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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해설 | 제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
서문
제1편 잉여가치의 이윤으로의 전환과 잉여가치율의 이윤율로의 전화
비용가격과 이윤 /
이윤율 /
이윤율과 잉여가치율 사이의 관계 /
회전이 이윤율에 미치는 영향 /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 /
가격변동의 영향 /
제2편 이윤의 평균이윤으로의 전환
상이한 생산부문의 상이한 자본구성과 이로부터 나오는 이윤율의 차이 /
제3편 이윤율의 저하경향의 법칙
법칙 그 자체 /
상쇄요인들 /
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 /
제4편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의 상인자본으로의 전환
상품거래자본과 상업이윤 /
화폐거래자본 /
상인자본의 역사적 고찰 /
제5편 이윤의 이자 및 기업가이득으로의 분할
이자낳는 자본 /
신용제도와 그것이 야기하는 여러 효과들 /
이자율과 자본주의 경기변동 그리고 공황 /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신용의 역할 /
화폐자본과 실물자본 /
이자낳는 자본에 대한 역사적 고찰 /
제6편 초과이윤의 지대로의 전환
서론 /
차액지대 일반 /
차액지대의 제1형태 /
차액지대의 제2형태 /
절대지대 /
건축지지대, 광산지대, 토지지대 /
지대(토지소유)의 반동성 /
자본주의적 지대의 발생 /
제7편 수입과 그 원천
삼위일체의 공식 /
생산과정의 분석을 위하여 /
경쟁이 야기하는 환상 /
분배관계와 생산관계 /
서문
우선 이제까지 해설해온 ≪자본론≫ 제1권과 제2권에서 다루어진 주제와 제3권에서 다루어지는 주제 사이의 차이에 대해 간략하게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데서 제3권 해설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제1권에서는 자본주의 생산과정 즉, 직접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그 후에 이러한 직접적 생산과정은 유통과정에 의해 보완되었는데, 제2권은 생산과정에서 창출된 가치가 실현되는 이 유통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이라는 이해에 도달하였다. 그렇다면 제3권은 무엇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는가? 여기서는 전체로서 본 자본의 운동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제 제3권에서는 상호결합되어 전체적으로 총자본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개별 자본들이 상호경쟁하면서 어떻게 자본주의의 생산방식을 구성하고 있는가를 서술하며, 현재 우리가 눈앞에서 보고 있는 자본가사회의 구체적 현상들을 분석한다. 따라서 제3권에서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마치 손에 잡힐 듯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서 나타나며, 자본가들과 그들의 이론가들이 현재 취하는 모든 현실적 의식들이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가 하는 점이 보다 명료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독자들의 머리 위에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왜 ≪자본론≫은 구체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제3권에서부터 쓰여지지 않고 추상적으로 자본주의를 다루고 있는 제1권에서부터 쓰여졌는가?” 그리고 “맑스주의는 유물론에 기반하는 철학이며, 자본주의를 유물론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제1권과 제2권에 대한 이해없이도 바로 제3권에서부터 독해를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등등. 이상의 요지 아래 독자들이 갖게 되는 의문은 퍽 있을 법한 것이지만 ≪자본론≫에 대해서는 타당하지 않다. 우선 ≪자본론≫은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분석하는 글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생산방식과 같은 방대한 영역의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구성하고 있는 무수한 연관의 사슬을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만약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구성하고 있는 무수한 연관의 사슬들을 주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 1차적인 것과 2차적인 것, 1차적인 것 중에서도 보다 1차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독립적인 것과 종속적인 것 등으로 나누어서 구분하여 그들이 맺는 연관이 어떻게 우리가 현재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현실의 자본가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해명하지 않는다면 현실은 결코 하나의 총체로서 우리에게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 현실은 본질적인 것으로,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되지 못하며, 단지 현상적으로만, 그리고 필연적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질서한 혼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뿐이다. 만약 자본가사회가 그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다루어진다면 그것은 현상적으로는 아주 구체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전혀 구체적이지 않을 것이다. 자본가사회를 분석하는 ≪자본론≫이 그러한 유형의 분석의 수준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전혀 현실을 본질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할 뿐더러 불합리한 현실을 변혁하는 수단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기껏해야 구체적인 분석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혼동의 덩어리에 불과한 자본가 경제학서들에 하나를 덧붙인 것에 불과할 것이다.
