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체게바라』 서평
(전국회의 투쟁전술방에서 퍼왔습니다. 체 게베라의 삶의 의의와 한계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좋은 글입니다. 카피를 허락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른바 체 게바라 현상으로 불리는, 60년대 남미의 한 혁명가를 추앙하는 물결이 쿠바와 남미만이 아니라 유럽, 그리고 남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실천문학사가 번역한 『체 게바라 평전』은 비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몇 달째 계속 지키고 있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혁명운동이 침체된 이 시기에 혁명을 위해 살고 죽은 한 혁명가에 대한 기억이 되살려지고 그의 전기가 날개돋힌 듯 팔리는 것, 그것은 '제비'와도 같은 것이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제비,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제비는 봄 햇살이 완연하게 퍼지자 마자 제일 먼저 떠나갈 그런 종류의 제비다. 왜 그런가를 살펴보기 위해서 우리는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의 특징과 이 혁명가가 표현하는 "시대", 그리고 이 혁명가를 통해 자신의 본성을 표출하는 "계급과 혁명집단"을 분석해야 한다.
시대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는 당시에 떠오르는 "혁명가"이다. 살아 있는 혁명가일 수도 있고 이미 사라진 혁명가일 수도 있지만, 이 혁명가는 한 시대가 얼마만큼 꿈틀거리고 있는가를, 그리고 이 시대를 지배하는 낡은 인물들과 가치관들을 뚫고 새로운 혁명의 싹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혁명가는 그를 지도자로 추앙하는 혁명세력의 특징과 그 세력이 발딛고 있는 계급의 본성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특정 계급, 그리고 이 계급을 의식적으로 반영하는 지식인들은 마치 쇠가루가 자석에 이끌리듯이 자신의 본성에 부합하는 최고의 인물을 '그들이 추앙하는 혁명가'에게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시대를 해부하고, 그로부터 이 시대를 변혁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힘들을 추출하는 데서, 그리고 현 시대의 혁명세력의 취약성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새로운 혁명물결을 불러일으키는 데서 지금 부각되고 있는 혁명가를 분석하는 것은 일종의 "탐지기"와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체 게바라에 대한 분석은 각각의 당파들과 현 시대에 대한 맑스주의적 "탐지기"다. 이 점과 관련 우리는 글의 후반부에서 "노동자의 힘"과 "청년진보당"과 같은 민중주의 당파들을 다룰 것이며, 현 시대를 정의할 것이다.
게바라는 아르헨티나의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년 시절까지 게바라는 의학에 몰두하는 엘리트 학생이었을 뿐, 혁명운동에는 무관심했다. 비록 당시에 그가 맑스주의 저작 몇 권을 읽었고 맑스주의 세계관에 상당히 경도되었다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이었을 뿐 그는 진실한 맑스주의 투사는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일종의 배낭족처럼 과테말라를 여행하던 중에, 과테말라 좌익 민중주의 정부(이 정부는 이후 게바라 자신이 건설한 쿠바 정부와 거의 동일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가 의료기관에 대한 자문을 부탁하자 그것까지 거부할 정도였다. 그가 혁명가로서의 길에 입문한 것은 혁명사상이 미치는 정신적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낭만적 여행과정에서 접한 남미의 가난한 농민들의 고통스런 삶이 미친 직접적 영향력 때문이었다. 이처럼 그는 혁명이론에 의해 일관되게 향도되는 치밀한 혁명가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대중들의 고통과 분노, 저항의지로부터 내적 추동력을 끌어내는 혁명가였다. 그런데 당시에 그가 생명력을 끌어냈던 대중들이란 다름 아니라 남미의 가난한 농민층이었다. 그 점에서 그가 모택동에게 크게 이끌렸고 그를 존경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모택동과 함께 그는 "농민대중"의 혁명의지를 표현하는 대표적 혁명가이다. 그는 "남미판" 모택동이지만, 죽은 뒤 30년이 지난 후에 그가 다시 혁명가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이유는 단지 "혁명가로서 죽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는 이미 말년에 혁명가로서의 최소한의 덕목조차 잃고 평범한 지배자로 전락했던 모택동에 비해 행운아였다. 그러나 아무리 행운아일지라도 그는 모택동과 동일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가 반영한 것이 "농민층의 본성과 한계"이자, 농민혁명 일반이 공유하는 자본주의에 맞선 무력하고 후진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가 기반한 혁명전략과 그가 꿈꾸었던 새 세상, 그리고 그를 패배로 몰아넣었던 취약성 모두는 "농민의 전위"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본성을 보여주며, "농민층"의 "내적 분열과 모순"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20세기에 승리한 농민 혁명의 대표적 표현은 중국 혁명과 쿠바 혁명, 베트남 혁명이다. 이 혁명들은 가난한 농민들의 혁명적 잠재력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현실화시켰으며, 동시에 농민 혁명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혁명들은 농민운동의 본성을 가장 순수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노동자 혁명이었던 러시아 17년 혁명과는 확연하게 차별성을 드러낸다. 도시의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가난한 농민층에 기반한 이 농민혁명들은 불가피하게 "농촌에 의한 도시 포위전략"에 기초했다. 이들은 노동자계급에 기초한 모든 혁명이 뿌리를 두고 있던 도시(여기에는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강력하게 세력화될 수 있다)를 "적들의 강한 고리"로 역규정하면서 "농촌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농촌은 근거지이며 주력인 반면 도시는 포위해야 하는 주변적 고려대상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러시아 17년 혁명은 모스크바와 페테르스부르크와 같은 노동자 도시에서 시작하여 농촌으로 확대되어 나갔으며, 이런 방식으로 공업 노동자들이 가난한 농민들에 대한 지도력을 행사했다. 혁명은 노동자 혁명의 성격을 분명히 했으며, 노동계급이 가난한 농민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쟁취해 나갔다. 반면 중국, 베트남, 쿠바 혁명은 농촌 지구에서 시작하여 도시를 포위점령하는 양상을 취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농민층이 운동에 대한 지도권을 확보했다. 혁명은 노동자 혁명이 결코 아니었으며, 노동자들은 기껏해야 농민들에 의해 해방되는 '대상'에 불과했다. 