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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해설(노동자 경제학)
1회 교육분
≪자본론≫은 어떤 책인가?, 왜 학습해야 하는가?
제1편 상품과 화폐
상품의 두 요인 : 사용가치와 가치
상품에 나타난 노동의 이중성
가치형태
상품의 물신적 성격. 물신숭배
제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자본의 일반적 정식
일반적 정식의 모순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
≪자본론≫은 어떤 책인가? 왜 학습해야 하는가?
평생 동안 맑스의 전우이자 동료였으며, 동시에 둘도 없는 친구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이와 같이 ≪자본론≫의 의의를 적절하게 묘사했다. “이 저작에서 도달한 결론”, 그것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없는 유일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대자본주의의 발전은 그 발전과정 자체로부터 노동해방의 물질적 토대를 창출하고 성숙시키고 있으며,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투쟁을 더욱 긴요한 역사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물론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자신에 의해 쟁취되어야 한다.”
실제로 수많은 나라들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선진적인 노동자들은 ≪자본론≫을 “노동자계급의 성경”으로 간주했다. 이 책의 강력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맑스 이전에도 노동해방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노동자계급을 바라보며 단지 이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고통”만을 보았을 뿐이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이 자본가사회를 변혁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자기 내부에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 투쟁의 힘에 호소하는 대신 자본가의 자선이나 은혜에 호소하거나, 또는 현재의 사회질서와 동떨어진 이상적인 공동체마을을 계획하거나, 하나의 공장을 선량한(?) 자본가와 노동자가 함께 관리함으로써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이들은 노동자의 고통과 투쟁의 원인이자 토대인 자본주의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공상적 사회주의의 뛰어난 대표자들은 자본주의가 빚어내는 착취와 억압 그리고 온갖 사회적 병폐를 날카롭게 폭로하고 비난하는데 성공했지만, 자신의 작업을 자본가사회의 물질적 객관적 운동법칙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까지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질병의 원인에 대한 투쟁 대신, 단지 자본가사회의 표면에 드러난 “종기”들만을 발견하고 경악하며 혐오감을 나타냈을 뿐이었다. 또한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 자본주의의 발전이 한편으로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을 고통스런 착취의 수레바퀴 아래로 내던지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변혁적 주체로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맑스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출발했다. 맑스는 자본주의적 착취와 노동자의 고통, 자본주의가 낳는 재앙 그리고 이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이 근거하고 있는 “현실적 토대”에 주목했다. 그가 채택하고 있는 유물론적 변증법적 관점에 의하면 새로운 사회질서는 어디까지나 낡은 사회가 물려준 물질적 재료를 바탕으로 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사회질서는 기존 사회가 갖는 객관적 역사적 운동의 필연적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는 자기발전과정을 통해 노동해방의 역사적 조건을 창출해가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운동법칙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몰두했다. ≪자본론≫은 다름 아니라 ‘자본주의의 경제적 운동법칙에 대한 연구의 결과’다. 여기서 맑스는 이 운동법칙의 핵심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밝혀냈다.
(1) 현대사회에서 자본의 발전이 의미하는 바로서, 자본운동을 통해 자본가는 자신의 부를 늘려갈 뿐만 아니라 자신을 타도할 혁명적 계급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가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자본운동이 필연적으로 낳는 결과다. 자본가가 이윤획득이라는 목적을 위해 행하는 모든 일들은 그 자체가 노동해방사회를 가능케 하는 물질적 조건인 사회적 생산력의 고도한 발전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맑스가 당시의 사회적 조건들을 분석한 이후 자본주의는 더욱 발전하여 노동해방의 물질적 조건을 더한층 성숙시키고 있다. 노동해방은 더이상 머리 속에서만 관념적으로 추구되는 이상적 목표가 아니라, 현실의 과학적 목표가 되었다. 한마디로 맑스 이후 노동해방은 “공상에서 과학으로” 발전한 것이다.
(2) 첫째 측면과 분리될 수 없는 둘째 측면으로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발전이 현대사회의 두 주요계급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을 더욱 첨예하게 발전시키며, 또한 그 계급투쟁을 통해 자본가사회가 전진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기술적 숙련과 노동과정에서의 집단적 결합 그리고 계급의식의 발전과 공동투쟁은 노동해방의 실현에서 본질적 중요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된다. 또한 생산수단의 규모 증대와 과학기술의 응용 등은 현실에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계급투쟁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된다.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은 ‘사회적 생산’과 더불어, 자본가질서에 저항하고 혁명을 일으킬 노동해방의 담당자계급을 형성한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적대적인 계급투쟁은 더욱 첨예해진다. 이 계급투쟁의 발전은 다시 자본주의를 더욱 고도한 단계로 밀어올림으로써 노동해방의 물질적 조건을 더한층 성숙시킨다.
그러므로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욱 불가피하게 격화되는 적대적 계급투쟁에 의존함으로써만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위대한 목표를 쟁취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자본론≫의 실천적 결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론≫에서는 자본가사회에서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계급투쟁이 왜 불가피한지, 노동자가 이 투쟁에서 승리하고 해방되기 위해서는 어떤 무기를 움켜쥐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해명되고 있다.