구체에도 여러 종류의 구체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추상에도 여러 종류의 추상이 있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나 무질서한 혼동으로서, 현실적 운동을 낳는 본질적 모순이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규정적 계기와 부차적 계기들이 전혀 분리되지 않는 식으로 현실을 다루는 무의미한 구체 또는 완전히 본질을 전도된 형태로 반영하는 엉터리 구체가 있다. 역으로 사물의 운동에 대한 구체적 분석으로부터 도출된 합리적인 유의미한 추상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추상은 구체를 올바르게 반영할 뿐더러, 현상의 표면만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만들어내는 규정적 계기들을 추출함으로써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장 구체적이다. 기실 추상과 구체 사이의 경계는 유동적인 것이며, 상호전화하는 것이다. 모든 이론은 현실을 단지 근사적으로만 반영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그러나 그 이유로 이론을 거부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합리적) 추상과 구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양자를 절대적으로 대립시키는 셈이다.
자본가사회라는 거대하고 무척 복잡한 연구대상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유일한 방법은 자본가사회를 이루는 무수한 연관의 사슬 중에서 가장 본질적이며 여타의 사슬들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사슬을 역사적・논리적으로 추출하고, 이 사슬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여 자본가사회의 전체 사슬을 분석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맑스는 수십 년에 걸친 사회에 대한 역사적이고도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어떤 한 사회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요한 기준점이 되는 그러한 사슬이 다름 아니라 생산과정의 독특한 성격이라는 점을 도출해내었고, 당연히 생산과정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자본가사회에 대한 서술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자본론≫의 제1권을 이루고 있는 내용이다. 자본가사회에서 생산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생산과정과는 구별되며 (생산과정에 비해서는) 부차적인 계기로서 나타나는 유통과정이 다음에 다루어지며 이는 ≪자본론≫의 제2권의 주요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제 제3권에서는 전체로서의 자본의 운동을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로서의 자본의 운동과 현실의 구체적인 자본가사회(바로 이것들을 다루는 것이 ≪자본론≫의 목적이다)를 다루는 현재의 지점에 우리는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에 대한 이해에 도달한 이후에 이르게 되었다. 즉 우리는 우회로(그러나 필수적인 우회로)를 거친 이후에 원래의 목적지인 제3권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회로는 무의미한 것인가? 이미 다룬대로 (만약 현실을 혼돈덩어리로서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러한 우회로는 필수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가사회의 전체 사슬에서 가장 규정적인 사슬(계기)를 분석한 이후에 도달한 자본가사회의 구체적 현상들은 더이상 우연적이거나 피상적인 것으로서가 아니라 필연적이며 본질적인 것으로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적 파악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가장 본질적이며 규정적 계기인 생산과정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하였고, 그 다음에는 유통과정에 대한 분석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2권의 말미에서 우리는 자본가사회를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로서 고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3권에서 우리는 더 나아간다. 우리는 여기(규정적 사슬)에다 피와 살을 입혀서, 즉 현실의 자본가사회를 구성하는 여타의 제반 사슬들을 결합하여 우리가 눈앞에서 매일 목도하는 현상들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현상들은 더이상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으로, 다시 말해서 자본가사회의 모순이 전개된 것으로서 나타난다. 그리하여 우리는 완전하게 이해된 구체로서 현실의 자본가사회를 그려내게 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사실 자본가사회에 대한 분석에서만이 아니라 복잡한 현상들을 다루는 모든 과학에 적용되는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론이다. 가령 복잡한 자연현상들을 다루는 자연과학자들의 연구방법들을 살펴보자. 이들은 여러 불순한 환경들(주요한 요소들에 영향력을 미치는 부차적인 여러 요소들)을 제거한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거기서 하나의 법칙을 발견한다. 그런데 지구상의 어떤 곳에도 실험실과 같은 그러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는 곳은 없다. 따라서 자연과학자는 자신이 실험실에서 발견한 법칙이 현실에서는 환경의 여러 요소들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변형되어 나타나는가를 설명해냄으로써 자신이 발견한 법칙이 타당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자연현상들을 법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이제 자연현상은 더이상 우연적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될 뿐더러 자연현상들을 인간을 위해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가령 현재에 이르러서는 “유전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적절한 유전적 배열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여러 동물들을 복제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자연과학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자만이 “당신이 발견한 법칙은 단지 실험실에서만 타당할 뿐이다. 왜냐하면 실험실과 같은 조건은 지구상의 어디에도 존재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항변할 것이다.
