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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54호]월드컵 : 자본가들만의 축제
| 2010·06·17 01:32 | HIT : 3,216

월드컵 : 자본가들만의 축제


남아공의 새로운 인종차별

2010년 월드컵을 남아공에서 개최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고 가장 큰 환호성을 터뜨린 자들은 바로 남아공의 자본가들이었다. 남아공에서는 월드컵을 위해 5개의 경기장을 만들고 4개의 경기장을 확장했으며, 공항을 건설하고, 도로와 고속철도를 놓고, 도시에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섰다.

한국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세금 22조 원을 건설자본가들에게 퍼준 것과 같이, 남아공에서는 월드컵 공사를 위해 수년 간 50조 이상의 세금이 자본가들에게 흘러들어갔다. 남아공 정부는 남아공 국민들이 월드컵을 얼마나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가를 부각시키면서 국민의 세금을 가로채 자본가들의 배를 불려준 것이다.

50조의 세금을 빼앗긴 도시의 빈민들과 노동자들은 “도시의 미관을 위해” 강제 철거당해 임시 거주시설로 쫓겨나고, 농부들은 땅을 빼앗겼다. 월드컵이 개막되자 어부들은 ‘더럽다’는 이유로 부두에서 쫓겨났다. 이 모든 억압과 횡포에 맞서 시위를 벌이자 정부는 경찰을 보내 몽둥이를 휘둘렀다.

남아공 무역산업부가 월드컵을 통해 남아공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자본가들은 군침을 흘리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부자들에 의한 제2의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흑백 간의 인종차별에 가려왔던, 자본가라는 인종과 노동자라는 인종 사이의 ‘계급적 적대’가 점차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돈벌이를 위해 대중을 마취시키려는 시도

그리스와의 경기가 있던 날, 응원을 위해 서울광장을 빌리려 했던 붉은 악마는 돌연 ‘서울광장에서 응원하지 않겠다’며 코엑스로 응원장소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응원무대를 준비하고, 중계료를 내고, 부대시설 준비, 청소 등의 비용으로 10억 정도가 소요될 큰 행사인데, 현대자동차와 SKT에서 후원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와 SKT는 타사 제품을 떠올릴 수 있는 응원가는 부르지 말고, 자기 회사의 홍보를 위해 만든 응원가만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붉은 악마는 자신들의 응원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응원장소를 코엑스로 옮긴 것이다.

자본가들의 탐욕이 자유로운 응원마저도 가로막으려 했다는 점이 폭로되자, 회사 관계자들은 ‘후원하려 했던 자신들의 의도가 왜곡되었다’고 서둘러 변명했다. 그러나 월드컵의 국민적 열광을 이용해 대중을 마취시키고 자본가들의 축제의 들러리로 세우려는 노력은, 붉은 악마라는 애국주의적 캠페인에서조차 거부당했다.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어보는 이명박 정부

월드컵이라는 자본가들의 축제를 마치 전 국가적인 축제인 것처럼 포장하고자 애쓰는 부류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다.

4대강 사업은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천안함 사건도 국면 전환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로호 발사 시도 또한 두 차례나 무산됐고, 세종시 처리 문제에서도 손을 뗐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어떤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부는 최근 지방선거를 거치며 완전히 망신을 당했다. 바로 이 때 월드컵의 열기, 특히 한국팀이 경기에서 이김으로써 만들어지는 열광적 분위기는 국민의 관심을 그 쪽으로 쏠리게 하고, 이명박 정부가 잠시나마 한 숨 돌릴 수 있게 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응원에서 나오는 단결된 모습은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대로 ‘자본가들과 하나되는 국민통합력’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일상화된 억압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라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일 뿐이다. 여기에서 해방감을 느꼈던 노동자들이 월드컵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명박 정부가 빚어내는 괴물 같은 현실에 더 큰 거부감과 반발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상기]

가장 패륜적인 것은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청소 노동자와 경비 노동자를 향해 폭력을 휘두른 경희대 패륜녀, 연세대 패륜남 사건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론사와 이른바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인성교육의 부재’, ‘효 사상 실종’, ‘자식교육에 실패한 학부모들’, ‘기성세대의 잘못’ 등으로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런 사건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 원인은 다름 아니라 이 체제 자체, 즉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착취체제를 지키기 위해

만일 노동자계급이 자신이 착취당한다는 사실, 노동자들이 흘린 피땀의 성과에 기생하는 자본가계급이 이제껏 자신들보다 위대한 양 군림하고 있어 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한다고 생각해보라. 노동자들은 이런 위선적인 자본가계급을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언제 어디서나 노동자들로부터 도둑질해 쌓아올린 성과들이 자본가 자신의 ‘노력의 결과’인 것처럼 포장하고 퍼뜨려야만 한다.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는 서열구조를 형성하고, 암묵적으로 정당화하며 유지하는 것은 착취체제를 지키기 위한 사활적인 요소가 된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렇게 강변한다. “피 터지는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은 자는 누릴 권리가 있으며, 낙오자는 할 말이 없다.” “낙오자는 어떠한 결과라도 ‘자신이 부족해서’라는 점을 알고 묵묵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 마디로 “제 주제를 알아야 한다.” 동시에 경쟁을 뚫고 올라온 극소수에겐 상당한 특혜를 제공한다. 즉, “승리한 자는 사회적 지위를 누릴 권리가 있다. 패자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복종해야 한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체제의 모습이 이런데, 도덕시간에 배우는 평등의 정신이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인성교육이 아무리 강화된다 한들, 끊임없이 줄을 세우고 낙오자로 만드는, 착취를 정당화하는 이 체제가 가르치는 인성이 결국 무엇이겠는가?

자본가들의 위선

청소 노동자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빠져 폭력을 휘두른 대학생을 보면서 한탄하는 척 위선을 떠는 자본가계급과 언론의 작태를 보면 그것은 분명해진다. 그들은 공장 노동자들의 연봉이 5,000만원이 넘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들에겐 스스로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도 ‘외부세력의 배후조종’을 받는 어리석은 사람들로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재산이 수십억씩 치솟는 것은 잘난 사업 수완 덕분이지만,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5,18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국가적 경제위기도 모르고 하는 어리석은 헛소리가 된다!

이처럼 노동자들이란 어리석고 능력이 없으며 그만큼의 대가를 받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자들, 따라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분수도 모르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파렴치한으로 간주하면서 용역깡패와 경찰의 군홧발로 짓밟고,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세력”이라고 망발을 지껄이며 가슴을 걷어차는 가장 패륜적인 자들이 바로 자본가계급이다! 그리고 이 패륜적인 자들에게 사회를 내맡겨두고 있는 이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패륜적 폭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노동자계급이 가장 앞서서 패륜적 체제를 끝장내기 위해 당당히 투쟁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그땐 그 누구도 노동자계급 앞에서 함부로 거만 떨지 못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결코 어리석거나 부족하지 않으며, 이 사회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 주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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