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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자본의 일반적 정식：M - C - M'(화폐① - 상품 - 화폐②)
화폐는 우리 눈에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화폐 자체는 결코 자본이 아니다. 즉 화폐는 일정한 ‘사회적 관계’ 아래서만 자본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유통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와, 자본으로 전화된 화폐를 구별해야 한다. 이 차이는 무엇보다 유통영역에서 드러난다. 상품유통의 영역에는 C① - M - C②와 M① - C - M②의 두 가지 과정이 있다.
첫번째 정식인 C① - M - C② 즉 상품① - 화폐 - 상품②라는 유통과정에서는 화폐가 한 상품을 판매하고 다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화폐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며, 순환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의 사용가치’에 있다는 점이 표현되고 있다. 왜냐하면 상품①과 상품②가 똑같은 사용가치를 갖고 있다면 그 상품들이 굳이 서로 교환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정식이 성립하려면 출발점의 상품과 교환된 결과로서의 상품의 사용가치가 서로 달라야 한다.
이 순환의 최초단계로서 상품을 판매하고 화폐를 획득하는 것(C① - M)은 다시 다른 종류의 상품을 구매(M - C②)하기 위한 것이며, 최초의 상품①의 판매는 다른 상품②를 “구매하기 위한 판매”다. 가령 “구두 한 켤레 - 오만 원 - 바지 두 벌”이라는 유통과정을 보도록 하자. 구두를 생산한 사람은 벌거벗고 다니지 않기 위해 바지를 구하려 한다. 그래서 자기가 만든 구두를 팔아 오만 원을 얻고, 그것으로 바지 두 벌을 산다. 그는 구두를 팔아서 돈을 구했지만 그에게는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의 목적은 자기가 번 돈을 이용하여 바지를 구입해 입는 것이며, 돈은 그 수단일 뿐이다. 그것으로 유통과정은 끝난다. 여기서 화폐는 단지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한다.
반면 M① - C - M② 즉 화폐① - 상품 - 화폐②라는 유통과정에서는 순환의 최종목적이 어떤 상품의 유용성이 아니라 상품을 판매한 결과로서 화폐를 획득하는 것 즉, 교환가치의 획득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이 과정의 최초단계로서 화폐를 이용하여 상품을 구매한 것은 그 상품을 소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화폐를 얻기 위한 것이다. M① - C라는 최초의 상품구매는 “판매하기 위한 구매”로서, C - M②라는 판매과정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다시 우리의 구두생산자를 불러내보자. 그는 구두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모아둔 돈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대신 상품을 유통시키는 상업에 종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지금 갖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면 그는 굳이 상업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즉 그는 자기 재산인 1,000만원을 투입해서 1,100만원이나 1,200만원 등 더 많은 화폐를 얻을 수 없다면 굳이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말해 최초에 투입했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려고 한다.
이제 그는 1,000만원으로 과일이든 옷이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제일 수익성 있어 보이는 어떤 상품을 사들인 다음, 그것을 1,100만원이나 1,200만원에 팔아넘긴다. 이 유통과정에서는 최초로 투입되는 것이나 그 결과물이나 동일하게 화폐다. 그런데 사용가치 면에서는 질적 차이가 없지만, 유통의 결과에서는 100만원, 200만원 등의 화폐차액이 발생한다. 즉 양적 차이가 생겨난다. 따라서 이 과정의 완전한 형태는 M - C - M' 즉 “화폐 - 상품 - 불어난 화폐”다. M'은 “이 과정에 최초로 투입된 화폐액+화폐증가분”과 동일하다. 이 화폐증가분 또는 최초에 투입된 가치 이상으로 얻어진 초과분을 잉여가치라고 한다. 이 잉여가치의 취득이 없다면 이 정식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1000만원의 화폐를 투입해 1000만원의 화폐를 다시 얻는다면, 이런 교환을 애써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최초에 투입된 가치 즉 일정량의 화폐가 유통과정에서 자기 가치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여 기존의 가치크기를 변화시켜야만 한다. 즉 잉여가치를 덧붙여야만 한다. 유통과정은 이 화폐의 가치를 “자기증식하는 가치”인 자본으로 전화시키고, 우리의 구두생산자를 자본가로 변모시킨다. 이제 화폐는 단순히 상품교환을 중간에서 매개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더욱이 투입한 화폐량의 증식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되는 과정이 된다. 1,000만원을 투자하여 1,200만원을 얻는다면 1,200만원을 재투자하여 1,400~1,500만원을 얻을 것이며, 1,500만원을 재투자하면 2,000만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무한히 확대되면서 반복되는 과정 즉, 자본의 확대과정의 가장 단순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유통영역에서 나타나는 자본의 일반적 정식이다. 그러나 난점이 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고찰해온 상품교환의 법칙에 입각하면 이 정식은 입증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투여된 사회적 평균노동시간에 의해서만 상품의 교환가치가 규정되며, 동일한 교환가치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즉, 등가교환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1,000만 원이 1,200만 원과 교환되는 것은 이 등가교환의 법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착취의 비밀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부터 다룰 내용이다.