≪자본론≫ 제1권에서 서술된 자본주의 생산과정 및 가치법칙, 이윤율 등은 마치 실험실적 조건에서 입증된 법칙과 같다. 만약 자본이 여러 개별 자본가들에게 분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거대 독점자본으로 통일되어 있으며, 봉건적 잔재들이나 상부구조의 반작용 등이 전혀 존재치 않는다면 현실의 사태는 제1권에서 서술된 사태와 완전하게 동일하게 전개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자본의 운동은 제2권에서 서술된 유통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게다가 현실의 자본가사회는 상호경쟁하는 무수한 개별 자본으로 분열되어 있을 뿐더러 과거의 사회구성체로부터 물려받은 이런저런 잔재들과 국가의 개입, 노동자 운동의 압력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제1권에서 서술된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은 자본가사회의 운동을 규정하는 본질적이며 1차적 계기이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여러 계기들의 반작용을 받으면서 변형되어 특수하게 관철된다. 따라서 (다시 한번 자연과학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어떤 자연과학자가 자신이 실험실적 조건에서 발견한 법칙을 보편타당한 것으로 입증받으려면, 그리고 이 법칙에 입각하여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려면 그는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서 현실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을 다루어야만 한다. 만약 우리가 실제로 보고 겪는 자연현상들이 이 과학자가 제출한 법칙에 입각하여 설명될 수 있으며, 이 법칙이 현실에서는 여러 교란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직접적인 방식으로 순수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어떤 자연현상을 낳는 원인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입증된다면 이 과학자는 이 법칙의 도움을 얻어 자연현상을 본질적으로 분석해낸 셈이다. 마찬가지로 맑스는 자신이 발견해낸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이 법칙은 제1권에서 이미 순수한 형태로서 전개되었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자본가사회에서 나타나는 경제현상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만약 현실의 자본가사회가 맑스가 제1권에서 서술한 법칙에 입각하여 완전히 해부되고 설명될 수 있다면 이제 그 법칙은 과학적 법칙으로 인정될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여전히 단순한 가설로 남게 되거나 (오류가 발견된다면) 수정되거나 폐기될 운명에 놓이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맑스는 자신이 자본주의 생산과정(≪자본론≫ 제1권)에서 서술한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을 유통과정(≪자본론≫ 제2권)이라는 중간의 매개를 거쳐, 상호경쟁하는 무수한 자본들로 분열되어 있으며 자본가의 기능이 분할되어 자립화하고 신용제도와 지대가 개입하고 있는 현실의 자본가사회에 적용하여 완전하게 이 사회의 운동을 설명해냄으로써 (단지 과학적 가설이 아니라) 진리로서 입증해내었다. 제3권은 바로 이 지점에 해당된다. 따라서 제3권은 제1권, 제2권과는 달리 자본의 운동이 단일한 자본의 운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경쟁하며 대립하는 무수하게 분열된 자본들의 운동으로서 나타나며, 논리적 전개가 심화됨에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눈앞에서 접하는 실제의 자본가사회의 현상에 근접해가며 최종적으로는 자본가사회의 현상 그 자체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제1권에서 서술된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체적으로 입증되며, 단지 보다 다양한 매개들을 거치면서 변형된 형태로서, 아울러 개별적 자본에서는 일반 법칙으로부터 위배되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이런 개별 부분들이 모인 총체로서의 전체 자본의 운동에서는 법칙이 완전히 관철되는 방식으로 입증될 따름이다. 따라서 제3권을 완전하게 이해하게 되는 독자들은 자본가사회의 모든 현상들을 수미일관되게 “자본과 임금노동 사이의 대립적 관계”에 입각하여 해석할 수 있을 뿐더러 자본가들이 지니는 모든 불합리한 의식들이 객관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제1권에서 서술된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들을 보다 구체적이며, 보다 확고하게 획득할 수 있을 것이며, 모든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지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1권에서 이미 서술된 자본가사회의 주요한 운동법칙들이 제3권에서 다시 반복되더라도 독자들은 식상해 해서는 안된다. 동일한 법칙의 확인이라고 할지라도 제3권에서 다시 표명된 법칙들은 제1권에서와 같은 추상적 법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제반 현상들 속에서 자신의 올바름을 입증시켜낸 (훨씬 풍부해졌고 모든 개별적 현상들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법칙으로 격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제3권이 지니는 독립적 의의이며, 독자들이 제3권을 읽는 데 있어서 획득해야만 하는 주요한 논지들이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제3권의 의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3권을 해설하는 데 있어서 필자는 제1권, 제2권을 해설하던 때와 다르게 다음과 같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맑스가 ≪자본론≫ 제3권을 서술하던 당시의 자본주의의 구체적 모습은 제3권에서 서술된 것과 완전히 동일했다. 그런데 우리가 제3권에 대해 해설하는 지금 자본주의의 구체적 모습은 제3권이 편집되던 당시와는 상당히 다르다. 10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것이고 그 동안 자본주의는 그 내적 법칙을 유지한 채 엄청나게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자본론≫ 제3권의 가장 커다란 의의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을 지금 눈앞의 자본주의의 현상에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현상을 본질적으로 해명하는 것 에 부합하도록 해설하는 것은 단지 ≪자본론≫ 3권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게 되었다. 