혁명의 요새는 공장과 공단이 아니었으며, 농민 지대였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자신의 과업이며 그 어떤 세력도 노동자 혁명을 대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계급에 의해 지도되고 통합되는 세력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화되어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모두 위에 군림하는 세력으로 선 소농민들의 운동을 중국 혁명과 쿠바 혁명은 대표하며, 바로 이 혁명의 정점에 모택동과 게바라가 서 있었던 것이다. 게바라는 말한다. "농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전위부대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대지에서 모든 병참술을 펼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게바라의 이런 혁명사상은 전통적인 노동계급 혁명가의 사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게바라는 단 한 번도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한 적이 없으며, 그들과 관련된 투쟁전술을 고민한 적이 없다. 게바라 글에는 "노동자에 대한 믿음은 없었으며, 오로지 농민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만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다. 분산되어 노동하는 소농민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하기 위해서는 농민 혁명가는 오로지 게릴라전과 이것의 확대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해방근거지를 창출하지 않고서는 분산된 농민들을 하나로 조직하고 혁명세력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 베트남, 쿠바를 비롯해 모든 농민혁명에 공통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혁명전략이란 이렇게 창출된 농민 해방근거지를 점차 확대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도시를 포위정복하는 것이었다. 게바라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게릴라 부대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주관적 조건이 무르익은 시골에서 창설되어 외부로부터 도시를 정복하기 위해 진군한다."
또한 농민층을 반영하는 이 혁명은 불가피하게 '농민층의 모순'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농민층은 자본의 억압에 저항하며, 자신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이 자본주의 체제를 능가하고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는 농민들이 발딛고 있는 소생산적 생산력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발딛고 있는 대공업에 기반한 집단적 생산력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혁명은 일시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타격할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를 능가하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지는 못하며, 불가피하게 자본주의 체제와의 투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농민층은 단일한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타인을 착취하는 부유한 농민(부농)과 일정하게 착취당하면서 지속적으로 몰락하는 가난한 농민(빈농)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농민들의 다수를 이루는 소농민층은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동요하며 "사적 소유에 대한 미련과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 모두를 간직한 양면적인 "아수라 백작"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농민들은 대공업과 집단농업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당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자신의 낡은 소생산적 기초(그런데 이 소생산적 기초는 자본주의에 비해서도 낙후된 것이다)를 수호하고자 하는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습성을 일정하게는 발전시킨다는 사실이다. 농민혁명운동은 불가피하게 이런 계급적 특징을 반영하여, 자본주의를 완전히 뛰어넘는 훨씬 발전된 대안 체제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 결과 이들은 명료하고도 확고부동한 혁명이론을 결여하게 되며, 이들의 대안이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꿈"을 표현할 뿐 "매일매일의 실천을 통해 확증되는 명확한 과학적 대안"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희망일 뿐 결코 현실에서 자신을 우뚝 세워낼 수 있는 "물질적 수단"이 아니다.
농민혁명세력은 비록 그들이 맑스주의적 외양을 취하더라도 그 본질로 들어가면 "소부르주아적인 환상과 보수적인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으며, 지도자들은 이 환상적 토대를 반영하는 낭만적 기질로 특징지어진다. 게바라처럼 이런 농민 혁명가의 환상과 낭만을 남김없이 반영하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게바라가 소부르주아 운동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매력'의 원천이 있다. 게바라를 비롯한 쿠바 혁명세력은 자신들의 목숨을 건 투쟁을 향도하는 "혁명 이론"을 전혀 갖고 있지 못했고, 심지어는 자신이 혁명을 통해 건설하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분명한 "상"조차도 갖지 못했다. 이들은 모호한 혁명관으로 뭉쳐있었고, 이들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사회주의 건설'을 내걸었던 것은 미국의 압력과 봉쇄를 극복하는 데 소련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단적인 예가 있다. 샤르트르는 게바라와의 대화에 대해 "파리에서 나는 쿠바혁명의 목표가 사회주의의 건설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대답하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쿠바인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자신이 건설하고자 하는 새 사회에 대한 분명한 이해도 없으며, 명확한 혁명이론도 갖지 못한 이들이 "혁명적 교의와 대안 사회에 대한 치밀한 확신"에 기초해야만 탄생할 수 있는 "혁명정당"을 창조할 수는 없었다. 이런 "객관적 기초" 위에 서 있기에 이 농민혁명을 반영하는 혁명지도자들은 혁명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일사불란한 봉기를 준비하는 "혁명정당"의 필요성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게릴라전을 통해 점차 해방근거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농민들을 결집해 나갔을 뿐이었다.