일반적 정식의 모순
방금 제시된 자본의 일반적 정식은 잉여가치의 원천에 대해 자본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설명방법이다. 자본가는 자신이 얻은 부를 자랑하며, 그것은 항상 그의 뛰어난 장사수완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가 이미 살펴본 상품의 속성에 관한 기본적 논의에 근거하면 즉각 모순이 발견된다.
우리는 상품의 두 가지 요소로서 사용가치와 가치가 있으며, 이것은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의 이중적 성격으로서 사용가치를 낳는 구체적 유용노동과 교환가치를 낳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이라는 측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앞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용가치를 갖는 상품들이 유통과정을 거쳐 교환될 수 있는 것은 그 상품들의 구체적 질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상품에는 많거나 적거나 간에 동일한 일정량의 추상적 인간노동 즉, 인간의 두뇌, 근육, 신경, 손 등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라는 점, 그리고 생산자들이 사회적 노동분업을 통해 맺고 있는 사회적 상호의존 때문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이제까지 진행한 논의에 입각하면 100의 노동량이 투여된 상품은 마찬가지로 100의 노동량이 투여된 상품과 교환된다. 다시 말해 상품교환은 동일한 노동량이 투여된 등가물끼리의 교환이다. 자동차 한 대가 100의 노동량을 갖고 있고 컴퓨터 한 대가 10의 노동량을 갖고 있다면, 자동차 한 대와 컴퓨터 열 대가 등가를 이루고 서로 교환될 것이다. 이처럼 상품교환을 통해서는 단지 다른 사용가치, 다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다른 유용성이 얻어질 뿐 아무런 가치증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잉여가치의 원천은 전혀 밝혀지지 않는다. 여기서 밝혀진 유일한 것은, 상품판매를 통해 잉여가치를 획득했다는 자본가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궁지에 몰린 자본가는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한 자본가 A를 등장시켜보자. 그는 마치 모든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사실 나는 100의 가치를 갖고 있는 상품을 110에 팔았어. 구매자를 속인 셈이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자본가가 진지하게 자신이 수완 좋은 사기꾼이라고 고백한 만큼, 이러한 사기수법이 진정으로 잉여가치의 원천을 보여주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자본가의 설명이 맞는 것이라면, 그는 항상 판매만 할뿐 결코 구입은 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교활한 자본가들은 이 A라는 자본가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곧 눈치챌 것이고, 이에 따라 자기들도 치밀하게 사기수법을 준비하고 상품을 본래 가치보다 더 비싸게 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A라는 자본가가 판매하기만 할 뿐 결코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자본가에게 속임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없다. 어떤 자본가든 무언가를 판매한다면 또한 무언가를 구매해야 한다. 이것은 생산자들이 서로 독립적이고 분할되어 생산하지만 동시에 서로 긴밀히 의존하고 있는 상품생산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A라는 자본가가 어느 날 운좋게 다른 구매자를 속였다 하더라도, 다음에는 A 자신이 구매자가 되어 다른 자본가에게 속임을 당할 것이다. 그 결과 속임수의 효과는 서로 상쇄된다. 즉 여기서도 일반적인 상품교환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잉여가치는 생겨나지 않는다. 또한 이 경우 A에게 속은 다른 자본가들은 잉여가치는커녕 손해를 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익과 손해는 서로 상쇄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설명해야 할 것은 전체 자본가들이 획득하는 잉여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한 자본가의 장사수완이 좋아서 막대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자본가계급’은 한 푼이라도 잉여가치를 얻지는 못한다. 이 막대한 이윤은 다른 자본가들의 손해와 서로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만약 그러한 방식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자본가가 노동자의 임금인상에 반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어차피 상품을 비싸게 팔아 이윤이 얻어진다면 사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될텐데 말이다.