≪자본론≫은 다른 누구보다도 투쟁하는 선진노동자들에게 읽혀져야 한다. 그리고 노동해방을 위한 전투교본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엥겔스가 지적했던 것처럼, 이 세상에 자본가와 노동자가 존재하는 한 선진노동자들에게 이 책만큼 중요한 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본론≫은 노동자들 사이에 충분히 광범하게 전파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 내용의 방대함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학적인 지식인 공론가들에 의해 ≪자본론≫의 실천적 의미가 심하게 왜곡되고, ≪자본론≫에 관한 논의가 그들의 입맛에나 맞을 만한 난해한 해석들로 뒤덮여버린 것에도 이유가 있다. 이와 더불어 선진노동자들이 감옥에 들어가 다행히(?) 학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지 않는 한, 하루하루 장시간의 고된 노동에 얽매여 있는 대부분의 노동자의 처지에서 ≪자본론≫ 전체를 독파하고 충실하게 토론할 수 있는 여지가 협소한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본론≫의 핵심적 본질적 내용은 어떤 형태로든 투쟁하는 노동자의 손에 쥐어져야 한다. <자본론>은 노동자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학 교육은 그와 같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교육은 다음의 원칙 하에서 진행될 것이다. 첫번째로, 많은 시간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현장노동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짧은 분량에 ≪자본론≫의 핵심내용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두번째로, 지식인 공론가들에 의해 퇴색해버린 ≪자본론≫의 혁명적이고, 실천적인 의의를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세 번째로 현장에서 전개되는 구체적 투쟁에서 우리가 실천적으로 취해야 할 입장과 연결지어 다루고자 노력할 것이다.
제1편 상품과 화폐
≪자본론≫ 제1권이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대상은 직접적 생산과정으로서 자본주의 생산과정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경제적 운동법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자본의 직접적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 및 재생산과정을 매개하는 ‘유통과정’에 대한 분석을 결합시켜야 한다(≪자본론≫ 제2권의 주제). 그리고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 즉 총체적인 자본주의 생산과정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전체로서 자본의 운동과정이 야기하는 것들을 현실에서 ‘구체적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요구된다(≪자본론≫ 제3권의 주제). 이것은 다시 말하면 제1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자본주의는 현실에 존재하는 자본주의의 모든 구체적 요소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맑스는 가능한 한 개별적이고 우연적인 요소 및 자본운동의 본질을 특수한 형태로 드러내는 사례를 배제하고 불필요한 측면을 일단 제쳐놓았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적 본질을 ‘가장 순수하고 명확한 형태’로 드러내고 폭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전체로서 현실자본주의가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들은 오직 이 사회의 경제적 척추인 자본주의 생산과정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이러한 본질적 파악에 입각하여 현상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자본가사회의 운동법칙을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치 한 과학자가 실험을 할 때에는 모든 불순하고 교란적인 요소를 제거한 순수한 (오직 실험실에만 존재하는) 조건 아래서 실험을 하고, 이후 현실에서는 어떻게 여타의 비본질적 요소가 개입하여 실험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 것처럼 보이는지 밝히는 것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직접적 생산과정의 분석에서도 동일하다.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먼저 이 분석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자본가사회에서 생산된 부가 취하는 기본형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 그것은 ‘상품’이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부는 현실에서 거대한 “상품 덩어리”로 나타나며, 개별상품들이 이러한 부의 기본형태를 이룬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쉽고 분명하게 확인된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신발, 들고 다니는 가방, 일하러 가기 위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 책상, 의자, 식당에서 사먹는 한 끼 식사나 커피, 담배 등의 기호식품, 음료수, 신문, 잡지, 책, 작업도구, 사무용품 등 일상적으로 들이쉬는 공기나 햇빛 따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상품으로 다가온다. 즉 인간이 노동을 통해 생산한 대부분의 생산물은 자본가사회에서 상품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상품분석으로부터 출발해 자본주의 사회의 전모에 대한 파악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품의 두 요인 : 사용가치와 가치
상품이란 우선, 인간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그 자신이 갖고 있는 특정한 속성에 의해 인간의 이런저런 필요를 충족시키는 물질적 대상이다. 시원한 음료수는 한여름의 갈증을 없애준다. 두툼한 옷은 한겨울의 추위를 막아준다. 이와 같은 특정한 유용함이 없다면 그것은 상품일 수 없다. 그러나 이 정의만으로 상품의 특징을 적절히 규정할 수는 없다. 만약 이 유용함만을 고려한다면, 이제껏 존재한 모든 생산물들이 상품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나 생산물이 주로 상품의 형태를 취한 것은 최근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이다.
상품은 무엇보다도 ‘교환’을 위해 생산한 생산물이다. 가령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가족 또는 부족이 만들어낸 생산물은 그들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만, 상품은 아니다. 그 생산물이 판매를 위해 시장에 내놓아질 때, 더욱 주요하게는 ‘시장에서의 판매를 목적으로 물건을 생산할 때’ 그 생산물은 비로소 상품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생산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 즉, 시장에서 화폐를 이용하여 구매하는 모든 물품이 곧 상품이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되지만, 생산자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그것을 구입할 타인의 필요를 위해 생산되는 것이 상품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상품이 두 가지 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다. 상품의 사용가치라는 것은 어떤 한 사물(그것은 특정한 물건형태일 수도 있고, 안마나 시중 또는 운전 등 통상 서비스라고 불리는 무형의 것일 수도 있다)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특정한 유용성을 말한다. 이 유용성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텔레비젼은 소비자에게 뉴스나 드라마 등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유용성을 갖고 있는데, 만약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상품으로 판매될 수 없을 것이다. 전등이 빛을 내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상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유용성’은 가변적이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변한다면, 가령 몇 년전까지 잘 팔리던 흑백 TV가 오늘은 소비자들에게 차갑게 외면당한다면 이것의 ‘사회적 유용성’은 사라지고 없는 셈이다.
