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전선 전략인가 소비에트 전략인가?
‘다함께’는 민노당이 ‘인민전선주의’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노당이 반이명박 전선에서 민주당과 ‘전략적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함께는 한편 다른 사회주의 조직들에 대해서는 민주당과의 사안별 연대조차 거부하고 있는 종파주의라고 비판한다. 자신들처럼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본가 정당과의 ‘전술적 제휴’?
그렇다면 과연 다함께는 ‘전술’ 상으로만 민주당과 함께 할 뿐, 전략 상으로는 자본가 정당과의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가? 과연 전략에서는 인민전선 전략과는 다른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가? 다른 전략이라면 소비에트권력 전략이다. 자본가 정당과 함께 하는 인민전선 정부 수립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소비에트권력 전략이다. 이와는 달리 인민전선 전략은 노동자 민중의 소비에트 권력에 반대하여 부르주아지와 연합하는 계급협조 전략이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의 연정이나 현재 야4당 연합에 기반한 연정이 그러한 인민전전 정부이다.
‘전술의 유연함’을 내세워 전략적 과제를 폐기하다
물론 다함께는 말로는 이러한 인민전선 전략에 반대하고 소비에트권력 전략을 승인할 것이다. 그러나 다함께는 멘셰비키처럼 소비에트/노동자권력을 박제화된 최대강령으로, 즉 먼 훗날의 과제로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당면의 이명박 반대투쟁과 노동자권력 쟁취투쟁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고 있으며, 이명박 퇴진투쟁의 전망을 ‘민주주의 회복’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함께는 곧 이명박 반대투쟁의 진전 속에서 권력 문제가 제기될 때는 소비에트 노동자권력에 반대하고 인민전선 정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 ‘전술’을 취할 공산이 크다. 소비에트권력은 ‘민주주의 회복’을 넘어서는 것이고, 러시아 10월혁명처럼 인민전선 정부를 소비에트권력에 기반한 정부로 대체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최대강령(전략적 과제)와 당면투쟁을 분리시키는 이러한 기회주의가 바로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론에 깔려 있는 본질이다. 전술을 전략으로부터 분리하여 실용주의적 기반 위에 올려놓는 것이 기회주의 전술의 특징이다. 추상적으로는 소비에트권력 전략을 승인하지만, 그 전략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전술 수준에서는 ‘전술의 유연함’을 내세우며 자본가 정당과 ‘제휴’하기 위해 전략적 과제를 폐기하는 것이 다함께의 ‘전술적 제휴’론의 본질이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강령 ․ 전술
러시아 혁명 당시의 멘셰비키나 스페인혁명 당시의 스탈린주의 공산당이 했던 것처럼 인민전선 전략은 혁명적 상황에서는 반혁명적 전략이 된다. 부르주아지와의 동맹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권력에 반대하며 노동자권력의 맹아들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명가들은 이러한 인민전선 전략에 비타협적으로 반대한다. 다함께처럼 추상 수준에서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당면 투쟁에서, 전술 수준에서까지 일관되게 반대한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자권력쟁취 투쟁과 당면 이명박 퇴진투쟁을 뗄 수 없이 결합시키는 전술로 표현된다. 이명박 반대투쟁과 생존권 투쟁을 단일한 계급투쟁으로 결합시키고, 생존권 투쟁과 권력 투쟁을 연결할 가교로서의 이행기 요구들이 이러한 전술을 구성한다. 인민전선에 대한 추상적 반대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를 보증하지 않는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강령 ․ 전술만이 계급협조 인민전선을 저지하고 노동자권력 투쟁의 길을 곧게 열어줄 것이다.
양효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