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된 쌍용차 공장에서 첫 완성차가 나오자 좋아서 박수치는 자본가들. 노동자는 죽어난다)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노예가 된다!
투쟁의 정당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기는 투쟁만이 정당하고, 승리하지 못한 투쟁은 모두 쓸모없거나 헛된 것일까? 모든 것을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헛되다’고 지껄인다. 이들은 한결같이 투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투쟁을 자제하거나 투쟁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교훈을 끌어낸다.
물론 노동자의 힘을 제대로 동원하지 않고 흉내만 내는 그런 가짜 투쟁이라면 노동자들에게 환멸과 사기저하만을 불러오기에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부터 나와야 할 결론은 ‘더 강력한 진짜 투쟁의 필요성’이지 투쟁으로부터 물러서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쌍용차투쟁처럼 노동자가 가진 힘을 전면적으로 동원해 최선을 다한 투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투쟁은 항상 정당하다. 최악의 경우에도, 노동자의 투쟁정신과 자존심을 지켜냄으로써 미래의 반격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뼈가 부서지는 쌍용차 현장
투쟁의 정당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쌍용차의 작금의 현실이다. 지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1시간에 자동차를 21대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에는 17대 정도였다. 그런데 이미 3명 중 1명이 정리해고 된 상태이므로 노동강도 증가 수치는 사실 천문학적이다. 과거의 노동강도라면 인원이 2/3로 줄어든 상태에서 11.4대 정도 생산되는 것이 정상인데, 21대가 생산되므로 약 90% 가깝게 노동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자본가언론은 이에 대해 “민주노총을 탈퇴하니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지껄인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자본의 전횡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민주노조가 와해됨으로써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사람이 10가지 일을 했다면 지금은 17~18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잔업도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였다. 잔업 때는 저녁밥 제공을 없애고 빵과 우유 한 개씩만 주고 있다. 월급이 30% 정도 줄어들었다. 결국 노동자들은 지금 노동량에 비교할 때 과거(바로 몇 달 전!)의 4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만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 쌍용차 현장을 지옥이 아니라면 뭐라 부를 것인가.
무엇이 지옥을 불렀는가?
지금 지옥을 맛보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 대부분은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동참하지 않았던, 소위 ‘살아남은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비참한 노예’로 살아남았다. 그들은 해고대상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결국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있던 것이 아니었다. 정리해고 반대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죽은 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투쟁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당했음을 무엇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투쟁했던 노동자들은 비록 원했던 결과를 당장 손에 쥐지는 못했지만,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자존심과 정당성을 지켜냈다. 반면 투쟁에 기권하고 단결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은 지옥 같은 현실임에도,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단결투쟁하지 못하고 굴복함으로써 투쟁에 나설 정당성과 명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분명해지는 쌍용차투쟁의 정당성
물론 어려운 싸움이었다. 도산 직전의 사업장에서 그것도 정부와 맞서면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어찌 쉬울 것인가? 그러나 만약 전체가 단결해 투쟁했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 패배해서 현장으로 돌아갔더라도, 끝까지 저항했던 노동자의 단결투쟁의 힘을 적들은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감히 그 따위 지옥을 불러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을 것이므로 언제든 때가 오면 사자처럼 들고 일어나 저항하겠다는 투쟁정신과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충만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쌍용차투쟁은 정당했다. 이것은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지옥 같은 현장에서 파업에 불참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자신의 실책을 곱씹을 것이다. 그래서 반성하고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하지만 전국의 노동자들은 그런 과오를 범할 필요가 없다.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노예가 된다!”는 점을 쌍용차에서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