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명박 공동투쟁본부(가칭) 결성 시도에 부쳐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정치를 더욱 반동화시키고 있다. 이 반동 정치의 대변자인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에 권력 기반을 충분히 정비해놓지 않은 결과, 또한 촛불 투쟁과 용산 투쟁, 쌍차 투쟁 등의 갖가지 반발과 저항에 부닥친 결과 반동 정책 수행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거나 연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투쟁들을 어느 정도 진압하고 위축시킨 현재 반동 정책의 집행은 더욱 노골화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반동 정책들의 집행은 노동자 민중의 반격의 흐름을 잉태할 것이다. 이 반격이 언제 본격화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그 동안 획득한 소중한 권리들을 파괴당하는 노동자 민중들은 이명박 반동 정부에 대한 전투적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 시점을 앞당기고, 그 시기에 적합한 투쟁의 요구와 방향을 선도해나가는 것이 현 정세에서 핵심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가칭) 반이명박 퇴진 공동투쟁본부 결성의 흐름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맞설 공동투쟁전선 구축이 요청되고 있다는 점은 전적으로 사실이다. 이 공동투쟁전선은 특히 이명박 정부에 맞선 공동투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민주적 권리를 향한 투쟁이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든, 민주노조운동의 파괴를 막기 위한 투쟁이든 모두가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의 전진을 통해서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객관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주도로 가칭) 이명박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 결성이 제기되고 있고, 제 정당들과 정치단체들, 전농 등과 함께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반이명박 투쟁을 모아낼 수 있는 초점이 없는 상황에서 공동투쟁본부 결성 흐름은 당연히 주목해야 한다.
이 기구가 노동자 민중의 다양한 투쟁 및 이 투쟁에 의해 형성된 대중적 투쟁기구들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 노선을 갖고 있는 단체, 정당들의 주도권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점 등은 커다란 위험 요인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 전농 등의 대중기구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정당들을 배제한 채 아래로부터 반이명박 투쟁전선을 바로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우리는 아직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결국 정세에 의한 객관적 필요성과 이명박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이하 “반이명박 공투본”)가 갖고 있는 주체적 한계 사이의 딜레마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이 딜레마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은 하반기 반이명박 투쟁 앞에 놓인 또 하나의 과제다.
과제들
반이명박 공투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민주적 권리를 사수하는 투쟁을 자본주의의 공격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과 결합시켜 전진시켜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반이명박 공투본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다양하고도 교묘한 방식으로 머리를 치켜들 민주대연합 노선에 대한 반대 투쟁을 공개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만약 우리의 희망과 달리 그 노선이 적나라하게 집행된다면 그것을 폭로하면서 탈퇴를 통해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당분간은 노골적인 행동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민주대연합 노선’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투쟁노선”이 주도성을 갖도록 개입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반이명박 공동투쟁본부가 상층 지도자들만의 회의 기구, 혹은 기껏해야 한 두 번의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캠페인식 기구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그 투쟁이 창출해낸 투쟁기구들을 모아내는 초점으로 작동하도록 개입해야 한다. 반이명박 공동투쟁본부의 주도권이 민주노총과 개량주의 정당들의 관료집단의 수중에서 이명박 정부에 진정으로 맞서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기구들의 수중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대중들은 이명박 정부의 반동 정책에 맞선 투쟁 없이는 전진할 수 없다. 이러한 전진을 위한 교두보로 반이명박 공동투쟁본부가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