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학교까지 자본이 직접 통제하겠다고?!
그린마일리지제도를 반대한다!
그린마일리지 제도란?
‘그린마일리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시범실시하고 있는 상벌점제도이다. 체벌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체벌의 대안으로 상벌점제를 학교현장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잘한 일에는 상점(BP:블루포인트)을, 잘 못한 일에는 벌점(RP:레드포인트)을 주고, 정해진 봉사활동 등을 하면 교정점수(GP:그린포인트)를 줘서 벌점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벌점의 경우 가정으로 문자로 통보가 되고, 벌점이 누적되면 자치법정에 서게 된다. 벌점이 심할 경우 퇴학이나 강제전학도 가능하다. 또한 점수는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며,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에 영구기록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9년 현재 시범실시 중인 그린마일리지는 내년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실시될 예정이다.
‘해리포터’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기억할 것이다. 해리포터가 사고를 칠 때마다 교수에게서 벌점을 받고, 이로 인해 해리포터가 속한 기숙사생 전원이 불이익을 받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것과 비슷한 시스템이 2009년 한국의 초중고에 도입되고 있다. 바로 ‘그린마일리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그린마일리지!
그린마일리지제도가 일상화된 학교를 상상해보자. 화장실이 급해 복도에서 뛰었다가 벌점 3점, 준비물을 깜박해서 벌점2점, 이름표를 안달았다고 벌점2점, 인사를 잘했다고 상점1점...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행동이 점수화되어 상점 혹은 벌점이 매겨진다면 미치지 않고 제정신일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하루종일 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결국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배우기 이전에 상점을 받으려고 눈치만 보는 처세술만 발달하고, 통제에 복종하는 순응적인 태도가 어려서부터 자리잡을 게 뻔하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관을 올바르게 정립하며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자본의 착취와 통제, 자본가 정부의 억압에 맞서는 진취적 기상은 싹부터 도려질 것이다.
그린마일리지의 목적은?
교육의 근본 목적조차도 상실케 하는 문제투성이 그린마일리지제도를 이리도 급하게 확대실시하려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속셈은 무엇인가? 바로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작년의 촛불집회가 청소년들의 손에서 시작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이 사회에 가진 불만은 매우 높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빈익빈 부익부, 치솟는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확대 등 오늘날 자본주의가 직면한 심각한 모순들을 청소년들은 자신의 문제로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노동자로 살고 있는 선배, 아버지들의 운명보다 몇 배 가혹한 운명 앞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예비노동자들인 청소년들이 아닌가?
이들이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도저히 자기 앞에 던져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들의 고통은 엄청난 에너지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4.19 혁명이나 프랑스의 68혁명, 80년대 민주화투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모든 나라에서 젊은이들의 저항이 불붙는 것은 기존 체제의 붕괴를 의미했다.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청소년들이 제도권 교육을 받는 12년 동안 더욱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 핵심에 그린마일리지 제도가 서있다.
그린마일리지, 확대실시가 아닌 전면 폐지로!
노동자들이 일하는 생산 현장에도 직무평가제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의 현장통제전략이 존재한다. 이에 맞서 건강한 현장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은 노동자의식을 확고히 움켜쥐고 투쟁을 통해 자본의 통제전략을 분쇄하고자 치열한 전투를 치러왔다. 통제에 익숙해지면 마른 땅에 물 스며들 듯 자신도 모르게 의식도 순응적으로 변하고 몸이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린마일리지는 이 통제전략의 시작점이다. ‘체벌의 대안’인 것처럼 그럴듯한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지시에 복종’하는 체제내화된 인간, 자본가의 지시에 순종적인 노동자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그린마일리지 문제를 학생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계급적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 청소년시기부터 시작되는 자본주의의 통제전략에 맞서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 노동자계급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자본주의의 통제전략에 의해 신음하고 길들어지는 것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린마일리지 반대투쟁은 우리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계급투쟁이다! 우리 자신의 투쟁이다!
창원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