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 선거는 MB를 심판했는가?
대안을 찾고 있는 대중
지난 4월 30일 아침 “5:0 참패”가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 중간평가서인 셈이다. 집권한 지 1년 여 동안 이명박 자본가 정권은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면서 부자만을 위한 권력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 또한 대중적인 분노를 급속히 끌어올렸다.
그런데 반 MB정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줄 알았던 민주당 또한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전통적 지지층을 형성했던 호남에서조차 민주당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건, 정동영이 의석을 가져갔고, 지방의회선거에서는 민노당이 당선된 것이다. 민주당 또한 “노동자 민중을 결코 대변할 수 없는 자본가들의 정당”이 풍기는 악취를 가릴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반사이익을 얻은 무소속 당선자들은 친박계열 정치인을 비롯해 자본가정당 내부에서 지분싸움을 벌이던 부류들이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이유일 뿐, 자본가정치인의 본질을 버리겠다는 의사는 추호도 없다.
그렇지만 현 정치체제에 대한 정치적 불신은 진정한 출구를 찾지 못했다. 단순한 MB심판이 아니라 자본가 정당과 완전히 단절한 노동자 정당의 성장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진보신당의 조승수 후보가 원내 진입에 성공했지만, 이것을 과거처럼 울산 노동자들의 통쾌한 승리라 보기는 어렵다.
MB식 겸허함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이명박 정권은 바로 다음날인 5월 1일, 2일 노동자 민중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마치 이번 선거 패배가 노동자들을 덜 때려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사노련 홈페이지 압수수색, 범민련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등이 줄을 이었다.
자본가들을 위한 충직한 머슴짓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자본가들한테도 버림받을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희생 없이는 파탄난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
노동자정치의 척도
노동자정치를 일궈가는 데에서 ‘원내진입’은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까? 원내진입이 노동대중에게 의회라는 자본주의 장치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하고, 노동자 스스로의 대중투쟁을 광범하게 촉발시킬 수 있다면 유효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하에서 어떤 해결책도 가져다 줄 수 없는 무기력한 의회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려고 한다면 노동자정치를 병들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노동자대중의 ‘직접행동’만이 노동자 민주주의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정치는 의회가 아니라 이런 직접행동을 반영한 노동자 투쟁기구들을 갈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선 노동자 공동투쟁”을 위한 분투야말로 노동자정치의 중요한 지렛대로 등장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에게서 ‘해고금지’, ‘생활임금 쟁취’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동일한 외침이 울려 퍼질 때, 이 투쟁전선은 100개의 의석보다 더 가치 있는 힘을 보여 줄 것이다. 하루뿐인 통쾌함으로 결코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