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앞에서는 서민의 등을 토닥이고 돌아서면 칼을 꽂는 이명박 정책 기조가 2010년 예산안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사진 아래: 2007년 낙동가 하구에서 삽으로 뻘을 퍼내는 이명박. 이때부터 "강이 오염돼 운하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런데 저 뻘은 자연상태의 정상적인 흙이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2010년 예산안이 드러낸 이명박 식 ‘친서민정책’
‘서민학살정책’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명박 대통령은 입이 마르도록 ‘친서민정책’을 부르짖었다. 열심히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주름이 깊게 팬 나이든 상인을 부둥켜안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았다. 이 때문인지, 한 때 이명박에 대한 지지율이 다소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실체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지 말라고 부단히 우리의 머리를 몽둥이로 깨우고 있다. ‘친서민’ 애드벌룬을 정신없이 띄운 뒤에 공개된 2010년 예산안은 그 몽둥이 중 하나다.
노동대중의 목을 조르는 ‘친서민’ 예산안
여러 단체들이 모여 정부 예산안을 검토하는 ‘2010년 예산 공동대응모임’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1,100억원을 배정해놨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될 예정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월세 지원예산도 전액 삭감되며, 결식아동 급식을 위한 (그나마 한시적인) 지원금 541억원까지 완전히 삭감된다. 이 때문에 25만명의 결식아동이 굶주리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매번 거들먹거린 일자리 창출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예산, 의료비 지원예산 등도 줄줄이 삭감된다. 2010년 정부 예산안은 ‘친서민’이 아니라 ‘서민학살’을 위한 계획이라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아래 항목 참조)
[2010년 예산에서 삭감된 주요 항목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예산 전액 삭감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단 운영예산 전액 삭감
-비정규직 건설노동자 취업능력 향상 프로그램 예산(100억원) 전액 삭감
-저소득층 월세 지원예산 전액 삭감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 한시생계구호사업 예산 4,181억원 전액 삭감
-결식아동급식 한시적 지원금 541억원 전액 삭감
-저소득층 에너지보조금 902억9,100만원 전액 삭감
-일자리 대책예산 12조1,199억원 중 27.1% 삭감
-사회적 일자리창출 지원금 325억원 삭감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액 1,000억원 삭감
-연탄보조금 전액 삭감
-기초수급생활자 의료비지원 540억원 삭감
부자 살리기
이는 현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과 아주 대조되는 장면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까지 자그만치 94조원 정도의 부자감세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부자 살리기 감세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가증스럽게도 정부는 이것이 ‘경제회복’과 ‘일자리창출’을 낳을 것이라고 떠버리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어떤가?
최근 대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이 1,000%가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법인세 감면에 따라 발생하는 천문학적 이득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더 많은 돈을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을 뿐이다. 결국 만들어지는 것은 노동자 민중의 일자리가 아니다. 오로지 부자들의 두툼해지는 이윤지갑일 뿐이다. 또한 이렇게 축소된 정부세금을 보전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노동자 민중을 위한 그나마 쥐꼬리만한 정부예산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이다.
더러운 기만과 궤변
그런데도 정운찬 총리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역겨운 궤변을 토해냈다. 2010년 예산을 하루 빨리 확정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는 이 노동자 죽이기 예산안의 “통과가 지연된다면 이는 결국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국가 스스로가 어려운 서민생활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이 말 속에서, 저들이 원하는 ‘경제회복’이란 단지 노동자들을 더욱 극단적인 궁핍으로 내모는 것, 그 대가로 더 많은 자본가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떠안겨주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가 왜 종종 ‘흡혈귀’로 비유되는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오연홍
4대강 살리기 사업 : 도대체 무엇을 살리는가?
영산강에서의 첫 삽질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의 소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됐다. 이미 도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다. 국제기준에 비추어도 국내 4대강의 수질이 결코 나쁘지 않은데도, 온 강을 흙탕물로 뒤덮으며 수년 간 공사를 벌이는 것이 4대강의 수질을 살리는 길이라고 정부는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 환경부에 속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곳곳에 보를 설치하면 물의 흐름이 막혀 오히려 오염도가 높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다수 만들어내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지 4만7,500개 정도의 일자리만이 창출될 것이라고 조사됐다. 그것도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일자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부는 이 사업에 22조원 이상의 돈을 퍼부으면서 실업과 복지 등에 들어가야 할 필수적인 예산을 대대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이처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자연을 살리지도 못하고, 노동자를 살리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살리는 것일까?
이 사업이 살리는 것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턴키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설계와 시공을 한 건설회사에서 도맡아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도의 자본규모를 갖춘 재벌 건설회사가 아니면 이 사업에 뛰어들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각 공사구간에 낙찰된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 현대건설, GS건설, 대림건설, SK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림, 삼성, 포스코는 서울 용산에서도 폭력적인 재개발을 밀어붙이면서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배후였다. 바로 이런 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기획 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여기에 22조가 넘는 세금을 몰아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재벌 건설회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비밀 회동을 거치면서 각 회사별로 1, 2개씩의 공구를 나눠먹기로 담합을 한 혐의까지 드러나고 있다.
자본가들과 정부가 똘똘 뭉쳐,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연의 생명력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갉아먹는 사업, 바로 그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실체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