이제 분명해진 것이 있다. 등가물로서 상품을 교환하거나, 또는 상품을 등가교환하지 않고 속임수를 쓴다 해도 여기서는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상품교환이라는 유통과정을 통해 부를 얻는다는 자본가의 주장은 부의 진정한 원천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자본가가 만약 유통과정에서 분리되어 있다면, 그는 자신의 화폐 또는 상품을 자본으로 전환시킬 수 없다는 점도 진실이다. 유통과정 밖에서 자본가는 단지 상품을 소비(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미 살펴보았듯이 등가교환의 법칙이 지배하는 유통과정 안에서는 잉여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상품교환 즉 유통 자체가 가치를 발생시키지 않는 한, 화폐소유자는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최초에 투하한 가치 이상의 잉여가치를 발생시키는 특수한 종류의 상품”을 발견해야만 한다. 즉 어떤 특정한 상품의 교환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 사용가치 때문에 잉여가치를 생산해야만 한다. 그 상품의 사용가치 자체가 가치의 원천이라는 특성을 지니며, 따라서 그것의 소비가 곧 새로운 가치의 창조인 그러한 상품을 유통영역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자본가는 시장에서 그 상품을 발견한다. 그것은 노동력이다. 한마디로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노동력가치만큼 임금을 지불하지만, 생산과정(노동력의 사용가치의 실현 과정, 즉 노동과정)에서는 그 이상 노동시킴으로써 잉여가치를 획득한다.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인간의 신체 즉 살아있는 인격체 속에 들어 있으며, 그가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를 생산할 때마다 사용하는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총체”를 말한다. 이 상품은 시장에서의 유통과정을 거쳐 자본가에게 구매되고, 자본가는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상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자본가가 시장에서 상품으로서 노동력을 발견하고 구매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자기 노동력, 자기 인격의 자유로운 소유자여야 한다. 즉 그는 자신의 노동력을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고대노예는 자유로운 독립적 인격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 노동력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었다. 그들은 한 주인에 의해 구매되고 또다른 주인에게로 판매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노예제사회의 시장에서는 자유롭게 처분되는 노동력이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 자체가 상품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본가사회의 시장에서 발견되는 것은 노동자 자체가 아니라 그의 노동력이다.
자본가사회의 노동자는 노예와는 달리 신분상 어떠한 인격적 구속도 받지 않는다. 노동자 자체가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소유한 노동력이 상품으로 등장한다. 노동자는 화폐소유자로부터 임금형태로 화폐를 받고 자신의 상품인 노동력을 판매한다. “자본주의 시대를 특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노동력이 노동자 자신에게는 그가 지닌 상품의 형태를 취하고 따라서 그의 노동이 임금노동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화폐소유자인 자본가와 노동력소유자인 노동자는 자신이 보유한 상품의 종류에서만 구별될 뿐, 대등한 상품소유자이며 법률상 평등한 인격체다. 물론 이후 보게 되듯이 가진 것은 노동력뿐인 노동자와, 돈과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 사이의 격차는 엄청나다.
둘째, 노동력소유자는 자기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상품이 아니라 단지 자기 노동력만을 팔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노동자가 독자적인 생산수단을 갖고 있어서 자기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그는 굳이 자기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써 자본가에게 종속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자본가는 시장에서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을 가진 숙련공에게 기계를 사들여 조그만 작업장이라도 차릴 돈만 생긴다면, 그는 단 한 순간에 사표를 던지고 임금노예 처지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노동의 결과물인 상품이 아니라 자기 노동력만을 판매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즉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뿐인 상태,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기 노동력밖에 없는 상태여야 한다. 이 조건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생산수단으로부터 생산자를 강제로 분리시키는 일련의 역사적 폭력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룰 것이다.
임금형태로 지불되는 노동력의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시간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노동력은 노동자라는 인격체 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력을 생산하는 것은 곧 노동자의 노동능력을 재생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노동력의 가치는 노동자가 소모된 노동능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입고 마시고 자고 일정한 휴식을 취하는데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와 크기가 같다. 그런데 노동자는 하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장기간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일하기 때문에, 그의 노동력 역시 하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력의 가치 즉 임금은 노동력의 지속적인 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된다.