각각의 상품이 갖고 있는 사용가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상품이 서로 구별되는 기준이다. 가령 전등이 갖는 밝게 해준다는 유용성과 선풍기가 갖는 시원하게 해준다는 유용성은 서로 다르다. 반면 서로 다른 생산자들에 의해 생산되었더라도 동일한 사용가치를 갖는다면 동일한 상품으로 취급된다. 가령 자동차는 현대에서 나온 것도 있고 기아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동일한 유용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통틀어 자동차라고 부른다. 즉 모든 상품은 서로를 구별하는 특정한 유용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되며, 동일한 유용성을 갖고 있는 한 그것은 동일한 종류의 상품으로 취급된다. 이런 구체적 유용성으로서 사용가치는 ‘각각의 노동의 특수한 성격’(가령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과 전자제품을 만드는 노동은 서로 다르다)으로부터 ‘발생’한 뒤, 상품을 구매한 사람에 의해 사용 소비됨으로써 ‘실현’된다.
또 다른 한 측면으로서, 상품은 교환가치를 갖는다. 상품이 교환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상품이 다른 상품이나 화폐와 교환될 수 있다는 것 즉,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서로 다른 유용성을 갖고 있는 상품(가령 자동차와 오디오)이 ‘어떤 동일한 기준’에 의해 측정될 수 있음을 뜻한다. 서로 완전히 다른 유용성을 갖고 있는 상품들이 동일한 척도에 의해 측정된 뒤, 그 결과에 따라 교환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사용가치 면에서만 본다면 여러 상품 사이의 관계는 서로 다른 특정한 유용성의 차이 즉, 질적 차이로 나타난다. 가령 두툼한 외투와 쌀이라는 두 상품은 서로 다른 유용성을 갖고 있으며, 서로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즉 쌀을 이용하여 추위를 견딜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외투를 이용하여 배고픔을 달랠 수도 없다. 이 질적 차이 즉, 쓰임새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상품들을 서로 교환되게 만든다. 반면 나도 쌀을 갖고 있고 상대방도 똑같은 쌀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서로 교환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용가치 면에만 국한시켜 상품을 본다면 문제가 생긴다. 교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사용가치를 갖고 있는 여러 종류의 상품을 교환시킬 수 있는 매개물 및 통일된 교환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을 보면 상품은 분명히 어떤 기준에 따라 교환되고 있다. 마치 사용가치의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상품들은 교환되고 있다. 이것은 상품들 사이에 무언가 공통된 것이 들어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구두 한 켤레가 바지 두 벌의 가격으로 팔린다거나 담배 한 갑이 음료수 두 병의 가격으로 팔린다고 할 때, 여기서는 이 상품들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되게끔 하는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교환을 매개하는 기준 즉, 이 상품은 얼마에 팔리고 저 상품은 얼마에 팔린다고 하는 것을 결정하는 기준을 우리는 “교환가치”라고 부른다.
그러나 교환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며, 상품이 교환가치를 갖게 만드는 통일된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상품들이 각각 다른 사용가치(유용성)를 갖고 있음에도, 서로 일정한 비율로 교환되게 하는 공통요소가 무엇인지는 아직 우리는 전혀 해명하지 못했다. 교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 즉 ‘공통요소’는 딱 하나밖에 없다. 구두, 옷, 텔레비전, 자동차, 쌀, 음료수, 담배, 그림, 악기 등 무수한 상품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들 모두에 인간의 땀과 노력이 지출되었다는 사실 즉, 노동이 투여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노동이 어떤 종류의 생산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구체적인 작업형태를 취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어떤 상품을 생산하면서 생산자의 근육, 신경, 지능이 어느 정도 지출되었는가 하는 그 양이 중요할 뿐이다(망치, 기계의 마모분이나 원료 사용분도 결국 인간노동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고, 바로 그만큼 상품의 교환가치에 포함된다).
어떤 특정한 자연재료에 근육, 신경, 지능이 투여되는 ‘특수한 형태’가 상품의 사용가치를 결정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특정한 유용성으로서 사용가치를 낳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것은 상품생산에 인간의 두뇌, 신경, 근육이 투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상품에 얼마나 많은 노동량이 지출되었는가에 따라 상품들이 서로 교환되는 비율이 결정되고, 이를 우리는 ‘교환가치’라고 부른다. 가령 24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바지 한 벌과 48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손목시계 하나를 서로 교환하려 하는 생산자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교환할 때 항상 이러한 생각을 할 것이다. “내가 고생한 만큼 (즉 내가 투여한 노동량만큼) 노동량이 투여된 다른 상품과 교환해야만 나는 밑지지 않는다.” 이처럼 한 상품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의 양에 의해 그 상품의 교환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바지를 만드는 노동이 더 우월한가 아니면 시계를 만드는 노동이 더 우월한가 하는 비교는 있을 수 없다. 두 노동 모두 인간의 두뇌, 신경, 근육이 지출된 동등한 노동이다.
그런데 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투여된 ‘노동의 양’을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이것은 ‘시간’으로 측정된다. 물론 이 시간은 ‘일정한 기준’에서 평가된다. 만약 어떤 생산자는 놀지 않고 부지런히 5시간을 노동해 구두를 한 켤레 생산한 반면, 어떤 생산자는 놀면서 10시간을 노동해 동일한 구두를 한 켤레를 생산한다고 가정하자. 후자의 생산자가 내 구두는 10시간 노동량이 투여되었으므로 전자의 구두보다 두 배 비싸게 팔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노동시간은 주관적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량을 투여했는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량을 투여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어떤 상품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결정하는 요인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 즉 현재의 사회적 평균적 생산조건에서 평균적인 노동숙련도 및 노동강도로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이다. 이것은 ‘교환가치’에는 사회적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환과정에서 이 ‘사회적 가치’는 “교환가치”로 자신을 드러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교환가치는 화폐를 통해 번역된 것, 즉 “가격”(얼마짜리)으로 나타난다.
