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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기사 : [51호]우리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 2010·05·04 09:52 | HIT : 2,263

우리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작년 쌍용차 공장점거파업이 끝난 뒤, 노동자들 앞에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저렇게 싸우고도 이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 번째 대답

첫 번째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잠자코 참고 있자.” 그런데 자본가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전 세계를 강타한 자본주의 경제위기 앞에서 자본가들은 몇 배 이상 포악해져 있고, 노동자로부터 모든 권리를 강탈하려 눈을 부릅뜨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공세는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승리할 수 없다는 체념의 분위기는 곧장 ‘굴종’으로 연결된다. 투쟁을 포기하고 교섭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굴종을 정당화하려는 분위기가 상층 노조 지도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한결 같다. 싸우면 피해가 더 커질 뿐이므로 양보와 타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선이 지배할 경우, 결과는 늘 재앙이었다. 캐리어, 금호타이어, 대림자동차 등에서 대량해고, 도급화, 대규모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가 노동자들을 덮쳤다. 게다가 노동조합은 사실상 와해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재앙들 앞에서 투쟁을 포기하는 지도자들이 내세우는 변명 또한 한결 같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느냐?”

두 번째 대답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쌍용차투쟁에 승리의 길이 숨어 있다! 한국 사회를 몇 달 동안 강타한 쌍용차투쟁은 ‘당장’ 이길 수 없었을 뿐, 승리의 유일한 길을 보여줬다.”

쌍용차투쟁이 1,000여명의 노동자들의 결사적인 투쟁에 멈추지 않고,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폐하라!”는 구호 아래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수십만 노동자들이 가세하는 총파업 불길로 치솟았다면 승리는 단연코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최소한 캐리어, 금호타이어, 대림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단 몇 달 사이에 쌍용차에서와 똑같은 공격에 직면했던 노동자들이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한 모든 형태의 해고 분쇄”의 깃발을 내걸고 공동파업에 돌입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상황을 이렇게 보는 노동자들은 투쟁을 겁내는 대신 연대의 망을 통해 투쟁의 기세와 힘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권리를 양보하고 포기하는 대신 정면에 내걸고 대담하게 전진하려 분투하고 있다. 경주지부의 연대파업투쟁, 현대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해고저지투쟁 등은 그 최근 사례들이다.

이 투쟁들은 쌍용차투쟁과 마찬가지로 당장 완전한 승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자본가들을 겁먹게 만들었고 이후 승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투쟁이었다. 노동자의 자존심을 잃지 않는 모든 노동자들은 캐리어, 금호타이어의 길이 아니라 경주지부와 현대차 전주공장의 길에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투쟁들을 가능케 만들었고 지배했던 공통의 정신은 무엇이었는가?

공통의 정신

노동운동의 현 침체상태에서는 상당히 놀랄만한, 이 대담한 투쟁들을 가능케 했던 정신은 아주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이 가진 잠재력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 신뢰의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현장의 노동자 전체가 하나로 단결할 수 있다는 믿음, 사업장과 업종,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서 지역과 전국의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할 수 있다는 믿음, 모든 노동자가 정리해고, 비정규직제도 분쇄와 같은 절박한 문제에 공통으로 직면해 있다는 인식, 이렇게 단결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자본가라도, 정부일지라도 능히 무릎 꿇릴 수 있다는 믿음”, 바로 그것이다.

또한 “한줌 착취자들을 위해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조금이라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신념, 경제위기를 만든 당사자들의 책임회피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신념, 자본의 지불능력이나 회사의 생존능력 따위에 집착하고 끌려 다니면 노동자들은 분열되고 아무런 힘도 가질 수 없다는 신념, 힘이 부족해 당장 밀리더라도 최선의 투쟁으로 맞받아치지 않는다면 이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믿음, 한마디로 노동자에게는 단결과 투쟁 말고는 어떤 다른 해법도 없다는 믿음”, 바로 그것이다.

노동운동을 만들어낸 가장 기본적인 정신, 바로 노동자계급의 정신을 잃지 않았던 것, 바로 그것이 이 투쟁들을 가능케 했던 밑바탕이었다. 

노동운동을 지켜내기

명백히 위기에 직면한 노동운동을 지켜내고, 이를 통해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나아갈 바도 분명해진다. 가장 기본적인 이 정신을 놓지 말고, 백배 더 강력한 힘으로 움켜쥐는 것이다. 모든 현장에서 쌍용차투쟁, 경주지부 연대투쟁, 현대차 전주공장투쟁과 같은 모범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삼고, 이것을 토대로 노동자 살리기 전국 연대총파업의 길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

이명박 자본가 정부를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위기 앞에 백배 포악해지면서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는 자본가계급의 공세 앞에서 노동자계급 또한 하나로 똘똘 뭉쳐 진격하는 전망 말고는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은 어느 날 아침에 그냥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쌍용차, 경주지부,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일어난 투쟁들을 열배, 백배 확대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성사시킬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정신과 자신감, 준비태세, 주체가 자라날 수 있다.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반드시 할 수 있다

최근 20여년간 노동자파업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덜 일어났던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최근 경제위기에 맞선 노동자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나라의 노동자들은 “경제위기의 책임은 자본가들이 져라!”라고 당당히 전체 노동자의 힘을 모으면서 노동운동의 힘을 재건하고 있다. 최근 20여년간 어느 나라 노동자들 못지않게 선두에서 투쟁해온 한국 노동자들은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다.

금호타이어에서 상층 노조 지도자들의 배신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은 1차 합의안 부결로 자신의 투쟁의지를 보였다. 이 의지를 담아낼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의 대안 지도력이 부족해 거기에 멈춰버렸지만, 상황은 분명하다. “현장 조합원들은 투쟁의 대안만 있다면 노동운동의 정신을 지킬 태세가 되어 있다.” 이것은 작년 쌍용차투쟁에서도 이미 명확히 증명된 바 있다.

우리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어느 길로 전진할 것인가? 상층 노조 지도자들 대부분은 굴종의 길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길을 가지 않고서 노동운동에 다른 희망이 있겠는가? 이 비상한 상황에서, 현장노동자들 스스로 주체로 일어나 판단하고 집행해야 한다. 한국노동운동의 운명은 바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최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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