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의 책임을 한국 노동자 전체에게 떠넘기기 위해 한국에 온 GM 회장)
GM과 산업은행의 협상 -
자본가들의 협상에 노동자의 운명을 맡기지 말자!
14일 GM 회장이 한국에 온다. GM대우의 파산여부를 결정하는 GM과 산업은행의 협상 자리가 예정되어 있다.
산업은행과 GM의 기싸움
GM은 산업은행에 1조 9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GM은 GM대우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계획이 없다. “GM대우가 GM의 글로벌 소형차 기지”라는 얘기는 립써비스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을 소형차의 수출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진행 중이다. 또한 GM대우가 내놓은 자구계획안에는 2년간 1조 400억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삭감하여 선물환 손실분을 만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GM대우를 단순 조립, 생산을 담당하는 하청기지화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피땀을 빼먹을 만큼 빼먹은 GM은 중국공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GM대우를 유지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주며 GM과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내 개발 차량의 라이선스 공유 ▲5년 동안 GM대우 생산물량 보장 ▲산업은행의 경영참여 등을 GM 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에 노동자의 삶은 빠져 있다!
GM대우 부평, 창원, 군산, 보령공장 전체에서 일하는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노동자가 2만 명을 넘는다. 그리고 관련 부품사노동자는 40만 명에 이른다. 산업은행과 GM의 협상은 수십만의 노동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이 협상에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빠져 있고 오로지 한국정부와 GM의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만이 있을 뿐이다. GM은 GM대우 노동자들의 고용을 담보로 자신들이 쌓아놓은 부채를 해결하려고만 할 뿐이다. 자금지원을 받은 후에는 곧이어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인원 구조조정은 없다”는 그리말디 사장의 말과는 달리 사무직 희망퇴직이 이미 시작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미국 GM은 30%에 달하는 3만 명을 해고했고, 매각된 오펠의 경우에도 25%에 달하는 1만 명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국정부의 경우 “GM대우의 장기적 생존”을 요구해, 얼핏 보면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려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자본을 살리려는 의도일 뿐이다. GM대우를 파산시키지 않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그 이후 한국정부는 GM대우 회생이란 명분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GM대우가 GM의 손에 남는가 파산으로 가는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든 상관없이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를 살리자!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하는 산업은행과 GM의 담판에 노동자의 고용을 맡겨서는 안 된다. 자본에게 몸을 의탁하는 순간 노동자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산업은행에 힘을 싣는 것이 아니라 이후 벌어질 자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단결된 힘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파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지키는 것이 우선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GM대우의 파산 여부는 부품사 노동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완성차 노동자뿐만 아니라 부품사 노동자들과도 공동투쟁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부품사 모두를 포괄하는 공동투쟁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쌍용차 다음은 GM대우이고, 그 다음은 현대-기아차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려 한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쌍용차 투쟁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자본가들 사이의 거래와 다툼을 넋놓고 쳐다보지 말고,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유일한 무기인 단결투쟁을 조직하는데 박차를 가하자. 전체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자!
GM대우 창원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