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목을 내려친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당과의 연합은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희망이 없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
6월 지방선거- 민주당과의 공동지방정부론 비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동지방정부론’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에서 MB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권이 ‘선거연합’을 하자는 제안이다. 이후 야5당과 4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물밑 협상(이른바 4+5구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결국 지난 2월 10일, 야 5당 선거연합 ‘공동협상기구’가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울산에서는 야4당 선거연합을 이미 확정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야권의 선거연합을 위한 발 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시 자본가 정당의 꼬리로 전락하다!
물론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자본가 정당과의 정치적 동거는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진보 양당은 그동안 미디어 법, 비정규법, 노조법 등의 문제에서 ‘정책공조’라는 미명하에 민주당에 끌려 다니면서 많은 노동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사실 이번 민주당과의 공동지방정부론도 그동안 끊임없이 비판받아온 자본가 정당의 2중대 노선의 ‘지방선거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양당은 강력한 반 MB 전선 구축을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 불가피하다는 등 온갖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마디로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표’로 심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MB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 진보 양당의 정치인들이 시장과 군수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본가 정당들과 야합하면서 동분서주하는 것이란 말인가! 민주당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이 그동안 소리 높여 외쳐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모습이란 말인가!
진보정당 운동이 남긴 쓰라린 유산
2년 전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극우․ 반동들에게만 잃어버린 10년은 결코 아니었다. 98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받아 안고 출범한 민주노동당이 이후 10여 년 동안 노동자들의 거대한 정치적 염원을 찌그러뜨리고 왜곡함으로써 많은 노동자들이 정치적 열망과 꿈을 잃어버린 세월이기도 하다.
그동안 개량주의 정당의 지도자들은 노동자투쟁을 자본주의 체제를 조금도 침해하지 않는 소심한 요구로 제한하고 의회 내의 틀 안에 가두며 노동자들을 단지 ‘표 찍는 기계’로 전락시켜왔다. 그 결과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자 정치운동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심지어 환멸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민노당과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위기의 원인이 진보정당의 분열에 있다면서 무원칙한 진보정당통합론과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 고수라는 엉뚱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진보정당 운동의 분열이 아니라 기간의 실천에서 드러난 정치적 파산의 결과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노동자의 진정한 정치적 대안: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오늘날 진보정당운동의 정치적 파산을 목도하면서 많은 전투적 선진 노동자들이 노동자 정치운동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런 책임에서 사회주의 정치조직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선진 노동자들이 개량주의 정당에 대한 혐오와 염증 때문에 자신의 활동을 단순히 노동조합 활동에만 머무는 현실은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아이까지 버려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세계 경제의 위기가 더욱 깊어지는 현 정세에서 이제 임금과 고용 같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조차도 사수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공세적인 계급 단결투쟁을 조직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런 위대한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짜 노동자 당’과 ‘거짓 진보 정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절실하다. 바로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이다. 만일 이런 정당을 우리가 건설할 수 있다면 6월 지방선거처럼 오직 당선만을 목적으로 자본가당과의 선거연합에 목을 매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꿈을 매장시키는 비참한 상황은 종식될 것이다. 대신에 선거라는 열린 공간을 사회주의 노동자 후보가 출마해서 자본가들의 탐욕과 위선을 폭로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적․ 정치적 요구가 널리 울려 퍼지며, 노동자 투쟁의 망을 짜나가는 훌륭한 연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