이는 농민혁명 주도 세력이 "당"이라는 외양을 갖추고 있었던 중국혁명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은 명확한 혁명강령으로 무장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것은 게릴라전을 통해 확대되었던 부대가 "정당"의 외양을 취한 것에 불과했다. 중국 공산당은 거의 모든 당원들을 게릴라 부대원들로부터 모집했으며, 당의 질서는 게릴라 부대의 질서와 거의 완전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공장, 작업장"의 현장투쟁세포에 기초하고 있으며, 대공업이 창출하는 집단적 생산력으로부터 뻗어가는 혁명적인 생산공동체에 대한 명확한 확신에 기반한 노동해방사상으로 무장하고 있는 규율잡힌 노동자 혁명정당을 그들은 절대로 결성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이런 혁명정당을 전위로 하고 전진하는 노동자 혁명운동을 가로막았을 뿐이었다. 가령 모택동의 경우, 도시 노동자 봉기들이 패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당원들과 지도자들의 힘이 약해지자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당의 기초를 공장과 도시로부터 분리시켜 변방 농촌으로 옮김으로써 당을 농민당으로 변질시키고 중국에서 노동자 혁명정당의 뿌리를 제거했던 것이다. 결국 모택동은 혁명운동의 주도권을 둘러싼, 노동자계급과 농민층 사이의 투쟁에서 농민층을 대표해 노동자계급에 맞섰던 것이다.
게바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바라는 농민들의 영웅이었지만, 이들의 열망과 의지만이 아니라 환상, 무기력성 또한 대변했다. 게바라의 결정적인 취약성, 그가 아무리 뛰어나고 정열적인 혁명가였을지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내적 취약성이 드러난 지점도 바로 거기였다. 그는 농민층의 투쟁의지와 열망을 끌어내서 "지극히 허약했던 쿠바 바티스타 정부"를 붕괴시킬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는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과 힘,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그것은 농민혁명운동이 (이 혁명운동을 지원하고 지도할 수 있는 강력한 노동자 혁명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는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동요했고, 혼란에 빠졌으며 무기력한 처지로 불가피하게 빨려들어갔다. 이런 한계를 반영하여 쿠바 혁명주체들은 점차 혁명정신을 잃고 보수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당연했는데, 왜냐하면 지속적인 혁명의지는 새로운 사회를 실제로 창조할 수 있을 때만 고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새 사회 건설과 낡은 사회의 파괴, 창조와 혁명" 사이의 변증법이다. 모든 소부르주아 농민혁명이 붕괴되는 지점, 기껏해야 그들이 "무정부주의 운동의 변종"에 불과함이 증명되는 시기도 바로 이 시기다.
지배 체제에 저항할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자신의 세상을 건설할 수는 없는 처지에 있는 농민혁명운동은 불가피하게 "반자본주의 운동" 수준을 넘어설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에서는 그나마 급진성을 보여줄 수 있지만,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 사회를 밀어가는 데서는 '보수적'이게 되거나 아니면 "건설 없는 파괴"로 특징지어지는 무정부적 성격을 드러낸다. 자본주의가 창조한 경제적, 문화적 요소들의 최고의 것을 추출하고 이를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에너지와 연결시켜 우월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기에, 그들은 오직 자본주의가 창출한 모든 것들에 대한 "턱없는 부정"에만 자신을 제한하게 된다. 모택동의 이른바 '문화혁명', 캄보디아 폴포트 정부의 대대적인 학살정책 등은 이 무정부주의 운동의 "결론"을 보여주는 밝은 창이다. 그 점에서 쿠바 혁명은 그나마 그런 파멸적인 결론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 대신에 쿠바 혁명은 "보수화"의 길을 걸었다. 새 사회를 밀어나갈 수 없었던 혁명주체들은 불가피하게 점차 혁명성을 탈각하고 타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보수화의 길의 동반자는 '후진성'이었다. 그들은 농민들의 소생산적 생산력을 보호하고 그것에 의지하며 전진하고자 했으나 그들이 창조할 수 있는 사회란 결코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결국 쿠바는 그 이후 점차 자본주의적 관계들을 용납했으며 자본주의화되어갔다.)
아주 감수성이 예민하고 혁명적 열정으로 충만했던 게바라, 특히 고급 교육을 이수했고 따라서 객관적 상황을 이성적으로 포착할 수 있었던 게바라는 자신을 덮치는 위험을 예감했다. 이미 어려서부터 '치명적인 천식' 때문에 죽음과 수시로 맞서야만 했으며, 언제 덮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야 했던 게바라는 항상 "가치있게 죽어야 한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덫"에 칭칭 감겨 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었다. 소련과 중국 등의 기존 혁명국가들은 이미 타락했거나 보수화되고 있었다. 쿠바 혁명세력은 어찌할 바를 몰랐으며, 결코 혁명적 세상을 "건설"할 수 없었다. 혁명적 열정과 진실에 대한 갈망으로 충만한 용기있는 투사였던 게바라는 1965년 알제리에서 소련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연설을 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국립은행총재로 경제건설을 담당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원과 원조를 구했던 그 자신이 이런 가망없는 처지를 더 분명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다. '농민혁명운동의 보수화와 몰락의 길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 경우 그는 화려한 삶을 누릴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혁명가로서의 삶은 아니었다. 그의 명성과 빛은 사라질 것이었는데, 그것은 항상 "어떻게 아름답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해왔던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남은 단 하나의 선택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무정부주의 혁명가로서 죽는 것!"