요약하자. 하나의 상품에는 사회적 사용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들어있다. 어떤 생산물이 사회적 사용가치가 없다면 그것은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상품으로서 교환될 수 없을 것이다. 상품은 “사회적 사용가치”를 가져야만 교환가치를 얻는다. 이처럼 사회적 사용가치를 갖고 있는 상품은 교환기준이 되는 “사회적 가치” 즉, 각각의 상품을 만들 때 투여된 사회적 평균노동시간에 근거하여 교환된다. 상품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구체적 노동이 지출되어 특정한 사용가치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인간의 신경, 근육, 두뇌가 지출되었다는 점에서 투하된 사회적 평균노동량 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다.
상품에 나타난 노동의 이중성
상품은 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동 자체가 이중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상품의 사용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은 어떤 상품이 인간의 특정한 필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 유용노동”이다.
반면,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이나 책상을 만드는 노동이나 거기에는 일정량의 인간의 두뇌, 근육, 신경의 생산적 지출이 이루어진다. 상품가치가 단지 상품에 투여된 노동량에 의해 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추상적 인간노동”은 현상적 구체적 형태가 아니라 서로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추상적 형태로만 파악된다. 다루는 기계가 다르고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수행하는 노동의 구체적 형태가 다르더라도, 월급내역서에는 모두 다 몇 시간짜리 노동이라고만 기록된다. 가령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인가 아니면 책상을 만드는 노동인가는 서로 다른 특수한 노동형태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추상적 인간노동”의 양으로서 노동시간에 의해서만 평가된다. 그리고 이 추상적 인간노동의 크기가 상품(교환)가치의 크기를 결정한다.
결국 우리는 다음의 더 근본적인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상품의 본질의 배후에는 인간의 노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노동생산물이 특수한 역사적 조건 아래서 상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수한 조건 즉, 노동생산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왜 상품형태로 나타나는가를 해명하는 것이 상품을 분석하는 핵심목표다. 또한 이 분석을 통해서만 자본주의 사회를 폐지할 수 있는 ‘근본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중간 고찰이 필요하다.
가치형태
어떤 상품이 일정한 가치크기를 지니게 되는 것은 그 상품의 생산에 일정량의 인간노동이 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본질이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상에서는 상품가치가 원래부터 백원, 천원, 만원 등의 돈으로 표현하기로 약속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는 상품과 화폐의 배후에 있는 ‘노동’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이처럼 화폐에 의해 은폐되어 있는 상품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는, 상품가치를 표현하는 형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봄으로써 명쾌하게 밝혀질 수 있다.
(가)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형태
이 형태는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 표현된다.
x량의 상품 A = y량의 상품 B
(두 가마의 콩 = 한 가마의 쌀)
앞에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담배 20갑이 구두 한 켤레와 교환되거나, 구두 한 켤레가 바지 두 벌과 교환되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가치표현형태는 상품교환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사회상태 즉,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가족 또는 부족공동체 내에서 자급자족되고, 교환은 개별적으로 또는 필요에 따라 우연히 발생하는 시기의 형태다. 가령 철수네 집에서 쌀이 풍작이고 콩이 좀 모자란 반면, 순이네 집에서는 콩이 좀 남고 쌀이 부족하다면 자연스럽게 서로 맞바꾸자는 제안이 성립된다. 이때 교환은 각자가 흘린 땀 즉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상품과 상품 사이의 교환은 결국 생산자들 사이의 노동의 교환이라는 점이 순수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교환이 보다 더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그 범위가 확장되면 상품가치는 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나) 전개된 가치형태
상품으로 전화된 생산물이 탄생하게 되면, 가치표현형태는 다음과 같이 된다.
x량의 상품 A(한 가마의 소금) = a량의 상품 B(한 가마의 쌀)
= b량의 상품 C(두 가마의 콩)
= c량의 상품 D(열 가마의 수수) 등등
여기서 소금은 ‘우연히’ 다른 상품과 비교되어 교환되는 것이 아니다. 소금은 수많은 생산물들과 비교 교환되고 있는데, 이는 소금이 아예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소금 생산이 분업에 의해 아예 특화됨으로써 교환 판매를 위한 소금 생산이 최초로 시작된 것이다. 이 경우 ‘소금’은 우연적으로 상품이 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업에 의해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 경우 소금은 ‘최초의 지속적인 상품’이라는 성격을 획득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가) 단순한 형태에서 교환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철수네의 쌀과 순이네의 콩은 서로 교환되기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니다. 만약 흉년이 들거나 평상시 조건이라면 그들은 단지 자기 가족의 자급자족에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을 뿐, 교환에 나설 수 없다. 그러나 (나) 전개된 가치형태에서는 이제 사태가 명백히 달라진다. 돌이네 집은 해안가에 근접해 있어 농사를 짓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소금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돌이네 집은 농사는 아예 안짓고 소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여 멀리 떨어진 농사짓는 마을에 가서 여러 농산물들과 교환을 하게 된다. 이제 “소금”은 교환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갖게 된다. 즉 소금생산이 하나의 특수한 분업(노동의 분업)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돌이네 집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체의 분업이 발전하게 된다. 돌이네 집이 소금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면, 영희네 집은 낫을 만드는 재주가 남달라 아예 대장간을 차려 낫만 만들고, 그것을 자신이 필요한 다른 상품과 교환하기 시작한다. 명수네 집은 누에를 치고 옷만 만들기 시작하며, 철이네 집은 신발만 만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회적 분업이 발전하자마자 교환을 위해 생산한 노동생산물 즉 상품이 광범하게 등장한다. 이와 더불어 상품교환을 전문으로 매개하는 보부상과 같은 상인이 등장한다.