또한 자본가가 몇 세대를 거치든 지속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착취하기 위해서는, 지금 고용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후에 그를 대신하여 자본가에게 고용될 “보충인원” 즉 자녀들의 생활수단이 노동력 재생산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결국 가족 전체의 생계비용이 그의 임금이 된다. 노동조합이 있는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가 잘 알고 있듯이,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요구하는 임금이란 사실 자본가사회의 임금노예로서 노동자가 자기의 상품인 노동력을 보존하기 위해 요구하는 생계비용에 불과하다. “생계비 산정”은 항상 입고 먹고 마시고 자고 자녀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제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에 대한 등가물 즉, 노동력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일정 금액의 임금을 지불하고 그를 고용한다. 여기서는 상품유통의 일반법칙으로서 등가물의 교환이라는 점이 지켜졌다. 다음으로 자본가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즉, 노동자에게 일을 시킴으로써 새로운 부를 얻어야만 한다. 자본가에 의한 노동력의 소비는 모든 상품소비(여기서 사용가치의 실현이 일어난다)와 마찬가지로 유통영역 밖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본가에 의한 노동력 소비는 먹고 마시는 것과 같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생산을 위한 소비”다. 이 “생산적 소비”는 자본가의 지시에 따라 노동이 진행되는 생산영역에서 이루어지며, 그 자체가 생산과정이다. 자본가는 자신이 획득하는 잉여가치의 진정한 원천을 은폐하기 위해 상품생산이 진행되는 공장 문 앞에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다. 그러나 잉여가치의 증식과 착취의 비밀을 폭로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제 생산의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제3편 자본의 생산과정 : 잉여가치의 생산과 착취
(1)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노동과정
자본가사회에서 노동과정은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착취과정에 지나지 않지만, 우선 그 점을 빼놓고 노동과정의 단순한 계기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것을 통해 우리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무엇인지, 따라서 그 착취를 폐지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노동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본질적인 세 가지 계기는 노동, 노동대상, 노동수단이다.
(가) 노동
노동이란 “사용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합목적적 활동” 즉 인간에게 필요한 유용한 것을 얻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말한다. 그것은 곧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규제, 통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노동과정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단순한 물질대사와 다르다. 가령 숨을 들이쉬고 내쉬거나 밥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 역시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인체에 필요한 요소를 받아들이거나 노폐물을 내보내는 일이지, 인간에게 유용한 새로운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노동은 일반적인 동물의 본능적 행위와도 다르다. 흔한 예로 꿀벌이나 거미가 자기 집을 짓는 것은 인간의 건축작업 못지않은 정교함으로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내지만, 꿀벌이나 거미가 아무리 아름다운 집을 짓더라도 그것은 단지 동물적 본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무의식적 행위의 산물일 뿐이다. 이들의 행위에는 다양한 필요에 따른 합목적적 의식성이 없으며, 자연조건에 직접 제약받는다. 반면 인간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통 모양의 집뿐만 아니라 고층아파트나 지하주택을 짓기도 하고, 방음시설이나 난방장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노동과정은 인간이 작업을 하기 전에 이미 준비한 의식적 계획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 인간은 건물을 짓기 전에 의식적으로 건물의 구조를 머리 속에 그리며, 이 계획 아래 집을 짓고 그가 머리 속에서 그려낸 의식적 계획을 실현한다.
그러나 꿀벌이나 거미는 지하벌집을 짓는다거나 12겹으로 된 복합 거미줄을 칠 수 없다. 냉난방 시설을 할 수도 없다. 단지 본능이 지시하는 대로 집을 지을 뿐이다. 요컨대 합목적적 의식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인간노동은 동물의 본능적 행위와 구분된다. 즉 동물은 자기 외부에 있는 세계에 적응할 뿐이지만 인간은 목적의식적 노동을 통해 자기 외부에 있는 세계를 자기를 위한 세계로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을 세상의 주인으로 밀어올린다.
(나) 노동대상
노동대상은 대지와의 직접적 결합으로부터 떼어내진 물적 존재를 말한다. 가령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의 나무는 단지 자연 그 자체 상태로 놓여있지만, 종이나 가구 등을 만들기 위해 벌채되면 그 나무는 노동대상이 된다. 또한 한번도 씨가 뿌려지고 경작된 적이 없는 땅은 그저 땅일 뿐이지만, 인간이 그 땅에 경계선을 두르고 흙을 잘 갈아엎고 거름을 뿌려 기름지게 하면 그것은 농업을 위한 노동대상이 된다.
