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과들루프의 노동자들이 지난 1월 20일부터 섬 전체를 완전히 멈춘 총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45만 인구의 제주도만한 작은 섬이지만, 노동자들은 강력한 단결을 조직해냈다. 그리고 이 투쟁이 프랑스 본토 노동자들로 확대될 것을 두려워한 사르코지 정부와 자본가들에게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노골적인 자본가정부도 한 걸음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위기의 노동자 전가에 반대하다
세계경제위기가 덮치면서 1인당 평균소득이 7,900달러인 과들루프의 실업률은 22%까지 치솟았다. 또한 물가는 본토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폭등했다. 노예주의 후손인 1% 백인 자본가들은 부를 독차지하면서 온갖 사치를 누렸지만, 아프리카노예의 후손으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노동자들은 공황의 한 가운데서 생활이 파탄났다. 지난 해 12월 프랑스정부가 내놓은 260억 유로의 경기부양책도 자본가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반란을 준비했다.
49개 정치단체 및 노동조합들은 개별자본가들과의 싸움만으로는 더 이상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없으며, 프랑스 정부가 그것을 직접 책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결의를 모았다. 이를 위해 ‘착취반대행동’을 건설했다. 그리고 노동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146개 요구안을 내걸었다. 핵심 요구는 월 200유로(약40만 원) 임금인상, 생활필수품가격 대폭인하, 실업기금 대폭증대 등이었다. 노동자들은 ‘착취반대행동’으로 결집했고, 1월 20일에 총파업이 선포되었다.
노동자들의 산업통제와 강고한 파업
파업노동자들은 주요 도로와 공장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매일 집회를 진행했으며, 거리를 행진하며 파업을 독려했다. 수퍼마켓 노동자들까지도 파업에 참여했고, 생산은 완전히 멈췄다. 파업을 지지하는 농민들은 주민들에게 배급할 식량을 조달해주었다. 과들루프 정유사 노동자들은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가스를 배달했다. 항구는 의약품과 같은 긴급물품을 제외하고는 상품유통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노동자들이 공장과 상점을 통제했다.
프랑스 정부는 5천 명의 경찰특공대를 파견해 파업을 진압하려 했지만 이미 대중적으로 폭발한 총파업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경찰 호위 하에 시도된 대체인력투입은 곳곳에서 격파됐다.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구속시키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2월 16일 밤 발생한 한 활동가의 의문의 피살사건은 노동자들을 더욱 분노케 만들 뿐이었다(프랑스 경찰은 청년들이 경찰을 향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주장).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투쟁의 확산과 사르코지 정부의 굴복
총파업은 카리브 해의 또 다른 섬인 마르티니크로 확산됐다. 경찰은 전혀 손을 쓸 수 없었다. 프랑스 본토에서도 지지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월 21일에는 전국적으로 3만 명의 노동자들이 과들루프총파업을 지지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1월 29일에 250만 명이나 참가한 하루총파업은 본토 노동자들의 불만도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었고, 과들루프 무기한 총파업이 본토로 옮겨 붙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사르코지는 양보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영토 주민들의 생활안정 지원금으로 5억8천만 유로(1조1천4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공표하는 한편, 협상단을 파견해 200유로 임금인상 요구안을 수용하고 100개 품목 물가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또한 26억5천만 유로(4조6천억 원)에 달하는 저소득가구 및 실직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실직 전 근무기간이 2~4개월밖에 되지 않는 노동자에 대한 500유로(약 100만 원)의 보조금 지급과 400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감세가 포함됐다. 추가로 30억 유로를 노동자 직업훈련기금 등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그렇지만 과들루프 노동자들은 만족할 만한 대책이 아니며, 총파업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사르코지 정부의 대책이 여전히 매우 불충분하지만, 프랑스 노동자들은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자본가정부에 맞서는 싸움에서 노동자들이 공세적인 요구를 내걸고 굳건하게 투쟁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