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정리해고 압력에 굴복한 배신적 합의
금호타이어 09년 임투가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잠정합의 내용은 참혹하다. 09년 기본급 동결, 08년 추가성과급 지급 없음, 인력운영과 관련하여 운영PO(도우미 제도) 중 현재 운영 중인 도우미 214명 중 19명은 정규 TO로 전환, 나머지 인원분에 대해서는 삭제, TO 74명이 축소된 인원으로 10월 1일부터 운영하고, 회사 제시안 중 미정리된 TO 216명에 대해서는 09년 11월 30일까지 고용안정노사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하되 기한 내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회사안을 기준으로 시행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TO 조정에 따른 여유인원은 전환배치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쟁점 사항 중 하나인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관련하여 지회가 수용하는 것으로 잠정합의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의 안을 대폭적으로 수용한 양보교섭이다.
지속된 양보교섭
금호타이어지회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이룰 정도로 힘을 가진 대공장 노조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회사의 노무관리의 강화, 지회에 대한 강경한 태도에 번번이 양보교섭을 지속해왔다. 최근 몇 년간 진행한 합의 중 대표적인 양보교섭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이후 비정규직으로 남은 공정의 완전도급화를 위한 정규직 전환배치 합의, 향후 5년간 정년퇴직자 TO에 대한 신규채용 없음, 임금인상 최소화, 무노동 무임금의 수용(3년전 까지만 해도 금호타이어는 무노동 무임금을 무력화시켜왔던 사업장)이다.
금호타이어 자본은 작년에도 정리해고 하겠다고 압박하여 임금 3%인상과 생산성 10%향상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이었나? 올해 자본은 정리해고 예고통지, 직장폐쇄, 시설물 보호 요청을 통한 공권력 배치 등으로 더 강하게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반면 금호타이어지회는 현장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한 후에 광주와 곡성공장에 집결한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4,000여명 중 3,500여명이 넘는다. 그러나 조합원의 단결력과 투쟁의지를 효과적으로 끌고 나갈 지도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선거기간 중에도 드러났다.
9월 4일 정리해고 명단 통보 직전에 치러진 지회장 선거에서 민노회는 선거 후 쟁의행위 중단과 회사와의 담판을 주장했다. 다른 한 팀은 선진복지노조를 주장하는 어용이었다. 현 집행부인 현장의 힘은 선거 과정에서 투쟁을 말했으나, 당선된 뒤 보여주는 행동은 달랐다. 현장의 힘 집행부는 당선 직후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수용했다. 정리해고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투쟁을 끌고 나갈 현장활동가들이 붕괴된 상태다. 수년간 진행된 양보교섭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투쟁을 회피하는 양보교섭-대타협 주장
쌍용차 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파업이 마무리되고 나서 민주노총 위원장은 강성노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종탁과 같은 타협주의자들은 공장점거파업이 잘못된 전술이라고 지껄였다. 이들의 눈에는 금호타이어 합의는 다행일지 모른다. 심지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진보신당의 조승수는 광주에 와서 ‘금호타이어지회의 쟁의행위 중단, 금호타이어 자본의 정리해고 중단’이라는 내용으로 중재단을 만들었다. 말이 좋아 중재단이지 정리해고 회피의 대가로 노동자들의 대폭 양보를 요구한 것이었다.
회사위기 책임전가에 맞선 투쟁에서 양보교섭은 현장의 조직력을 갉아먹는다. 양보교섭에 나서는 지도부는 조합원의 힘이 자신들의 계획을 넘어설 것을 두려워해서 투쟁의 수위를 통제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본의 태도가 강경으로 돌변할까 전전긍긍한다. 이런 수세적 태도는 투쟁동력이 자라나는 것을 차단한다.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에서도 정리해고를 빌미로 하여 많은 양보를 요구하거나 정리해고 자체를 밀어붙일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지회와 활동가들은 정리해고 예고 시점을 앞두고 지회장 선거를 진행하고, 태평하게 선거기간 쟁의행위를 중단했다. 그러나 자본은 이 기간에 가만있지 않았다. 자본가들이 더 밀어붙이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기간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시기를 설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현장에서 투쟁력을 다시 만들어야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조합원 동지들의 힘을 믿고 활동가들이 실천할 때 조합원들이 보여줄 거대한 결단을 우리는 쌍용차 노동자들로부터 보았다. 금호타이어보다 몇 배 이상 열악한 법정관리 상태에서도 그들은 원칙을 가지고 투쟁했고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금호타이어의 조건은 훨씬 더 좋았다. 만약 쌍용차 노동자들이 동원한 결의와 헌신의 절반만 동원했어도 승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것은 전체 한국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엄청난 선물이었을 것이다. 쌍차 노동자들이 못다 이룬 승리를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타전했을 것이다. 또한 이 투쟁이 펼쳐졌다면 이것은 이후의 정리해고의 싹을 완전히 도려내는 강력한 타격이 되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 자신을 보호했을 것이다.
이 기회는 엄청난 양보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길게 볼 때, 이것은 정리해고를 향한 자본의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내년에는 금호타이어 자본은 어떤 양보를 요구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수의 정리해고 명단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을 협박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장조합원들의 단결력, 그리고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장 활동가들의 결집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활동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그에 따라 몇 배 이상 야수화되고 있는 자본의 공격, 이것을 지지 엄호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경제위기 고통전가에 대해서 반대하고 노동자 살리기 투쟁정신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투쟁을 밀고 나가지 않고 양보와 타협을 반복한다면, 그 결과는 고용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암울한 미래다. 이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조합원들은 진정 투쟁을 책임질 믿음직스런 활동가들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