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공장 엔진실 유진기업 폐업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 한번 투쟁 대열을 정비하자!
지난달 추석명절을 앞두고 현대차 아산공장, GM대우 부평공장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해고가 자행되었다. 물량감소에 따른 도급계약해지를 이유로 폐업이 단행되었다. 131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사형집행을 선고받은 셈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경우 자본은 지금까지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가장 열악한 한시하청과 비조합원을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10월 24일자로 폐업 예정인 유진기업의 경우 조직률(조합원 수:32명)이 가장 높은 업체로 조합원을 직접 겨냥한 집단해고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 단순히 인원감축을 넘어 노조무력화를 직접적으로 획책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보다 전면적인 공격이 자행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유진기업 폐업 투쟁은 현대차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폐업에 맞선 투쟁
유진기업은 지난 1년 동안 휴업과 감산을 반복해왔다.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다. 특히 현대자본은 올 초부터 엔진공장에서 비정규직 128명 전원을 정리하겠다고 선전포고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엔진공장의 물량부족은 전적으로 사측에 의해 조장된 결과였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타 공장 엔진공장 신설, 해외공장 설립 등이 야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물량부족의 책임을 철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왔다. 총고용 보장과 생활임금 쟁취를 내건 투쟁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는 신규물량 확보에만 매달렸다. 자신의 계획표에 따라 사측이 물량을 타 공장들로 계속 빼간 상황에서 신규물량 확보에 매달리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은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물량 논리는 최악의 경우에는 정규직 작업물량을 위해 비정규직의 물량을 빼앗는 방식, 즉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는 계속 물량 논리에 갇혔고, 그 결과 자본에게 책임을 묻고 당당하게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대신 지리한 협상만 진행했다. 당연히 비정규직은 고사하고 정규직의 고용불안도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사측은 이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비정규직 우선해고, 정규직 전환배치 카드”를 제시하면서 결국 폐업을 단행한 것이다. 폐업이 공표되자 유진기업 노동자들은 정문 앞 아침출투와 중식선전전을 진행하면서 폐업의 부당성을 알리고 총고용 보장을 외쳤다. 하지만 유진기업 폐업 투쟁을 지회 전체로, 나아가서 원하청 공동투쟁의 과제로 충분히 확장시켜 내지 못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지회 임원선거무산 후 비대위 구성조차 난항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지회 집행공백 사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사측의 노림수와 향후 과제
하지만 집행부 공백에도 불구하고 유진기업 동지들의 투쟁을 선두로 의장부 대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현장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대의원들은 유진기업 폐업을 포함해서 향후 자행될 구조조정 공세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서명운동과 몸벽보 착용, 투쟁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을 믿고 현장을 차분히 달구어간다면서 한 판 싸움을 준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월 14일(수) 투쟁은 중대한 난관에 봉착한다. 자본이 유진기업 투쟁을 초기부터 봉쇄하기 위해 기만적인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10월 말에서 11월 말까지 각 업체 한시공정에 순차적인 재취업을 보장할테니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한마디로 살인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유보하는 것을 대안이랍시고 제시한 것이다. 상당수 조합원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대안과 전망이 충분치 못한 상황이 노동자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조합원들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마지못해 수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현대자본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투쟁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잠시 번 시간을 활용해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선 유진기업 조합원 대오를 다시 추스르고 단결력을 유지하면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장활동가들이 조합원들과 더 긴밀히 호흡하고 작은 투쟁이라도 함께 만들어 가면서 대차게 붙을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닥쳐올 시점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오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