소부르주아지의 혁명적 의지를 대변하는 무정부주의 혁명가가 서 있는 존재기반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에 저항할 수는 있다. 그것도 아주 맹렬히 저항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반자본주의 투쟁"에서는 혁명가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때로는 중국, 베트남, 쿠바처럼 소농민들이 다수이며, 이들이 상당히 혁명적일 때, 반면 자본가계급은 아직 조금밖에 탄생하지 않았으며 허약할 때 이 소부르주아 혁명가들은 "반자본주의"란 기치로 일시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물론 이런 행운은 농민층이 소수화되고 자본가계급이 강하게 조직되어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 경우, 즉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단순한 저항만을 표현할 때, 이들의 얼굴에서 부각되는 반쪽은 "진보성"이며 소부르주아 무정부주의 혁명가들은 빛난다. 그러나 이들의 손에 권력이 쥐어지고 그에 따라 '반자본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드러내라고 요청받을 때, 다시 말해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정면으로 그들에게 제시될 때, 그들은 무기력하고 퇴행적인 '추한' 반쪽 얼굴을 드러낸다. 이 얼굴은 때로는 중국 문화혁명과 같은 무정부적 광란으로, 때로는 낙후되고 폐쇄적인 후진성으로, 때로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타협과 항복으로 나타난다.
게바라는 자신의 일그러지고 무기력한 나머지 반쪽 얼굴을 드러내기를 거부했다. 바로 여기에 게바라의 행운이 있다. 모택동, 호치민, 카스트로 등 모든 소부르주아 혁명가들이 결국 추한 반쪽 얼굴을 드러냈고 그 결과 매력을 잃었던 반면 게바라는 반쪽 얼굴을 숨길 수 있었다. 게바라는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아니 그는 뛰어난 혁명가적 감수성으로 그것을 본능적으로 포착했다. 그는 자신만이 아니라 그의 절친한 동료 혁명가 카스트로의 미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쿠바 혁명을 책임져야 했다. 비록 그것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혁명일지라도 만일 그것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쿠바 혁명의 모든 기억 또한 빛바랠 것이었다. 바로 그 천근만근의 운명을 카스트로가 지고 있음을 게바라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쿠바를 떠나 정글로 들어가는 게바라는 자신이 '추한 반쪽 얼굴'을 감추는 대가로 카스트로가 그 짐을 전적으로 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예감했다. 그렇기에 그는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카스트로에게 단 한 마디의 불평도 늘어놓지 않았으며, 쿠바를 떠나는 순간에는 간절한 "동료애와 존경"을 카스트로에게 표했던 것이다.
게바라는 빛나는 반쪽 얼굴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장렬한 죽음"이 요구됨을 정확히 알았고, 따라서 "불나방"처럼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오직 한 쪽의 빛나는 얼굴만을 드러내며 장렬하게 전사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는 객관적 준비와 상황에 대한 어떤 엄밀한 고찰도 없이 단지 게릴라전을 개시할 수 있느냐라는 단 한 가지 고려에만 몸을 의탁했다. 게릴라 부대의 동료였던 드브레이는 말한다. "피델은 게바라가 좀더 있다가 볼리비아로 떠나기를 원했다. 나는 게바라가 그곳으로 떠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는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던 것일까? 게다가 순교자가 되겠다는 충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의 행동에는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그러나 모든 나라가 쿠바는 아니었으며, 쿠바는 무정부주의 혁명가에게는 축복받은 예외적 땅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아프리카 콩고가 일차적으로 선택되었지만 거기서는 대실패를 맛보았다. 그 뒤에 선택된 지역은 남미의 볼리비아였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미제국주의가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지역이었으며, 다른 무엇보다도 쿠바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볼리비아 정부는 게릴라 부대가 숨쉴 수 있는 조그마한 해방구조차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과감했다. 그런데 볼리비아에서 게바라의 활동은 그의 "소부르주아 혁명가"로서의 특징을 너무나 분명히 보여준다.
볼리비아 게릴라 부대는 역설적으로 '광산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게릴라전을 전개한 바로 그 시점에서 광산 스트라이크들이 폭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볼리비아는 주석 광산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 전통이 역사적으로 살아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노동자 투쟁에 개입하고 바로 여기서 혁명의 중핵을 양성하려는 조그마한 시도도 펼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볼리비아 게릴라 부대의 잇단 패배의 원인을 농민 게릴라들을 충원하지 못한 것에 돌리곤 했다. 그는 "모든 저개발국가에는 누구보다도 혜택을 받지 못한 계급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공장노동자들보다는 땅을 갈고 있는 농부, 농업노동자 계층입니다.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혁명의 최고 발효제입니다"(『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고 주장했다. 이처럼 게바라는 농민들의 본능과 열망을 빨아들이고 대변하는 데는 탁월한 혁명지도자였지만 노동자들의 본능과 열망은 조금도 빨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시기는 남미의 모든 나라들에서 혁명운동의 중심이 명백히 도시 노동자들로 이동했던 시기였으며,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토지를 농민들이 이제 막 분배받은 결과 농민운동은 급속하게 보수화되고 있었다. 여기서는 노동자계급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혁명도 불가능한 상황이 이미 조성되고 있었다. 따라서 게바라는 '이미 시대에 뒤처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물어가는 혁명계급과 함께 하고자 했던 그에게 볼리비아는 혁명가로서 마지막 기회의 땅이었는데, 불행하게도 그는 여기서는 "패자"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혁명가로서의 반쪽 얼굴만을 드러내고 장렬하게 전사할 수 있었고, 바로 그랬기에 그는 지금까지도 매력을 잃지 않는 소부르주아 "혁명가"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게바라는 진실로 위대한 혁명가였던가? 그는 자신의 시대에 혁명가로서 완벽하게 성실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뛰어나고 강인한 혁명가이기는 했지만 시대를 호령할 수 있고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진실로 위대한 혁명가는 아니었다. 