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과 함께 하는 반이명박 전선에 굴종하는 다함께
다함께는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를 거부하는 점을 들어 사노련을 종파주의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갑자기 다함께는 사노련의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 대응건과 용산범대위 파견자의 경찰 출두에 대한 비난을 거기에 결합시켰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사노련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사노련 홈페이지(swl.jinbo.net)에 올린 반론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노련은 국가보안법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공개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개해왔으며, 용산 투쟁, 쌍용차 투쟁 등에 기권하지 않고 참여해왔다. 사노련이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실용적으로 타협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비난일 뿐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내릴 것이다.
이 글은 논쟁의 시발점이 된 원래의 쟁점, 즉 다함께의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노선에 대한 비판을 위해 작성된 글이다. 다함께 노선에 대한 비판은 반이명박 투쟁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며, 또한 바로 이 지점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논쟁이 진정 정치적 가치를 갖는 의미있고 교훈적인 논쟁이라 보기에 거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다함께의 전술적 제휴 = 전략을 거역하는 전술
전략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체적인 계획이다. 이에 비해 전술은 전쟁을 구성하는 부분인 각각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 혹은 전반적인 힘의 관계를 변화시켜 전쟁을 승리로 이끌 목적으로 수행되는 각각의 전투와 관련된 방법론이라 말할 수 있다. 당연히 전술은 전략을 거역해서는 안 되며, 그것에 복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전술은 전술이라 부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지점은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전략이 가리키는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당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이다. 이 정당은 노동자계급운동이 맞서는 적들의 한 부분이다. 자본가계급의 한 분파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술이 취하는 형식은 다양할지라도 모든 전술은 오직 하나의 방향, 민주당으로부터 노동자계급의 독립과 민주당에 맞서는 투쟁의 확대에 맞춰져야 마땅하다. 다함께는 궤변으로 이 가장 평범한 진리를 감추려 하고 있다.
MB악법에 맞선 전술적 제휴?
다함께는 “언론악법 등 MB악법에 맞선 투쟁에서 다수 대중은 민주당이 미덥진 않지만 이명박에 맞서 민주당까지 포함한 광범한 연대가 이뤄지길 기대했다”며 언론악법 등 MB악법 반대 투쟁에서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의 전술적인 제휴가 옳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명박 반대투쟁을 자본가계급 전체와 그들의 정부 및 자본가 정당들 일체에 맞선 투쟁의 확대란 관점에서 전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다함께의 주장은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이란 첨예한 대치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궤변이다. 다함께에게 전략은 노동자계급의 해방, 즉 사회주의 혁명전략이 아니라 ‘민주주의 투쟁의 한 부분으로서 반이명박 투쟁’ 그 자체다.
게다가 전투적인 정치투쟁이란 맥락에서도 다함께의 주장은 현실에서 기각된다. 언론노조의 투쟁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과의 연대 속에서 이루어졌다. MBC, CBS, YTN 등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확대되고 있던 결정적 국면인 올해 2월 민주당은 ‘100일간 논의하고 표결처리한다’는 여야 합의로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중단되었다. 민주당은 노동자 대중의 열망을 무시하고 배신했다. 민주당과의 연대에 의존했던 노동자들의 투쟁은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가 이뤄지자 종결되고 말았다. 결국 전술적 제휴는 언론악법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지 못했으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본가들의 한 분파인 민주당에게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의 반복
최근에 열린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공공운수연맹은 야 4당과 함께 공공기관 선진화 반대선언을 했다. 당일 집회에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은 정규직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며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헌법에서 노동3권을 삭제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예산을 마련키 위해 공기업 예산삭감과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민주당이 나서 막아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민주당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거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하는가?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한 10년 동안 노동자 투쟁을 악랄하게 탄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한국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오히려 민주당 정부 시절이다. 이 시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체 취업 노동자의 60%를 육박했다. 비정규법을 개악한 것도 바로 노무현 정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가속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공공부문 외주화, 민영화 추진 등은 민주당 정부 하에서도 이루어졌다. 11월 6일 공공부문 노동자 공동투쟁을 앞두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가장 힘겨운 문제인 필수유지업무제도(파업권 박탈)를 만들어낸 것도 바로 노무현 정부다.
이처럼 민주당 정부는 철두철미한 자본가정부였다. 그런데 노동자 투쟁이 이들과 전술적 제휴를 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이들과 전술적 제휴를 해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승리하기 위해서 팔요한 것은 민주당과 전술적으로 제휴하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히 단절하는 것이다.
전투에서의 지속된 타협은 패배를 부를 뿐
다함께는 항상 인민전선전략을 비판한다. 그런데 올 상반기 투쟁에서 다함께는 항상 그들이 비판하는 NGO,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개량주의자들, 민주노조운동내의 개량주의자들이 민주당과 제휴하는 것과 실천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 언론악법을 비롯한 MB악법 저지투쟁을 비롯하여 반노동정책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전술적으로 제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함께가 주장하는 ‘불가피한 전술적 타협’은 온데간데없고, 중요한 쟁점 대부분에서 모두 민주당과 함께 하는 것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함께가 인민전선전략을 아무리 비판한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인민전선전략으로 추락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알리바이 제시에 불과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인민전선전략을 말로 백번 만번 비판한다고 해서 그런 전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매 시기의 구체적 실천에서 온갖 자본가 정당들로부터 독립해야 하며, 자본가 정당에 종속되는 개량주의 경향을 비판 타격해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 다함께의 행보는 그들이 속한 개량주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친민주당 행보에 끌려다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서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서 인민전선전략 비판을 알리바이처럼 제시할 따름이다.
지배계급의 분열을 이용하는 것은 필요한 전술적 기예이다. 그들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되는 국면을 포착해 투쟁시점을 결정하는 것, 또한 그 갈등이 빚어내는 폭로 재료들을 십분 활용하는 것 등이 전술적 기예의 항목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본가 정당과의 전술적 제휴노선으로 격상될 때, 이것은 전술적 기예가 아니라 전술적 타락이다.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투쟁대오를 구축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것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활용하는 것만이 전술적 대응이라 부를 가치가 있다.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