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만 살맛나는 거품 경제회복 - 고용 없는 성장, 계급불평등 심화
대담한 투쟁 없이는 벼랑 끝 노동자 삶에 답이 없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10월 26일 한국은행은 2009년 3분기(7~9월) 국내경제가 2분기(4~6월)보다 2.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3분기보다 0.6% 성장함으로써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플러스성장을 기록했다고 했다.
성장률 수치에 우쭐해진 이명박 정부는 “정부가 잘 대응해서 미국발 경제위기를 이겨내고 이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며 목에 힘을 주고 있다. 그러나 수치상의 경제회복은 자본가들만 살맛나게 할 뿐 노동자민중에게는 전혀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경제회복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고용 없는 성장, 고용의 질 악화
무엇보다 수치상의 경제회복은 고용확대와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다. 올 3분기 경제가 지난해 3분기보다 0.6% 성장했다고 하지만, 취업자 수는 (13만4천 명이 경제활동인구로 신규 진입한 상황에서) 오히려 1천 명 감소했다. 그것도 정부가 6월부터 시행한 희망근로사업이 25만 명을 잠시나마 흡수한 결과다. 희망근로사업의 주 대상인 50세 이상을 빼면, 취업자가 32만2천 명이나 줄었다. 특히 3분기 성장을 이끌었다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각각 3.6%, 5.7% 줄었다.
고용의 질도 급격하게 더 나빠지고 있다. 청년 가운데 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전국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올해 정규직 39.6%, 비정규직 26.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정규직 48.0%, 비정규직 18.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정규직은 8.4%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7.4% 늘어난 것이다.
소득격차 확대와 엄청난 자산불평등
최하위 20%와 최상위 20%의 가구소득 격차는 지난해 2분기 7.25배에서 올해 2분기 7.29배로 더 벌어졌다. 근로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업자와 비정규직은 꾸준히 늘어나고 실질임금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에서 5년 동안 약 90조 원으로 추산되는 대대적인 부자감세를 단행한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소득격차 확대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1년에서 2008년 사이 최하위 10%와 최상위 10%의 실질가처분 가구소득 격차는 5.4배에서 6.6배로 계속 벌어져 왔다. 경제위기 이전이든 이후든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 소득불평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자산격차는 더욱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살고 있는 집을 빼고 부동산(주택·건물·토지 등)과 금융자산(예금·주식 등)을 합한 자산총액 현황을 보면, 2007년 현재 상위 10%가 전체의 74.76%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하위 70%는 4.51%만을 갖고 있다.
점점 더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자본가체제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를 단행하면서 ‘자본가들에게 여력이 생기는 만큼 투자를 늘릴 것이고 결국 경제가 살아나서 노동자들에게도 고용확대와 실질임금 증가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3분기 민간 설비투자는 지난해 3분기 대비 -8.7%를 기록했다. 아직 이윤율이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보는 자본가들은 불어난 돈을 쌓아놓거나 흥청망청 소비할 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설령 자본가들이 앞으로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선다 해도 ‘고용 없는 성장’, 즉 고용이 늘지 않고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성장이 계속되는 한 노동자들에게는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수치상의 경제만 좋아질 뿐, 고용과 임금 등 노동자의 삶의 조건은 더 나빠질 것이다. 자본가들이 기업경영과 정부 경제정책에 전권을 쥐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한 줌 자본가들의 이윤 확대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이 점점 더 벼랑으로 내몰려야 하는 이 기막힌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대담한 투쟁으로 생존권을 쟁취하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위기 앞에서 혹시나 일자리라도 잃을까 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한껏 움츠려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힘을 모아 대담하게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방법이 없다.
현장에서부터 단결된 힘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에 나서자! 모든 형태의 해고에 맞서 싸우자!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화를 위해 싸우자!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싸우자!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싸우자!
나아가 노동자들이 기업경영과 정부 경제정책에 개입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싸우자! 영업비밀 철폐를 위해 싸우자! 자본가의 이윤을 털어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는 경영원칙을 세우기 위해 싸우자!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거꾸로 자본가들과 부자들에게 강력한 세금을 매기기 위해 싸우자!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를 위해 싸우자!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주거를 위해 싸우자! 자본가정부를 밀어내고 노동자정부를 세우기 위해 싸우자!
지지율 만회 노린 이명박 정부의 거품 부풀리기 - 더 큰 재앙 불러올 것
최근 한국경제의 수치회복은 무엇보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경기부양책을 사용한 결과다. 한마디로 빚으로 쌓아올린 거품이다. 정부 재정적자는 올 한해에만 51조 원, 누적 국가채무는 36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정부재정은 결국 부동산·주식 거품으로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이 엄청난 이윤을 쌓아둔 데다가 대규모 감세로 부자들이 여유 돈을 갖게 된 것도 작용했다. 낮은 금리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뛰는 부동산·주식을 보면서 중간계급과 일부 노동자들까지 대출을 내서 거품을 키우는 데 뛰어들었다.
|지난해 미국의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대표되는 부동산 거품붕괴에서 시작됐듯이, 지금 한국의 부동산·주식 거품은 매우 위험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거품의 위험을 알고 있는 듯하다. 8월말까지 금융권 전체 부동산대출이 340조 원에 이르자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 적용하며 대출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체적으로 거품형성을 사실상 방조 또는 조장하고 있다. 부동산·주식 거품을 경제회복으로 오인하게 하여 ‘이명박 정부가 경제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착각을 유도함으로써 지지율 만회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닥칠 부동산·주식 거품붕괴는 한국경제에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겠지만, 거품에 함께 올라 탄 중간계급 또는 일부 노동자들은 한 평생을 뒤집어놓을 만한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자본가들의 거품장난에 어설프게 끼어들어 한몫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노동자에겐 너무나 치명적인 유혹이다. 자신들의 빚까지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하는 자본가들에 맞서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삶의 터전을 지켜내고 삶의 조건을 개선해나가는 것, 그러한 단결과 투쟁 속에서 인간다운 삶의 참된 희망을 건설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노동자다운 삶의 길이다.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