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황 시기 미국 : 경찰이 기아에 맞선 실업자 시위대를 공격하고 있다.
1929 대공황 : 끔찍하지만 꼭 닮은 선례
[2009년 1월 5일]
[이 글은 미국의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인 “스파크” 그룹의 격주간 정치신문 “스파크(불꽃)” 833호, 11월 3일자에 실린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꼭 79년 전인 1929년 10월 24일, 화요일에 뉴욕 주식시장이 무너졌다. 이 사건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공황으로 이어졌다.
대공황의 원인
1차 대전 말기에 미국에서 깊은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실업률이 폭등해 1920~21년에 국민소득은 27%나 떨어졌다. 결국 경제는 신용의 전반적 팽창에 기초해 회복되기 시작했다. 1929년에 국민소득은 단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된 게 아니라 이전 최고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언론은 모두가 잘 살게 됐다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몇십만 명의 부자들만 부유해졌다. 그리고 이 상황은 예전과 똑같은 모순 위에 있었다. 생산은 아주 빠르게 성장했지만, 노동자 민중의 수입은 그렇지 못했다. 이윤은 급증했고, 이 때문에 주주들도 더 큰 배당금을 받게 됐다. 그들은 이렇게 돈을 번 다음, 앞으로는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주식시장에 다시 투자했다. 그 결과 주가가 계속 올랐다. 곧 주가상승은 투기에 불을 붙였는데, 그럴수록 주식거품과 실제 경제상태의 괴리는 커져갔다. 이런 고삐 풀린 투기는 지금의 경제위기 전까지는 역대 최고였다.
자본가들은 ‘정상적인’ 노동자 착취만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금융투기로 훨씬 더 몰려들었다. 주식거래가 폭증해 실제 가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금융상품’들이 나왔다. 오늘날처럼 1929년에도 모든 건 주가가 필연적으로 영원히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50%, 아니 100%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6%, 7%, 심지어는 12% 이자로도 돈을 빌려 마구 사댔다.
부유한 중산층부터 대자본가들까지 모두가 돈을 벌려고 달려들었다. 회사들은 특별히 이런 투기를 목적으로 신용회사들을 만들었다. 유명한 은행들은 최근에 똑같은 역할을 한 골드만삭스, 시티뱅크 같은 투자은행들을 만들었다. 거대 회사들은 제품을 생산할 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에 이 금융시장에 투자했다.
유럽 전체에서 미국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갔다. 1929년 3월에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하버트 후버한테 정권을 넘겨주면서 이런 돈의 홍수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투기 열풍은 1929년 여름에 정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산업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조짐이 나타났다.
결국 모든 투기의 바탕이 됐던, 이런 광란적이고 “거역할 수도 없는” 주가의 폭등은 대폭락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주가 폭락과 경제 붕괴
10월 24일 화요일, 주가폭락의 신호탄이 올랐다. 이전 최고치보다도 2배나 많은 1,300만 주가 팔렸다. 당시에 사용됐던 서로 다른 수치들에 따르면, 주가의 하락은 “단지” 11~13%였을 뿐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대폭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주가는 잠깐잠깐 떨어져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주가가 하락한 다음 이틀 동안 다시 올랐다.
하지만 10월 29일, 주가하락은 훨씬 더 끔찍했다. 이번에는 1,600만 주가 팔렸고, 결국 전반적 공황을 촉발시켰다. 1930년 1월 1일까지 [거대 화학회사인] 뒤퐁사와 같은 “강력한” 산업주가 90% 떨어졌고, [거대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는 96% 떨어졌다. 은행들이 만든 펀드 회사들과 돈 많은 투기꾼들이 재빠르게 ‘0’(제로) 가치인 주식들을 거둬들였다. 똥값이 된 주식들을 갖고 있던 은행들이 속속 도산했다. 이런 일이 경제 전반에서 일어났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세계의 부를 40%나 생산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던 미국의 경제 전체가 점차 전반적 공황에 빠져 들어갔다. 철강과 같은 몇몇 부문에서는 오직 10% 정도만 가동됐다.
1932년에 국민소득은 1929년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약 2,000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경제활동인구의 25% 이상이 일자리를 전혀 갖지 못했다. 계속 일하는 노동자들의 60% 이상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저임금을 받으며 파트타임 일을 했다. 사장들은 어디서나 강제로 임금을 깎았다.
사장들이 공황의 고통을 모두 떠넘기자 미국 노동자계급과 소농민들은 비참함과 굶주림이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껴야 했다. 유럽 전체가 공황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특히 독일이 그랬다. 독일은 1차 대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프랑스한테 지불해야 하는 “전쟁배상금”으로 수년간 신음하고 있었다. 독일은 미국 자본의 유입에 의존해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공황 때문에 그 돈줄이 갑자기 막혀 버렸다.
생산은 부분적으로 12년간이나 마비됐다
민주당과 노조관료들이 퍼뜨린 신화와는 반대로 루즈벨트나 민주당은 공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생산은 1953년까지 공황 이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주식거래는 1954년까지도 1929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산업은 1941년에 전시생산체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실제로 회복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개입해서 펼친 유명한 뉴딜 정책은 실업자들의 일부한테 살아남도록 약간의 돈을 줬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경제공황을 끝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뉴딜 정책은 가장 큰 회사들이 노조관료들의 협조를 받아 부유해지도록 도왔다.
유럽에서는 자본가들이 공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미국의 경우보다 더 제한적이었다. 그곳에서 공황은 독일의 파시즘 독재를 낳았고, 파시즘은 노동자계급의 목을 부러뜨렸다. 공황은 결국 더 나아가 2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서로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세계를 분할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이 전쟁을 통해 미국은 전 세계를 경제적으로 지배해갔다.
미친 체제 끝장내기
1929년 대공황과 그 결과는 자본주의 체제가 아주 썩어문드러진 체제임을 보여주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기술 덕분에 가능한 생산력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경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때문에 마비당했다.
자본주의는 결국 살아남지 않았는가? 이게 자본주의 옹호자들의 유일한 주장이다. 하지만 무엇을 대가로 살아남았는가? 수십 년 동안의 경제적 무정부성, 전반적 낭비, 그에 따른 비참함, 거대한 파괴, 수천만 명의 죽음, 야만적 전쟁을 대가로 살아남았다.
칼 마르크스 이래 모든 혁명적 공산주의자들은 수백만 노동자들의 의식적 노력에 기초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혁명의 필요성을 항상 주장해 왔다. 공황 이후 수 년 동안 노동자계급은 미국과 유럽에서, 특히 프랑스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권력의 문을 두드렸던 스페인에서 정력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그 투쟁을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시키는 데로 이끌 준비가 돼 있는 혁명적 지도부가 없었기에,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길을 잃었으며 사회민주주의나 스탈린주의 지도자들한테 배신당했다.
누구도 지금의 공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1929년 공황은 경제의 지배자들과 그 정치적 하수인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살려내려고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왜 우리가 한 번 더 비참해져야 하고, 한 번 더 “피와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노동자계급과 사회 전체는 자본주의 체제가 우리를 망가뜨릴 힘을 확실히 없앰으로써, 그 체제가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도록 막는 데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번역 :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