그것은 게바라가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했다는 이유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혁명가는 패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혁명가가 진실로 철저하고 위대한 혁명가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은 그가 "자신의 시대"에 승리했는가에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맑스나 엥겔스, 로자, 트로츠키 모두가 위대한 혁명가가 아닐 것이다. 핵심은 "그가 비록 승리할 수 없었을지라도, 그의 모든 행동들과 실천들이 그 시대의 혁명적 과제들에 의심의 여지 없이 충실했는가"에 있다. 만일 그의 행동과 실천이 그 시대에 혁명가가 취해야 할 객관적인 "혁명전략과 노선"에 충실했다면, 그리고 그의 시대가 혁명가에게 지시하는 객관적인 과업에 부응했다면 그것은 혁명계급의 역사적 행동의 실을 따라 이어졌을 것이며, 결국 승리로 향하는 거대한 물결에 합류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게바라는 당시 볼리비아를 비롯해 남미 나라들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혁명계급, 그것도 이 계급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혁명을 이룰 수 없는 유일한 혁명계급인 노동자계급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의 혁명전략과 노선은 어긋나게 되었으며, 그의 행동과 실천은 혁명운동의 역사적 실을 따라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1970년대의 칠레, 1980년대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1990년대의 멕시코 등에서 타오른 노동자 투쟁의 물결들을 향도하는 혁명운동을 그는 조금도 남길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그가 진실한 노동해방주의 혁명가였다면, 그리하여 그가 볼리비아의 광산 노동자 투쟁을 혁명투쟁으로 이끄는 위대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죽어갈 수 있었다면 그는 이후 남미 노동자 혁명운동의 선구자가 되었을 것이다. 게바라의 위대한 선도를 따라 남미 노동자 투사들은 거침없이 혁명의 길로 나섰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게바라는 남미 노동자 투사들에게 그 어떤 혁명전략도, 노선도 남겨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게바라가 노동해방주의 혁명가'였던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게바라는 노동해방주의 혁명가와는 조금의 관계도 없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농민층이 소수화되고 농민혁명운동이 완전히 주변부로 밀려난 현재에, 다시 말해 혁명의 주체가 노동자계급임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분명해진 이 발달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게바라 열풍이 불고 그가 '혁명가의 상'으로 부각되고 있는가에 있다. 물론 이 게바라 열풍에는 "부르주아 상업주의"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그것은 게바라가 추구했던 '혁명'과 그가 의지했던 혁명전략이 현대 자본주의 체제를 전혀 위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그렇기에 부르주아지는 게바라의 혁명가적 특성을 제임스딘과 같은 일종의 '반항가'적 특성으로 치환했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스위스 시계회사의 "체 시계"나 영국 맥주 회사의 "체 맥주"가 그것이며, 광고업자들은 "우리는 그의 이념 따윈 필요없다.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얼굴만이 관심의 대상이다"고 말한다. 이런 '치환'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다름 아닌 '쿠바'다. 쿠바에서는 게바라는 일종의 수출상품화되었다. 총수출액의 절반이 넘는 22억 달러를 관광수입으로 벌어들이는 쿠바에서 게바라 '성지순례'와 같은 식으로, 게바라는 호기심 많은 부르주아 관광객들을 부르는 '관광자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게바라의 시대, 다름 아닌 남미의 농민혁명시대는 역사의 뒤편으로 완전히 밀려난 것이다.
그러나 게바라 열풍이 부르주아 상업주의의 표현인 것만은 아니다. 나아가서 그것이 저물어간 '구 시대'를 반영하는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새롭게 떠오르는 혁명운동을, 미래를 반영하기도 한다. 단, '긍정적'인 방식이 아니라 '왜곡된' 방식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점증하는 공격, 악화되는 노동자계급의 처지, 자본주의 체제의 부패와 타락의 증대, 부르주아 국가의 야만적 억압의 성장은 자본주의를 철폐하고자 하는 혁명적 본능들을 모든 곳에서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본능들은 자신을 의탁할 대안, 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반자본주의적 의식을 혁명적 노동자 권력과 노동해방 공동체의 실현을 향해 일관되게 이끌 "혁명적 대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소련에서 스탈린주의 국가자본주의 체제는 붕괴되었다. 중국과 쿠바에서 소부르주아 사회주의는 완전히 파산을 선고했고, 정통 자본주의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이른바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혁명적 국가라고 주장했던 대안들이, 그리고 이 국가를 떠받들고 있었던 온갖 잡다한 혁명사상들이 현실의 시험대에서 완전히 붕괴했다. 러시아 노동자 국가를 파괴하고 등장한 반혁명의 표현으로서 스탈린 소련 국가는 대중들의 반란에 의해 붕괴되었다. 불행하게도 정통 부르주아 체제로의 회귀로 귀착되었지만. 중국과 쿠바의 소부르주아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결코 능가할 수 없었고, 점차 관료화되고 보수화되어 민족주의적으로 고착되다가 마찬가지로 정통 부르주아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서구의 경우에도,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은 부르주아 체제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개량주의 정당에 불과함이 명백히 증명되었다. 이처럼 1930년대 이래 근 60여년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짓 혁명적 대안들이 붕괴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반란 물결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이 반란의 물결은 더욱 강력한 파고로 성장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자본가들 사이의 국제적 경쟁의 격화, 자본주의 모순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수천 가지의 새로운 책동들이 노동자들에게 혁명적 대안을 붙잡기를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과 혁명적 지식인들에게 "바로 여기에 대안이 있다"고 꿈과 희망, 용기를 제시할 위력적인 혁명적 세력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바로 거기에 유럽과 미국, 남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게바라 열풍'의 "토대"가 있다.
