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에 반대하기 위해 잠정합의 직후 모인 현대차 울산 1공장 노동자들. B조는 주간에 200명, A조는 야간에 500명이 모였다.)
2010년 노동자투쟁을 전망한다! <上>
2010년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의 포부는
‘글로벌 선두업체 도약’이 아니라 ‘글로벌, 계급적 연대’여야 한다
2010년엔 자동차산업 거대공룡들이 더욱 맹렬하게 혈투를 벌일 것이다. 쌍용차 먹튀 자본인 상하이차는 2009년에 전년보다 57.2% 늘어난 272만대를 팔아 세계 9위로 껑충 올라섰다. 이런 상하이차가 최근 GM 인도법인 지분 50%를 인수하는 등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선진국에서 매물로 나온 자동차회사들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전쟁을 한창 벌이고 있다.
'서로의 목을 따는’ 공룡 간 혈투
폴크스바겐은 포르쉐를 인수한 데 이어, 일본 스즈끼와 상호출자를 통해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닛산을 삼킨 르노가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쯔비시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처럼 중국 및 유럽 자동차회사들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포드, GM, 도요타 등은 필사적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산업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각국 정부의 세제지원은 2009년 말로 중단되고, 세계경제는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들 위험이 있기에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서로의 목을 따는’ 살벌한 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어떻게 세계4위에 올랐는가?
도요타, GM 등 쟁쟁한 자동차회사들까지 죽을 쑤는 경제위기 와중에도 현대기아차 자본은 세계4위로 진입했고, 현대차 사상 최초 300만대 돌파, 현대기아차 사상최고 464만대 판매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공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세제지원, 환율상승에 따른 판매경쟁력 강화, 경제위기 상황에서 구매자들이 좋아하는 소형차 중심 업체라는 특성 등 외부요인이다.
둘째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통제의 강화, 노사협조주의 강화 같은 내부요인이다. 현대차 사측은 08년 서브프라임위기 이후 수백 명의 비정규직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잔업‧특근 축소, 휴업 등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까지 파괴했고, 기초질서 지키기 등 현장통제를 강화했다. 그러면서도 민투위 윤해모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했으며, ‘일시금 돈폭탄’을 떨어뜨리며 이경훈 집행부로부터 ‘무쟁의 임금동결’까지 이끌어냈다. 중국, 미국, 인도, 체코 등 해외공장에서는 국내공장에서보다 훨씬 더 악랄하게 노동자들을 쥐어짜 높은 이윤을 남겼다.
글로벌 선두업체 노리며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다
정몽구는 신년사에서 “2010년에는 540만대의 글로벌 생산과 판매를 통해,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의 세제지원이 중단되고,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하락(09년 3월 3일 1,597원에서 올 1월 13일 1,124원으로 30% 폭락)으로 수출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며, 경쟁업체들도 소형차 시장쟁탈전에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어떻게 ‘도약’할 수 있을까?
비결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쥐어짜는 것뿐이다. 현대기아차 자본은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구 짤라낼 것이다. 울산공장만 하더라도 1‧3공장 신차, 에쿠스 전환배치 대기자 문제, 21라인 아반떼‧투싼 단종, 주철 5공장 폐쇄 등 여러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많이 짜르려 할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부품사, 해외공장 노동자 모두가 자본의 공격대상
다음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임금동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 시도해왔던 복지삭감의 폭과 강도를 높이고, 임금삭감까지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이미 5공장에서 ‘기초질서 지키기’란 명목으로 현장노동자의 숨통을 바짝 옥죄고 있는데, 이런 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다.
정몽구는 신년사에서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납품단가 인하로 이어져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용, 임금, 복지 또한 거세게 타격할 것이다.
현대기아차 자본은 해외공장을 아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데, 해외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야만적 착취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파업이 빈발하거나 새롭게 솟구쳐 오르고 있는 인도, 체코 공장 등에서 노동자투쟁에 대한 봉쇄와 억압도 대폭 강화할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의 글로벌 연대, 계급적 연대로 맞서자
정몽구는 신년사에서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안정화해야 한다”, “2010년을 선진노사문화 정착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떠벌였다. 하지만 배가 터질 듯이 부른 자본가들의 ‘투자효과 극대화’, 즉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임금‧복지 삭감, 현장통제 강화, 비정규직 해고 따위의 살육을 가만히 앉아서 당해야 하겠는가? 무노조,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으로 자본가들에게 돈다발을 안겨다주는 해외공장과 국내공장의 ‘투자효과’를 비교하면서 노동자들이 서로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벌여야 하겠는가?
아니다. 노동자들은 뭉칠 때만 살고, 흩어지면 반드시 죽는다. 국내공장/해외공장, 부품사/정규직/비정규직, 현대차/기아차 노동자로 갈라지지 말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굳게 뭉쳐야 한다. 비정규직이든, 부품사든, 정규직이든 단 한 명의 해고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기초질서 지키기란 이름의 현장통제, 노동강도 강화, 전환배치, 해외공장에서 더 악랄하게 자행되는 노조탄압 따위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온전한 주간연속2교대로 1일 8시간, 주40시간 노동만으로 생활임금을 쟁취해야 한다. 전임자 무임금, 복수노조 시행 유예에 맞선 투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가 더 이상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선두에 서서 전진해야 한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