이것은 곧 상품생산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치표현방식은 상품 간의 비교를 번거롭게 한다. 가령 낫을 만든 갑이라는 사람은 쌀을 원하는데 쌀을 생산한 을은 옷을 원하고, 옷을 만든 병은 콩을 원한다, 등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교환을 중재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특정한 매개물이 필요해진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일정하게 통일된 가치형태인 어떤 상품을 찾는다. “일반적 가치형태”가 등장한다.
(다) 일반적 가치형태
이것은 앞의 경우인 총체적인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가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
a량의 상품 B(한 가마의 쌀) = x량의 상품 A(한 가마의 소금)
b량의 상품 C(두 가마의 콩)
c량의 상품 D(열 가마의 수수)
등등
여기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왼쪽, 즉 교환하려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생산물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여러 상품의 단일한 가치표현수단으로써 하나의 상품(가령 여기서는 소금)이 지정되고, 그것이 모든 교환의 기준역할을 해야만 한다. 물론 교환기준이 되는 이 상품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상품에 비해 견고하고 잘 상하지 않아야 하며 교환의 정확한 척도가 될 수 있도록 분량을 나누기 쉬워야 한다. 과거에는 소금이나 조개껍데기 등이 그 역할을 했었다. 예를 들어 갑은 쌀을 팔아서 소금을 얻은 뒤 이 소금을 갖고 자기가 필요한 다른 상품을 구입한다. 여기서는 소금을 매개로 모든 교환이 아주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르면 ‘상품교환의 본질인 생산자들 사이의 직접적 관계(다름 아닌 노동의 사회적 연결성)’는 은폐되며, 하나의 특정한 사물(여기서는 소금)만이 가치를 갖고 이것과 교환됨으로써 나머지 생산물들이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사회적 노동분업에 의해 초래되는 생산물교환이라는 본질이 은폐되는 것은 화폐형태에 이르러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라) 화폐형태
이제 특정한 구체적 상품을 대신해 화폐가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표현한다.
x량의 상품 A(구두 한 켤레) = 30,000원
y량의 상품 B(담배 스무 갑)
z량의 상품 C(의자 한 개)
등등
(다)번 항목에서 교환의 기준이 되는 일반적 가치형태로 채택된 특정한 상품(가령 소금)은 비록 그것이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하고 분할하기 쉽다 하더라도, 여러 번 되풀이되는 교환과정에서 부서지거나 부패하게 되는 결점을 갖고 있다. 또한 가치측정의 정확도에서도 완전하지 않다. 따라서 이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코 상하거나 썩지 않아야 하며, 부서지지 않도록 단단해야 하고, 상품교환의 정확한 척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분할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이 조건에 들어맞는 무언가를 찾아냈다. 그것은 금이었다. 이제 그동안 일반적 가치형태로서 기능했던 어떤 특정한 상품을 대신하여 금으로 만든 화폐가 가치표현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 금은 오래 되거나 비를 맞아도 상하지 않으며, 정확한 분량으로 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상품가치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금으로 만든 화폐는 단지 그동안 일반적 가치형태를 담당한 특정한 상품이었던 소금이나 조개껍데기 등을 대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화폐는 상품의 한 형태다. 우리 앞에 나타난 금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노동이 투입되어 있으며, 상한 치아의 표면을 덮거나 도금에 사용되는 등 여러 쓰임새를 갖고 있다. 즉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갖는 상품인 것이다. 그러나 금이 여러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는 특수한 기능을 갖게 되자마자 금의 “가장 중요한 사용가치”는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가치척도의 수단이자 유통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화폐를 이용한 상품교환이 일상적이고 지배적인 교환형태가 됨에 따라 상품과 화폐에는 물신적 성격, 물신숭배(物神崇拜)라는 독특한 속성이 달라붙는다.
상품에 대한 물신숭배
본래 상품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교환될 수 있는 것은 그 상품에 일정량의 인간노동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들 사이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그 상품을 생산한 생산자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다. 즉 사회적 분업에 의해 발전하는 생산자들 사이의 노동의 연관의 증대다. 그런데 상품생산과 교환이 경제활동의 일반형태가 되면서 이것은 상품들 사이의 관계로 대체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우리 눈에 비춰지는 것은 단지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교환된다는 것이며, 그것을 교환하게 만드는 실체는 생산자들이 사회적 분업을 통해 맺고 있는 노동의 연결성이라는 본질은 은폐되고 만다. 마치 상품 자체가 원래부터 교환되고자 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은 단지 그 성질을 실현시키는 중간 매개자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바로 이것이 상품의 “물신성”이다. 인간두뇌의 산물인 신이 거꾸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나타난 것처럼, 인간노동의 산물인 상품이 마치 그 자체의 속성으로 가치를 갖게 되고 인간노동은 그 어떤 가치도 없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상품”이 스스로 두 발로 시장에 걸어나와 교환되는 것처럼 나타나지, 상품이 시장에 나와 교환될 수 있게 만드는 “인간노동의 사회적 성격의 증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상품가치는 “사회적 노동의 산물”이다. 그것은 상품 자체가 갖고 있는 물리적 속성과는 무관하다. 상품이 가치를 갖게 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분업이 발전한다. 그것은 곧 생산자들의 사회적 상호의존성이 증대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생산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특수성, 가령 자동차를 생산하는 노동, 컴퓨터를 생산하는 노동, 상품을 판매하는 노동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의 사회적 기여도가 동일해져간다. 그 결과 노동의 특수성에 관계없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동일한 노동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것이 상품의 가치를 규정한다.