미래의 혁명계급인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힘을 반영하는 노동해방주의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에 결코 역사와 현실의 시험대를 통과할 수 없도록 운명지어진 잡다한 혁명적 조류들이 붕괴했다. 그것들은 더 이상 노동자 투사들과 혁명가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것들은 사라져야 할 낡은 것을 대변한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저항하고자 하지만 결코 자본주의를 쓰러뜨릴 수 없는, 그리하여 결국 자본주의 성채 앞에 무릎꿇을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소부르주아적' 조류들을 반영한다. 이 소부르주아적 조류를 반영하는 혁명가 중에서 현실의 시험대에서 파산당하는 운명을 용케도 피한 행운을 누린, 아니 자신을 덮치는 불가피한 운명을 예감하고 "시대가 자신이 한계를 명백히 드러내기 전에 시대와 함께 사라지기를 선택한" 단 한 명의 혁명가가 있다. 바로 그가 "게바라"다. 게바라는 소부르주아 혁명운동이 남미에서 정점에 도달했고, 막 하강 운동이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에서 혁명가로 투쟁했고, 혁명가로 죽어갔다. 바로 그랬기에 그는 '퇴행적인 무기력한 반쪽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혁명가의 빛나는 반쪽 얼굴'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진실로 혁명적인 노동해방주의 운동이 아직 세력화되지 않았고, 낡은 혁명조류들은 파산하는 바로 현 시점에서, 즉 새로운 것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낡은 것이 스스로 붕괴되는 이런 "과도적" 상황에서 게바라는 거품처럼 부각된다. 노동계급 혁명가들이 아직 떠오르고 있지 못한 역사적 과도기에서 낡은 소부르주아 혁명가들 중 자신의 '한계'를 폭로당하지 않은 유일한 혁명가인 게바라가 우뚝 솟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는 "해가 떠오르기 전에 잠시 밝은 별로 빛나는 새벽별"이다. 그런데 새벽별의 운명이란 "해"가 떠오르고 있음을 예고하며, 또한 "해"가 그 위용을 드러내자마자 그 빛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게바라는 다가오는 노동자 혁명운동을 예고하며, 이 운동이 본격화되자마자 사라지는 "반가운 제비"다. 점차 수면 밑에서 꿈틀거리면서 찬란한 탄생을 준비하는 노동자 혁명운동은 아직 자신을 지도할 수 있는 혁명운동가들이 준비되지 않은 불행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게바라와 같은 소부르주아 혁명가에게 열광한다. 그것은 혁명가를 고대하며, 혁명을 지향하는 본능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열광은 오래갈 수 없다. 게바라는 노동자 혁명가가 아니며, 노동자 혁명운동을 지도할 수 있는 이념과 전략 전술을 조금도 제공할 수 없다. 혁명적 노동해방주의 혁명가들이 탄생하고 성장함과 나란히 게바라는 명백히 거부될 것이다.
게바라 열풍은 노동자들과 전투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혁명적 본능과 지향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이 위대한 본능과 지향들은 혁명적 노동해방주의 세력이 아직 충분하게 성숙하지 않았기에, 일시적으로 게바라와 같은 헛된 대안에 이끌리기도 한다. 특히 전투적 지식인들의 경우, 게바라에 경도되기 쉽다. 왜냐하면 전투적 지식인들이 발딛고 있는 객관적 기초, 관념적이며 낭만적이고 개별적인 기초들이 게바라와 같은 무정부주의 조류에 불가피하게 깊숙하게 이끌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규율과 확고한 이론, 혁명강령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정부주의자들은 불가피하게 게바라를 추앙하게 되며 그를 떠받들게 된다. 게바라가 표방하는 견해들이 무정부주의자들의 구미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는 "노동자의 힘"의 대표인 오세철 교수가 있다. 그는 말한다. "혁명적 맑스주의자로서 게바라의 미국과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인식, 사회주의적 인간에 대한 사상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혁명의 전사들은 학자로서의 맑스가 예견했던 법칙들을 존중하며 낡은 권력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봉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민중에 기대면서 민중의 행복을 우리의 투쟁의 바탕으로 삼으면서 과학자 맑스의 예지를 실현시키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전기, 455-562쪽)" (『진보평론』 2000년 여름호, 「21세기-혁명을 향한 대장정의 시작」, 오세철)
남한에서 민중주의적 무정부주의 조류를 대표하는 "노동자의 힘"의 대표답게 오세철 교수는 여기서 게바라를 '혁명적 맑스주의자'로 추앙하고 있으며, 또한 그의 사상을 '사회주의 사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게바라의 글을 인용한다. 민중주의에 입각하고 있었으며, 농민층을 대표했던 게바라를 오세철 교수는 혁명적 맑스주의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세철 교수의 평가는 게바라가 스스로 '맑스가 예견했던 법칙들을 존중하며', '쿠바 혁명이 맑스의 예지를 실현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엉터리다. 게바라는 맑스주의 혁명가는 절대로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는 맑스주의와 어긋나는 길 -- 소부르주아 농민 혁명가의 길 -- 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쿠바 혁명은 사회주의 노동자 혁명이 아니라 농민혁명이자 민족혁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따라서 게바라에 대한 오세철 교수의 평가는 어떻게 동일한 정치적 조류들이 서로 이끌리는가, 그리고 어떻게 각각의 당파들이 자신의 견해를 가장 잘 대변하는 혁명가를 찾아가는가를 입증하는 명백한 사례일 뿐이다. 결국 "게바라에 대한 추종"은 "노동자의 힘"의 실체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게바라에 대한 이런 민중주의적 친화력은 "노동자의 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중주의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인 요소들과 함께 인텔리주의적인 요소들을 융합시키고 있는 "청년진보당" 또한 이런 환상과 열광을 공유한다. 그들은 게바라를 20대 운동가들이 받들고 뒤따라야 할 "혁명가의 모델"로 제시하면서 열광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의 힘"과 "청년진보당"은 민중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계속 떠벌이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민중주의와 단절하지 않은 골수 민중주의 세력들이 새롭게 옷을 걸쳐 입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란 말인가! 아무리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도 찢어진 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신체는 항상 "민중주의"인 것을!
