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속노조 기아자동차노조 홈페이지)
새로운 현장지도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다!
- 기아차 임금투쟁을 돌아보며! -
2009년 기아차 임금인상투쟁이 해를 넘겨 끝을 맺었다. 지부집행부와 현장조직들의 사상최대 흑자 논리는 자본을 위협하지 못했다. 세계 경제의 위기 앞에서 한국의 MB정부•현대자본 결코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 앞에서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마지막 남은 보루라 할 만한 현대•기아차노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자본가계급의 불안심리가 상황을 규정했다.
“MB정부의 공포정치, 부르주아언론의 대대적인 여론 공세, 지난 십년간 자본가들에 의해 형성되었고, 경제불안이 가중되면서 더욱 심화된, 대사업장 노조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 무쟁의와 성과급으로 막을 내린 현대차의 임금합의” 등 거대한 사회적 압력 속에서 치러진 한판 승부는 승패를 결정내릴 만한 거대한 투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누가 이겼는가? 아직은 그 답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자본의 계속되는 공세, 그러나 노조 지도부의 계속되는 수세적 대응
그러나 분명한 몇 가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지적했듯이 총자본의 불안심리가 그 첫 번째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법개악, 철도파업시 보여준 MB정부의 폭압정치, 기아현대차 노조를 깨부수겠다는 공공연한 선언 등은 모두 세계경제의 위기로부터 지금 자본가들이 얼마나 궁지에 내몰려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사상최대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본이 기어코 임금동결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점은 위기 앞에서 자본가들이 어떻게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가장 투명한 창이었다.
두 번째 확인할 수 있있던 것은 사상최대 흑자논리로 무장했으면서도 자본의 임금동결 위협에 감히 대항하지 못하고 꼬랑지를 말아버린 개량주의자들의 모습이다. 만약 기아차에서 기본급인상이 쟁취되었다면 한국의 모든 노동자들은 2010년 임금인상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기아차의 임금인상투쟁이 단사의 투쟁이면서도 노동자계급 전체를 이끄는 선도적 투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량주의적이고 조합주의적인 지도부에게 이런 역사적 사명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철도에서의 파업철회, 금호타이어에서의 임금과 노동강도에서의 대대적인 양보, 정리해고에도 불구하고 찍소리도 못낸 캐리어노조에서의 모습이 기아차노조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사상 최대 흑자에도 불구하고 기본급 인상조차 확실히 쟁취하지 못하는 것이 개량주의 조합주의 지도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그러나 희망
하지만 이번 임투에서 확인된 또 한 가지가 있다. 아직 잠재적이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것, 바로 현장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믿음직스런 지도부를 발견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좌절하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고 저항의 밑불을 지피고 있는 철도, 금호타이어, 캐리어의 현장노동자들처럼 기아차의 현장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양보를 그리고 작금의 임금동결을 결코 불가항력이라고 믿지 않았다.
기아차 김성락 집행부가 결행하기를 겁냈던 잔업거부와 2일간의 파업은 어떻게 가능했던가? 오직 현장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에 가능했다. 현장조합원들은 1000만원의 성과급보다 기본급 8만원인상이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밀어붙이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 속에는 ‘이 지도부가 임금동결을 깨부술 수 있을까?’하는 의심으로 가득차 있다. 이것은 투쟁이 더 전진하는 것을 봉쇄했다.
더 중요한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2009년으로부터 이어진 2010년의 첫 라운드는 끝났다. 임단협과 주간2교대, 전임자임금지급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극적인 호전을 하지 않는다면 김성락 집행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현장에 새로운 전투적 지도력이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현장노동자들이 관료적 통제를 뚫고 전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현장의 선진적 노동자들이 현장노동자들과 긴밀히 결합하면서 현장에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는 통제력을 아래로부터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가능한 일이다. 현장노동자들의 잠재력을 믿자.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도 기죽지 않을 전투적인 현장투쟁강령으로 무장하자. “물가상승분을 상회하는 기본급인상, 노동시간단축, 노동강도 완화, 정리해고 반대-신규고용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외주화저지” 등 이런 현장투쟁강령을 무기삼아 현장의 노동자들과 긴밀히 결합하자.
또한 아래로부터 전국적 계급적 연대전선을 강화해가자. 철도에서 금호에서 캐리어에서 현대중공업에서 기아현대에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아래로부터 노동자들의 연대의 전선들을 만들어가자. 이런 실천들이 축적됨으로써 현장노동자들이 믿을 수 있는 전투적 지도부가 탄생한다면 현장노동자들의 잠재력은 활짝 피어날 것이다. 그러면 늙고 병든 자본주의 체제와 함께 늙고 지친 관료적 지도부는 새로운 지도부로 대체될 것이다. 현장의 선진적 노동자들은 바로 이 지도력을 만들어 내는데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
기아차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