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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쟁점

[타임오프제 투쟁] 자본가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
 사노련  | 2010·07·03 17:10 | HIT : 2,378
[▲ 조선일보는 “금속노조 경주지부를 주목하라”며 자본가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자본가들을 실제로 두렵게 만들 투쟁의 비밀은 무엇인가? (사진=울산노동뉴스)]

자본가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
(타임오프제 투쟁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른바 ‘타임오프제 도입’은 조직된 노동자운동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개별 사업장에 일일이 노동부 관리들을 파견해 타임오프제를 상회하는 노사합의를 뒤집어엎고 자본가들에게 민주노조 말살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각종 부당노동행위 등 자본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이러한 지도, 점검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노동부’라는 이름을 가진 자본가들의 국가기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아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자본가 권력의 전방위적 지원에 자신감을 찾은 자본가들 역시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경주의 다스(DAS)에서는 자본가들 스스로 의견접근(잠정합의)한 내용을 두고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인식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지도부(노조관료층)와 노동자계급 대중의 분리
  
자본가들은 자본주의 체제 성립 이후 단 한 번도 노동자 착취와 억압을 위한 공격을 중단한 적이 없다. 전임자 문제만 해도, 임금지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격이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0여년 간 계속돼왔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도 노동자의 저항에 밀려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시행유예’를 무려 13년간 반복하다, 지난해 집중 공격을 퍼부어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 변화가 있었기에 공격을 밀어붙이기로 한 것일까?
  
첫 째. 지난 십수 년 간 진행돼온 민주노조운동 지도부의 관료화로 인해 대중과 노조관료층 간에 괴리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단순한 비교를 한번 해보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상당수 대기업 노조들에서는, 노조 전임자보다 해고자 수가 더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전임자 임금이야 자본이 부담하는 것이지만, 해고자 생계비는 조합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대기업 노조는 1년에 해고자 생계비로 지출되는 조합비가 수십억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조합원들은 자신이 낸 조합비의 상당 부분이 해고자 생계비로 지출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해고자들은 전체 조합원의 권리 쟁취를 위해 앞장서 싸워온 헌신적 노동자들이었고, 그들을 지키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시각은 어떤가? 물론 헌신적인 전임자들, 평조합원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는 간부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특히 대기업 노조에서 전임자들은 고된 노동을 면제받으면서 조합원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존재처럼 여겨진다. 현장투쟁이 벌어지면 그것을 확산시키기보다 양보를 종용하고, 사측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거대한 관료층이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에 이른 것이다. 만일 지도부와 평조합원 사이의 괴리가 이 정도로 벌어지지 않았다면,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함부로 전임자 문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그 틈을 간파하고 “바로 지금이 기회”임을 포착했다. 전임자 문제를 건드려도 평조합원들의 반발이 강하게 올라오지 않을 것임을 알아챈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공격이 진행되자 여러 사업장에서 관료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조합원들의 권리를 헌납하는 양보까지 하고 있어서, 관료층과 조합원들 사이의 괴리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임자 수와 처우에 관한 사항을 (비공개)이면합의로 받는 대신, 교대근무나 전환배치와 관련해 자본가의 권리를 대폭 인정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가들이 두려워하는 것
  
자본가들의 대표언론인 <조선일보>는 6월 23일, “강성노조 밀집, 사용자 굴복 가능성 높아…”라며 “금속노조 경주지부를 주목하라”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대다수 언론이 기아차 노사교섭을 주목한 반면, <조선일보>는 경주지역 금속사업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왜일까?
  
경주지역 금속사업장들은 노동자계급 단결과 연대의 모범을 세워왔다. 금속사업장이 아닌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노동자들의 해고에 맞서 지역총파업으로 투쟁사업장을 엄호했고, 쌍용차 점거파업이 벌어질 때에도 가장 헌신적으로 연대투쟁에 나섰으며,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기본급 동결 공세가 몰아칠 때에도 “성과급이 아니라 단 10원을 올려도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며 모든 사업장에서 기본급 인상을 쟁취한 바 있다. 게다가 지역에 신규 사업장이 금속노조로 가입하면 사업장을 넘어 헌신적으로 연대하는 전통, 신규 사업장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주변 사업장으로 조직화를 확대하는 역동적인 운동을 건설해왔다.
  
자본가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자본가들로부터 중요한 표적이 됐던 것은, 타임오프와 전임자 문제를 이슈로 한 투쟁 때문이 아니었다. 대중의 가슴에 가장 절실한 요구로 자리 잡고 있는 생존권 문제를 핵심으로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확장했기 때문에, 경주지역 금속사업장 지도부는 평조합원 대중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고 지도력을 인정받아왔던 것이다. ‘타임오프제 분쇄’를 내걸고 총파업 선언과 철회를 반복한 민주노총의 투쟁전선에는 노동자들이 무관심했지만, 헌신적인 지도부, 간부들과 자신들이 한 몸임을 자각해온 경주지역 금속노동자들은 “전임자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노조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물론 정권과 자본의 집중 표적이 됨으로써 엄청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들어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경주지역 금속사업장들의 사례는 타임오프제, 창구단일화 등 저들이 밀어붙이는 노동법 개악공세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노조 말살 공세의 둘 째 이유
  
‘지도부와 대중 사이의 괴리 심화’와 더불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번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 심화로 드러난 세계대공황의 두 번째 국면이 한국경제에 끼칠 파장이다.
  
지금 언론들이 쉬쉬하고 있을 뿐,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제조업 생산지수는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완성차 5사의 생산 및 판매량이 일제히 줄어들고 있으며, 내수는 물론이고 유럽 수출물량에 심각한 타격이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이미 공언한 것처럼 하반기에는 전기가스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는 등 물가상승폭이 커질 전망이다.

생산과 시장이 쪼그라들고 물가가 오른다면 대중의 생활고와 불만이 폭발해 나올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이러한 폭발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그 뇌관이 될 수 있는 조직노동자들의 투쟁을 사전에 제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노동법 개악으로 현실화됐던 것이다.

생존권 요구를 전면에 세우고 대중투쟁동력을 조직하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가장 빠른 법이다. 관료적 지도부가 개과천선하지 않는 한 대중과의 괴리는 메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유일한 길은, 현장 활동가들과 평조합원 투사들이 관료적 지도부에 기대지 않고 대안지도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핵심은 현장조합원들의 절실한 요구들, 가령 고용과 노동강도, 노동시간을 둘러싼 요구, 그리고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아래로부터 치열하게 대변하고, 그래서 새로운 지도력을 세워나감으로써 노동조합과 평조합원들 사이의 간극을 메워가는 현장 활동가들의 실천이다.
  
금속노조 경주지부 못지않게 기아차지부에 쏟아지는 집중포화는, 평범한 조합원들에게도 “이번 공격이 전임자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전체를 향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것이 기아차지부 파업찬반투표 71.8%라는 높은 찬성률로 이어졌다.
  
노동법 개악공세를 통한 전면적인 노조말살 공격은 오히려 대안지도력 형성을 위한 투쟁에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세계대공황이 깊어갈수록, 대중의 절실한 요구인 생존권을 중심에 둔 투쟁 조직화는 점차 상식과 기본이 되어갈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투쟁이지만, 이것을 실질적인 대안지도력 형성을 위한 투쟁과정으로 만들어갈 객관적 조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현장 활동가들과 평조합원 투사들이 나머지 요건을 채우기 위해 나설 때다. [오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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