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5일 노동부 앞에서 열린 규탄집회
[투쟁의 현장] 자본가들이 버리겠다는 공장, 이제 우리 노동자가 접수하자!
충남 천안의 발레오공조코리아(생산직 140여명)는 자동차용 에어컨 콤프레셔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현재 자본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100여명의 조합원 전원에 대해 퀵서비스를 통해 11월 말일자로 해고를 통보하고 공장폐쇄와 동시에 청산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법공장점거라는 사측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여전히 공장을 지키면서 본격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Die Together Valeo!(같이 죽자, 발레오!)
프랑스 발레오 자본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 부품전문기업으로 무려 28개국, 125개 공장, 6만여 노동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1987년 외국자본과 합작으로 설립된 후 2005년부터 발레오 자본이 지분을 100% 인수하고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12월 사에리 모린 발레오 회장은 공식 담화문을 통해 “전 세계 5,000여명의 노동자를 감원하겠다”며 대규모 노동자 학살계획을 내놓았다.
발레오공조코리아 역시 미국 GM의 파산, 쌍용차 위기 등과 맞물리면서 물량이 급속히 줄기 시작했다. 올 6월에는 60명 인원감축, 임금 20% 삭감, 복지축소를 이른바 자구안으로 발표하더니 10월에는 91명 인원감축과 임금 41% 삭감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결국 자본은 두 차례 희망퇴직 후 남아 있는 조합원 전원해고와 공장폐쇄(청산)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발레오 노동자들은 그동안 사측으로부터 “회사가 어렵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발레오 자본은 지난해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회사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껄였지만 본사는 매출액의 3%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브렌치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꼬박꼬박 챙겨갔다. 그러나 파렴치하게도 경제위기에 따른 물량감소의 모든 책임을 지금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발레오 노동자들은 공장 안의 ‘같이 죽자, 발레오’라는 현수막 문구처럼 먹튀자본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물러섬 없는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청산협박에 맞서 더 강력한 단결과 더 넓은 연대로!
현재 발레오는 청산이란 배수진을 치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청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만일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구조조정안을 거부한다면 실제 자본은 청산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장기항전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모으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그런데 사실 폐업에 맞선 지금까지의 많은 투쟁들이 결국 폐업 그 자체를 막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합원들 그리고 상당수 간부들도 이른바 ‘답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답이 있는 싸움이 어디에 있던가?
승패는 미리 예정된 것이 아니다. 오직 투쟁 속에서 승리의 전망을 조금씩 세워나갈 수 있고 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자본가들은 도처에서 자본철수와 공장이전·폐쇄를 불사하며 죽기 살기로 덤벼들고 있지 않던가! 결국 관건은 우리 노동자들이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얼마만큼 단결된 힘을 동원하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쌍용차투쟁의 교훈을 이어받아, 지회 평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별체계를 더욱 세분화해, 가령 10명 단위로 분임조를 구성하고 일상적인 토론을 전개하며 마무리 집회나 문화제 등 다양한 형태로 총회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이미 지역에서 장기간 싸우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완성차․부품사를 순회하면서 연대의 망을 짜나가야 한다.
또 한국내 발레오 소속 타 공장을 순회하면서 자본의 포악한 살인행각을 폭로하고 연대를 호소해야 한다. 나아가서 공장을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에게 개방하고 연대의 광장으로 만들자! 공장의 주인은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임을 선포하자!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을지 몰라도 나갈 때는 맘대로 나갈 수 없음을 발레오 자본에게 똑똑히 보여주자!
오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