맑스의 ≪자본론≫이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고 그가 밝혀낸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이 그 동안에 변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현상에 있어서 엄청나게 진화한 이상 ≪자본론≫ 제3권의 의의에 부합하는 것은 오직 현재(1998년)의 자본가사회의 구체적 현상에 ≪자본론≫의 보편적 내용을 적용하는 것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자본론≫ 제1권에서 제3권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전개는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과정일 뿐더러 엥겔스가 ≪자본론≫ 제3권 부록에 실린 <가치법칙과 이자율>에서 설명한대로 상품생산의 역사적 전개를 논리적 언어로 번역한 것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진화하는 역사적 유기체이다. ≪자본론≫ 제3권이 서술된 후에 자본주의는 자신의 역사적 전개를 계속해왔으며, 이는 이러한 역사적 발전에 따라 이제는 제3권이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이 도달한 가장 최근의 단계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1998년 현재 도달한 지점에까지 이르는 과정의 중간 사슬을 이루는 것으로 전화했음을 의미한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는 ≪자본론≫ 제3권에 대한 해설은 제1권, 제2권에 대한 해설과는 상이한 형식으로 시도되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분열되어 경쟁하고 있는 무수한 개별 자본들의 상호운동이 아직 개입되지 않은 제1권, 제2권은 그 자체를 요약함으로도 충분한 의의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제3권은 그런 식으로 해설된다면 그 의의의 반은 소실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맑스의 ≪자본론≫의 문구가 아니라 그 정신을 계승하려 한다면 후대의 맑스주의자들은 ≪자본론≫을 통해 기본적으로 해명된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을 부단히 새롭게 변화된 현실에 특수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만 하며, 이는 제3권에 대한 해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맑스주의 운동이 노동자계급의 실천적 운동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으며, 실험과 실천의 발전에 의해 획득된 당대의 모든 성과들이 맑스주의 이론을 풍부하게 하는 데 이용되던 시절에는 그와 같은 작업들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성실하게 수행되었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은 경제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걸출한 시도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독자들은 ≪자본론≫ 3권에 서술된 내용의 연속선상에서 ≪제국주의론≫을 독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이 쇠퇴하여,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제 현상들에 맑스의 이론을 부단히 적용해감으로써 맑스의 이론을 살아 움직이면서 부단히 풍부해져가는 이론으로 발전시켜내지 못하게 되자 상당한 공백들이 생겨났다. 이 공백을 메꾸고 그리하여 현대 자본주의의 모든 현상들을 맑스주의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현대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의 불합리성에 대해 체계적으로 인식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부정의 정신과 사회주의에 대한 강렬한 확신으로 무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임무에 우리가 적절하게 부응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자만은 부리지 않겠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가 모든 면에서 한국 사회주의자들에게 지워진 임무들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단지 막 한 걸음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며, 객관적으로 부과된 운동의 임무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아직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측면에서 운동의 과제에 부응하려는 시도를 감히 펼치지 않으면 안되며, 완전무결함을 꿈꾼 나머지 처음에는 불가피하게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오류들에 겁먹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본인은 본인의 능력에 비추어보자면 만용에 가깝더라도 제3권에 대한 해설을 가능한 한 현재의 자본주의의 현상에 대해 맑스의 이론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형태로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자본론≫ 제3권의 내용은 여전히 이번 해설의 전반적인 기조를 이루고 있을 뿐더러 그 본질적 내용에 있어서 완전히 현재의 현실과 부합한다. 게다가 ≪자본론≫ 제3권에서 다루어지는 1800년대 후반 당시의 자본주의의 현상들에 대한 분석은 현대의 자본주의의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가교가 되는데, 그 이유는 역사적인 견지에서 볼 때 그것이 자본주의의 발전이 현재 도달한 지점에 이르는 과정에서 통과하는 중간단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논리적 측면에서 볼 때 그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현상들을 다루는 데 필수적인 중간항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주의해야만 하는 점은 본 해설은 단 하나도 독창적인 것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자본론≫ 제3권에서 이미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들을 현재의 자본주의 발전단계에 가능한 최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자본론≫ 제3권의 현대적 적용에 있어서 본 해설이 범하는 오류들은 ≪자본론≫ 제3권과는 전혀 무관하며, 전적으로 필자의 오류일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본 해설은 일반적 기조 및 장들의 전개에 있어 제3권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따라서 제3권에 대한 학습과 본 해설을 동반하는 것은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 해설에서는 제3권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당시의 경제현상들은 그대로는 거의 다루지 않으며, 현재의 경제현상들에 대한 적용과 해설로 대체되어 있다. 이 해설이 독자들이 ≪자본론≫ 제3권의 내용들(사실은 ≪자본론≫ 전체의 내용들)을 현대 자본주의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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