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민주노총 투쟁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근 타임오프제는 벼락처럼 민주노총을 강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 스스로 말하듯이, 이것은 민주노조운동을 흔들기 위한 자본과 정부의 노림수다. 실제로 민주노총 소속 수많은 노조들이 타임오프제 공격에 맞선 투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KEC에서는 이미 전면전이 개시됐다. 여러 사업장들에서도 다양한 공방전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타임오프제에 맞선 투쟁이 모든 민주노조가 연관된 공동의 투쟁이라면, 당연히 민주노총이 이 투쟁들을 하나로 모아내 전체 노동자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위원장, 부위원장 등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던 것을 제외하면, 민주노총의 역할은 거의 부재하다시피 하다.
단식이 해법인가?
힘에 대항해 힘으로 맞붙지 않으면,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정부의 타임오프제 공격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타임오프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노사정위를 비롯해 온갖 대화 창구를 가동해봤지만, 항상 노동자들이 느꼈던 결론은 그것이었다. 문제는 공격을 격퇴시키면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시킬 힘이다.
이 힘이 몇몇 지도자들의 단식을 통해 확보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은 밥을 굶는 호소에 귀를 기울일 만큼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힘은 오직 노동자대중의 투쟁을 조직해 자본주의를 강타할 수 있을 때만 발휘될 수 있다. 몇몇 지도자들의 단식은 이러한 대중투쟁과 연계되어 그 한 표현으로 진행될 때만 의미가 있다.
문제는 대중투쟁 조직화!
오히려 민주노총 지도부의 단식은 그 비장함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대중투쟁을 조직할 수 없다는 무능력의 고백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중투쟁을 불러올 다른 길은 없는가? 해법은 오직 노동자대중의 결단을 끌어내는 데서만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식이 아니라 노동자대중 스스로 투쟁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주체로 일어나도록 돕기 위해 노동대중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몇몇 지도자들의 결단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평조합원들 속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하면서, 그들을 노동조합의 주체이자 주인공으로 밀어 올리는 아래로부터의 실천이 관건이다. 현장 선진노동자들의 대규모 협동이 필요한 것이다.
현장 평조합원들에 기반한 운동
민주노총의 조합원대중은 ‘타임오프제 공격’을 노조 상층간부들의 문제이지 자기 자신의 문제로 적극 받아 안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이 조합원 자신의 조직이라기보다는 집행부 혹은 핵심 노조간부들의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결정적 문제 상황을 반영한다.
무엇을 통해 이것을 해결할 것인가? 민주노총 수십만 조합원들이 스스로 투쟁에 참여하고, 노동조합의 주도력을 되찾는 것만이 수단이 될 수 있다. 87년 전후 약 10여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을 탄생시켰고 지탱했던 평조합원들의 자발적 운동을 부활시켜야 한다.
현자 기아차 등에서는 소하리 도장공장 투쟁 등 평조합원들의 자발적 운동이 이미 태동하고 있다. 기존 지도부에게 단순히 무언가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두 팔 걷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평조합원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희망이 있다. 아직은 넓게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평조합원 투쟁을 발전시킴으로써, 수많은 투쟁 경험을 갖고 있되 몸이 굳어 수동화된 민주노조 평조합원들에게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될 때 이 평조합원 운동은 들불처럼 확대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노조 상층 지도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고 스스로 나서서 아래로부터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임을 평조합원들은 점차 직감하고 있다. 이 직감을 평조합원 투쟁, 평조합원 운동으로 상승시켜내는 현장 활동가들의 실천이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게 됐다. 피하지 말자!
최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