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블릭윈도우즈 공장점거파업 - 미국노동자들의 대담한 투쟁
미국에서 1930년대 공황기에 노동자운동을 급진화시켜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에 토양을 제공했던 점거파업 물결은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사라졌다. 노동운동을 지배하는 친자본주의 관료들이 사장들과 협력하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들 노조관료들은 법적 제도를 사소하게 개선하고, ‘노동자의 친구’라고 자신을 내세우는 자본가 정치인들에게 로비하는 것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했다. 그 결과 노동조합들은 각개 격파 당하면서, 심각하게 약화됐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전투적인 점거파업이 부활하고 있다!
대담한 행동, 지도력의 부재
대다수 자본가들과 마찬가지로 리퍼블릭윈도우즈(창문과 출입문을 만드는 기업) 자본도 작년 겨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그들은 노동조합이 있는 시카고공장을 폐쇄하고 임금과 복지 수준이 극도로 낮은 아이오와의 무노조 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려고 시도하면서 설비를 반출하기 시작했다.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모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선포했을 뿐만 아니라, 휴직연금, 퇴직연금, 의료보험료조차 줄 수 없다고 했다. 전미전기노조(UE) 1110지부에 속한 250명의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공장점거투쟁에 돌입했다. 자본은 더 이상 설비를 반출할 수 없었으며, 노동조합 파괴계획은 폭로됐다. 노동자들의 대담한 행동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대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많은 급진좌파들, 지역의 노동자들, 학생들이 이 투쟁에 연대했다.
파업노동자들 일부에 대한 손배와 구속협박, 심지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추방위협에 직면했을 때에도 리퍼블릭 노동자들은 어떠한 법률적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자본에 맞서 점거를 포함한 투쟁을 지속했다. 그들의 대담한 행동과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는 결국 리퍼블릭 노동자들이 요구한 체불임금과 의료보험료 지급을 약속하도록 경영진과 채권은행들을 강제했다. 만일 리퍼블릭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법률적 해결방식에 의탁하면서 판사에게 정의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몇 달 몇 년을 기다리면서도 거의 가능성 없는 허망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 점에서 투쟁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동자들의 대담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공장가동의 지속과 일자리 유지를 전면에 내걸면서 투쟁을 이끌어갈 지도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담한 투쟁은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리퍼블릭 시카고공장을 인수한 시리어스머티리얼사에 재고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변화
미국노동자들 대부분이 변변한 저항도 못한 채 물러서고 있는 상황에서 리퍼블릭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은 신선한 숨통을 터주었다. 이러한 투쟁은 미국의 현 상황에서는 흔치 않은 반격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처한 동일한 처지, 미국 사회체제의 계급적 본성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는 현실은 노동자들이 다른 곳의 투쟁으로부터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매달 50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고,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미국노동자들이 보다 쉽게 리퍼블릭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표명하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리퍼브릭윈도우즈 노동자들이 채택한 대담한 점거파업, 여러 도시에서의 순회선동은 투쟁의지와 전투성을 확산시켜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사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무기력한 협상과 로비가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라는 다른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점거파업이 당장 미국 전역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는 못하지만, 노동자들은 은연중에 리퍼블릭 노동자들의 투쟁을 예로 들며 같은 방식의 투쟁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미국자본가들이 갈라놓은 인종의 벽과 기업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리퍼블릭 노동자의 75%가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라틴아메리카 출신들이고, 나머지는 아프리카계인데 파업노동자들의 인터뷰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지금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다. 그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하나이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우리만의 승리가 아니다.” “이것은 시카고에서 커다란 출발점이다.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눈을 떠야 할 때다. 이러한 일들은 이곳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보고 나가라고 한다면, 우리는 머리를 치켜들고 나설 것이다.”
일자리 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본가들과 그들 정치인들의 책임전가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리퍼블릭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가오고 있는 계급투쟁의 전초전일 뿐이다.
정원섭