다른 예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석탄은 그 자체로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지만, 인간이 그 석탄을 이용하기 위해 갱도를 내고 광산을 만들어 그것을 캐내면 이제 노동대상이 된다. 일정한 노동을 거쳐 변화를 겪은 석유도 마찬가지다. 이런 노동대상은 생산과정에서 대개 원료로서 나타난다.
(다) 노동수단
노동수단은 노동자와 노동대상 사이의 매개체다. 노동자는 노동수단을 이용하여 노동대상을 특정 형태로 가공한다. 단순한 작업도구나 크고 작은 기계 등이 노동수단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타이어를 만드는 노동자는 단지 고무원료만을 갖고 타이어를 만들 수는 없으며, 타이어를 제작하기 위해 준비된 적합한 기계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노동대상이 주로 자연으로부터 추출된 자연적 속성을 갖는 것이라면, 노동수단은 주로 인간적 속성을 갖는 것이다. 즉 노동수단은 노동자가 노동대상에 더 큰 힘과 효율성으로 작용을 가하기 위해 자기의 신체인 손, 발, 두뇌 등을 연장시킨 것이다. 단순한 수작업에서도 노동자는 망치나 톱, 스패너 등을 쥐고 일을 한다. 이것은 손을 대신하여 두드리고, 자르고, 조이는 일을 한다. 이 단순한 도구들이 결합하여 기계를 이루고, 이것은 갈수록 발전하면서 이제는 노동과정의 많은 부분이 컴퓨터제어장치가 달린 자동기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인간이 노동수단을 이용해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도 자기 신체만을 이용할 수 있는 동물의 본능적 행위와 인간의 노동은 질적으로 구별된다. 간혹 동물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숭이나 침팬지가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막대기를 이용하거나, 수달이 조개를 먹기 위해 돌멩이를 이용해 조개껍질을 깨는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역시 인간의 노동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것은 이들이 단지 자연으로부터 우연히 얻은 도구를 사용하는데 그치는 반면(그리고 그 도구의 사용 역시 본능에 의한 것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도구 자체를 새롭게 생산한다. 인간에게 도구는 의식적으로 사용되는 노동수단이기 때문에 자신의 필요에 따라 더욱 개량되고 발전한다. 반면 동물은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단지 자연이 창출한 재료를 주어진 자연상태 그대로 이용할 뿐, 스스로 도구를 만들거나 새롭게 발전시키지는 못한다.
이제까지 살펴본 노동과정의 필수적 계기들 중 노동대상과 노동수단은 노동의 객관적 수단으로서 생산수단을 이룬다. 이는 인간의 노동이 시작된 이래, 인간노동의 불변하는 조건이다.
자본가사회에서도 위에서 본 노동과정의 요소들이 있어야 노동이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자본가사회의 착취적 본성에 의해 독특한 특징을 갖고 진행된다. 먼저, 자본가사회에서 노동은 직접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의식적 계획이나 목적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 자본가에 의해 통제된다.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양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만들어낼 것인가에 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자본가가 쥐고 있다. 또한 노동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상품은 실제로 일을 한 노동자의 것이 아니라 자본가의 것이 된다. 그리고 이제 상품교환은 생산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환이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노동자를 고용하여 착취하며 그 결과 생산물을 전유하는 자본가들 간의 상품교환으로 전환된다. 이와 동시에 이제 상품교환은 노동생산물의 교환이 아니라 단지 물건과 물건의 교환이라는 외관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된다. 이에 따라 상품과 화폐의 물신성은 심화되어간다.
자본주의 노동과정의 이러한 특징에 의해 노동자는 진정 가치있고 의미있는 활동인 노동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본가를 위한 것이라고 여기며,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항상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지옥같은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게 된다. “노동의 소외”가 일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노동자가 이런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 자본가는 점점 쌓여가는 자신의 부를 바라보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가?