그런데 상품가치를 낳는 사회적 요인이 현실에서는 감춰지고 가치가 마치 상품이나 화폐 자체에 내재한 속성인 것처럼 뒤집혀 나타나는 원인은 상품생산의 사적 성격에 있다. 즉 상품생산자들이 사회 전체적인 계획에 따라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나뉘어 있는 상태에서 각자 개별적 계획대로 생산을 진행하는데, 그 결과 자기가 만들어낸 상품이 정말로 유용하게 사용되는가는 오직 시장에서의 교환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상품가치를 형성하는 생산자들의 노동 및 생산자들이 노동의 분업을 통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시장에서의 상품교환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된다. 상품생산자들은 자신의 상품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망하게 되는 경우에야 상품교환의 본질이 생산자들 간의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품의 물신적 성격은 화폐의 물신적 성격으로 이어진다. 화폐가 가치를 갖는 것 역시 본질적으로 인간노동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화폐 자체가 원래부터 일정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이렇게 뒤집혀있는 화폐가치를 추구하는데 매달린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천인 “노동”에 대한 인식은 사라진다. 그 대신 돈을 위해서라면 사기, 협박, 공갈 등 무슨 짓이라도 하며,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물신숭배의 광신도들이 나타난다. 심지어 현대의 신용화폐에 이르면 아무것도 아닌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폐가 본래부터 가치가 있고 다른 모든 것은 이 종이조각을 얻는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한 것처럼 나타난다. 인간이 노동을 통해 생산한 생산물은 그 어떤 가치도 없고,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폐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반면 “자유롭게 연합한 생산자들의 사회”인 노동해방사회에서는 물신숭배의 물질적 조건 자체가 사라진다. 사회적 계획성에 입각한 노동의 분업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을 통해 교환함으로써만 상품가치 실현이 가능하다. 이와는 달리, 노동해방사회에서는 노동자들(생산자들)이 하나의 연합체로 결집하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유용한 물품의 양을 측정하며, 이에 맞춰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의식적으로 노동력을 지출하기 때문에 굳이 시장에서의 교환을 통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물품을 사회 전체에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는 생산자들이 서로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 즉, 생산자들 사이의 상호협력이 상품교환의 형태로 은폐되지 않고 투명하게 드러난다.
사회의 유지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생산물의 종류와 물량이 사회적으로 결정되면, 그것에 입각해서 노동과 생산수단의 계획적 배분이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마치 공장 내부의 부서별 분업처럼 각자의 노동이 서로 어떻게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눈앞에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때에는 “상품과 화폐의 물신성”은 사라지고, 생산자들이 사회적으로 관련을 맺은 채 집단적으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제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자본의 일반적 정식：M - C - M'(화폐① - 상품 - 화폐②)
화폐는 우리 눈에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화폐 자체는 결코 자본이 아니다. 화폐는 일정한 사회적 관계 아래서만 자본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유통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와, 자본으로 전화된 화폐를 구별해야 한다. 이 차이는 무엇보다 유통영역에서 드러난다. 상품유통의 영역에는 C① - M - C②와 M① - C - M②의 두 가지 과정이 있다.
첫번째 정식인 C① - M - C② 즉 상품① - 화폐 - 상품②라는 유통과정에서는 화폐가 한 상품을 판매하고 다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화폐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며, 순환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의 사용가치라는 것이 표현되고 있다. 왜냐하면 상품①과 상품②가 똑같은 사용가치를 갖고 있다면 그 상품들이 굳이 서로 교환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①과 상품②는 사용가치에서는 다르지만 교환가치(투여된 사회적 평균노동시간)는 동일하기 때문에 교환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과정의 양극에 놓여 있는 상품은 사용가치 면에서는 서로 차이를 갖지만, 가치 면에서는 두 상품 사이에 차이가 없다. 이 순환의 최초단계로서 상품을 판매하고 화폐를 획득하는 것(C① - M)은 다시 다른 종류의 상품을 구매(M - C②)하기 위한 것이며, 최초의 상품①의 판매는 다른 상품②를 “구매하기 위한 판매”다. 가령 “구두 한 켤레 - 오만 원 - 바지 두 벌”이라는 유통과정을 보도록 하자. 구두를 생산한 사람은 벌거벗고 다니지 않기 위해 바지를 구하려 한다. 그래서 자기가 만든 구두를 팔아 오만 원을 얻고, 그것으로 바지 두 벌을 산다. 그는 구두를 팔아서 돈을 구했지만 그에게는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의 목적은 자기가 번 돈을 이용하여 바지를 구입해 입는 것이며, 돈은 그 수단일 뿐이다. 그것으로 유통과정은 끝난다. 여기서 화폐는 단지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한다.