이상의 고찰처럼 게바라 현상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화학반응한 산물이지만, 게바라 열풍은 명백히 다음을 보여준다. "혁명적 물결이 새롭게 밀려들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뻗어나가고 중단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물결은 게바라주의와 같은 소부르주아적이고 무정부적인 혁명조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게바라주의는 '그 결말을 보여주지 못한' 마오주의나 카스트로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바라주의는 결코 21세기 혁명운동의 나침반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낡은 시대와 함께, 낡은 혁명계급과 함께 사라져야할 낡은 혁명주의지 새롭게 물결쳐오는 혁명의 시대를 선도하는 떠오르는 혁명주의일 수 없다. 이 새로운 혁명의 시대는 오직 미래 계급인 노동자계급의 사상을 대표하고, 그들의 진취적이고 역동적이며 건설적인 혁명의지를 반영하며, 자본주의를 완전히 뛰어넘는 우월한 새로운 사회를 열어젖힐 수 있는 "노동해방 혁명주의"의 선도에 의해서만 도래할 수 있다. 이미 그것의 객관적 기초는 완전히 닦여 있다. 그것은 압도적 다수자로 성장한 노동자계급이며, 그들이 발딛고 있는 "공동노동에 기초한 대공업" 생산력이자, 생산의 국제적 연결망이다. 노동해방 혁명주의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의 생산현장"에 우선적으로 기초하며, 자본주의 소유체제와 완전히 단절하기를 겁내는 소농민들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완전히 철폐하고 공동소유에 기초한 새로운 공동체를 열어젖힐 수 있는 혁명적 노동자계급과 함께 한다. 이 노동해방 혁명주의는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국제적 결속을 선도하며, 국제적인 생산연결망을 확장하여 세계적으로 하나의 생산공동체를 추구한다. 이 노동해방 혁명주의는 확고한 혁명이론에 의해 향도되지 못하며, 일상적으로 공고화되어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혁명의 최종 승리까지 일관되게 전진하는 집단적인 힘을 갖추지 못한 게바라 게릴라 부대와 같은 전위집단이 아니라 명확한 혁명이론과 강철 같은 집단적 규율로 무장한 위력적인 혁명정당에 의지한다. 이 노동해방 혁명주의는 자본주의에 저항하고자 하지만 결국 무릎꿇고 마는 무기력한 운동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완전히 제압하고 그것을 역사의 무대에서 추방하는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운동이다. 이 위대한 운동은 게바라를 능가하는 혁명가들을 대량으로 창조할 것이며, 이들은 혁명과 건설 모두에서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일관되게 전진할 것이다.
이상을 전제한 가운데, 우리는 게바라로부터 "완성된 혁명가의 상"의 몇몇 측면들을 끌어낼 수 있다. 왜냐하면 게바라는 소부르주아적 한계 내에서이지만 최고의 혁명가 상을 제시하는 위대한 혁명가이기 때문이며, 그는 소부르주아 혁명운동의 '정점'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그는 소부르주아 혁명가의 '퇴행과 보수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진과 진보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노동해방 혁명가를 지향하는 우리는 게바라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며, 또한 반드시 배워야 한다.
첫째, 혁명계급과 혼연의 일체로 결합하는 전위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전위의 엄격성과 책임감, 헌신성, 투철함에 의해서만 발휘될 수 있는데, 바로 그 점에서 게바라는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했다. 그는 게릴라 부대원을 구성하는 농민층들에게 완벽한 동지로서 받아들여졌는데, 그것은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서 그의 철두철미한 책임감과 헌신성, 엄격성에 기초하는 것이었다. 그는 농민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흡수할 수 있었고, 그들의 모든 감성과 열망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 동료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가장 어렵고 가혹한 일을 솔선해 행동으로 떠안는 풍모다. 그는 게릴라 부대에서 결코 특권적인 지위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모든 게릴라 동료들과 동등한 의무를 졌다. 그는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같은 짐을 졌고, 그들이 받는 고통을 똑같이 나누었다. "게바라가 종종 입술이 타들어갈 만큼 짤막해진 시가 꽁초를 물고 기지 내를 거닐던 모습은 대원들에게 익숙한 장면이었다. 게바라는 공평함에 관한 한 편집증에 가까울 만큼 철저했다. 대장인 자신조차 커피 한 잔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마시는 일은 없도록 커피 양까지 통제했을 정도였다. 게바라는 자기보다 더 배고픈 대원을 생각해서 종종 식사를 거절하곤 했다."(『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그는 전투에서 가장 선두에 섰으며, 자신을 겨누는 적들의 총구 앞에서도 부상당한 동료를 보호했으며 그렇게 장렬히 전사했다. "무리하게 강행군을 하면서 게바라는 엘 치노를 부축한다. 그런데 치노는 귀가 들리지 않는데다 두꺼운 안경을 썼어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는 그는 1킬로미터 이상은 더 가야 있는 집결지로 가기 위해 게바라의 부축을 받는다. 작은 고원에 도착하기 직전에 치노는 비틀거리다 안경을 떨어뜨리고, 안경을 찾느라 엎드려 기어다니며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체는 그를 도와주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베르나르디노 우안카 중사가 지휘하는 기관총 진지의 조준선에 들어가게 된다. 군인들이 일제 사격을 시작하고 게바라는 오른쪽 장딴지 아래에 총을 맞는다. 응사를 하지만 그의 M-1 소총에 총알이 관통하면서 고장이 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거라고는 단검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고원까지 간다."(『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게바라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성에 의해 인도된다. 