그것은, 이 사회에서는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조건인 생산수단이 독립적인 개인자본가든 주식회사형태의 집단자본가든 또는 자본가국가든 자본가계급의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덜 발전했던 시기에는 생산자와 생산수단이 분리되지 않은 채 생산자가 자기 생산수단을 이용해 노동했다. 따라서 그들은 타인의 통제나 착취를 당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 생산하고, 그 생산물을 자기가 가졌다. 예를 들어 일정한 토지와 도구를 갖고 있던 농민이나 소경영을 하는 수공업자는 자신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생산수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고용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다른 누구에게 착취당하는 일 없이 자기 필요에 따라 노동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이들은 점차 몰락하게 되고 자기 생산수단을 박탈당하며, 가진 것 없는 무산자(無産者)의 처지로 떨어지게 된다. 이들은 가진 것이라고는 자기 몸뚱아리밖에 없는 노동자가 되고, 이에 따라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즉 자본가에게 종속된 임금노예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래 노동과정은 자본가에 의해 통제되기 시작했으며, 노동자의 집단적 공동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은 그 상품생산의 공동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자본가에게 귀속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 자신의 발전을 통해 자본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독점적 장악을 폐기하고 직접적 생산자와 생산수단이 다시 결합할 수 있는 조건, 그럼으로써 어느 누구도 타인의 노동을 착취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의 물질적 조건을 성숙시키고 있다. 생산수단이 개인에게 속하는 소생산, 소경영의 물적 토대는 공업의 발전에 의해 점차 제거되고 극복되어간다. 그리고 자본가사회에서 기계제대공업이 성립한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한 어느 곳에서나 대규모 공장노동자들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들은 자본가의 착취와 지배를 끝장낼 세력으로 단련되어가고 있다.
또한 이미 주요한 사회적 생산수단이 노동자에 의해 공동으로 점유되고, 집단적 공동노동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는 혁명을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생산수단을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공동소유로 전환함으로써 자본가에 의한 착취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노동자는 착취의 늪으로부터 도저히 탈출할 수 없을 것이다!
가치증식과정 : 착취과정
자본가사회에서는 모든 생산이 상품생산형태로 이루어진다. 상품에 관한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생산과정은 노동과정과 상품의 가치형성과정의 통일로서 나타난다. 즉 노동과정이 곧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이미 살펴본대로 상품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하는데 투여된 생산자의 노동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품생산과는 달리, 자본주의적 상품생산 또는 상품생산의 자본주의적 형태에서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단지 노동과정과 가치형성과정의 통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의 통일로서 진행된다. 즉 자본가사회에서 노동자는 노동과정에서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일하며, 노동과정의 결과물을 직접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에게 강탈당한다. 그런데 자본가사회에서 이런 노동착취는 전혀 문제가 안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자본가에 의한 착취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는 이미 앞에서 상품은 가치에 따라 등가물로서 교환된다는 점을 보았다. 그리고 자본가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어떠한 생산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자기가 갖고 있는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상품으로 판매함으로써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보았다.
자본가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 상품끼리의 등가교환이라는 상품교환법칙에 따라, 상품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의 돈을 지불하고 생산에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 그중 한 부분은 기계나 원료 등의 생산수단이고, 다른 한 부분은 노동자의 노동력이다. 자본가는 노동력을 구매하면서 임금을 지불한다. 그리고 이 임금은 노동자가 노동력이라는 자기 상품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다시 노동과정에 투입할 수 있도록 노동능력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비용 즉, 자신과 부양가족의 생계비에 해당된다(만약 노동자가 노동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예를 들어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늙거나 산재를 당한다면 자본가는 더이상 그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는 이제 노동력조차 판매하지 못하게 되는 절망적 처지에 빠진다). 따라서 적어도 외관상 자본가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입하면서 이를 위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자본가가 구입한 생산수단과 노동력은 이제 자본으로서 합체되어 운동하기 시작한다. 즉 노동과정 속에서 노동력을 가진 노동자가 기계 등의 생산수단을 사용하여 노동함으로써 자본운동이 시작된다. 자본가사회가 아니라면 단지 노동과정에 불과한 생산자와 생산수단 사이의 결합이 여기서는 자본운동으로 나타난다.
이제 이 노동과정, 생산과정에서 어떻게 자본가가 이윤을 거두어들이는지 보자. 착취의 비밀은 다음과 같은 점에 있다. 어떤 노동자가 그에게 임금으로 지불되는 부분을 얻기 위해 5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노동자가 이 5시간의 노동만을 한다면 그는 자신이 보유한 상품인 노동력의 가치만큼 일을 한 셈이 된다. 그러나 그가 일을 마치고 막 공장 문을 나서려 하는 순간, 뒤에서 자본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당신과 5시간 노동을 계약한 것이 아니오!” 자본가는 5시간 일한 노동자를 그대로 집에 돌려보내지 않는다. 자본가는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에게 계속 일을 시키고, 이렇게 추가되는 시간은 모두 자본가를 위한 노동시간이 된다.
