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2009년 노벨 평화상은 200여명의 후보자들이 난무한 가운데,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수상자가 호명되면서 흘러나온 비웃음들은 하루 뒤 적절하지 않은 선정결과에 비판하는 목소리들로 돌아왔고, 노벨위원회는 해명에 급급하다.
총잡이가 평화의 수호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평화상 시상식 얼마 전인 10월 5일 백악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과 아프간 전략은 서로 관련이 없다.”고 말하면서 아프간에 병력을 증강할 것임을 암시한 직후, 2만 1000명의 파병 승인과 별도로 오바마는 1만 3000명에 대한 추가 파병을 비공개로 승인했다.
오바마는 아울러 이란 핵문제에 대해 미국은 군사 행동을 포함한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협박했다. 한편 오바마가 직접 주제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는 회원국 전체에 ‘핵확산금지조약’에 의무가입하게하고 탈퇴시에는 군사외교적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한마디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자본가들은 이것을 “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행동인 양 선전하고 있다. 한 강도가 총을 겨누고 얘기한다. “나는 이 총을 쏘고 싶지 않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 대화로 해결하자” 그리고 이 강도는 총을 쏘지 않고 목적한 바를 획득해내는 아름다운 평화의 전도사가 된다. 자본가들은 일제히 그의 뛰어난 능력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것도 모자라 상을 준다: “노벨평화상”
그들이 말하는 평화 = 자본가 착취 체제가 위협받지 않는 것
자본가들이 이와 같은 위선적 평화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촛불을 잠재우기 위해 시청광장을 폐쇄하는 것이 평화와 질서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산업평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소요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윽박지른다. 파업노동자들을 때려잡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정당화된다. 하지만 바로 그 평화로운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산재와 과로로 죽어가며,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죽음과도 같은 실업상태로 내몰린다. 이처럼 자본가들에게 평화는 착취자와 억압자의 지위의 안정적인 보장이며, 그것은 다수 노동자들에게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감내를 뜻한다. 노동조합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삼성의 이건희는 말할 것이다. “평화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은 안 된다!”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로 빠져들면서 자본가들에게 평화란 단어는 더욱 절실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평화’의 이름으로 그들은 자본주의 착취체제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로 몰고갈 다짐이 되어 있다. 자본주의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다면 오바마가 아니라 이명박에게라도 평화상을 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노동자 민중의 평화를 위해 피흘리며 싸우는 행동이 자본가들의 이윤을 파괴한다면 자본가들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평화라고 주장할 것이다.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에서 평화란 자본가의 이윤이요, 억압자들의 횡포의 알리바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자본가들은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더욱 솔직해 질 것이다. 노사평화선언 뒤에서 냄새나는 더러운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노동자들도 더욱 솔직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저 이빨을 뽑아내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우리 노동자의 삶은 매일 매일이 고통스런 전쟁이라고!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