이 특질이 결여된 진정한 혁명가를 상상할 수는 없다. 냉정한 정신과 열정적인 정신을 조화시킬 줄 알아야 하며, 눈 하나 꿈쩍 않고 고통스런 결정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전위 혁명가들은 민중에 대한 이런 사랑을 실천하여야 한다. 차가운 학자적 태도로 극단적인 교조주의나 대중에 대한 소외에 함몰하지 않으려면 늘 겸양과 정의와 진실에 대한 열망을 갖도록 하자. 살아 있는 인류를 향한 위대한 사랑을 구체적 사실로 전환시키기 위해, 가치 있는 본이 되는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매일매일 투쟁하여야 한다. 혁명, 혁명정당의 이념적 동인인 혁명은 죽음 외에는 어떤 것도 중단시킬 수 없는 방식으로 실현된다. 전세계에 걸쳐 혁명이 구축되기까지는."(『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셋째 그 어떤 어려움에도, 그 어떤 유혹에도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고 혁명의 길을 갈 수 있는 "강인함"이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혁명의 승리에 대한 낙관을 고수했으며,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구심으로 섰다. 그는 가정적 안락함이나 국가기구의 높은 지위가 제공하는 화려함, 명예, 특권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혁명의 대의가 지시하는 가장 낮은 곳에 달려 갔으며, 가장 어려운 과업을 떠맡았다. 가난과 굶주림, 병마, 죽음 등이 기다리고 있는 게릴라 활동에 그는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은 '혁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으며, 혁명의 대의에 대한 충실함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다른 고려도 개입시키지 않았고, 그 어떤 난관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그의 투철한 혁명의지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수행한 그 많은 임무를 체 게바라 이상으로 완벽하게 해낸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게바라 아버지의 표현을 빌자면 '진실에 대한 광적인 애정'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게바라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은 이런 완벽주의, 자신이 행하는 일들 속에서 자신의 신조와 배치되는 일체의 경우와 타협하지 못하는 그러한 완고함에서 찾아지는지도 모른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 생각을 스스로 실현시켜 나갔던 것이다."(『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넷째, 그는 게릴라 부대원들과 농민들을 동화시키고 이끄는 데서 결코 '관념적 교화'나 '관료적 지시'에 의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행동으로 웅변하는 "모범과 실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료들을 지도했고, 동화시켰다. 그랬기에 그에게는 관료적인 태도는 손톱만큼도 없었고, 그는 동료와 대중들과 한몸으로 융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혁명을 "인간이 빠진" 기계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인간의 변혁"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했다. 그는 혁명이 다만 단순한 경제 사회적 변혁에만 한정된다면 그건 엄밀한 의미에서 혁명이라 부를 수 없다고 믿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간'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동료들과 대중들이 혁명적 규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체화하도록 돕는 데 전력을 다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근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만치 감성을 계발하여야 하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다섯째, 그는 혁명가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 부단히 분투했다. 그는 정력적으로 학습했고, 고통받는 대중들의 한복판에서 호흡했으며, 혁명의 한가운데 정확히 자신을 위치지었다. 비록 그는 이론가는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을 완성된 혁명가로 단련해 나갔으며, 자신에 대한 최대한의 엄격성을 견지했다. 베르그송의 "생각하는 인간으로 행동하되 행동하는 인간으로 생각하라!"가 그의 좌우명이었다. 이런 혁명가적 단련을 뒷받침했던 것은 그의 "삶에 대한 진지함"이며, "올바른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겁내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성실함"이었다.
이상의 덕목들은 그의 소부르주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잃지 않는 보편적인 의의를 갖는다. 이런 덕목들은 노동해방 혁명가들 또한 (노동계급 속에서, 그리고 혁명정당을 통해서) 반드시 구현하고, 체화해야만 하는 덕목들이다. 이런 힘으로 무장하고 있을 때, (게바라와는 달리) 성장하는 미래의 혁명계급인 노동자계급에 의지하고 있고, 확고부동한 혁명이론에 의해 지도받는 노동해방 혁명가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자본주의를 완전히 타도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공업에 기초하고, 전세계적 생산력을 계획적으로 통합시키고 있으며, 압도적 다수의 대중들이 그 모든 결실을 누리는 찬란한 사회가 미래에 열릴 것이다. 혁명정당이란 자신의 내부에서 이 미래 노동자 해방사회를 미리 체현하고 있는 선도자이며, 노동해방 혁명가들은 그것이 창출할 새로운 인간형을 먼저 보여줄 뿐만 아니라 모범과 헌신을 통해 수십억 노동자들을 그 방향으로 이끄는 선구자이다. 이런 혁명가들이 탄생하여, 혁명정당의 이름으로 수십억 노동자계급에게 "혁명의 대안"을 정확히 보여줄 때, 노동자계급은 모두가 혁명가가 되어 노동해방 사회를 우뚝 세워낼 것이다. 그리하여 위대한 소부르주아 혁명가조차도 결코 도달할 수 없었고 성취할 수 없었던 신세계에 인류는 당당하게 서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바라" 서평의 결론은 이렇다. "이제 수천의 노동해방주의 게바라를 노동자계급의 손아귀에 쥐어주어야 할 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