따라서 자본가는 이렇게 추가되는 노동시간을 더욱 늘리려 한다. 노동시간을 연장하면 할수록 자기에게 돌아오는 몫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는 자기 노동력가치에 해당되는 크기의 노동을 하는데서 멈출 수 없으며, 자본가의 통제에 따라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해야만 한다. 이 부분 즉 노동자가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를 위해 일하는 부분에 대한 대가는 결코 노동자에게 지불되지 않으며, 전적으로 자본가가 가져간다. 결국 이 노동자가 하루에 10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그중 단지 5시간 크기의 임금만을 지불받을 뿐이고, 나머지 5시간은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면서 노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는 것은, 자본가와 노동자가 계약을 할 때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가진자임에 반해 노동자는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뿐이므로 자본가와 아주 불리한 조건에서 교섭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자본가처럼 막대한 이윤을 기대하기는커녕 자본가에게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부양가족이 몇 명이고 이런저런 조건에 있기 때문에, 최소한 끼니를 때우고 나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노동력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노동하기 위해서는 얼마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소. 또 나의 기술은 이것인데 이 기술을 얻기 위해 나는 얼마 정도의 비용과 노력을 투자했으므로 이것도 좀 고려해주시오.” 노동자는 결코 생산과정을 통해 내가 창출해낸 가치가 얼마이니 이 정도는 받아야겠소 하고 말하지 못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본가의 이윤은 생기지 않을 것이며, 이 경우에 자본가는 그 노동자를 절대 고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임금노예로 전락한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노동의 크기가 5시간인가 아니면 4시간 또는 6시간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노동자가 자기 노동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가도 지급받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는 것 즉,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지금까지 우리는 일반적인 상품에 불과한 기계, 원료 등이 어떻게 자신의 가치 이상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기계, 원료, 공장 등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본가가 노동자를 임금에 해당되는 노동시간 이상으로 부려먹는다는 사실이 그 원인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자본으로 합체되는 생산수단과 노동력이라는 두 요소는 자본운동과정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생산수단과 노동력은 “가치증식” 즉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여부에서 서로 질적으로 구분된다. 생산과정에 투하된 전체 자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단지 생산되는 상품에 자기 가치를 이전하기만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가치로서 잉여가치를 창출하는가에 따라 구별된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이 그것이다.
(가) 불변자본
전체 자본 중 원료, 보조재료 등의 노동대상 그리고 기계, 도구 등의 노동수단을 구입하는데 사용되는 자본부분 즉, 생산수단에 투하되는 자본부분은 생산과정에서 가치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원료나 보조재료의 가치는 생산과정에서 한꺼번에, 그리고 노동수단의 가치는 생산과정에서 그것이 사용되고 마모됨에 따라 조금씩 상품으로 이전된다.
이처럼 원료 및 보조재료와 노동수단이 상품에 가치를 이전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그것들은 상품생산과정에서 새로운 가치(잉여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산되는 상품에 자기가 원래 갖고 있는 가치만을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원래의 가치 이상을 낳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원래의 가치를 상품에 이전하기만 하는 자본부분을 불변자본이라고 한다. 가치의 크기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가변자본
그러나 자본 중에서 노동력으로 전화된 자본부분 즉,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불된 부분은 생산과정에서 본래의 가치 이상으로 가치크기가 변한다. 이 부분을 가변자본이라고 한다. 가치증식과정에서 본 것처럼 노동자는 자기에게 임금으로 주어지는 부분을 넘어서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부분까지 생산하게 된다. 이 초과분은 잉여가치로서 자본가가 가져간다. 따라서 전체 자본을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자본가의 부의 원천, 잉여가치의 원천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본가가 나날이 자기 재산을 불려가는 진정한 근원이 드러나는 것이다.