반면 M① - C - M② 즉 화폐① - 상품 - 화폐②라는 유통과정에서는 순환의 최종목적이 어떤 상품의 유용성이 아니라 상품을 판매한 결과로서 화폐를 획득하는 것 즉, 교환가치의 획득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이 과정의 최초단계로서 화폐를 이용하여 상품을 구매한 것은 그 상품을 소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화폐를 얻기 위한 것이다. M① - C라는 최초의 상품구매는 “판매하기 위한 구매”로서, C - M②라는 판매과정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다시 우리의 구두생산자를 불러내보자. 그는 구두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모아둔 돈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대신 상품을 유통시키는 상업에 종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지금 갖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면 그는 굳이 상업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즉 그는 자기 재산인 1,000만원을 투입해서 1,100만원이나 1,200만원 등 더 많은 화폐를 얻을 수 없다면 굳이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말해 최초에 투입했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려고 한다.
따라서 현실에서 상황은 그가 1,000만원으로 과일이든 옷이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제일 수익성 있어 보이는 어떤 상품을 사들인 다음, 그것을 1,100만원이나 1,200만원에 팔아넘기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유통과정에서는 최초로 투입되는 것이나 그 결과물이나 동일하게 화폐다. 그런데 사용가치 면에서는 질적 차이가 없지만, 유통의 결과에서는 100만원, 200만원 등의 화폐차액이 발생한다. 즉 양적 차이가 생겨난다. 따라서 이 과정의 완전한 형태는 M - C - M' 즉 “화폐 - 상품 - 불어난 화폐”다. M'은 “이 과정에 최초로 투입된 화폐액+화폐증가분”과 동일하다. 이 화폐증가분 또는 최초에 투입된 가치 이상으로 얻어진 초과분을 잉여가치라고 한다.
여기서는 최초에 투입된 가치 즉 일정량의 화폐가 유통과정에서 자기 가치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여 기존의 가치크기를 변화시킨다. 즉 잉여가치를 덧붙인다. 유통과정은 이 화폐의 가치를 “자기증식하는 가치”인 자본으로 전화시키고, 우리의 구두생산자를 자본가로 변모시킨다. 이제 화폐는 단순히 상품교환을 중간에서 매개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더욱이 투입한 화폐량의 증식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되는 과정이 된다. 1,000만원을 투자하여 1,200만원을 얻는다면 1,200만원을 재투자하여 1,400~1,500만원을 얻을 것이며, 1,500만원을 재투자하면 2,000만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무한히 확대되면서 반복되는 과정 즉, 자본의 확대과정의 가장 단순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유통영역에서 나타나는 자본의 일반적 정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까지 고찰해온 상품교환의 법칙에 입각하면 이 정식은 입증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투여된 사회적 평균노동시간에 의해서만 상품의 교환가치가 규정되며, 동일한 교환가치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즉, 등가교환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이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만으로는 1,000만 원이 1,200만 원과 교환되는 비밀을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착취의 비밀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부터 다룰 내용이다.
일반적 정식의 모순
방금 제시된 자본의 일반적 정식은 잉여가치의 원천에 대해 자본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설명방법이다. 자본가는 자신이 얻은 부를 자랑하며, 그것은 항상 그의 뛰어난 장사수완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가 이미 살펴본 상품의 속성에 관한 기본적 논의에 근거하면 즉각 모순이 발견된다.
우리가 이제까지 진행한 논의에 입각하면 100의 노동량이 투여된 상품은 마찬가지로 100의 노동량이 투여된 상품과 교환된다. 다시 말해 상품교환은 동일한 노동량이 투여된 등가물끼리의 교환이다. 자동차 한 대가 100의 노동량을 갖고 있고 컴퓨터 한 대가 10의 노동량을 갖고 있다면, 자동차와 컴퓨터는 1 대 1로 교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 한 대와 컴퓨터 열 대가 등가를 이루고 서로 교환될 것이다. 이처럼 상품교환을 통해서는 단지 다른 사용가치, 다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다른 유용성이 얻어질 뿐 아무런 가치증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잉여가치의 원천은 전혀 밝혀지지 않는다. 여기서 밝혀진 유일한 것은, 상품판매를 통해 잉여가치를 획득했다는 자본가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궁지에 몰린 자본가는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한 자본가 A를 등장시켜보자. 그는 마치 모든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사실 나는 100의 가치를 갖고 있는 상품을 110에 팔았어. 구매자를 속인 셈이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자본가가 진지하게 자신이 수완 좋은 사기꾼이라고 고백한 만큼, 이러한 사기수법이 진정으로 잉여가치의 원천을 보여주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자본가의 설명이 맞는 것이라면, 그는 항상 판매만 할뿐 결코 구입은 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교활한 자본가들은 이 A라는 자본가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곧 눈치챌 것이고, 이에 따라 자기들도 치밀하게 사기수법을 준비하고 상품을 본래 가치보다 더 비싸게 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A라는 자본가가 판매하기만 할 뿐 결코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자본가에게 속임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없다. 어떤 자본가든 무언가를 판매한다면 또한 무언가를 구매해야 한다. 이것은 생산자들이 서로 독립적이고 분할되어 생산하지만 동시에 서로 긴밀히 의존하고 있는 상품생산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A라는 자본가가 어느 날 운좋게 다른 구매자를 속였다 하더라도, 다음에는 A 자신이 구매자가 되어 다른 자본가에게 속임을 당할 것이다. 그 결과 속임수의 효과는 서로 상쇄된다. 즉 여기서도 일반적인 상품교환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잉여가치는 생겨나지 않는다. 결국 한 자본가의 장사수완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잉여가치를 얻지는 못한다. 자본가계급 전체가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만약 그러한 방식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자본가가 노동자의 임금인상에 반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어차피 상품을 비싸게 팔아 이윤이 얻어진다면 사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될텐데 말이다. 아울러 우리가 이 자본가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전부 인정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이 자본가는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것이다. 자신은 속지 않으면서 다른 자본가를 속이는데 성공하여 그들이 손해를 본다면, 다른 모든 자본가의 이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이제 분명해진 것이 있다. 