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미래비전’인가?
지난 10월 21일 우리의 현실을 볼 수 있는 두 가지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검찰이, 다른 하나는 경찰이 주연이었다.
경찰무죄-철거민유죄
검찰은 지난 1월 20일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물어 징역 5년에서 8년형에 처해달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9개월이나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가족과 철거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었다.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11일간 단식을 벌이던 문규현 신부는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지고 말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특공대도 ‘화염병으로 불이 난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검찰은 철거민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를 물어 중형을 구형했다.
본 사람도 없는데 불이 난 이유를 철거민들에게 돌려 엄청난 구형을 때릴 수 있는 것은 검찰이 특별한 하나의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과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라는 확고한 일념이 그것이다. 그리고 10월 28일 법원은 화염병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2명에게 징역 6년, 5명에게 징역 5년, 3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찰의 미래비전-시위진압의 강경화
같은 날 경찰은 ‘경찰의 날’을 기념하여 <미래비전 2015>를 발표했다. 이들의 미래상은 불법시위 근절이다. 불법시위를 전담하는 이른바 ‘맞춤형 특수부대’를 신설하는가 하면, 최근 민간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정보활동 역량을 강화시키고, 제주경찰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경찰청의 38개 중대를 불법시위자 검거 전담부대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산참사와 쌍용차투쟁과 같은 농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설물 점거농성을 전담하는 특수기동대까지 창설할 계획으로 특수기동대를 현재의 경찰특공대와 함께 합동청사에서 전문적인 훈련프로그램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와 경찰은 용산에서 6명이 목숨을 잃은 상황 앞에서 시위진압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것이 맞느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쌍용차에서 더 대규모의 병력을 투입했다. 이제는 그것에 멈추지 않고 특수기동대라는 다른 이름의 경찰특공대를 추가로 만들어서 전면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월 1일 노동절, 5월 2일 촛불1주년 집회진압 무전지시에서 ‘보는 족족 검거하라’, ‘많이 검거해야 한다’며 시위에 나선 노동자, 시민을 ‘잔당’이라며 적으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래비전 2015>는 노동자 민중을 소탕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와 경찰의 입장을 구체화하고 있는 계획이다. 그들은 경찰공화국을 꿈꾸고 있다!
공안통치기구 해체-정당방위대 건설
가진 자들과 자본가정부는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지금처럼 자본주의 위기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쌍용차에서는 테이저건을 발사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이제 노동자들도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는가? 시위진압에 나서는 전의경제도 폐지, 국정원, 기무사, 보안수사대 등 공안통치기구 해체를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 요구들을 실현하는 것은 국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과 자본가정부에 맞서는 투쟁을 결합시키고 노동자 정당방위대와 같은 저항권을 발동할 때만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