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건설투쟁] 공동의 당 건설투쟁인가, 상층 논의테이블인가?
사노준의 ‘공동사업단’ 역제안에 대해
사노련이 <사회주의혁명정당건설 노동자공동정치투쟁단>(이하 공투단)을 제안하자, 사노준은 큰 틀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추진위건설 공동사업단>(이하 공동사업단)을 역제안했다. 그리고 이 역제안과는 별도로, 공투단의 ‘창당추진위 전환 조건’을 명확히 해달라고 사노련에게 요구했다.
단지 일정 문제인가?
우리는 공투단을 통한 ‘공동의 당 건설투쟁’ 자체가 추진위를 앞당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건이자, 실제 추진위 결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장 직선적인 경로임을 설명하고 설득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노준은 공투단 제안이 추진위 건설 일정을 못 박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당 건설을 직접적 과제로 상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노준이 진정 공동의 당 건설투쟁을 함께 할 의지가 있는데 단지 일정 때문에 문제라면, 그 문제가 공동 당 건설투쟁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지난 26일 사노련이 추진위 전환 조건을 최대한 명확히 제시하고자 전 조직적인 논의를 통해 공식 입장을 확정한 것도 이런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 아래 박스기사 참조).
하지만 사노준이 지역과 현장 단위까지 조직을 하나로 섞어서 실천하는 공동의 당 건설투쟁을 사실상 기피하고자 상층 논의테이블 중심의 공동사업단을 역제안하고 추진위 일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양 조직 간에 당 건설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당 건설투쟁의 경로 자체를 달리하면서 추진위 전환 조건과 일정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개별 선진활동가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상층 논의테이블
우리는 공동사업단 같은 상층 논의테이블은 당 건설 경로가 될 수 없다고 거듭 밝혀 왔다(<가자! 노동해방> 36호 ‘창당 추진위인가, 당 건설 공투단인가?’ 참조). 테이블에서 당 강령․규약 논의를 한다지만, 논의가 실천적 공동대오 형성을 통한 조직활동과 연동되어 진행되지 못하기 때문에 ‘논의 중심’이라는 근본 한계를 안고 있다.
상층 테이블만으로는 당 강령 준비 및 합의 과정을 책임 있게 진행되도록 보장할 조직적 장치도, 상호 강제할 수단도 없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나 실천적 중요성을 갖지 않는 이론적 쟁점을 내세워 ‘같이 할 수 없음’을 강변하고 테이블을 깨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상층 논의테이블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 그 동안 조직들 간의 테이블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그리고 무소속 선진활동가 동지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런 상층 논의 중심의 공동사업단에 그 동지들이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런 논의 중심의 공동사업단이 과연 ‘공동의 당 건설 추진’, ‘공동 당 건설투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앙만이 아니라 지역과 현장 차원에까지 조직을 섞는 단일한 실천대오 형성을 통해 선진노동자 동지들과 함께 실제 노동자계급 운동에 대해 책임성 있게 실천하고 그 속에서 대중적 지도력을 확보해나가는 조직적 투쟁과 연동되지 않고 단지 상층 논의만으로 과연 추진위 건설을 앞당길 수 있겠느냐, 아니 추진위 건설이 가능하기나 하겠느냐는 것이다.
공동사업단 - 다시 원점으로?
사노준은 그 동안 사노련이 “당 건설을 직접적 과제로 상정하지 않고 있고 공동의 당 건설 추진을 전제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막상 사노련이 조직까지 한 데 섞어 현장별, 지역별 수준에서까지 현장활동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공동의 당 건설투쟁을 즉각 같이 하자고 하자, 정작 사노준은 이제 각자의 조직활동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상층 논의로 제한되는 공동사업단을 던져 그간의 진전 과정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공투단 제안이 “추진위 건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중간지점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하고 있다. 사노준처럼 “2010년 당 건설”로 날짜를 박지 않으면 모두 “추진위 건설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인가? 역으로, 추진위 건설을 위한 구체적 경로와 조건으로서 공동 당 건설 추진, 공동 당 건설투쟁 방안과 계획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2010년 당 건설”만 외치면 추진위 건설을 전제로 하는 것인가? 정녕 2010년 당 건설을 하고자 한다면 ‘일정’부터가 아니라 먼저 “어떤 실천경로를 통해서 그리고 어떤 조건을 구비함으로써” 창당추진위 건설을 해낼 것인가에 대한 ‘내용’부터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또 사노준은 “선 공동의 당 건설기구인가, 선 강령․규약의 학보인가”라며 마치 사노련의 입장이 공동의 당 건설기구 결성 없이 강령․규약 논의 먼저 하자는 입장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사회주의혁명정당 건설’을 전면에 내건 공투단이 공동의 당 건설기구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현장을 비롯해 모든 수준에서 단일한 조직적 대오를 이뤄 선진노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당 건설투쟁을 전개하자는 공투단은 공동의 당 건설기구가 아니고, 자신들이 지금 역제안하고 있는 상층 논의 중심의 공동사업단이야말로 공동의 당 건설기구라는 논리는, 사노준이 말하는 ‘공동의 당 건설 추진’이 정녕 이 땅 계급투쟁이 배출한 선진노동자들을 결집시키는 전투정당 건설투쟁인지 아니면 단지 써클 정파들 간의 통합 추진에 불과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사노준은 이제 더 이상 사노련의 입장을 왜곡하지 말고, 창당추진위로 가기 위한 공동의 당 건설투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2010년 당 건설’ 일정을 사노련한테 들이밀기 전에 사노련과 당 건설투쟁의 경로를 일치시킬지 말 것인지부터 먼저 자기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공동의 당 건설투쟁’ 경로인가, ‘상층 논의테이블’ 경로인가?
양효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