등가물로서 상품을 교환하거나, 또는 상품을 등가교환하지 않고 속임수를 쓴다 해도 여기서는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상품교환이라는 유통과정을 통해 부를 얻는다는 자본가의 주장은 부의 진정한 원천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상품교환 즉 유통 자체가 가치를 발생시키지 않는 한, 화폐소유자는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최초에 투하한 가치 이상의 잉여가치를 발생시키는 특수한 종류의 상품”을 발견해야만 한다. 모순은 오직 ‘사용가치의 실현 과정’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그 상품의 사용가치 자체가 가치의 원천이라는 특성을 지니며, 따라서 그것의 소비가 곧 새로운 가치의 창조인 그러한 상품을 유통영역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모든 모순은 풀린다. 그런데 자본가는 시장에서 그 상품을 발견한다. 그것도 흘러넘치게 발견한다. 그것은 노동력이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노동력의 가치만큼 임금을 지불하지만, 생산과정(이 생산과정은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에서는 그 이상 노동시킴으로써 잉여가치를 획득한다.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인간의 신체 즉 살아있는 인격체 속에 들어 있으며, 그가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를 생산할 때마다 사용하는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총체”를 말한다. 이 상품은 시장에서의 유통과정을 거쳐 자본가에게 구매되고, 자본가는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상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자본가가 시장에서 상품으로서 노동력을 발견하고 구매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자기 노동력, 자기 인격의 자유로운 소유자여야 한다. 즉 그는 자신의 노동력을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고대노예는 자유로운 독립적 인격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 노동력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었다. 그들은 한 주인에 의해 구매되고 또다른 주인에게로 판매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노예제사회의 시장에서는 자유롭게 처분되는 노동력이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 자체가 상품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에서 발견되는 것은 노동자 자체가 아니라 그의 노동력이다.
자본가사회의 노동자는 노예와는 달리 신분상 어떠한 인격적 구속도 받지 않는다. 노동자 자체가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소유한 노동력이 상품으로 등장한다. 노동자는 화폐소유자로부터 임금형태로 화폐를 받고 자신의 상품인 노동력을 판매한다. “자본주의 시대를 특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노동력이 노동자 자신에게는 그가 지닌 상품의 형태를 취하고 따라서 그의 노동이 임금노동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화폐소유자인 자본가와 노동력소유자인 노동자는 자신이 보유한 상품의 종류에서만 구별될 뿐, 대등한 상품소유자이며 법률상 평등한 인격체다. 물론 이후 보게 되듯이 가진 것은 노동력뿐인 노동자와, 돈과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 사이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둘째, 노동력소유자는 자기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상품이 아니라 단지 자기 노동력만을 팔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노동자가 독자적인 생산수단을 갖고 있어서 자기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그는 굳이 자기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써 자본가에게 종속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자본가는 시장에서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을 가진 숙련공에게 기계를 사들여 조그만 작업장이라도 차릴 돈만 생긴다면, 그는 단 한 순간에 사표를 던지고 임금노예 처지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는 자신의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즉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뿐인 상태,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기 노동력밖에 없는 상태여야 한다. 이 조건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생산수단으로부터 생산자를 강제로 분리시키는 일련의 역사적 폭력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다룰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력 상품의 가치’(이것은 노동자가 받는 임금으로 나타난다)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임금형태로 지불되는 노동력의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시간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노동력은 노동자라는 인격체 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력을 생산하는 것은 곧 노동자의 노동능력을 재생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노동력의 가치는 노동자가 소모된 노동능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입고 마시고 자고 일정한 휴식을 취하는데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와 크기가 같다. 그런데 노동자는 하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장기간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일하기 때문에, 그의 노동력 역시 하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력의 가치 즉 임금은 노동력의 지속적인 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된다.
또한 자본가가 몇 세대를 거치든 지속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착취하기 위해서는, 지금 고용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후에 그를 대신하여 자본가에게 고용될 “보충인원” 즉 자녀들의 생활수단이 노동력 재생산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결국 가족 전체의 생계비용이 그의 임금이 된다. 노동조합이 있는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가 잘 알고 있듯이,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요구하는 임금이란 사실 자본가사회의 임금노예로서 노동자가 자기의 상품인 노동력을 보존하기 위해 요구하는 생계비용에 불과하다.
이제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에 대한 등가물 즉, 노동력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일정 금액의 임금을 지불하고 그를 고용한다. 여기서는 상품유통의 일반법칙으로서 등가물의 교환이라는 점이 지켜졌다. 다음으로 자본가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즉, 노동자에게 일을 시킴으로써 새로운 부를 얻어야만 한다. 자본가에 의한 노동력의 소비는 모든 상품소비와 마찬가지로 유통영역 밖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본가에 의한 노동력 소비는 먹고 마시는 것과 같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생산을 위한 소비다. 이 “생산적 소비”는 자본가의 지시에 따라 노동이 진행되는 생산영역에서 이루어지며, 그 자체가 생산과정이다. 잉여가치, 즉 노동자 착취를 통한 이윤의 획득은 바로 이 현장에서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다.
자본가는 자신이 획득하는 잉여가치의 진정한 원천(즉 착취)을 은폐하기 위해 상품생산이 진행되는 공장 문 앞에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잉여가치 증식(착취)의 비밀을 폭로하기 위해서 이 생산의 영역(노동현장)으로 과감하게 들어갈 것이다. 이는 다음 2회차 교육에서 다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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