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 쿠데타냐 노동자혁명이냐…기로에 선 베네수엘라
차베스 환상에서 벗어나야 노동자계급은 올곧게 전진할 수 있다!
올 12월이면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가 집권한 지 11년이나 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으로 대중의 생활이 꽤 개선됐고 일부 기업에 대한 국유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여전히 심각하며 물가는 오르고, 식료품은 부족하며, 차베스 정권 관료들의 부패는 심각하다.
노동자혁명이 절박하지만 반혁명 기운이 높아져가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경우, 그 여파로 차베스 정권은 그동안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분출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았던 개량의 떡고물조차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은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같은 노동자혁명을 통해 반동적 상비군, 관료 체제 등 자본가권력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은행, 토지, 식료품 유통업체 등을 국유화해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으로 점점 더 치닫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지금 반동 쿠데타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베스 정권의 부패와 무능, 우유부단함 때문에 노동자민중이 거듭 실망해 노동자혁명을 향한 동력이 점차 유실돼 가고 있다.
2002년 군사쿠데타, 2002~3년 직장폐쇄, 2005년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 등 갖은 시도로 반혁명을 꾀했던 반동 세력들은 당장은 전면 도발할 힘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전면도발을 계속 준비해왔다. 가령 2008년 9월 10일에는 현역과 은퇴자를 망라한 군 장교들의 쿠데타 음모가 발각됐다. 그리고 식품 사재기, 투기, 밀수 등 비밀스런 경제적 사보타지를 통해 자본가들은 대중들의 불만을 부추기며 반동 쿠데타의 사회심리적 기초를 놓아가고 있다. 마치 1973년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칠레 자본가들이 경제적 사보타지를 벌였듯이 말이다.
차베스 정권의 계급 협조주의가 반동세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 또한 차베스 정권의 계급 협조 정책이 부른 필연적 결과다. 차베스 정권은 군대 내 혁명운동을 금지시켰고, 반동 세력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2002년 반혁명 쿠데타의 주모자들을 사면했다. 그리고 대기업들과 친한 군 장교를 부통령으로까지 임명했다. 차베스는 자본가들을 만나 ‘협조’를 요구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노동자 착취강화] 조치’를 발표해 자본가들에게 적극 협조했다. 물가가 올라 실질임금이 삭감되자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투쟁을 벌였는데 차베스 정권은 이에 반대하기도 했다.
차베스 정권이 이렇게 계급 협조주의 태도를 보이고, 노동자 투쟁이 혁명으로 분출하는 것을 갖가지 멋스러운 말장난까지 동원해 억누르자 반동 세력들은 더욱 더 자신감을 얻고 반동 쿠데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이 차베스 정권에 대한 어떤 환상도 거두고, 자본가, 반동 관료, 반동 장교들과 직접 맞서 싸우면서 아래로부터 노동자권력 탄생을 준비하는 투쟁기구를 수립해나가면서 체계적으로 노동자 혁명을 준비해나가지 않는다면, 그 대신 자본가 국가기구의 꼭대기에서 위험스런 곡예를 하고 있는 차베스 정부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버린다면 제2의 칠레 사태와 같은 비극적 운명이 그들을 덮칠 것이다.
차베스당이 아니라 진정한 혁명정당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이하 통사당]은 일부 사회주의자들이 규정했던 것과 달리 혁명정당이 결코 아니다. 통사당은 차베스가 위로부터 건설한 당이다. 지도부조차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았고 차베스가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이 당에는 상층 국가 관료 그리고 친정부 자본가들의 다수가 들어가 있다. 차베스는 자본가들한테도 이 당에 들어오라고 적극 호소했다. 물론 통사당에는 노동자민중들도 참여하고 있고, 일부 급진적 정치세력들도 들어가 있다. 이들의 노력에 의해 통사당은 부분적으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조치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통사당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타협을 조장하면서 곡예놀음을 하는 계급협조 정당이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은 2000년대 초반 반동세력에 맞선 여러 투쟁에서 상당한 혁명적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잠재력은 이후 벌어진 몇몇 공장점거 투쟁과 국유화 투쟁에서도 계속 빛을 발했다. 이런 혁명적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 혁명으로 곧고 빠르게 전진하려면 차베스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진정한 혁명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베네수엘라판 10월 혁명(노동자혁명)이냐 아니면 베네수엘라판 피노체트 반동 쿠데타냐! 이것은 진정한 혁명정당건설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힘을 결집할 수 있느냐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런데 진정한 혁명정당건설은 차베스당과 차베스 정부를 넘어서는 혁명적 정치에 달려 있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