노동자가 자기 생활수단을 얻기 위해 일하는 노동시간을 넘어서 자본가의 돈벌이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잉여노동이 곧 잉여가치의 기원이다. 자본가는 이 잉여노동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를 자기 돈주머니에 챙겨넣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잉여가치율 : 착취율
잉여가치율이란 가변자본 즉 노동력부분이 생산과정에서 얼마나 가치를 증식시켰는가, 얼마나 잉여가치를 창출했는가를 노동자가 받는 임금 즉 필요노동부분에 비교하여 비례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잉여가치율은 자본운동의 과정에서 노동자가 얼마나 착취당했는가, 자본가가 노동자를 얼마나 공짜로 부려먹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잉여가치율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율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자본가가 1,000만원을 들여 500만원을 생산수단(불변자본)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500만원을 임금으로 지급하여 노동력(가변자본)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고 하자. 그리고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4시간 노동으로 한 달이면 임금으로 지급받는 가치에 해당되는 500만원어치의 상품을 만들어낸다고 하자. 그러나 자본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노동자들에게 하루 평균 4시간 노동을 추가로 더 시키고 착취한다고 하면, 자본가가 최종적으로 뽑아낸 상품의 가치는 1,500만 원이 된다(생산수단의 가치 500+노동력가치 500+잉여가치 500 = 1,500). 새롭게 만들어지는 500만원이라는 잉여가치는 오직 노동자들이 자본가를 위해 손해를 보며 하루 평균 4시간씩 추가로 일하는데서 생겨난다. 잉여가치율은 4시간의 잉여노동/4시간의 필요노동×100 = 100%가 되고, 이것이 곧 노동자에 대한 착취율이 된다.
이 점은 노동자가 일하는 하루 노동시간이 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한 부분은 필요노동시간으로서, 이 부분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생계비용을 얻기 위한 것 즉 자본가에게 받는 임금만큼 노동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다른 한 부분은 순전히 자본가를 위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착취당해야 하는 부분으로서 잉여노동시간을 이룬다. 이와 같은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시간의 합계가 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의 크기인 노동일을 이룬다. 따라서 자본가는 노동일을 늘려 잉여노동시간을 증가시키려 하게 된다. 노동일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윤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위에서 든 예에서 자본가가 임금은 고정시킨 채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린다면 자본가에 의한 착취율도 6시간/4시간×100 = 150%로 증가한다.
노동일
자본가는 노동일의 절대적 크기를 늘림으로써 더 많이 착취하고 자신의 부를 키워가려고 하지만, 노동일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노동일의 육체적 도덕적 한계다.
노동일은 먼저 노동자의 육체적 한계에 부딪힌다. 자본가가 아무리 착취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 모레 계속해서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일정한 휴식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를 아무리 혹사시키는 경우에도 노동일은 지속적인 노동이 불가능해질 정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노동일은 육체적 한계뿐만 아니라 도덕적 한계에도 부딪힌다. 즉 노동자에게도 정신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것은 그 사회의 일반적 문화수준에 의해 규정된다.
노동일의 측면에서도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는 서로 다른 계급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난다. 자본가는 될수록 노동일을 연장시켜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최대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는 반면, 노동자는 가능한 한 노동일을 단축시켜 노동력을 보호하며, 노동력의 대가를 더 많이 쟁취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것은 권리 대 권리의 투쟁이다. 이 사회에서 자본가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구매자로서 이 상품을 사용할 (즉 노동자를 착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 반면 노동자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소유자로서 자기 상품의 가치(노동력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자에게는 자기가 받은 임금 이상의 노동을 하며 자본가에게 공짜로 자기 노동을 갖다바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가사회에 살고 있는 한 이러한 권리는 양측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노동일을 늘리려는 자본가의 시도는 그들 계급의 입장에서 정당한 것이며,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동자의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전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이와 같은 권리 대 권리의 투쟁에서는 힘이 사태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 이해관계의 충돌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계급투쟁으로 발전한다. 그 결과 노동일은 계급투쟁에서의 세력관계에 따라 유동적이고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현재 주어져 있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방식은 어느 한 순간의 약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계급투쟁의 결과다. 한국에서도 87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 자본가계급에 맞선 격렬한 투쟁의 성과로서 8시간 노동제가 쟁취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았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약한 사업장에서는 8시간 노동제는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가는 노동자가 투쟁을 멈추는 순간을 노리며 언제나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변형근로제 따위의 잔꾀를 부리고 있다.
여기서 사태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노동자조직의 단결과 투쟁의 힘이 강하고 노동자계급의 목표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로 무장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자본가의 기만적 시도를 분쇄하고 노동일을 줄임으로써 착취를 제한하는 투쟁에서 성공한다(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장악하고 있도록 내버려두는 한 착취는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착취자에 대한 저항의식과 투쟁정신이 없는 곳, 노동자조직의 힘이 약한 곳에서는 자본가의 시도가 그대로 관철된다. 이런 곳, 가령 노조가 없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노동자는 육체가 버티는 한 최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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